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길 산책을 시작한 지가 두어 달 되었다.
몸이 불편하면 거르고 귀찮을 때는 짬짬이 빼먹었으니 60일 동안 빠짐없이 걷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두어 달 걸었더니 걷는 속도도 빨라지고 오늘은 8천 보쯤 걸었으니 거리도 많이 늘었다.
처음엔 3천 보쯤 걷고는 며칠 양 사타구니에 가래톳이 생기고 발목과 무릎도 시큰거려 그만둘까 했었는데
그것도 운동이라고 두어달 지나니 가래톳도 사라지고 무릎, 발목 시큰거리는 것도 조금 설하니 다행이다.
두어 달 걸어보니 단순히 걷는 일에도 요령이 생기고 또 필요한 게 있다.
눈바람이 차가우니 방한복과 털모자, 선글라스, 장갑은 당연하지만,
신발이 가장 중요한 아이팀이다.
눈길이니 평소 사용했던 겨울용 방한화를 그동안 신었는데 이게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보온용으로는 괜찮지만, 눈길에 8천 보를 걷기에는 그 무게에 무릎이나 발목이 불편하고
쿠션이 부족하여 뒤꿈치의 충격이 귀나 머리까지 전달된다.
아마존에서 눈길 걷기에 적당한 신발을 찾아서 주문해야겠다고 했더니,
게을러터져서
무슨 핑곗거리를 못 만들어서
걷는 게 뭐 대단하다고 집안에 신발이 천지 빼까린데.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지만,
사나운 마누라, 분명 욕을 쳐백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
욕을 하든지 욕을 듣든지 어쨌거나
눈길에서 산책하기에는 방한화가 몹시 불편하다.
그렇다고 운동화나 평소에 신던 캐쥬얼 신발을 신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요 신발이 이곳으로 올 때의 물건이니 24년쯤 되는 한국산 신발이다.
무척 편안해서 즐겨 신는 신발인데 마누라 말로는 정장용 구두는 서너 켤레 정도 남았지만,
캐쥬얼 신발은 이제 모두 사용했고, 이게 마지막 남은 한국산이라고 했다.
랜드로버 상표인데 아직도 이런 신발이 생산되는지 모르겠다.
구두는 이곳에 온 이후로 한 번도 신지 않았으니
상표도 떼지 않은 박스 속의 금강, 에스콰이어 구두가 아직 서너 켤레 남아 있다는데
이제 언제 구두 신을 일은 없을 테고,
그렇다고 구두를 신고서 산보를 할 수 없으니,
언젠가 구두는 상표 붙은 체 쓰레기통으로 갈 것 같다.
산책길의 반환점이다.
여기까지 정확하게 4천 보가 되는 지점인데 주택지로 개발되는 지역이다.
이 한겨울,
엄동설한에도 신축 주택에서 망치 소리가 끊이질 않으니,
얼어붙어 꼽은 손으로 뒷 마무리나 제대로 할지.
목공들도 쉽지 않은 직업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제는 이곳에서도 업자들이 이문에 눈이 멀었는지
신축되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었다.
내가 집을 장만 할 때는 저 정도 까지는 아니었는데,
저런 곳에서 숨이 막혀서 어떻게 살아갈까.
갈수록 집이나 주위의 환경이 각박해지는 것 같아 답답해진다.
반환점을 지나는 곳에 찬바람을 마주하고 이정표가 서 있다.
동서남북 도로명이 무척 새삼스러워 잠깐 살핀다.
Platinum 이면 백금 이란말일 텐데, 도로명치고는 참 부티 나는 이름이다.
Ladyslipper는 또 무었인고?
여자들은 슬리퍼만 끌고 다니라는 길 이름인가?
Ladyslipper가 생소하여 폰으로 찾아보니 우리말로는 개불알꽃이란 난초의 일종이라고 하니,
이 노무 동네, 도로 이름 쌍스럽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길이름 마저도 무척 아름답다는 생각이다.
윤중로
버들길
김포가도
굴레방다리
백양로
모래내
노들나루
장승배기
우리는 단지, ~~가, ~~로, ~~도, ~~길 정도인데 반해,
여긴 정말 복잡하다.
중학 영어 시간에
동서대로, 남북대로는 Avenue, Street 요렇게 쓸데 없이 달달 외운 것 같은데
전혀 아니올시다.
이 사람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내키는 대로 갖다 붙이는 것 같다.
~~ Road
~~ Street
~~ Boulevard
~~ Drive
~~ Avenue
~~ Crescent
~~ Court
~~ Gate
~~ Place
특이하게 ~~ Place 라는 도로명은
그런대로 원칙을 지키는 것 같아 보이고.
~~ Place라 붙여진 동네는 입,출구 도로가 하나로 연결되는
즉, 동네 한가운데 작은 원형의 동산이 있는 곳이니
도로를 두고 맞은 쪽의 집과 마주 하지 않게 되는 환경이니 주거지로서는 좋은 곳이다.
집 고를 때 ~~ Place 도로명의 집을 골라야 할 것이다, 단풍집이 ~~ Place 이다.
무릎과 발목이 불편하니,
오늘은
쓸데없이 카페 들락거리며 시간 빼았기지 말고
아마존에 들러서 눈길 걷기 전용 신발 하나 주문해야겠다. 잊지 말고
근데 은퇴를 했는데도
어째 날이 갈수록 이리 부대끼는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드냐?
에이그~ 그참 답답한 일이다~
첫댓글
신지 않고 둔 신발도 삭던디~~~
몇 십년씩이나 썩히다니ㅉ
걍 다 내싸버리고 새로 사소ㅎ
마나님 눈치 보덜덜 마시고~^^
내돈 드가는거 아니니께ㅋ
아니요, 여기서 운동화는 사 보았지만
나머지는 올때 가지고 온 신발, 아직도 신어요
생각 난김에,내가 아끼는 것증 하나인, 거의 40년된 롱 가죽 부츠 이야기 함 해야겠네.
구두는 몰라요, 삭았는지, 도통 신질 않았으니
걷는데는 좀 낙낙한 신발이 편하더군요 맞춤한 신발은 오래 걸으니 혈액순환이 안되어 다리가 저려서 영...
전 덜그럭 거려도 좀 큰걸 끌고 나섭니다 ㅎㅎ단풍님 올해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ㅎ 크고 작기의 사이즈 문제 보다는 너무 무거워요, 겨울 보온 전용 방한화라서
은퇴했더니 긴장이 풀리기도 하고, 몇군데 덜거덕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그래서 눈길에서 걷기도 하지요
네, 운선님도 건강, 행복 모두 챙기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깡~님 닉은 카페 회원들 모두 잊을수가 없을 겁니다
바꾼다고 하셨던걸로 기억하는데, 안 바꾸었네요
네, 걷기에 신발이 아주 중요해요, 걷기 몸에 익으면 봄에는 달리기도 하려고 해요, 아직 눈길이라 뛰기에는 무리랍니다
@깡순이 ㅎ 알겠습니다
닉 자주 바꾸면 욕 쳐백이 들어요, 제가 그랬답니다. ㅎ
제가 살아본 동네는 ~ Rise, ~Grove.
지금은 Street에...ㅎ
신발이 아무리 많아도 편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저희 집에도 지네가 두 마리 삽니다.
이제 절대 신발 사들이지 말자 하다가도 딸은 예뻐 보여서, 저는 편해 보여서 하면서 여전히 사들입니다.
나이 먹으니 예쁜 것보다 편한 것이 최고던데 편한 것이 예쁘기까지 하면 좋으련만 편한 것은 그저 편한 것일 뿐.
신발만큼은 꼭 편하고 겨울엔 따뜻한 걸로 신으세요.
오잉!
~ Rise, ~Grove. 요런 이름은 처음 들어 봅니다.
Street면 지금 외국에 계신가요?
신발은. 도통 운동이라고는 모르고 살다,
요즈음 걷기 하느라 불편을 느낍니다
지네는 무신 말씀?, 제가 워낙 깜깜 하답니다, 오랜만이지요. 삶방 자주 들리지 못하니 무쟈게 낯설어요
@단풍들것네 단풍들겄네님,
저는 뉴질랜드에서 외로운 이민생활 중입니다.
님이 캐나다에서 보내신 세월보다 쪼끔 더 되었을 것 같습니다.
님이 현재 겨울 눈길을 걷고 계시는 동안 저는 남국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를 걷고 있지만 남의 땅을 밟고 사는 신세야 뭐 거기서 거기 같네요.ㅎ
지네라 함은 딸과 제가 하는 말인데 신발이 많다보니 발많은 지네라 비유하는 거지요.
그 지네가 두 마리니 언젠나 문 앞은 복작복작.
아무리 외국 살아도 우린 집에 들어오면 신발은 벗어야 하잖아요. ㅎ
집안에서 신발 신고 활개치는 문화는 절대로 익숙해지고싶지않은 문화지 싶습니다.
@월영 하고오
제가 삶방 자주 들리지 않고 또 게시판 글을 모두 읽지 않아 생긴 일입니다
불초 실수 용서하소서
뉴질랜드 계신줄 전혀 몰랐습니다. 꾸뻑~
@단풍들것네 용서하고 말고 할 껀이나 되나요?
그냥 ~Rise와 ~Grove의 출처를 얘기하려다보니...ㅎㅎ
편한 신 신고 열심히 운동하셔서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에이, 쏘다니는 삶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
주위 이웃이 20호 정도 되는
아담한 지역이지요, 가운데는 긴 타원형의 동산이 있으니 맞은편 집과 많이 떨어져 좋아요
옛날 편한신발의 대명사
금강구두의 랜드로버ㅎㅎ
요즘은 편한 수입신발들 많아
나도 누가 준거 캠퍼신발
두계절째 줄기차게 그거만 신어요
모름지기 몸의 차림중
신발이 가장 중요합니다
눈도 아프다면서
이런 장문을 올리나요
욕 쳐백이로 들을려고 작정했네요 ㅋ
무척 재미는 있습니다
모다들 읽어보라고 소문낼께요 ㅎ
그러게 말입니다
눈 몹시 불편한데
그만 발동이 걸려서 개발새발 하고 있지요, 마누라는 시도때도 없이 부라리는데,
난 아직 깜장 색 금강구두 몇짝있고 랜드로버는 그림속의 신발이 마지막 입니다.
아직 웃도리 티도 한국산 많아요, 삶방 사람들 엄청 인색해요, 이리도 멋드러진 글을 아예 읽을 생각도 아니해요
마나님의 잔소리는
그분의 취미 생활이니
존중하고 이해해 주시는게
만수무강의 지름길이라오~ ㅋ
호태 성,
어디갔다 이제 오시오
그러게요, 여자들 취미생활 , 몬말리지요
니는 니, 나는 나, 이럴때도 한참 지났는데
누가 그러데요,
니팔 니가 흔들고, 내팔 내가 흔들고,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그 신발 참 오래도 신으셨습니다.
운동화나 고무신등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삭아 버리더라구요.
가죽 신발은 그렇지는 않겠지요.
등산화나 워킹화 예전 건 상당히 무거운 편이었지만
요즘 나오는 건 매우 가벼운 재질로 만들어져 신고 다니기 좋습니다.
어제 제 고향 공주 선산에 성묘갈 때도 등산화를 신고 갔더니 편하고 좋았습니다. ^^~
네, 오래 되었지요
아직 웃도리 티도 몇장 더 있다고 해요 ㅎ
안그래도 눈길 전용 걷기 신발 찾아 보려고 해요
하트 듬뿍한 복주머니, 고마워요 , 오늘 복권 추첨 날이랍니다 ㅎㅎㅎㅎ
여의도 윤중로를
아직도 기억하시나요...?
벗꽃이 세상을
다 덮을 그 시절을
그 꽃이 우리와
정녕
아프고 윈한 깊은
사이 일지라도
지피지기는 백전백전승은
뒤로 할지라도
꽃의 아름다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이렇게 모습을
보이시니까
그나마 조금은 마음이 편한가 싶어
안도 합니다...
의미심장해서
(벗꽃이 세상을
다 덮을 그 시절을
그 꽃이 우리와
정녕
아프고 윈한 깊은
사이 일지라도)
한동안 들여다 봅니다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요
그러나, 우리는 모두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아픈 사이 입니다.
나는,
이제 나 자신에게 조금 이나마 더 겸손해져야 하겠습니다.
발에 잘맞는 신발 신으셔야죠
매일 걸으시는데 중요합니다
딱맞는 신발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후후, 피터님, 오랜만입니다
언젠가는 매일 빠짐없이 글을 볼수 있었는데,
근데, 뽜이리~잉!!은 뭔 말인가요?
@단풍들것네 아 콩글리쉬 입니다
화이팅 이죠~^^
@피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인 몰래도 쪼아요~ 편한 신발로 건강을~~~
댓글을 정확히 이해 못했습니다, 죄송~
어쨌던 , 단풍, 편하게 살아라, 요렇게 이해 하겠습니다. ㅎ ~~
@단풍들것네 ㅎㅎ
그런 뜻인데 여~??
2% 부족이락도 이해 바람돠~
전 왜 글솜씨가 읍지?! ㅎ
아마존 주가를 자주
검색해 보는 편인데
아마존에서 신발을 주문하시는군요.
저는 신발만큼은 신어봐서 편해야 될 것 같아서 쿠팡대신에 직접 신발가게로 갑니다.
이번에 편한 신발 한 결레 사 신고 일주일에 서너 번 만 삼천 보씩 걷고 있답니다.
열심히 걸어서 건강백세 합시다.
저도 그런 편이지만,
상점들 문도 닫고 사람들 모이는 곳이 꺼려지니 어쩔수 없어요
막상 은퇴했더니, 이곳저곳 고장이 나는 듯 해서
백세, 그것 쉬울 것 같지 않네요..
요즈음 해외주식시장에 관심들 많은것 같던데
주식, 아이고~ 그것 쉽지 않잖아요
걷기에도 중등산화는 아니더라도 경등산화 정도는
신어야 할 듯,목까지 닿는 중등산화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약간 무거운 듯하나 습관되면 편하더군요.
Place 사시니 고급 주택가인 모양입니다. ㅎ
저는 여기 단어로 xx laan 에 사는데 laan은 street ,정도 될 껍니다.
중산층이 모여사는 대로 아닌 골목정도 .글 잘 읽었습니다.건강하세요.
동네 산책용이니
가볍고 덜 미끄러운 것으로 어떤것이 있나 검색좀 할까 합니다.
ㅎㅎ 큰집은 아니고 보통 중간정도 됩니다
뒤뜰 연이어 작은 숲이 있으니 주변이 조용하기는 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 노력하겠습니다
손 마주 잡고 천천히 산책하는 부부, 보기에 좋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 좋은 생각입니다
상표도 그대로인 새것이니 도네이션 센터에 기부해도 되겠습니다
지천이 신발인데~ 글읽다보니 떠오르는 몇 생각,
록키하이킹에 정신빠진 경험으로~편한 신발이어야해요
제차엔 몇컬레의 등산화가 항상 실려있는데~ 막상 트레일헤드 주차장에서 꺼내어 신는건
발등이 찢어져 쓰레기통 들어있던걸 꺼낸 방수기능이 없어진 세일로 싸게 샀던신발(여름용)
새로산 좋다는 산악용신발을 신고 몇번 하이킹을 하고나선 발톱이 빠졌으니요~
겨울용 눈 아이스트레일,스노슈즈용으로 신는 부츠를 몇년째 이용
목 길고(어중간하면 닿는부분이 더 아파요)사이즈는 조금 크고, 앞주둥이가 넓어야만 편해요.
겨울엔 두꺼운 양말도 신게되고,아이젠( cleats)도 껴야하니까.
비싼 brand name찾기보다 내발에 편한게 우선이죠.
유행을 타지않는 이곳의 생활이 참 편안하죠?
저는 18년째 회사유니폼만 입고일하니
한국에서 직장생활하며 입었던 근사하고 멋진 정장을 입을 일 없어요(종교단체 가입안했고)
그나마 1년한번 회사크리스마스파티에
30년전 가져온 옷입고가면 이보다 더 멋진옷 입은사람이 없다싶으니요 ㅎ
현상황에 맞춰사는게 큰행복!
Lady slipper drive,
하이킹트레일옆 야생난!
아마 그 지역에도 있나봐요
(Yellow Lady's Slipper )
앞주둥이 넓은것, 참고 하겠습니다
오래전, 처음 가게할때
그런대로 깨끗한 차림의 여인이,
작업용 흰 목장갑을 끼고 출근하데요,
흰 목장갑이 싸고 실용적이라서 아주 좋아한다고 해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냥 편안한대로 하고 사는게 좋지요
사시는 모습, 참 좋아 보입니다
이곳 교민, 일부 나이 든 여인들,
주류사회에 끼일 생각은 않고,
할일없이 한인교회에 모여, 같은 교민들 험담들 많이하며 아까운 시간 흘려보내고는 하지요
Lady's Slipper - 난의 일종인 건 처음 알았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댓글 늦게 보았습니다
그렇지요
이젠 새삼스레 아웅다웅 하기 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것들이 익숙하고 편안하고 부대끼지 않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