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창작 강의(15) / 박정규 (시인)
시론 15. / 이미지의 개념
오늘은 쓰는 방법의 좀 더 구체적인 부분을 살펴보기로 하자.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자세히 살피고 사유하면서 그 속한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새로운 깨달음이 없었다면 구체적인 형상, 즉 어떤 이미지로 감각경험을 자극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되어야 시가 된다. 이 깨달음이나 느낌을 그냥 설명적 문자로만 나열해 놓았다면 철학적 사유를 적은 글일 수는 있지만 시는 아니다. 이 경우의 문장은 ‘시적 질서’에 의해서 ‘언어로 형상화’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려면 어떠냐고? 참 내! 이왕 쓸 거면 쓰는 방법에 대해서 더 알려고 노력해서 제대로 쓰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만약 그게 귀찮다거나 지금 내 말이 아니꼽다면, 앞으로 어디에서든 시인이라는 허풍은 삼가 하시라! 제대로 쓰는 이들 앞에게 무가치한 시인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터이니.) 각설하고, 시 창작에서 이미지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말해보겠다. 시인이 얻은 통찰력, 새로운 세계의 가치관 발견 등등은 아직 문자로 형상화되지 못한 추상적 관념이다. 이런 인식, 사유의 결과물이 문자(언어)로 형상화되기 전까지는 혼자만의 감성, 주관적인 느낌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이미지를 통한 감각대상으로 등장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게 될까? (분명 앞에서 말해줬다. 까먹었다고? 어휴! 그래도 오늘은 내가 참겠다. 나답지 않다고? 눈치 없으시긴. 아직 더운 날씨이다. 그러니 명랑한 척 할 수밖에.) 자, 자! 계속 집중하시라. 시인의 추상적 관념 표현에 이미지가 사용되면, (이 부분에 밑줄 쫙! 무슨 말인지는 아시겠지?) 그 추상적 관념은 감각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그럼 이 감각대상은 무엇으로 진전될까? 아, 질문에 대답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고 당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을 말하자면 우리의 차이는 오십 보, 백 보니까. 그렇지만 다음에서 말하고 있는 것만큼은 명심해야만 한다. 이는 쓰는 일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 다시 정리해 보겠다. 1. 시를 쓰기 위한 대상에게서 어떤 발견이나 느낌, 거기에서 얻은 통찰력, 사유의 결과물까지도 아직은 시인 혼자만의 주관적이고 추상적 관념이다. 밑줄 쫙! 2. 여기에 이미지가 부과되면 이 관념은 서로(시인과 독자)에게 감각대상이 된다. 밑줄 쫙! 쫙! 3. 서로에게 공감하며 느껴지는 이 감각은 작품에 ‘구체성’을 부여한다. 밑줄 쫙! 쫙! 쫙! 구체성이 분명하게 부여된 작품에서는 시인과 독자 사이에 정서적 공감대가 생긴다. 그리고 이 공감대형성의 폭이 크고 작음은 시인에게 더 책임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글에서는 쓰는 사람의 입장이 능동적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피동(읽는)적 입장일 수밖에 없다.
덧붙이자면, 독자라는 대상의 부류를 설정하는 일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두기 바란다. 한 마디만 더하고 마치겠다. 시 창작에서는 이미지가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지를 창출해내는 것은 바로 상상력이다. 상상력이 없으면 제대로 된 시를 쓸 수 없다. 부디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두기 바란다. 또 그 경험의 느낌을 잊지 않도록 적어두는 것을 습관화시키면 좋겠다. 이렇게 하다보면 내면에 깊이 숙성된 시적재료가 풍부하게 쌓여질 것으로 믿는다. 이를 소홀히 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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