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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타던 자전거를 제주에 갖다 놓아서 할 수 없이 여분의 중고자전거를 하나 더 구했다. 이제까지 타던 ‘잔차’는 엄청나게 오래된 거지만 카본이고 이런 저런 부속도 대충 손보고 교체를 하면서 그럭저럭 타는데 지장이 없었고 장거리 여행도 다니는데 별 무리가 없었다. 특히 힘없는 내가 언덕을 오르기에도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손을 봐서 좋았지만 제주에 놓고 오는 바람에 다른 것을 영입하게 된 것이다. 올 초에 일본 ‘자캠’ 여행 시 잔차를 갖고 버스나 기차를 탈 수 없었던 원한이 있는 터라 접이식 MTB를 구했다.
이 자전거는 원래 군인들이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으로 이동이 편하게 접이식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접이식이라 좋지만 구조상 원래 약하다보니 그것을 극복하려고 바디의 접히는 부분이 엄청나게 두껍게 만들어진데다가 알루미늄이라서 무게가 무겁다.
그래서 우선 무게를 줄일 목적으로 쇼바가 있는 포크를 쇼바가 없어서 밑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모두 견뎌야하는 단점이 있지만 가벼운 리지드 포크를 해외직구로 구해서 바꿨다. 고기 두 세근 정도 무게를 줄인 거 같다. 그리고 카메라가 두 개는 들어갈 만큼 큰 핸들바 카메라 가방을 역시 해외직구로 구했다. 포크에 쇼바가 없어서 밑에서 올라오는 충격 때문에 민감한 디지털카메라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가방이 헨들바에 매달려서 거치되는 구조라 흔들리기는 해도 지접적인 충격은 덜 받을 거 같아서 오랜 망설임 끝에 구입을 했다. 내가 카메라가 아니라서 그 충격을 얼마나 견딜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기도나 할 뿐.
핸들의 높이를 높여서 허리를 펴고 자전거를 탈 목적으로 보통의 수평내지는 작은 각도의 ‘스템’에서 ‘고각도스템’으로 바꿨다. 이거 두 개 달고 보니 노력해서 번 고기 두 어근의 무게는 다시 도로나무아비타불이 되었다.
원래 10단짜리 기어가 달린 잔차를 산 건데 앞 34t 체인링 안쪽으로 ‘레버’나 ‘앞드레일러’가 없이 ‘24t 체인링’만을 비상용으로 하나 더 달았다. 원래 앞 체이링이 세 장이 달린 것이 보통인데 전 주인이 무게를 줄이려고 앞 체이링은 한 장만 달린 구조로 바꾼 거 같다. 물론 뒤의 스프라켓 1단이 42t라서 웬만한 언덕을 오를 수는 있지만 하체가 부실한 나한테는 역시 무리가 가는지라 1단 기어인 24t 한 장 더 달아서 언덕 업힐 능력을 배가 시켰다. 그리고 뒤의 스프라켓도 1단이 46t인 판이 좀 더 큰 것으로 바꿔서 업힐 능력을 향상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앞 체인링 1단은 체인링만 달았기 때문에 기아 벽속을 할 때는 수동으로 해야 한다. 즉 높은 고개를 만나면 자전거를 내려서 손으로 2단에서 1단으로 변속을 해 줘야하고 고갯마루에 도착해서는 다시 자전거에서 내려서 1단에서 2단으로 변속을 하고 내려가야 하는 구조다. 보통은 왼쪽 손 부분에 레버와 체인랑 옆에 앞드레일러가 있어서 손가락만 까닥하면 변속이 되는 거지만 그렇게 하면 무게가 다시 늘어나니 수동으로 하기로 한 것이다. 아주 심한 고개나 짐을 싣고서 고개를 넘을 때 말고는 평소에 그렇게 자주 1단을 사용할 거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숙제다. 그리고 내리막이나 평지에서는 3단 체인링이 없어서 속도를 크게 낼 수가 없어서 아무리 ‘끌바’수준의 라이더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 고민되는 사항이다. 그렇다고 3단 체인링 달고 3단 레버에 드레일러까지 달면 무게가 편리하기는 하지만 무게가 늘어날 테니 갈등이 이는 부분이다. 차차로 타다 보면 답이 나오리라 생각이 든다.
현재의 핸들바는 약간의 각도가 있는 ‘라이저바’인데 지금 상태로는 완전히 허리가 직립이 되지 않아서 손목과 팔꿈치 그리고 요즈음은 허리도 시원찮은 나로서는 각도가 더 큰 라이저바로 바꿔서 허리를 더 펴고 싶은데 여기 저기 찾아봐도 가성비가 좋은 각도가 큰 라이저바가 없다. 보통 각도가 큰 라이저 바는 알루미늄이고 중국제카본 라이저바는 싸고 좋은데 각도가 큰 것이 없다. 더러 큰 각도의 라이저바가 있기는 한데 좀 가격이 나가는 편이다. 보통 중국제는 약하다고 하지만 험한 산악용으로 잔차를 굴릴 것이 아니고 그저 시골아저씨 자세의 직립자세로 탈 것이라서 별 문제가 없어서 구하고 싶은데 큰 각도가 없다. 아마 카본이 약하다보니 각도가 큰 것은 기술적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지금 달려 있는 것과 비슷한 각도뿐이라서 이 역시 고민이다. 그리고 종을 아직 못 달았다. 종은 필요하기도 하고 필요 없을 거 같기도 하고 이 역시 고민거리 추가다. 다 달수록 편리야 하겠지만…….
어제는 그 동안 구석에 처박혀만 있던 전에 사용하던 짐받이를 달았다. 이 게 전에 여행갈 때 가방무게를 못 이기고 한 곳이 부러졌던 것을 실로 칭칭 감고 본드로 떡칠을 해서 수리한 후에 아침에 잠에서 일찍 깬 김에 두어 시간 씨름을 해서 달았다. 자전거 관련 일은 간단한 것 같아도 기술이 없는 나는 두어 시간은 기본이다.
그리고 누군가 내놓은 흙받이를 택배로 받아서 여러 날을 상자도 안 풀고 구석에 놓아두기만 했었는데 오늘 드디어 달았다. 나사도 두어 개 부족하고 내 자전거가 좀 특이하다보니 안 맞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렇게 저렇게 잔머리를 굴려서 대충 붙였다. 이 게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약하지는 모르겠으나 특별히 무게를 많이 안 늘려서 맘에 든다. 비오는 날이나 물이 튀는 길을 갈 때는 튀어 올라오는 물이 신발과 바지를 더럽히고 사타구니를 적시며 등짝 뒤로 더러운 점무늬 그림을 그리는 것이 늘 맘에 안 들었었다. 그럴 때면 누군가 가르쳐 준대로 시속 12K를 유지하면서 달리느라고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는데 이제부터는 그럴 일들이 없을 거다. 안장은 원래 사용하던 것이 있어서 자전거가 도착한 날로 진작 바꿨다. 이 안장은 좀 무거운 것이 단점이지만 하루 종일을 잔차에서 안 내리고 달려도 엉덩이 아픈 것이 전혀 없는 안장이다. 전립선에 문제가 있다고 의사가 겁을 줬던 것을 생각하면 무게를 감수하고라도 꼭 필요한 물건이다. 그런데 내가 관리를 잘 못해서 구탱이가 살짝 찢어진 부분이 있던 것이 늘 신경이 쓰였는데 이번에 짐받이 본드칠 수리하면서 이것도 낚은 가죽 재킷 안주머니에서 가죽을 잘라내서 본드로 떡칠을 해서 그 부분에 붙였다. 안장 표면이 딱딱한 것이 아니라서 엉덩이를 움직일 때마다 안장 표면도 움직이는 물건인데 특히 많이 움직이는 옆 부분에 붙인 거라서 본드 칠이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다.
타이어는 원래 달려 온 MTB용 1.95인치짜리 ‘깍두기타이어’를 볏겨내고(볏겨 내다 기술부족으로 아예 가위로 잘라버림) 집에 있던 1.5와 1.75인치 로드용으로 바꿨다. 일이 꼬이려고 집에 있던 타이어가 1.75짜리는 두 개고 1.5짜리가 한 개라서 좁은 것은 앞에 좀 더 두꺼운 것은 뒤에 달았다. 사실 1 3/8인치짜리 두 개를 새로 이번에 샀지만 기존이 타이어는 비록 오래 되었지만 펑크에 특화된 타이어라서 그냥 지금도 그냥 이처럼 ‘짝재기’로 달고 다닌다. 언젠가는 더 얇은 이번에 새로 산 것으로 바꿔야 하겠지만 그게 언제 될지 하세월이다. 사실 새 거는 너무 가늘어서 가방을 싣고 달릴 때는 어떨지 약간 걱정이 되기는 한다.
물통은 참 안사진다. 그냥 패트병을 거꾸로 꽂고 고무줄로 묶었다.
안경은 5천원짜리 ‘오클리’짝퉁을 야간용과 함께 해외직구로 샀다. 주간용을 어제 자전거에 꽂고 언덕에서 내려오다 떨어트리고 뒷바퀴로 갈려서 안경다리를 분질러 먹었는데 그것도 어제 본드작업했다. 부러진 다리는 떡칠을 해서 본래보다 더 튼튼해졌지만 구부려 지지는 않는다.
안경 옆에 있는 나뭇가지는 수동으로 체인링을 바꿀 때 쓰는 ‘자연친화적인’ 도구이다.
그 위에 노란 고무줄과 작은 타이밴드는 길에서 라이딩 중에 주운 것이다. 라이딩 중 더울 때 벗은 옷을 거기다 돌돌 말라서 갖고 다니면 딱 좋다.
그리고 신발!
클릿신발도 참으로 스트레스 덩어리다. 특히 겨울에는 더욱 그렇다. 고등학교까지 동상으로 고생을 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대학 들어와서 동상과 영원한 안녕을 고했는데 언제가 갑자기 발가락이 가려워서 왜 그런가하고 봤더니 동상이었다. 라이딩시 발이 허공에 떠있고 특히 집근처의 고갯길을 이른 아침에 타는 것을 즐겨하는 나로서는 겨울철 내리막길에서의 발의 시려움이란 상상을 불허한다. 영하로 안 내려가도 시리다. 하지만 잔차 방한화는 비싸다. 고민하다가 작은 내 발에 딱 맞는 ‘신상틱’한 좋은 중고신발이 나왔는데 오천원을 깎다가 놓치고 그 보다 못한 것을 겨울용이라고 샀는데 도착해서 보니 이건 봄가을용이다. 거기다 신발이 딱 맞는 사이즈라서 양말을 속에 덧신을 수도 없다. 고민 하는 중에 마침 한 치수 큰 겨울용이 나와서 망설임을 자아내는 가격을 극복하고 하나 더 샀는데 이건 초겨울용이다. 다행히 양말 세 개 정도는 덧신을 수 있어서 위안은 좀 되지만 역시 한 겨울에는 시릴 것이다. 전에 사 두었던 자전거신발덧신이 있으니 양말 세 개에 덧신을 신발위에 신고 그것도 안 되면 이번에 새로 산 실리콘 방수덫신이 있으니 그 정도면 괜찮을라나? 아마 사람들은 전쟁터에 나간다하더라고 이처럼 부접을 떨면서 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동상 한번 걸려보면 마음이 확 바뀔 것이다.
장갑관련해서는 벙어리장갑이며 전에 준비해둔 오토바이 방한덧장갑(?) 같은 것도 있고 해서 견딜 만 할 것이다. 얼굴 마스크도 언젠가 중국 여행 중에 산 시커먼 털실로 짠 눈과 입만 나오는 ‘강도마스크’도 있으니까 되었고…….
그러면 뭐하랴? 눈 한번 오면 모든 것이 꽝인 것을. 시골인 이곳은 눈이 쌓이면 군데군데 녹지 않는 곳이 겨우내 지속되면서 ‘부비추랩’이 되어 사람 따로 자전거 따로 거기에에 붙어 있는 물건들 따로가 되는 통에 하릴없이 날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언젠가 나의 이여행용 접이식 자전거를 타고 세계에서 제일 길다는 유럽의 자전거길 ‘자캠’을 꼭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