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고속버스 타고 태백 들어서기 전인 고한에서 내려서 야간라이딩으로 만항재를 올라서 운탄고도를 타고
화절령 새비재, 타임캡슐 공원을 지나서 예미역으로 내려와 공도를 달려서 영월 버스터미널 도착하여
고속버스로 서울로 올라오는 일정으로 라이딩 거리는 약 80km 정도로 내게는 아주 즐겁고 멋지고 환상적인
추억으로 기록될 라이딩이었다.
여성들이 아이 낳을 때의 고통을 낳고 나면 금방 잊어서 둘째 셋째를 또 낳을 수 있다는 말처럼
이십 년 동안 여러 번 강원도 고산지대의 찬바람의 무서움을 그새 잊고 배낭 무개의 압박을 우선한 바람에
한 여름에 만항재 정상에서 추위에 오그리고 덜덜 떨면서야 예전 랠리 때의 기억이 생각난다.
임도 다운하다가 멈춰 서서 모두 라이트를 끄니 깜깜한 하늘에서 반짝이며 쏟아져 내리는 보석들이 보인다.
어릴 때 시골에서 저녁 먹고 마당에 멍석 깔고 누우면 매일 만나던 녀석들이었는데
이제는 참 보기가 어려워진 반가운 별무리들‥‥
한참 동안의 별구경을 마치고 다시 다운을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라이트 불빛사이로 갑자가 조그만 무언가가 뛰어든다.
폴짝폴짝 지그재그로 한참을 함께 달린다.
토끼 한 마리 토끼 두 마리, 토끼를 세 마리나 만났서 좋아라 하는데
돌연 자전거 옆에서 송아지만 한 노루 한 마리가 돌진해 온다.
우두두두 창졸간에 사라진 뒤에서야 놀람이 터져 나온다.
맨 앞에 가던 알파님과 스치듯이 지나갔는데 부딪쳤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 조용한 밤중에 야생의 평화를 깬 우리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얘들아 너희가 여기 주인인 것을 우리가 잠시 깜빡했구나.
예미에서 공도로 영월까지 이동 중간에 버스를 타야 하니 땀냄새 씻으려고 연하계곡에 들렀는데
물이 너무 차가워서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나는 겨우 손발 씻고 세수만 했다.
지난주 연인산 라이딩 때는 물속에서 나오기가 싫었는데 며칠 지났다고
이렇게 계절이 달라지나 보다.
좀 지나면 금방 단풍놀이 얘기가 나올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