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철이 들어서야‘감사의 위력’을 알다니!
솔향 남상선/수필가
우리말에‘철들다.’라는 말이 있다. 그 의미는‘사리를 분별하여 판단하는 힘이 생기다.’라는 뜻인데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학력이 없어도 일찍 철이 들이 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같이 대학을 나오고도 늦철이 나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혹자는 한 평생 죽을 때까지 철들지 못하고 죽는 사람도 있다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처럼 인생 황혼 길에 들어선 사람이 늦철이 들어 감사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 하겠다.
또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 가슴에까지 오는 데는 한 평생 걸리는 사람도 있고, 죽을 때까지도 가슴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 있다. 실로 머리와 가슴 사이의 거리는 가깝고도 먼 거리임에 틀림없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감사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라 하겠다. 김수환 추기경도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데 평생의 세월이 소요됐다 하니 마음을 제어하고 감사하며 사는 길이 쉽지 않음을 시사해 주는 사례라 하겠다.
인생 원숙의 경지에 계셨던 분도 이러했으니 우리 같은 범부는 어떻겠는가! .
철이 든 사람이나 안 든 사람 누구를 불문하고 인간은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사는 걸 보면 권세, 사회적 지위, 물질적 풍요와는 상관없이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그런가 하면 같은 조건인데도 불행하게 사는 혹자도 있다. 생각해 보니 요체는‘욕심을 버리고 사느냐? 의 여부’에 따라 행불행이 좌우된다고 하겠다.
몽데뉴의 명언에
‘탐욕은 일체를 얻고자
욕심내려다 오히려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고 했다.
또 노자는
‘탐욕보다 큰 재앙은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깨달음에는 계기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나는 인생 느지막에 철이 들어‘감사하며 사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는 걸 깨달았다. 교육감상, 교육부 장관상, 국무총리 표창, 모범 공무원 상, 대학총장상, TJB 교육대상, 홍조근정훈장 등 크고 작은 상에 훈장을 받고서도 깨달음이 없었던 내가 4기 전립선암이 발병 돼서야 소중한 걸 깨달았다.
2021년도 5월 중순이었다. 한국효문화진흥원에서 종일 근무하고 퇴근했다. 저녁식사 마치자마자 심한 복통이 일었다. 대덕고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할 때, 요로결석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던 바로 그 증상이었다. 참을 수 없는 복통에 목동 선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의사 선생님이 진단 후 한 말씀하셨다. 요로결석도 문제지만 전립선에 문제가 심각하니 입원하고 정밀 조직검사를 받으라는 거였다. 입원 이틀 후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 비뇨기과 원장님이 중대 발표라도 하듯이 내 분신인 남매와 환자인 나를 앉혀 놓고 입을 열었다. Psa235 전립선암 4기입니다. 다행히 장기전이는 안 되었습니다.‘전립선암 4기 - 전이가 안 됐다’ 말 몇 마디에 ‘절망과 안도의 한숨’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내 분신인 남매는 아비가 서울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야단법석이었다. 천우신조의 도움이었던지 아산병원 전립선암 국내 1인자 의사 선생님 진료가 1주일 후로 잡혔다, 보통 일반인들이 라면 진료 예약을 할 때 3,4개월 걸리는 것이 7일 만에 잡혔으니 천운이 작용하는 것 같았다.
복통으로 응급실 갈 일이 없었으면 전립선암 발견도 못하고 4기 암환자가 그대로 집에서 죽었을 지도 모르는데 하늘이 날 살려 주시려고 은총이 작용한 거 같았다. 거기다 전이도 되지 않고 7일 만에 천하 명의 진료를 받게 되었으니 이 어찌 하늘에 감사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래서 전립선 암이 발견된 날로부터 감사만 하고 살았다. 그 결과 Psa235 수치가 수술이나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받지 않고 정상인의 수치 Psa4 아래로 떨어졌다.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생활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니 모든 암환자한테 감사하며 살라 전하고 싶다.
‘늦철이 들어서야‘감사의 위력’을 알다니!’
나는 늦철이 들어 감사하며 사는 법을 터득했고, 그로 인해 전립선 4기암환자가 하늘의 기적으로 살아났다. 암환자가 되는 바람에 제자 지인 친구 선후배의 엄청난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 결과 감사와 사랑의 힘은 기적까지 불러온다는 기상천외의 사실까지 터득하게 되었다.
이 어찌 우연의 소득이라 하겠는가? .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명언 ‘감사의 분량이 행복의 분량’이란 말을 영원히 붙들어 놓고 싶다
거기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행복은 감사하는 사람의 것이다.’를 놓치고 싶지 않다.
플라톤은‘행복론’에서 인간이 행복하기 위한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엔 약간 부족한 외모,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절반밖에는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남과 겨루었을 때 한 사람에게는 이기고,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연설을 했을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보내는 말솜씨라 했다.
정리하면 플라톤이 말하는 행복은 조금은‘부족함’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나는 타고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을 그 우위에 놓고 싶다.
우리는 과욕으로 일을 그르쳐 본 적은 없는가?
조금은 부족함으로 행복을 추구할 것인가?
노자의 명언을 새기며 살 것인가?
감사의 분량이 행복의 분량!
무엇을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으로 삼을 것인가!
첫댓글 살아있는 건 매일이 기적이라고 하던데, 선생님에게 찾아 온 기적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저도 본받아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