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49일중 37일째인 금요일이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신영수를 마시고
지금은 부엌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김밥을 싸고있다.
"으흠-다 됐다-!!"
김밥을 넉넉하게 싸고 먹기 알맞게 썰은후 푸른빛 네모 통에 담았다.
에헤...이제 거기 가서 먹기만 하면 끝이당~♡
"저...기...아란아?"
"예?"
내가 김밥을 가방에 담으며 싱글거릴때 엄마2의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불렀냐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자 엄마2가 입을 연다.
"저기..지금 깁밥 싼거니?"
"예.왜요?"
"어? 아...아니...그냥..."
뭔가를 묻고싶어하는 엄마2를 뒤로한채 나는 일어난 선호와 함께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하니 사복을 입어서 알록달록한 아이들과
운동장에 쫙서있는 버스가 보인다.
<2-12>라고 표시 된 버스위를 올라가다 애들이 날 반긴다.
"아란아,안녕-"
"으응,안녕-! 진이는?"
"나 여기있어."
내가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진이를 찾자 진이가 한쪽 구석에서 손을 든다.
나는 생글거리며 진이의 옆자리에 가 앉았다.
"진아,자-"
"...뭐야,이건?"
"멀미약."
"............"
내가 내민 조그마한 갈색병을 저주스러운 물건인양 쳐다보는 진이.
멀미는 엄청 심하면서 멀미약은 죽어도 안 먹으려고 하던
진이는 내 얼굴을 한참 쳐다보더니 멀미약을 받아들고 마셨다.
마시자마자 단박에 구겨지는 진이의 얼굴.
"자,사탕."
"............."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분고분 내가 내민 사탕을 받아들고
박하사탕임을 확인한 진이는 그걸 먹었다.
"어,아란아,안녕-"
"응-수우야,좀 늦었네?"
"젠장...말도마.
유우언니가 김밥달라고 애처럼 떠쓰는데
떼어놓고 오느라 죽는줄 알았어."
"......ㅡ_ㅡ;;;......"
수우까지 오자 버스는 차례 줄을 지어
새로 개장했다는 놀이동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Z...z..zzzz......."
"............."
진이......
버스가 출발한지 10분도 되지않아 골아떨어졌다.
나는 자고있는 진이를 찬찬히 훝어보았다.
그러고보니까...
목에 차고있는 목걸이...시계...신발등...
여태까지 생일이니,크리스마스니 해서 내가 다 준거잖아?
"주 아란---!!진이 닳아-!그만 봐!!"
"으에??"
내가 계속 진이가 자는걸 구경(?)하고있을때
뒷좌석에 수우와 함께 앉은 량이가 고함을 꽥 지른다.
부-진이랑 못 앉은게 불만이나 보다.
"쳐다보는것 정도로 안 닳아-너두 보면 되잖아-
진이 자는거 보구있음 의외로 귀엽단 말야-"
"진짜?"
"직접 눈으로 확인해..."
어느샌가 내 주위는 '진.사.모"...그 위대한 스토커팬클럽들이 그득하다.
"진이 진짜 귀엽다..."
"맞아...자는거 애기같아..."
"콱 납치하구싶다..."
"어이,어이...ㅡㅡ;"
진이는 주위가 시끄럽든 말든 자기 하던일(자는 일)을 꾸준히 해나갔다.
그런 점에서는 나랑 반대다.
여자애들-특히 팬클럽들은 진이 자는 얼굴을 관람하느라 좋겠지만
옆에 앉아있는 나에게는 고문이다.ㅡㅡ;
애들이 꽉꽉미는데 숨막히고 조여죽겠다...
그나마 내가 멀미를 안 했었고
아란이의 '몸'도 멀미를 안하는것 같아서 천만다행이다.
"진아-진아-일어나-다 왔어---"
"으음.......?"
새근새근 잘만자던 진이는 내가 흔들자 눈을 부비며
(이때 귀엽다는 비명소리가 어디선가 터져나왔다.)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자아-김밥들 다 먹고 내려서 놀자-"
"에이~~~~"
"내 뜻이 아니라 교장 샘 뜻이야-"
애들의 야유소리에 담임은 자신의 뜻이 아니니까 교장에게 가서 따지라며 펄쩍 뛴다.
선생님 말에는 상당히 고분고분 따르는 나는
가방에서 아침부터 싼 김밥을 꺼냈다.
"진아-여기 젓가락."
"어."
나는 진이에게 젓가락을 하나 넘겨주고 김밥을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반 애들도 금간산도 식후경이라 외치며 깁밥을 바꿔가며(혹은 뺐아가며)
열심히 숨이 막히게 먹기 시작했다.
진이는 김밥하나를 집어들고 입에 넣고 우물우물거리더니
깁밥모듬을 한참동안 내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당근같은거 없네..."
"응.너 그거 넣으면 깁밥 안 먹잖아."
"..........."
내 대답과 진이의 침묵을 끝으로 우리는 아무말 없이
열심히 김밥을 입을 통해 위장으로 보내는데 열중했다.
"진아-내 김밥 먹어봐-"
"아냐,내껄 먹어--"
"내께 더 맛있어-먹어봐-"
또다시 주위에 모인 여자애들은 깁밥이 든 통을 진이에게 내밀며 난리법썩을 떤다.
곧이어 나온 진이의 대답에 침울해하며
자기 자리로가서 얌전히 김밥을 먹다가 던져버렸지만.
"난 이거 계속 먹을래.이게 제일 맛있어."
에헤헤헤.....*^^*....
웬지 기분이 좋다......
우리는 드디어 차에서 내려 자유이용권 팔찌(종이로 만들어진거)를
손목에 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야-깁밥 다먹었냐??"
"어-오빠."
내가 수우와 함께 안에 들어와 그냥 멀뚱이 두리번 거릴때
민우오빠와 동완오빠가 다가왔다.
웬지 뚱해보이는 민우오빠.
"아니-방금전에 다 먹었는데."
"크흑...하나도 안 남았어?
나 내 김밥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이 돼지한테 다 뺐겼다 말야."
민우오빠는 상당히 괴로운 얼굴로 동완오빠를 가르킨다.
아-그래서 동완오빠가 저렇게 즐거운 표정이구나...
"진작에 우리버스에 오지...그럼 먹을수 있었을텐데..."
"씨잉-갈려고 했는데 이 놈이 잡아서 못갔단 말야-"
그 말을 들은 동완오빠는 씨익 웃더니 민우오빠의 팔을 잡아끌더니...
...갑자기 공포스러운 레슬링이 시작됬다.
"아악-야,이 무식한 놈아-아파아아아--------"
"아프라고 하는거야,임마."
수우와 난 어느샌가 찾아온 선호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민우오빠의 고통스러운 절규가 들려왔지만 무시하는게 상책이다.
그리고 두어시간 후.
"저...저기...들어가지 말자,응?딴 것들도 있잖아-"
"왜에?다른건 거의 다 타서 시시해.
그리고 이런대는 한번 들어가서 얼마나 유치하게 해놨는지 비웃어 줘야한다구-"
어느샌가 합류한 량이,진이등과 나,수우는
지금 일명 '귀신의 집'혹은 '도깨비집"이라 불리는
어두침침한 건물을 앞에두고 실랑이를 벌이고있다.
"그..그럼 니들만 가.난 안 들어갈래."
"응?그건 안되지~
저기 봐봐-우리반 애들 거의 다 들어가잖아-
어차피 한개정도만 더타면 집에 가야하는데 들어가야지~
너만 안 간다는건 말도 안돼.들어가자."
안들어간다고 뻐팅기는 나와 무작정 끌고가려는 량이.
이 인간아,난 무서운건 질색이라구-
저기 들어갔다간 오늘 잠도 못잔단 말야----
"이것이 반항을 해?? 얘들아,끌어라~~!!"
"OK-----!!"
"으아아아아-싫어----"
...하지만 결국 난 울상을 지으며 그 무시무시하게 생긴 건물 앞에 줄을 서야했다.
"진아,같이 들어가자,응.???"
"...알았어..."
결국 의지할수있는 이는 진이밖에 없었기에 나는 진이를 붙잡고 통사정을 해댔고,
진이와 나는 그 어두운 곳으로 한발짝 들어가기 시작했다.
"흑...흑...흑...."
"살,,,려줘....."
"응애~응애~~"
나 지금 무서워서 미칠지경이다.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애써 소리들을 무시하려 애쓰며
진이의 팔을 간신히 꽈악 잡고있다.
으에엥..이래서 내가 들어오기 싫었다는 거라구우...ㅠ.ㅠ
"호오-다른데에 비하면 강도가 좀 세네?"
"그래봐야 유치뽕짝이야~"
"야-저쪽에 서있는 저승사자는 꼭 진짜같애-
마네킹이 아니라 사람인가봐-"
남은 무서워서 죽을 지경인데
쟤네들은 왜 저리 태평하고 여유로운걸까...ㅠ.ㅠ
저승사자라...
나는 두려움에 찬 눈으로 량이가 가르키는 쪽을 힐긋 쳐다봤다.
적어도 한번은 실제로 봤으니까 별로 무섭진 않겠ㅈ....
......에릭???
에릭이 여기 왜 있지??
아니,것 보다 지금 량이네 눈에도 보이는 건가?
왜?어떡게??
"타악-"
"........?!!!!!!"
멍청히 묵묵히 서있는 에릭을 바라보던 나는
발목을 뭔가가 잡는걸 느낄수 있었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밑을,내 발을 내려다 봤다.
그리고...
"꺄아아아아아------------------!!!!"
"에에?아란아??!"
나는 찟어질듯한 비명을 지르고는
진이의 팔을 잡은채 출입구를 향해 죽어라고 뛰었다.
뒤에서 량이와 수우의 의아한 듯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난 내 발을 잡았던 걸 봤단 말야아아-----
"야,잠깐-!주 아란-!멈 춰 봐-! "
"싫어어--엄마아아아--!!!"
"아란아-!!뭔데 이래-?!"
나는 나를 잡으며 외치는 진이를 눈물이 그렁그렁한 두려운 눈으로 쳐다봤다.
"바...발을...뭐...뭐가...잡..아서...
그...손....바..발을.....그래서...내려..봤...는데...
소..손이...있어서...무...무서워서...."
"..........."
나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 말을 더듬으며 이해가 안가게 말하고 있었다.
눈물이 계속해서 뚝뚝 떨어진다.
이래서...이래서 들어가는거 싫다고 했단말야...
"...무서운거...싫어...?"
"다,당연하잖아-!
그...그런거 보면 잠도 못 자잖아-!!"
나는 덜덜 떨면서 바닥에 주저 앉았다.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가 않아...
"아란아- 괜찮아?"
"어우야,갑자기 뛰쳐나가서 얼마나 놀랬는데-"
"흐읍...히잉...."
수우와 량이가 번갈아가면서 말하자 나는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 나를 어쩔줄 모르며 어르고있는 량이와 수우.
"드..들어가기 싫다고 했잖아아...
무섭다고...안 들어갈려고...했는데...아아아아앙-----"
"미,미안-난 그것두 모르고..."
어쩔줄 몰라하며 사과를 하는 량이.
진이가 다가와 날 일으킬려고 했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버려 후둘후둘거리는 바람에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있는데 진이가 등을 내밀더니 말했다.
"업혀."
"진아...?"
".......응...."
전에도 이런적이 있었다.
새 아빠랑 엄마랑 진이랑 놀이동산에 놀러갔다가
진이가 끌고가는 바람에 귀신에 집에 들어갔다가 기절하듯이 놀랬을때.
그때도 다리에 힘이 풀려 걸을 수 없었을기에
진이가 무겁다고 투덜대면서도 업어줬었다.
나는 놀란눈으로 진이와 날 보는 량이의 시선을 무시하고서
진이의 등에 업혔다.
"진아..."
"왜?"
"무겁다고 말하면 죽여버릴꺼야..."
"다리에 힘풀려서 일어설 힘도 없는 애한테 죽어줄것 같냐?
무거워, 것두 엄청."
"씨이잉...ㅡ_ㅜ..."
나는 진이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나중에 량이네들한테 엄청남 취조를 당할것같다...
...알게 뭐냐...
...오랜만에 진이한테 업혔는데 잠이나 자자...ㅡㅡzz
"아란아-아란아,일어나-
학교 다 왔어-"
"으음...?"
학교...?!!난 수우의 외침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까...진짜 학교다.
나 왜 여기있지? 아까만해도 놀이동산에 있었는데??
내가 혼란스러워 한다는 걸 안다는 듯 수우가 말을 해줬다.
"너-진이한테 업히자마자 곧바로 자버렸어-
막 깨울려고 하니까 진이가 말리드라.
결국 차에 데려와서 너 자리에 앉히고 출발한거야."
"어...그랬어??"
"응.애들도 다갔어,빨리 가자."
"진이는?"
"진이? 간것같은데?"
"...그래......"
나는 차에서 내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선호와 민우오빠에게 향했다.
걱정스러운 시선.
아직 뭔가 혼란스럽긴 하지만 좀 잘된것 같기두 하구...끄으응...ㅡㅡa;;
내 혼란스러운 감정을 뒤로한채
재미있고 무서웠던 소풍날이였던 49일중 37일째인 날이 가버렸다.
악몽을 꾸리라 생각했다.
귀신의 집에서의 충격이 너무나 컷기에.
하지만 내가 내가 막상 꾼것은...
...49일중 38일째인 토요일의 아침이 밝아왔다.
"후우-------"
일어나자마자 한숨을 내쉬며 신영수를 한참바라보다 결국 마셨다.
[ㅡ유예를 얻겠다고 했나.
그렇다면 3가지 규약을 잊지말고 기억하라.ㅡ]
악몽을 꾸는걸 각오하고 자리에 누워서 잤지만 내가 막상꾼것은...
이제 11일밖에 남지않았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그때의 에릭과의 대화.
유예를 얻은자가 지켜야할...3가지 규약.
첫번째...
신영수를 마시는걸 잊어서는 안된다.
만약 며칠간 마시지 않아 영이 튕겨져 나왔을때-
그때 사귀가 몸으로 들어간다면......
그대로 구천을 떠도는 영이 되어버린다.
"스륵..."
입고있던 간편한 옷을 벗고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기분이 상당히 꿀꿀하다.
...신영수...
'유예'를 얻은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영 접착제.
빨려들듯한 영두색을 띄고있는 액체로-
신비 그 자체인 사계의 물질.
학교에나 가자......
두번째...
내가 xx라는 등의 집접적인 말을 '인식'시켜야할 상대에게
말해서는 절대 안된다.
그랬다간...그대로 소멸이다.
"후우----------"
두번째 한숨이 입에서 터져나온다.
...소멸...
말이야 간단하지 말 그대로 환생할 기회도 주어지지않고
존재가 지워지는...사라져 버리는 것.
가방을 움켜쥐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세번째...
'인식'시켜야 할 상대가 아닌 다른 이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켰을때...
그 자가 자신의 정체를 인식시켜야 할자에게 말해버린다면...
그대로 사귀로 변해버린다.
"누나-가자-"
"응..."
선호의 활발한 외침에 힘없이 대답을 하고 집을 나섰다.
학교로 가기위해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사귀...
유예를 얻은자가 세번째 규약을 어겼을때 변하는 것으로...
영의 형태가 사라지고 음기의 검은 기운으로 화하는 ...
존재라 부를수없는 존재.
안식을 찾을수도,구원할수도 없는 불쌍한 존재...
"잠 못잤어?힘이 없어보이네?"
"아냐..."
힘없이 웃으며 교실안으로 들어갔다.
교실안의 아이들은 어제 소풍의 휴우증도 없는지 기운차다.
...누구는 근육통에 시달리고,악몽때문에 걱정할때
저것들은 쌩쌩하게 잘만 잤겠지...
...웬지 열받는다.
"아야- 갑자기 왜 당겨??!"
"그냥."
꿀꿀한 기분에 옆에 앉은 수우의 단발머리를 뒤로 당겨버렸다.
수우의 불만소리와 함게 혹사당해 붉게변한 내볼.
나는 책을 읽고있는 진이에게 다가갔다.
"............"
"............"
나는 진이의 앞자리에 앉아 아무말도 하지않고 계속 쳐다보기만 했고...
결국 날 무시하던 진이는 책을 접고 말했다.
"무슨 할말있어?"
"아니."
".........."
할말은 없는데 하고싶은 말은 많다.
나는 머리속에 엉켜있는 생각중 하나를 끄집어 내어 말했다.
"오늘 집에가도 돼?"
"뭐?"
"그러니까-전에 엄마가 놀러와도 된댔잖아-
너두 된다구 했구..."
"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약간 심통이 난듯한 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내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어느샌가 민우오빠가 와있다.
"요즘 '인식'시킬려고 열심이네?"
"어? 그냥 놀러가는건데?"
"............"
...난 또다시 내 두볼을 민우오빠의 손에 맞겨야만 했다.
오빤,분명히 저승사자가 되기전에 불량배였을꺼야...
아우,볼아파.
연습장에 D-11이라고 끄적여봤다.
그리고 인상을 구겨버리고는 D-44로 고쳐버렸다.
...연습장을 던져버렸다.(점점 2-12에 동화되는듯..ㅡㅡ;)
"............"
입을 삐죽 내밀고 진이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어느샌가 '진.사.모'에게 둘러싸여있는 진이.
간간히 입가에 미소라고 불릴만한게 스친다.
".............."
웬지 찌뿌등하다.
나는 이런 기분을 풀겸 옆에 있는 민우오빠의 갈색머리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뭐때문에 삐진거냐?"
내가 머리를 만져도 상관을 안하며 묻는 오빠.
내가 삐져?
"...안 삐졌어."
"삐졌으니까 얼굴이 그 모양이지-
뭐 거슬리는 거라도 있어?"
거슬리는거...
아까부터 '진.사.모'에게 둘러싸여있는 진이가
약간이 아니라 상당히 많이 신경쓰인다.
"...진이..."
"진이가 왜?"
"진이말고 옆에 있는 애들이 싫어."
"뭐?"
"진이 옆엔 맨날 내가 있었는데...
나한테만 웃어줬다고 량이가 그랬는데 아니잖아."
".........."
뾰로통하게 말을 하며 민우오빠의 갈색머리를 당겨버렸다.
그런 내 손을 잡으며 내 귓가에 대고 말하는 민우오빠.
"진이도 남자들한테 둘러싸여있는걸 보고 그런 느낌이였을껄-
니네들 중증이야.
이 컴플렉스로 똘똘 뭉친 남매야."
"에?"
무슨 소리야...?
내가 어리둥절해있는 사이 민우오빠는 내 볼에 쪽소리가 나게
입을 맞추더니 내가 벙쪄있는 사이 웃으며 교실에서 나가버렸다.
"...저 변태가아---!!"
"아하하핫---!"
겨우 정신을 차린 내가 민우오빠가 나간쪽을 향해 황급히 나갔지만
어느샌가 민우오빤 저멀리서 웃으며 외쳤다.
"그런걸 보고 독점욕이라고 한댄다-
둔탱아-"
"...........?"
이해가 가지않는 말을 하고선 민우오빠는 내가 쫒아갈 틈도없이
자기네 교실로 뛰어가버렸다.
뭐가 독점욕 이라는거야?
혼란네 또 혼란이로세...ㅡㅡ;
"망할 변태같으니라구..."
".............."
내가 궁시렁대며 교실안에 들어오자 진이가 날
뭔가 맘에 안든다는 표정으로 보고있는게 보인다.
우리 둘은 잠시 똑같은 표정으로 서로를 보다가
누가 먼저라 할것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진아-같이가-"
"..........."
종례후 먼저 훌훌 가버리려는 진이를 붙잡고 난 집으로 향했다.
"...진아...
좀 치우고 살면 어디가 덧나냐...?"
"..........."
내가 엉망인 집안 꼴을 보고 멍하게 말하자
진이는 아무말 없이 고개만 푸욱 숙인다.
찔리긴 찔리나 보다.
"Rrrrrrr....."
"진아-전화받아-"
저녁이 될때까지 집안을 말끔히 청소하고 설거지를 하고있는데
전화벨이 울렸고,고무장갑을 끼고있어 전화를 못받는 나는
빨래를 널고있던(내가 시켰다)진이를 불렀다.
"여보세요? 아,엄마?"
"...........?"
"으음,별일 없어...밥은 아직 안먹었구..."
붉은색 고무장갑을 벗고 전화를 받고있는 진이에게 다가갔다.
엄마라고?
나는 진이에게서 수화기를 뺏아들었다.
"야,무슨 짓ㅇ...."
"여보세요-엄...아줌마-"
[...누구...?]
"저 아란이에요-놀러왔어요-"
[아란이?
어머,진짜니???
나 조금있다 들어갈테니까 가지말고 기다리고 있으렴-]
"네."
[진이좀 바꿔줄래?]
나는 그대로 수화기를 진이에게 넘겼다.
엄마가 소리를 지르는듯 수화기 너머로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야,이 멍청한 아들아-!!
아란이 왔다고 왜 말 안했어어---!!
하마터면 야근할뻔 했잖아-!]
"물어보지도 않았잖아-!!"
역시 맞고함을 치며 날 째려보는 진이.
베~하나두 안 무섭지롱~
"진아-뭐 해먹자-"
"밥없어."
시간을 흘러 거의 밤이 깊어갈 무렵,갑자기 배가 고파왔다.
밥이 없음 만들면 된거아냐...ㅡㅡ+
"만들면 돼~"
"야-!여기가 니네집이냐?
왜 막 뒤져?"
"시끄러-재료가 있나 보는거야-"
내가 흥겹게 냉장고를 뒤적거리는데 진이가 고함을 지른다.
으씨...여기 우리집이였다,둔한 놈아.
"카레 해먹자~
아,카레가루 있니??"
"그딴거 없어."
냉장고에 감자,고기등 카레에 들어갈만한 재료들이 있었기에,
나는 그때 못 만들었던 카레를 만들기로 작정했다.
근데...
아직도 카레가루 안 사다놨던건가...ㅡㅡ;
"나 사러갔다올게-"
"...됐어-!내가 갔다올거야-!"
내가 막 일어나려고 하자 진이가 황급히 일어나며 소리를 괙 지른다.
저걸 캠코더로 찍어서 량이들한테 보여주면 어떻게 될까.
나는 진이가 나갔다오는 사이 문을 잠구고 재료를 썰기 시작했다.
“쾅쾅---!!”
“문열어--!!!”
“어-알았어-“
문을 두두리는 소리에 난 황급히 현관문을 열었다.
진이가 열받은 얼굴로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안으로 들어온다.
“왜 문은 잠가논거야?”
“도둑이나 강도가 들어올까봐.”
“그 사이에 그런게 들어올리가 있냐?!”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는거래.”
“……….”
진이는 멍청히 있다가 카레가루봉지를 꺼내 내게로 던졌다.
“엑- 매운맛이잖아-
중간이나 순한맛 사오지-“
“아무거나 먹으면 되잖아-“
“투덜이 스머프같으니라구…”
“너 뭐라고 했어-!!”
“자~카레를 만들어 볼까나~”
나는 목에 핏대를 세우는 진이를 무시하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분기탱천하여 어쩔줄 몰라하는 진이.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고 보니 나 요즘 무지 뻔뻔해진 것 같아. ㅡ_ㅡ;
“♪♪♬♩♪♬~~”
진이같이 무식하게 문을 두두리는 소리가 아닌 벨을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가 왔나보다.
나는 거의 다 완성된 카레를 휘저으며 진이에게 외쳤다.
“진아-문,문-!”
“알어,멍청아.”
“투덜이 스머프에 바보 후진 같으니라구…”
“아,닥쳐-!”
진이가 고함을 꽤 지르며 문을 열자 엄마가 쏜살같이 달려온다.
내손을 잡고 흥겹게 입을 여는 엄마.
이마에 땀이 맺한걸 보니 뛰었나 보다.
“와아-아란이 진짜 왔구나`~”
“엄마,난 안보여?”
진이는 엄마가 자신을 무시하고 날 반기는게 좀 찌뿌등한지
뾰로통하게 말한다.
그러나 우리 엄마가 그런거에 굴복할리 없다.
“넌 맨날 보잖니~
아란이는 두번째 보는거구-
근데 이건 무슨냄새니??”
“에헤-카레만들고 있었어요.”
“진짜?
중간맛이겠지??”
우리 식구는 카레를 다 좋아하긴 하지만 종류가 다 틀리다.
진이는 매운맛을 나는 순한맛을 엄마는 중간맛을 좋아한다.
나는 씨익 웃으며 진이를 바라보고 말했다.
“아뇨-
진이가요,매운맛 사가지고 왔어요-“
“야,너----“
“역시 도움이 안되는 아들내미야…ㅡ_ㅡ+
어쩔수 없느니까 그냥 먹자~*^0^*”
“네.”
“#$!^2^*#56@2&^()&#@~~~
뒤에서 거품을 뽀골뽀골 무는 진이를 합동으로 무시한채
엄마와 난 사이좋게 수다를 떨며 카레를 먹기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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