우리집 베란다와 행복
-난 30평미만의 조그만 아파트에 살고 있다.
고양시 덕양구의 관산동에 있는 주공아파트다.
지금은 학교를 보낼 자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다닐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니
노후를 보내기에는 이 집이 안성맞춤이다.
거실에 앉아 있으면 아내의 동선이 환하게 보여 어디서 무얼하는지 물어볼 필요가 없다.
가까운 거리에 있으니 아내의 컨디션도 대충 알 수 있어, 내가 행동하기도 편하다.
만수무강에 지장이 없으려면 눈치가 빨라야 한다.
-집이 18층에 있어 전망도 좋다.
저 아래 약간의 집들이 있으나 층고가 낮고, 전망이 확 트여 있어 답답함이 없이 시원스럽다.
주위가 온통 산이고 멀지 않은 곳에 창릉천이 흐르고 있다.
몇 개의 구릉을 넘어 북한산의 오봉이 보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북한산의 바위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내가 특히 자랑하고 싶은 것은 우리집의 베란다이다.
우리집의 좁다란 베란다에는 50-60개의 화분이 놓여 있다.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 다닐 수 있는 틈새를 빼고는 화분으로 빼곡이 차 있다.
아내가 꽃과 나무를 좋아하여 이 좁은 공간에 많은 화분을 놓고 정성스럽게 돌보아 주고 있다. 어릴 때는 시골의 넓은 단독주택에서 꽃과 나무를 많이 키워 사람들이 아내가 사는 집을 “꽃집“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릴 때부터 타고난 천성인가?
수시로 베란다에 와서 꽃과 나무의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돌보아 준다.
-나는 이 곳에 비스듬이 누울 수 있는 등받이 의자와 30cm정도 크기의 테이블 하나를 놓고, 책을 읽기도 하고 멀리 북한산과 창릉천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인간의 행복이란 어디에 있을가?
널따란 정원이 딸린 집일가? 돈과 권력일가? 아니면?
이 좁은 베란다에 앉아서 책을 보며, 명상에 잠기는 것이 아닐가?
나는 아무것도 부러운 것이 없다. 아무것도 두려운 것이 없다.
야훼이레,
하느님께서 언제나 미리 마련해 주시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도 아침을 먹고 성당에 가기 위하여 미사시간을 기다리며
이 베란다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무척이나 행복하다.
“주님을 바라 보아라. 기쁨이 넘치고, 너의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없으리라.
가련한 이 부르짖자 주님이 들으시어 그 모든 곤경에서 구해 주셨네.“ (시편34, 2-9)
“그대 내사랑,
이름다워라, 아름다워라
비둘기같은 눈동자, 그대 내사랑 멋진 모습
얼굴만 보아도 가슴 울렁이네.
우리의 보금자리는 온통 녹음에 묻혔구나.
우리집 들보는 송백나무요, 천장은 전나무라네
나는 고작 사론에 핀 수선화,
산골자기에 핀 나리꽃이랍니다. “ (아가 1, 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