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해양·방산·친환경 산업의 핵심 역할
로봇·소재영역과 기존 산업 경쟁력 시너지 도모
그룹 내 안정적 입지에 기반한 적극 행보
한화그룹(이하 한화)의 3세대 경영인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김동관 부회장의 공격적 경영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김 부회장은 항공·우주, 방산, 태양광 등 자사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사업의 역량 강화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해양-방산 통합, 독보적 경쟁력 갖춘다
지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대립구도에 따른 글로벌 블록화 현상 등 지정학적 위기로 방산은 주요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자국민의 안전 보장을 명목으로 국방예산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방산의 선두주자인 한화는 최근 주요 국가들에 대한 다양한 전략무기 수출 계약을 따내며 독보적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고자 한화는 한화오션의 사업 반경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3일 한화오션은 이사회를 통해 약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확충되는 자본은 해외 방산 생산거점 확보, 글로벌 해상풍력 서비스 구축, 친환경·자율주행 선박기술의 연구 및 개발 등 미래 해양사업 역량 강화에 투자된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출처= 한화오션
이번 유상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한화의 다른 관계사들도 참여했다.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일련의 투자 계획에는 함정(艦艇) 제조기술 및 방산 기술부터 친환경 해양 개발에 이르는 한화 관계사들의 주요 역량이 총동원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에는 김동관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 참석한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오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과 함께 다양한 사업적 시너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 “체계적 투자로 한화오션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하나씩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특수소재까지 영역 확장
한화는 로봇 관련 사업의 비중도 키우고 있다.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한화는 협동로봇과 무인운반차 사업을 분리해 이를 전담하는 새로운 법인인 ‘한화로보틱스㈜’를 설립하는 계획을 밝혔다. ㈜한화 그리고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함께 조인트벤처(Joint Venture, 특정 목적의 달성을 위한 2인 이상의 공동사업체) 투자 형태로 설립하는 한화로보틱스㈜의 지분은 ㈜한화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각각 68%와 32%를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법인의 출범 시점은 오는 10월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결단에는 여러 측면의 계산이 반영돼있다. 우선 글로벌 로봇산업의 성장이다. 국제로봇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로봇시장의 규모는 360억달러(약 47조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인공지능과 연결된 첨단 영역에서 로봇의 다양한 활용 방안이 논의됨에 따라 관련 시장은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연맹은 2025년 글로벌 로봇시장 규모가 530억 달러(약 67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한화는 로봇 개발을 통한 자사 내 인접 산업과의 시너지까지 도모하고 있다. 이미 한화는 산업현장에서 활용되는 산업용·협동 로봇 제조 분야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방산, 해양, 항공우주 등 다른 미래 산업과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 실제로 지난 6월 한화의 기계설비 자회사 한화모멘텀은 글로벌 협력사 관계자들을 경남 거제의 한화오션 본사로 초청해 협동로봇을 활용한 용접자동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6월 7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방문해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 한화그룹
또 한화는 첨단 기술 영역의 필수 요소인 특수소재 분야로도 영역을 넓혔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의 스타트업 ‘피닉스테일링스’에 약 40억원을 투자했다. 피닉스테일링스는 희토류 금속을 기반으로 첨단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기술 경쟁력과의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로봇 산업과 공통분모가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피닉스테일링스가 생산하는 금속 및 특수소재와 기존 우주·방산 사업이 실현 할 수 있는 시너지의 가능성이 이번 투자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김동관 부회장이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명확한 방향성이 완성된 것을 감안할 때, 이번 투자 결단 역시 김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화의 경영적 의사결정권한은 김승연 회장에게서 김동관 부회장으로 사실상 일임됐다. 이를 통해 그룹 내에서 안정적 입지를 확보한 김 부회장은 10년, 20년 후 한화의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 마련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주요 자회사의 사업 책임자 시절 김 부회장은 뛰어난 감각으로 자신의 뛰어난 경영 판단력을 여러 차례 입증했다. 재계는 유력한 한화의 차기 총수인 그가 앞으로 이뤄낼 성과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출처 : 이코노믹리뷰(https://www.econov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