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문학] 하와이서 치러진 막내아들 결혼식 ...전명자
조이시애틀뉴스 | 2024/03/11 20:24
슬하에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둔 우리 노부부에게는 40이 넘도록 늦게까지 장가를 가지 않은 미우새 막내아들이 참으로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작년 2023년이 끝나가는 12월 중순에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다. "2024년 2월 22일에 하와이 카와이 섬 쉐라톤 리조트호텔 야외 해변가에서 그동안 5년간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으니 아빠 엄마가 참석하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막내아들의 결혼 소식에 너무나 기뻐서 우린 "물론이지! 기쁨으로 참석하지!"라고 대답하고 하와이 카와이 섬까지 왕복 비행기표, 7일 동안 머물 호텔, 자동차 렌트 등등 인터넷을 뒤져서 여기저기 알아보았다.
하와이라도 오하우 섬이나 마우이 섬이 아닌 카와이 섬으로 가는 항공 티켓 비용이 만만치 않게 비쌌다. 호텔이나 아파트 렌트비도 엄청나게 비싸서 좋은 가격 좋은 장소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결국 결혼식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1 베드 룸 콘도를 7일간 렌트하기로 하고 자동차도 렌트 계약을 해놓았다.
드디어 2024년 2월 중순 결혼식 날자 3일 전에 알래스카 항공기로 5시간 50분 비행을 해서 카와이 리후이공항에 오후 3시쯤 도착했다. 75도 후덥지근한 더위가 엄습하는 가운데 렌털 카를 빌려서 숙소까지 운전하고 가보니 햇빛이 찬란히 스며드는 3층 콘도 아파트에 도착했다.
푸른 하늘이 시원스럽게 넓고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올라와 화폭에 담고 싶을 정도로 정말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아름다운 야자수 나무가 드리워져 있고 푸른 잔디에는 곳곳에 이름 모를 새들과 닭들이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풍경도 경이스러웠다.
여장을 풀고 가져온 드레스들을 옷장에 걸고 부엌에 들어가 프라이팬, 접시, 커피, 컵 등을 찾아 놓은 후 하와이 커피 한 잔을 내려 먹고 집에서 만들어서 가져온 밑반찬 음식 보따리를 풀었다.
새벽 6시부터 서둘러 비행기 타느라 빈속이 느끼하니 안 좋았는데 황태채볶음, 멸치볶음, 진미채볶음, 마늘쫑조림, 깍두기, 자반김 들과 마이크로 오븐에 따끈하게 데운 흰쌀 밥과 짬뽕 라면과 함께 먹으니 정말로 꿀 맛이다. 그동안 피곤했던 여독이 한국 음식을 먹으니 쏴아 풀리는 것 같다. 역시 한국 사람은 한국 음식을 먹어야 사는 것 같다.
3일 동안 아들은 결혼 계약서 작성 및 사인 그리고 시청 사무실에 가서 공증을 떼어오고 호텔 측 결혼 코디네이터 미국 여자 직원이 나와서 결혼 준비 리허설, 결혼 당일 행사에 대한 프로그램 소개와 호텔 이곳저곳 보여주며 여러 가지 브리핑을 해 주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결혼식은 오후 4시 30분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그 시간 대가 제일 아름다운 대자연의 풍경의 극치가 되고 결혼 식 후에는 해가지는 석양 노을의 찬란한 광경에 신랑 신부 사진을 많이 찍도록 사진작가가 조언했다고 한다.
쉐라톤 리조트호텔 야외 해변에는 하얀 바다 물결이 몰려와 새카만 바윗돌 위로 부딪치며 하얀 물거품을 품어대며 찰싹대고 있고, 넓디넓은 푸른 하늘 전체가 천군천사처럼 둘러싸서 호위하고 있었다. 천사 날개 모양으로 두둥실 떠있는 구름이 마치 유대인들 결혼식 때 캐노피(후파) 아래에서 하는 것과 같았다.
장엄한 대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나는 하나님의 위대하신 창조의 솜씨를 다시 한번 감탄하며 감사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아버지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화창하고 좋은 날씨를 허락해 주시고 비도 안 오게 해주셔서 신랑 신부가 예쁜 모습으로 해변가 야외에 햇볕 아래 서 있어도 괜찮게 해주시고, 또한 광활한 푸른 하늘에 수천수만의 천사들이 하얀 깃털 구름으로 휘장같이 덮어주시고 호위해 주시니 정말로 감사를 드립니다."
미국인 여자 목사님의 주례로 간단한 결혼식을 마치고 가족사진, 양가 식구들 사진들을 찍은 후에 연이어 따로 차려 놓은 피로연 장소에서 2시간 동안 각 텔 파티가 있고 즐거움의 소리들, 축제의 잔들의 노랫소리들, 어린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들, 오지 못한 식구들과 주고받는 메시지와 사진과 동영상 전달 소리들로 왁자지껄 행복한 순간들이 지나갔다.
그리고 연이어 6시 반에는 아들의 이름과 며느리의 이름이 프린트가 된 식사 메뉴판이 식탁 위에 놓여 있는 성별 된 방에서 최고급 스테이크와 랍스터, 조갯살, 게살,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디저트 등 식사를 하며 양가 부모님과 친척들과 신랑 신부가 2시간 정도 걸쳐 식사하며 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흐뭇하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호텔 측에서 호텔방을 특별히 업그레이드해 주어서 딜럭스하고 바닷가 파도를 바라보는 제일 좋은 방 커다란 수윗트룸으로 옮겨 주었다고 가시기 전에 우리 호텔방에 잠깐 오셔서 구경하시고 가시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어왔다. 흔쾌히 대답하고 방문해 보니 과연 하나님께서 축복을 쏟아부어 주신 것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올해 결혼 55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노부부는 과거에 신혼여행을 가지 않았었는데 이번 기회에 우리도 신혼여행 온 부부처럼 카와이 섬을 드라이브하기로 했다. 북쪽 산 깊은 곳에 제2의 그랜드 캐년이라는 곳도 들려서 기념사진 찍고 오는 길에 바닷가 해변이 나오면 무조건 스톱하여 황금색 모래사장 위를 맨발로 걷기도 하고 얼음 빙수도 사서 먹어 보기도 했다.
우리 노부부의 나이가 어느덧 8 순이 다 된 남편 그리고 나.. 우리는 한평생을 주님 사역하는 신실한 동역자로 인생에서 세상의 낙을 그리 많이 누리고 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주님이 주시는 평안함과 고요함 속에서 희락과 평강을 느끼며 좁은문, 좁은 길을 걸어갔지만 늘 성령님의 임재를 느끼며 살아왔었다. 주님을 만나는 그날을 사모하며 '마라나타'의 신앙으로 여생은 주님의 온전하신 뜻을 이루어드리며 살고 싶다.
렌터카를 일찍 돌려주고 비행장 대기실에서 탈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일주일 동안 아들의 결혼식 때문에 방문한 이곳 카와이 섬에서의 추억들을 되새겨보았다. 우리가 탑승할 대합실에서 다른 비행기들이 먼저 떠나는 것을 보니 떠날 시간이 되면 대합실 대문이 어김없이 '탁' 닫히고 늦게 오는 사람은 탈 수가 없는 것을 보았다.
마태복음 25장의 열 처녀의 비유가 떠올랐다. 슬기로운 다섯 처녀들은 등과 기름을 여분 있게 가져가서 "신랑이로다" 소리가 날 때 천국 문에 들어갔지만, 미련한 다섯 처녀들은 등불에 기름이 없어 꺼져 가 기름을 사러 갈 때 "신랑이로다" 천국 문이 열릴 때를 그만 놓쳐 버렸다.
우리 크리스천들은 슬기로운 다섯 처녀처럼 늘 성령으로 충만, 말씀으로 충만, 기도로 충만한 삶을 살면서 속히 오실 주님을 예비하고 늘 깨어 준비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깊이 생각해 본다.
전명자
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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