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진(正西津)’
서울 경복궁(광화문) 정서쪽의 끝자락
일몰과 함께 낭만, 그리움, 회상을 의미하는 곳
강원도 강릉에 정동진(正東津)이 있다면 인천시 서구에는 정서진(正西津)이 있다.
정서진(正西津)은 옛날 임금이 살던 서울 경복궁(광화문)의 정서쪽에 있는 땅이 끝나는 지점이자 바닷가 나루터다.
‘끝’이라는 것은 묘하게 추억과 맞닿아 있다.
익숙한 공간의 연장 선상에서 ‘끝’은 아련한 추억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강릉의 정동진이 오래전부터 추억 만들기의 대명사로 굳어진 곳이라면,
정서진은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만들어진 새로운 이색 명소로 부상한 곳이다.
이곳은 서해로 지는 태양이 만들어내는 노을빛 하늘이 아름다운 곳이다.
정동진의 일출이 희망과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면 정서진의 일몰은 낭만, 그리움, 회상을 의미한다.
매년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해넘이 행사가 개최되는 곳이다.
정서진은 경인 아라뱃길의 시발점과 맞물려 있는 곳이다.
경인 아라뱃길의 개장과 연계해 인천 서구에서 2011년부터 개발한 관광명소다.
정동진이 기차역과 드넓은 동해바다의 모래사장으로 채워져 있다면
정서진은 뱃길이 오가는 갑문과 여객선터미널이 있어 다소 생경한 모습이다.
정동진처럼 모래사장 해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갯펄)를 구경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정서진 공원이 있는 일대는 수향 8경 중 2경에 해당되는 곳이다.
‘수향’은 물과 관련된 아름다운 친수공간을 지닌 강촌의 뜻을 담고 있다.
수향 8경은 서해바다, 아라인천여객터미널, 시천가람터, 아라계곡, 수향원 수향루, 두리생태공원,
아라김포여객터미널, 한강 등을 일컫는 말이다.
사실 정서진은 아직 그리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다.
아련한 포구 정도를 상상하고 정서진에 왔다면 말끔하게 단장된 주변 정취가 이채롭게 느껴지는 곳이다.
높이 솟은 아라타워 전망대,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라타워 전망대는 아라뱃길 인천여객터미널의 랜드마크로 76m 높이(지상 23층)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 풍경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아라뱃길, 영종도 갯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영종대교 아래로 드넓게 펼쳐진 갯벌을 볼 수 있고,
영종도 위로 간간히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정서진을 알리는 이정표는 그 번잡함 사이에 다소곳하게 자리잡고 있다.
광장과 선착장이 혼재된 넓은 공간에서 만나는 정서진의 상징 조형물은 흰 돌덩어리처럼 생긴 ‘노을종’이다.
‘노을종’은 서해안의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낸 조약돌의 형태를 띠고 있다.
낙조가 번질 때 ‘노을종’ 사이로 해가 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노을종’에는 ‘끝’보다는 ‘새출발’의 의미가 담겨 있다.
‘노을종’ 옆으로는 ‘노을벽’이 마련되어 있다.
조그마한 종(鐘)이 빼곡하게 매달린 야외 벽은 이곳을 찾아온 방문객들이 추억과 새출발을 직접 새기는 체험공간이다.
노을벽은 사랑, 행복, 소망, 설렘, 우정, 낭만 등 6개의 주제가 담긴 벽에 종(鐘)을 매달 수 있게 되어 있다.
세계 유명지역의 추억 명소에 자물쇠를 매다는 것과 흡사한 정경이다. 종에는 실제로 다양한 글귀들이 적혀 있다.
노을벽 뒤로는 상단부에 해의 모습을 형상화한 정서진 시비(詩碑)가 있다.
바다와 맞닿은 공간에 세워진 정서진 시비(詩碑)에서 정호승 시인(詩人)은 ‘정서진’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벗이여
눈물을 그치고 정서진으로 오라.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다정히
노을 지는 정서진의 붉은 수평선을 바라보라.
해넘이가 없이 어찌 해돋이가 있을 수 있겠는가?
해가 지지 않고 어찌 별들이 빛날 수 있겠는가?
정서진이 운치를 더하는 것은 단순히 지리적 위치뿐 아니라 이곳에 얽힌 사연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정서진 일대는 고려시대에 ‘장모루’라는 지명으로 불렸다.
남부 지방에서 고려의 왕도인 개경으로 가는 나그네들이 하루 묵어가는 곳이었다.
당시 전라도에 사는 대갓집 아들이 과거를 보러 가면서 이곳 여각(여관)에 묵었는데,
여각집 딸과 서로 첫눈에 반해 정서진의 노을을 보며 사랑을 다짐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정서진 광장에서 일몰은 못 보더라도 사랑을 맹세하기에는 제법 운치 있는 장소들이 많이 있다.
광장 옆으로는 수로를 따라 나무 데크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그 옆으로는 풍력발전기가 보기 좋게 돌아간다.
또한 이곳은 국토 종주 자전거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출발점을 알리는 아치 조형물에는 서울 21km, 부산 633km라는 표시가 있다.
한편 정서진 광장에서 500m 떨어진 곳에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기념관 겸 영종대교 휴게소가 있다.
인천공항을 오가는 고속도로의 유일한 휴게소인 이곳은 승용차로 진입할 경우 영종대교 하부도로를 이용하거나
북인천IC에서 인천공항 방향으로 진입해야 한다.
이곳을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답사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영종대교 휴게소에서는 영종대교와 서해를 조망할 수 있다.
느린 우체국의 발상지이며, 이곳에서 편지를 작성하여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에 배달된다.
휴게소는 지상 4층 규모로 전시실, 영상관, 뮤지엄 카페, 전망대 등을 갖추고 있다.
전망대에서는 송도국제도시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바다 위로 연결하는 영종대교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영종대교의 건설 과정과 첨단 공법,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소개하는 각종 자료도 볼 수 있다.
영종대교휴게소 전시관 앞 광장에는 아기곰을 머리에 이고 있는 ‘포춘 베어’ 조각품이 우뚝 서있다.
폭 9.7m 높이 23.57m 무게 40톤의 세계에서 가장 큰 철제 조각품으로 2014년 5월에 기네스북에 정식 등재되었다고 한다.
<정서진 가는 길>
*주소 :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 아라인천터미널 정서진광장
*교통편
①자가운전 : 인천공항고속도로 청라IC → 청라경제구역 → 아라인천터미널
②대중교통 : 서울역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연결하는 공항철도(전철)를 타고 ‘청라국제도시’역에 하차하면 된다.
전철역 1번 출구를 나오면 2개의 버스 정류장이 나란히 있다.
이중 왼쪽에 있는 ‘쿠팡물류센터 방향’이라고 적혀있는 정류장에서 승차한다.
이곳에서 44번 버스를 타고 5분여 정도 가서 ‘인천여객터미널’정류소에서 하차하면 된다.
(방문일 : 2023년 2월 24일, 금)
첫댓글 정서진은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 곳입니다.
이곳을 답사하고 싶은 회원님은 댓글로 달아주시면 3월중에 답사를 할까 합니다.
답사 희망일이 평일(금) 또는 주말(토요일)인지 알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4대강 국토종주의
시작점인 경인아라뱃길
자전거라이더 에게는
성지나 다름 없는곳
봄기운이 만연하면
신나게 달려볼 생각
입니다.
잘 알고 계시는 곳이군요.
이곳에서 자전거로 어디까지 달려볼 계획이신지요?ㅎ
3월 말이나 4월 초순경 남도의 봄맞이 답사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_^
체력이 허락하는한 남쪽
으로 내달리고 싶지요.
경인아라뱃길은 즐겨
찿는 라이딩코스 입니다.
남도 봄맞이 계획 잘세워
모두함께 떠나봅시다.
정동진은 경복궁과 정동쪽에
위치한다
들었는데
정서진은 경복궁과
정서쪽에 위치하나 봅니다
전 정서진은 가보지
못했네요.
넵!
경복궁 정서쪽이라고 합니다. 정동진과는 또다른 분위기가 나는 곳이지요.
^_^
아라뱃길은 자전거로 가봤는데
여긴 못가봤네요
가볼곳이 많아지네요
덕분입니다^^
아라뱃길이 연결되는 곳인데 못 가보셨군요.
자전거로 가면서 함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ㅎ
^_^
한양의 도읍지 경복궁을 중심으로
정서진 정동진으로 지명을 표기를 한 것 같습니다.
이곳 남쪽에서도 해남의 정남진도
같은 맥락에서 지어진 곳이네요.
정서진의 인천의 아라뱃길은
서울 모임 왔다가 인천 아라뱃길을
10여년 전에 갔던 기억이 나네요.
아래 사진은 아라뱃길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
그러셨군요.
아라뱃길부근에는 분위기 있는 카페와 식당들도 제법 있지요. ㅎ
아하...... 정서진과 정동진이
그래서 붙은 나루터 이름이군요.
오늘 용타기님의 답사기를 읽으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경복궁의 정서쪽의 끝자락과
정동쪽의 끝자락.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해마다 한 두 번은 정동진 여행을 갔는데......
용타기 방장님을 통해
참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셨군요. ㅎ
여행은 알고 가면 더욱 의미가 있지요.
언제 시간되면 이곳 정서진도 함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나름대로 의미있는 곳이지요. ^_^
그림으로 보니 새롭네요.
여러번 다녀왔지요.
자주 다녀오셨던 곳이군요.
꽃피는 봄날이 되면 다시 한번 방문할까 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정남진도 있다고 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