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읽으며
석야 신웅순
우리들에겐 시를 읽는 것이 생활의 일부이다. 이유들이야 있겠지만 나에겐 보석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경제적 여유라도 있으면 기부라도 하겠으나 처지가 못 되고 보니 나름대로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독서는 시간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야 읽을 수 있다.
옛날 선생님께서 화장실에서 영어 단어를 외우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카타르시스가 되어 머리가 맑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화장실에서 영어 단어를 외웠다.
시집을 화장실에 두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들어선지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휴대폰 대신 시를 읽으니 기분이 좋다. 좋은 시를 만날 때면 행복하다. 인용이나 해설을 위해 표시해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버릇이다.
좋은 작품은 언젠가는 눈에 띄게 되어있다. 내가 보지 못해도 남들이 보아준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지만 나는 예술 시조를 선호하는 편이다. 으례이 단시조에 예술 시조가 판단 기준이 되어왔다. 비판적인 시조도 예술 완성도가 높을 때는 그것을 더 쳐주었다.
시를 읽을 때마다 생각나는 시조가 있다.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 이 가는 이 흙이라고 하는 고야
두어라 알 리 있을지니 흙인 듯이 있거라.
- 윤두서
오래 읽을수록 좋아지는 시가 있는가 하면 금방 좋아졌다 식어지는 시조도 있다. 좋은 시조는 어떤 시조일까. 곧은 뼈대가 있어야한다. 사상이나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래야 오래 남을 수 있다.
시인이 시를 읽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좋은 시 한 구절이 웬만한 책 한 권보다 낫다.
오늘은 동시조를 읽었다. 어린 아이 같은 맑은 영혼이 좋았다.
여름내 뙤약볕에
그렇게 그을려도
솜구름 오고가며
뽀독뽀독 닦아주어
하늘은 가을 하늘은
티끌 하나 없지요
- 김종상의 「가을하늘」
올해엔 유난히 구름이 많다. 미세먼지로 가득 찬 하늘을 열심히 닦고 있다. 인간들의 욕심을 땀 흘리며 닦아내고 있다. 구름들을 보며 사람들은 많은 반성을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이 좀 일찍 올 것 같다.
- 석야 신웅순의 서재, 여여재. 2022.8.10
첫댓글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이 가는이 흙이라 하는고야
두어라 알이 있으니 흙인듯이 있거라
주문왕이 강태공을 찾은것은 역시 흙에 묻은 옥을 볼수있었기에 *흙속의옥 강태공*과 그것을 찾아내는 慧眼 !
고맙슴니다
좋은글을 읽을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이런 분들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찾아야 합니다.전 글로나마 찾으려고 합니다.
진실이 판을 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리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요새 돌베개에서 나온 공재 윤두서를 읽기 시작했는데. 이런 훌륭한 시조가 있었는줄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삼여재 선생님을 생각하며...
<선생님 계시지 않음을 믿고 싶지 않다>
지난 일주일 동안을 기억하지 않으려
뇌가 애쓰고 있다
선생님의 不在를 부인한다
또 다른 뇌는
그걸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
선생님의 不在를 인정한다
치열하게 싸움 중이다
“세상에 안 죽는 사람 어데 있나”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생사의 길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니 상심 마십시오.
편히 가시라 이별해 주십시오.
그게 아름다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정이 많으신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