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한산성 도립공원은 성곽 일원 전체가 사적 제57호로 지정되어 있다. 남한산성만큼 치욕스런 역사를 지닌 곳도 흔치않다. 1637년 병자호란 때 인조임금이 이곳에 피신했다가 청나라에 항복, 아홉 번이나 맨땅에 머리를 조아리는 ‘삼전도의 치욕’을 겪었던 곳이다.
삼전도는 지금의 송파구 삼전동이다. 조선 후기에는 천주교인들의 박해터로 이용되었는가 하면, 근대에는 한동안 군교도소가 위치해 살벌했던 분위기에 웬지 모를 거부감을 느끼게도 했다. 그러나 고난과 실패의 과거는 앞으로 부끄럽지 않은 역사와 전통을 만드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남한산성은 반드시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 부드러운 산능선을 따라 걷는 하이킹 등산을 하다보면 저절로 반성하는 역사공부가 된다.
남한산성은 본래 지금의 성남시와 하남시는 물론 서울 강동구 송파구 서초구 일대를 거느렸던 넓은(廣) 고을(州) 광주땅이었다. 그래서 남한산성은 예부터 ‘광주의 얼굴’이었다.
이 산성은 신라 때 처음 토성으로 축성됐으니 역사가 1,300년을 넘었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산림욕, 가을 단풍, 겨울 설경을 자랑하는 남한산성은 연간 200만이 넘는 탐승객들이 찾고 있다. 현재 성내에서는 보수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 당시를 재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코스가이드
산행은 본성 성곽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송파구 방면에서는 서문과 연주봉으로 가닥을 잡는 등산로가 발달되어 있다. 북으로는 연주봉과 벌봉으로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연주봉과 벌봉 사이 고골에서 북문으로 오르는 코스는 북문이 보수공사로 막혀 있는 관계로 예전에 비해 등산인들 발길이 뜸하다. 산성 서쪽 하남시에서 광지원리로 이어지는 43번 국도변 하산곡리·상산곡리·엄미리 방면에도 등산로가 있다. 그러나 이 방면은 지도 제작 상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 ▲ 성남시 방면 산행 기점인 남문.
-
산성 남쪽은 산성리 성 안에서 오르내리기 때문에 코스들이 짧다. 그러나 이 방면 코스들은 긴 능선인 벌봉 북릉과 연주봉 북릉 등과 연계하면 길이가 7km 안팎이 되는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성남시 방면은 은행동에서 남문으로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남문 남쪽 검단산(538.1m)도 남한산성 도립공원에 들어가지만 이곳 역시 지도 제작에 문제가 있어 다음 기회로 넘겼다. 지형도 상의 남한산성 최고봉은 수어장대가 있는 청량산(482.6m)보다 39.4m가 더 높은 남한산(522m)이다. 코스소개는 각 기점에서부터 최고봉인 남한산 정상에 오르는 거리와 시간으로 정리했다.
○ 광주시 산성리 방면
큰골 입구~한봉~정상 : 남한산 정상 남동릉은 동장대에서 동문으로 이어지는 내성(內城)을 지키기 위한 외성(外城)이다. 이 외성은 남동릉 지능선인 한봉(418m)까지 이어진다. 한봉 산행기점은 광지원리에서 남한산성 동문 안으로 이어지는 308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큰골 입구에서 시작된다. 큰골 입구는 동문 전방 약 700m 거리다. 큰골 입구 오른쪽에 계류가 있다. 이 계류 오른쪽 가파른 지능선이 한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이 길은 너무 가팔라서 이용하는 등산인이 많지 않다. 바로 옆에 평탄한 큰골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두 코스는 한봉성암문에서 만난다.
- ▲ 북문에서 약 1km 거리인 군포지 수구와 암문. 북문 방면 성곽에서 유일하게 성안 길과 성밖 길이 연결되는 곳이다. 성벽 왼쪽 구멍은 수구.
-
큰골 계곡 안으로 약 500m 구간이 탑공원이다. 수백 개에 달하는 각양각색 돌조각 작품들을 구경하며 20분 거리에 이르면 마지막 집인 굿당에 닿는다. 굿당 입구에서 오른쪽 30m 거리에 7층석탑이 있다. 이 석탑 옆 오솔길로 약 15분 오르면 한봉성암문에 닿는다. 한봉으로 직접 오르는 길은 큰골 입구 오른쪽 대형 산불조심 간판 옆 지능선으로 오르면 된다. 10분 가량 오르면 묵묘 2기가 나오고, 곧이어 약 60m 너덜지대로 들어선다. 매우 가파른 너덜지대를 통과한 다음, 15분 가량 더 오르면 한봉 정상을 ∪자형으로 감싸고 있는 성곽 아래에 닿는다.
성곽 가운데 석축들이 허물어진 곳으로 올라 약 30m 가면 푯말(↑동장대 1.2km, ↑벌봉 1.6km)이 나오고, 푯말 왼쪽으로 10m 오르면 한봉(漢峰) 정상이다. 사방이 숲으로 에워싸여 조망은 없다. 이어 성곽 상단부 길로 5분 내려가면 광지원 방면 능선 갈림길에 닿는다. 갈림길에서 왼쪽 능선길로 6~7분 내려가면 큰골 길과 만나는 한봉성암문이다. 암문 동쪽 계곡길은 벽수골~엄미리로 빠지는 길이다.
- ▲ 동문 방면 장경사신지옹성을 지나 동장대로 오르는 성곽길에서 뒤돌아 본 광주시 방면. 앞 능선은 광지원리로 이어지는 남한산 남동릉이다. 왼쪽 멀리는 양자산 앵자봉 무갑산 등이다.
-
암문에서 북쪽 성곽길로 20분 오르면 챙성암문에 닿는다. 암문으로 들어서면 동쪽 은고개 방면 길과 만나는 삼거리 푯말(←벌봉 0.4km, 엄미리 2km→)이 있고, 왼쪽 산길로 10분 가면 삼각점이 있는 남한산 정상이다. 큰골 입구를 출발해 큰골(또는 한봉)~한봉성암문~챙성암문을 경유해 정상에 오르는 산행거리는 약 1.5km로, 1시간30분 안팎이 소요된다.
동문~장경사~동장대~정상 : 동문 안쪽 삼거리의 푯말(↑벌봉 1.9km, ←남문 1.7km, 광지원매표소 7km→)에서 북쪽 산자락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은 망월사와 장경사로 이어진 자동차길이다. 동문 방면 도랑을 지나 왼쪽으로 가면 동장대로 이어지는 성곽길이 시작된다. 이 성곽길로 약 15분 올라가면 오른쪽 아래가 절벽인 송암정(松岩亭)터에 닿는다.
송암정은 황진이(黃眞伊)가 이곳을 지나는데 남자 여러 명과 기생 2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남자가 황진이를 희롱하려하자 황진이가 심오한 불법을 설파하자 그 중 한 기생이 자신의 행태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투신자살한 곳이라 전해진다.
송암정을 뒤로하고 20분 가량 오르면 동문에서 보았던 자동차길과 만난다. 이곳에서 계속 직진하는 성곽길로 가도 되지만, 잠시 왼쪽 자동차 길로 들어가 5분 거리인 장경사(長慶寺)를 구경하는 것도 괜찮다. 인조 16년(1638년) 각성(覺性·1575~1660) 스님이 승군(僧軍)을 지휘했던 호국사찰이다. 남한산성 내에는 9개 사찰이 있는데, 대부분 산성수축과 수성을 위해 동원된 승군들이 기거했던 곳이다.
- ▲ 장경사신지옹성. 옹성 뒤는 남한산 남동릉이다. 오른쪽은 한봉.
-
장경사에서 동쪽 오솔길로 100m 가면 다시 성곽길로 들어선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성곽길을 타고 20분 오르면 해발 400m 높이에 축조된 장경사신지옹성에 닿는다. 동쪽 아래로 ∩자형을 이룬 이 옹성에서는 큰골 건너로 외성인 한봉과 한봉성암문이 조망된다.
옹성에서 10분 오르면 동장대다. 동장대에서 왼쪽 약 100m 거리인 동장대암문을 통과해 성밖으로 나간 다음, 오른쪽으로 있는 또 하나의 암문을 통과해 8~9분 가면 봉암성(蜂巖城)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을 지나 5분 가면 삼거리 푯말(←벌봉0.2km, ↓동장대 0.4km, 한봉 1.4km→)에 닿는다. 왼쪽은 벌봉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성곽길로 5~6분 가면 남한산 정상에 닿는다.
정상 주변은 숲으로 에워싸여 있어 동쪽으로만 조망된다. 용마산 뒤 멀리 유명산과 용문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남동으로는 양자산 앵자봉 무갑산이 펼쳐진다. 동문을 출발해 송암정~장경사~장경사신지옹성~동장대를 경유해 정상에 오르는 산행거리는 약 2km로, 1시간40분 안팎이 소요된다.
종로 로터리~북문~군포지 수구~동장대~정상 : 종로로터리 버스종점에서 북문을 경유하는 이 코스는 가장 쉬운 코스다. 일단 자동차도 올라가는 북문에 도착하면, 이후 동장대 방면은 순탄한 성내 길을 걷기 때문이다. 로터리 북쪽 산성민속촌(식당) 앞을 지나는 길로 10분이면 북문에 닿는다. 북문 오른쪽 성내 길을 따라 5분 가면 작은 군포지(군막사)터가 있다. 작은 군포지터를 지나 5~6분 가면 오솔길이 V자로 갈라진다. 직진하는 길은 계속 성곽을 따르는 길이고, 오른쪽 내리막으로 3~4분 내려가면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큰 맷돌이 있는 옥정사지(玉井寺址)에 닿는다. 옥정사지는 종로로터리와 동문 사이 관리사무소에서 올라오는 길도 있다.
남한산성 수축 전부터 절이 있었던 곳으로, 절 뒤에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옥같이 맑은 샘물이 나온다 해서 생긴 이름이라 전해진다. 이 절도 산성 수축 이후 승군들 숙식을 해결하는 군막사찰(軍幕寺刹)이 됐다. 절 건물은 고종 때까지 유지됐으나 일제가 무기와 화약 등을 강탈하면서 건물을 폭파했다 전해진다.
직진하는 오솔길로 4~5분 가면 성곽길과 다시 만나고, 곧이어 군포지 수구(水口)암문에 도착한다. 이름 그대로 물이 빠져나가는 돌구멍이 있는 수구 왼쪽에 있는 암문은 북문 방면 성곽에서는 유일하게 성안과 성밖 길이 통하는 곳이다. 북쪽 고골에서 성밖 길을 타고 정상으로 가는 경우 이 암문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군포지수구에서 가파른 오르막은 6~7분 거리에서 끝나고, 다시 평탄한 성곽길이 이어지며 불과 3~4분이면 동장대암문에 닿는다. 동장대는 약 100m 더 가야 된다. 동장대암문을 빠져나가면 지나온 군포지 수구암문에서 오는 성밖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고, 삼거리에서 오른쪽 두 번째 암문을 통과해 정상으로 가면 된다. 버스종점인 종로 로터리를 출발해 북문~옥정사지~군포지 수구암문~동장대암문을 경유해 남한산 정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