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시대는 도래했는가 - 최근 동시 흐름에 대한 진단 4-1
네이버블로그/ 최승호의 말놀이 동시집
∇ 최승호라는 분기점
최승호 이전, 그러니까 그의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 첫 권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동시단을 감도는 것은 대체로 ‘엄숙주의’ 분위기였다. 어린이의 현실을 앞세우거나 자기 폐쇄적인 언어의 세공을 앞세우거나 간에 동시에서 재미보다는 엄숙한 의미나 분위기를 더 따졌던 시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2005년 제출된 최승호의 동시는 ‘시는 본디 엄숙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것’이라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의 성격을 지닌다.
주지하다시피 그의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는 유사 이래 가장 많은 독자를 거느린 동시집에 되었다. 이를 상업적 기획의 성공으로 연결 짓고 마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근원에는 어른 중심의 진지함과 엄숙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동시를 건져 와 놀이를 지향하는 아이들에게 주고자 하는 새로운 도전의식이 들어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는 말하자면 시인의 그런 문제의식이 표출한 결과물이었으며, 그 시집에 대한 반향은 그런 문제의식에 공감한 독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의 결과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승호의 동시가 이렇게 독자들의 호응을 받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언어감각과 상상력을 구비한 시인들이 비로소 동시 창작 대열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최승호의 동시는 지난 10년간 동시의 새로운 흐름을 예고하는 분기점이자 신호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지난 10년이 거둔 것
최승호 이후, 그러니까 지난 10년간 우리 동시의 중요한 현상 가운데 하나로 들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동시단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간된 이안 시인의 『다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문학동네, 2014)는 그런 현상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그런 참여의 성과를 성실하게 짚어 준 평론집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평론집에 등장하는 시인들 대부분이 기존의 동시단에 몸을 담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들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들 가운에 송찬호, 안도현, 함민복, 이정록, 이면우, 윤제림, 박성우, 송진권, 유강희, 김륭 등 이른바 성인문단에서 활약하던 시인들이 있고, 정유경, 신민규, 이창숙, 송선미, 장동이, 안진영, 주미경, 김응, 김유진, 임복순, 장세정처럼 근래 아동문학 집지 지면을 통하여 새롭게 등장한 신인들이 있으며, 김환영, 김창완, 강정규처럼 시와는 별개의 장르에 종사하다 동시를 발표하게 된 시인들이 있다. 이런 다양한 출신 성분을 따져 볼 때, 지난 10년간 우리 동시단의 변화가 그 이전과는 얼마나 다른 지점에서 이루어졌는가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이를 보면 우리 동시단을 새롭게 구성한 얼굴들 가운데 성인시단 출신의 시인들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신인들의 출현과 활약 또한 그에 못지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지난 10년간 우리 동시단은 새로운 인자들로 출렁거린 변화의 시대였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한 분위기는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며 그에 적극적인 옹호론을 펼쳤던 이안의 발언 속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과거 우리 동시의 실패가 “일체의 배반이 없고 일체의 파산이 없는 데서 기인”(98~99면)했음을 일갈하며, 지난 10년간 우리 동시가 그러한 정체를 깨뜨리기 위해 분주한 시기였음을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시인이란 “권위와 우상에 대한 파괴”(84면)를 실천하는 존재이며, “동시성에서 비동시성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밀고 나가면서 언제까지나 비동시성의 신인이기를 갈망”(94면)하는 존재다. 이안이 보기에 지난 10년간은 그러한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 분투한, 새로운 시인들에 시대였다. 그는 신민규, 이창숙 같은 신인들을 일러 “우리 동시의 엄숙성, 교훈성, 주제 중심의 흐름에 균열을 가하는 건강한 웃음의 상상력을 지닌 시인”(22면)이라 찬사를 보내며, 유강희, 김륭 같은 성인시단 출신 시인들의 동시에 대해 “새로운 언어는 새로운 인식을 낳”(32면)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지난 10년간은 우리 동시의 흐름이 그러한 새로운 상상력과 언어를 구축하는 데 충실하게 이바지한 시기임을 강조한다.
물론 이안의 이런 진단은 우리 동시단의 흐름을 냉철하고 총체적으로 조망한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안의 시선 자체가 객관적인 외부자의 그것이 아니라 ‘내부자의 시선’에 연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안의 발언 전부를 ‘팔이 안으로 굽는’ 차원의 편협한 시각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의 말대로 지난 10년간은 우리 동시가 이전에 흔히 접할 수 없던 언어와 상상력을 선보인 시기임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 ‘동시를 읽는 마음, 새로운 동시를 위한 탈중심의 상상력(김제곤, ㈜창비, 2022)’에서 옮겨 적음. (2023. 5.27. 화룡이) >
첫댓글 우리 상주문협카페 회원 여러분, 안녕들하시죠?
날마다 찾아주시는 단골손님들 덕분에 카페 안이 늘 환합니다.
우리 상주에서는 '동시의 마을 상주'라는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주문협(회장 이승진)'과 '상주아동문학회(회장 박정우)'에서는
해마다 여러 가지 일들을 기획해서 추진해 오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상주교육지원청에서도 경북 북부지역(상주·문경·예천·김천) 교직원을 대상으로
'동시를 읽고, 동시를 쓰다'라는 주제 연수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5월 16일부터 15회에 걸쳐 펼쳐지는 이 연수(매주 화요일 오후 4시~6시)에는
열두 분(안도현, 임수현, 하청호, 송선미, 유강희, 김제곤, 장동이, 김개미, 우경숙, 이안, 김룡, 송찬호)의
최강 강사진을 모셨다고 합니다.
'상주문협'과 '상주아동문학회'의 회원인 저도 감사와 동참의 의미를 담아
오늘부터 연수가 끝나는 날(2023. 8.29)까지 하루 한 꼭지씩의 주제 글(동심의세계, 동시맛보기 등)을 탑재코자 하오니
우리 카페 회원님들께서도 동심(童心)을 일깨우는 마음으로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상주까지 갈 수는 없지만 지면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니 아주 반갑습니다
상주문협의 발전과 화룡이 시인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