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롯데와 푸닥거리라도 할까?” 과거 쇼핑1번지로 꼽혔던 중구 성남동 구시가지가 지난 2001년 롯데백화점의 등장으로 남구 삼산동 신상권에 상권을 송두리째 빼앗긴데 이어, 이번에는 북구 진장동에 입성하는 롯데마트로 인해 상권을 또 한번 쪼개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따라 상권회복을 위해 수년 동안 공들여왔던 로드샵 아케이드 조성, 멀티플랙스 극장 및 아울렛몰 유치로 이제 갓 살아나기 시작한 상권이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롯데마트가 들어서는 진장동(珍庄洞)은 옛날 좌병영(左兵營)의 진장(陣長), 즉 왜구의 침범을 막는 병사주둔지였으나 유통강자 롯데의 이번 입성으로 향후 울산지역 최대 유통격전기로 변모, 치열한 ‘진장대첩’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이 곳 일대 14만2,000평에는 농수산물물류센터, 집배송단지, 대규모점포, 중고자동차매매단지, 자동차경매단지 등이 집중 조성되는 만큼 삼산동 못지않는 거대상권이 형성될 전망이어서 중구 구시가지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 중구의 대표적 할인점인 삼성홈플러스 울산점의 타격이 가장 클 전망이다. 이 할인점은 수년동안 지역 대형할인점 중 매출서열 1위를 달렸으나 롯데마트 진장점이 오픈할 경우 이와 인접한 중구 동동과 서동은 물론 그동안 흡수해왔던 북구 남외동과 효문동 일대 고객들의 확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상황이 이같자 홈플러스 울산점 관계자들은 최근 오픈한 롯데마트 구미점을 방문하는 등 롯데마트의 최신 사양 파악에 나서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구미점 일대의 경우 지난해 12월 오픈한 롯데마트와 이보다 한달 빨리 문 연 홈플러스, 4년 전 오픈한 이마트가 150m 간격으로 일직선상에 위치, 총성없는 경쟁을 벌이는 곳으로 롯데마트의 이번 진장점 오픈 이후 벌어지게 될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3파전의 대결구도와 양상이 비슷하기 때문. 이에 홈플러스 울산점은 23일부터 65억원이 투입된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에 들어가는 등 즉각적인 대응에 들어간다. 상황은 구시가지도 마찬가지. 지난해 8월 문 연 중구 성남동 패션아울렛 스타는 스타뷔페와 하나로마트를 잇따라 입점하는데 성공, 삼산동 신상권 등장이후 뚝 끊겼던 주부들의 발길이 다시 몰리면서 현재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롯데마트 진장점이 1,000여평 규모의 아울렛매장을 비롯해 주부들을 공략한 홈인테리어, 뷰티샵, 문화센터, 대형 어린이놀이터, 소극장 등 복합 커뮤니티 공간을 선보일 경우 일부 이탈을 피할 수 없다. 여기에다 롯데마트는 2년후쯤 롯데시네마를 별도로 유치한다는 계획인 만큼 5년전 삼산동 롯데시네마에 극장아성을 송두리째 내주었던 뼈아픈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고 있다. 현재 진장유통단지사업협동조합이 유통단지 내 2만여평의 대규모점포단지 부지에 어떤 점포시설을 유치할지도 관건이다. 조합측은 이 곳에 명품의류아웃렛몰이나 전자관, 어린이전용백화점 등을 건립하기 위해 사업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중구 구시가지 상인들은 “구시가지 상권이 이제 막 회복기에 접어들었는데 상권이 또다시 북구로 쪼개지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며 “계속 ‘악연’으로 부딪히는 롯데와 푸닥거리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조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