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한 병원: 일산 동원산부인과
아기 받은 선생님: 김상현 원장님
산모나이: 28세
예정일: 2월 9일
분만일: 2월 13일
입원기간: 3박 4일
병원비: 약 60만원 정도.
분만형태: 르봐이예+유도분만
아기신장: 몸무게 - 3.54kg, 키 - 51cm
성별: 여아
신랑 직장 때문에 청주에서 병원을 다니다가 9개월 들어서서 친정 근처에 있는 일산 동원 산부인과로 병원을 옮겼다.
워낙 유명한 병원이라 한번 갈 때마다 오래 기다려야 했지만 원장 선생님이 친절하셔서 좋았다.
(2월 9일)
내 예정일은 2월 9일.
그렇지만 9일이 되도 배가 아프긴커녕 아무런 징조도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식구들은 내 배만 쳐다보며 계속 말을 건다. '아가야...너 도대체 언제 나올거니?' ㅡ.ㅡ
결국 예정일날 병원을 갔는데 내 양수가 많이 적다고 한다.
양수 체크를 두명의 선생님이 번갈아 가며 했다.
다른 선생님도 역시 양수가 적다고 하네...슬슬 걱정이 된다.
원장샘이 3일만 더 기다려 보자고 하신다. 그 후에도 안 나오면 유도분만 쪽으로 생각하자고 하신다.
그런데 검진 받고 돌아온 다음날 갈색피가 비친다. 아..이게 말로만 듣던 이슬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10일, 11일 연속 2틀동안 계속 이슬만 비치고 영 진통이 안 온다. 이슬 보면 진통 온다던데....난 왜 아무렇지도 않은거지? 흠...이상타.
(2월 12일)
텔레비전 보다가 자려고 화장실 가려고 일어서는데 갑자기 밑에서 뭐가 '퍽' 터지는 느낌이 난다. 화장실 가서 보니 물같은 것이 팬티를 흠뻑 적셨다.
그런데 이게 뭔지를 모르겠다. 이 때가 새벽 1시쯤 되었다.
'이게 양수인가?' 긴가민가 했는데 전에 누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양수인지 분비물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만약 양수라면 락스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락스냄새가 난다.
자는 엄마를 깨웠다. 엄마는 주무시다가 놀래서 벌떡 일어나신다.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해도 아무도 받지를 않는다.
병원에 당장 가자고 하신다.
얼른 컴퓨터를 켜고 조사를 해 봤더니 양수가 터지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단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너무 피곤하고 졸립다.
엄마한테 그랬다.
조금만 자고 가겠다구.... ㅡ.ㅡ;;
암튼 여유만만하게 6시까지 자고 일어났다. 6시에도 역시 팬티가 계속 젖어 정신이 번쩍 들어 '에구머니나..' 하면서 얼른 병원에 갔다. 병원이 집에서 진짜 가깝다. ^^
'양수 터져서 왔어요.' 했더니 간호사가 '왜 이제서야 오셨어요?'한다.
환자복으로 갈아 입고 분만 대기실로 가서 눕는데 나랑 같이 들어온 산모가 눕자마자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진행이 상당히 되서 왔나보다. 엄청 괴로워 했다.
그런데 나는 너무 멀쩡.
내 옆의 또 다른 산모도 양수가 먼저 터져서 왔다는데 그 사람도 멀쩡.
둘 다 멀뚱멀뚱 하는 것 같다.
뚱뚱한 간호사가 들어오더니 '어머 청주 사시나보다...'하면서 아는 척을 한다.
자기 고향이 청주란다.
그리고 내 담당 선생님이었던 분이랑 같이 일도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참 친절했다.
양수가 먼저 터졌으니 감염의 우려가 있다고 링겔을 꼽고 항생제 투여를 한다.
제모도 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난 밥 생각이 났다.
'이거 하루 종일 굶기는거 아냐?'
아침밥 달라고 했더니 그 뚱뚱한 간호사가 허허 웃는다.
원장샘한테 말씀 드렸더니 같이 웃으시면서 밥 주라고 하셨단다. ^^;;
입원하자마자 밥 달라고 하는 산모가 흔하지는 않은가 보다.
밥 다 먹고 관장하는데 헉...관장의 위력이 이렇게 클 줄이야.
장난 아니게 좍좍~~ 다 흐르더군.
그 후로 계속 흰색 알약을 시간마다 먹었다.
흰색 알약이 자궁내부를 부드럽게 해서 아기가 쉽게 나올 수 있게 하는 거라고 했다.
아기 나올 줄 알고 병원에 입원하는 전날까지 휴가 썼다가 휴가 끝나서 도로 지방에내려갔던 남편이 10시 25분쯤에 도착했다. 전날 밤에 갔으니까 결국 잠만 자고 다시 올라온 것이다. 후후..남편을 보니까 든든하다.
간호사들이 계속 나에게 운동을 시킨다.
그래야 아기가 빨리 내려온단다.
아..그 때부터 운동과 태동검사,내진의 반복....내진할 때마다 미치겠다.
암튼 하루 종일 운동을 했다. 나는 1인실을 신청했기 때문에 방에서 운동을 많이 했다. 우리 엄마가 계속 링겔병 받침대 잡고 움직이는 나를 보시고 애 낳는 산모가 뭔 운동을 하루 죙일 하냐고 하신다.
이렇게 오전 내내 해도 별 진전이 없다.
간호사가 나보고 진통이 느껴지냐고 묻는다. 진통이 있다고 한다. 1.5센치 열렸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못 느끼겠다.
내가 웃으며 그랬다.
'이 정도면 애기 쉽게 낳겠는데요 뭘. 진통 견딜만하네..'
그랬더니 간호사..흐흐...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래요? 지금은 여유만만하게 웃지요? 나중에 그런 소리가 과연 나올까나?'
또 다른 간호사가 분만은 정말 '엄마의 의지'로 하는 것이란다.
가수 김C의 부인이 이 병원에서 애기를 낳았는데 막판 진통에도 끝까지 웃으며 낳았단다. 또 어떤 산모는 칠센치까지 열렸는데 못한다는 소리를 입원하는 순간부터 막판까지 해대는 바람에 결국 제왕절개 했다고 한다. 결국 엄마의 의지가 중요한 거라고 한다.
점심때 이후부턴 금식해야 된다고 해서 신랑이 초코렛을 사다 주었다.
초코렛 빨면서 또 계속 운동~~~
가족 분만실을 신청했었기 때문에 가족분만실 들어가서 공 위에 앉아서 또 폴짝폴짝 뛴다. 애기 내려오라구...울엄마 정신 없다고 하신다.
진통이 일정치가 않았다. 3분 간격까지 갔다가 다시 내가 또 쉬고 이러면 5분, 7분으로 늘어나구...
저녁때가 되니 지쳤다.
아~~ 진통이여. 제발 좀 빨리 와라.
징하게 진통 안 걸린다.
밤이 되었다.
내진만 열몇번 한것 같다.
밤 10시에 간호사가 내진 하더니 아직도 진전 없다고 한다. 헉...이게 웬일이니.
간호사가 나보고 옆방 산모랑 친구하라고 한다.
아까 대기실에서 옆에 누워 있었던 산모인가 보다. 그 사람도 운동 계속 하더니만...
둘 다 양수 먼저 터져서 입원했고 자궁문 여태 안 열리고, 남편들이 다 의사란다.
결국 그 산모는 나보다 먼저 촉진제 맞았단다.
촉진제를 맞으려고 나도 아까부터 태동을 지켜봤는데 태동이 그렇게까지 좋지가 않다. 안정권이 아니다.
10시에 촉진제 맞자고 하는데 내가 한번만 더 운동하겠다고 했다. 1시간만 더...
또 11시까지 움직이는데 아...이젠 정말 나도 지쳤다. 라마즈 호흡을 하려고 해도 현기증이 나서 못하겠다. 쓰러질것 같다.
도저히 안 되겠다.
결국 11시에 촉진제 투여시작!~
오호...이때부터 정말 장난이 아니다.
여태껏 진통들은 정말 새발의 피였던 것이다.
온몸이 비틀어지고 꼬여지고 난리도 아니다.
다리까지 절절절 아픈데 진짜 뼈가 열리는 게 느껴진다.
무슨 폭풍이 지나가는 것 같다.
아까 뚱뚱한 간호사가 호흡을 시킨다.
사람이 너무 고통이 심하면 호흡이 턱턱 멈춰진다. 생리적으로.
그런데 그렇게 할 때마다 아가 심박수가 급속히 떨어진다.
의도적으로 배로 숨을 하아하아~ 하고 쉬어야 하는데 진통하랴, 숨 크게 들이마시고 뱉으랴...정말 미치겄다.
그래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옆에서 오빠가 계속 나를 주무르며 격려한다.
'넌 할 수 있어. 그래그래, 너무너무 잘 하고 있어...조금만 더, 조금만 더..'
클라이막스.
간호사가 내진을 또 한다.
그랬더니 헉..하고 놀란다. '엄마...다 열렸어, 다 열렸어. 조금만 힘 내면 돼.'
하면서 도와주겠다면서 마구마구 쑤셔댄다.
아악``~~`
정말 애기가 많이 내려갔나 보다.
배를 보니 윗배가 푹 꺼졌다.
왜 사극을 보면 산모가 애 낳을 때 식은 땀 줄줄 흘리지 않는가?
난 땀을 별로 잘 안 흘리는 체질인데 정말 식은땀이 비오듯 나더라구.
울엄마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계시다가 눈물을 흘리신다. 결국 간호사가 엄마를 방에서 내 보낸다.
정신이 혼미하다.
간호사가 말한다. '엄마, 애기 머리 보여요. 자 이제부터 힘주는 연습 합시다. 다리에 손 끼고 힘 주세요.'
힘 주는데 진짜 똥 나올 것 같다.
그래도 에라~ 모르겄다. 하고 있는 힘껏 힘 준다. 힘 주고 나면 또 다시 하악하악~~. 숨쉰다.
'엄마, 우리 몇번만 더 힘주고 애기 낳읍시다. 5분만 더 하면 돼.'
처음엔 내진이 그렇게 싫더니만 나중엔 고맙기까지 하다.
그런데 애기 받는 원장샘, 왜 이렇게 안 오시는겨?
침대가 갑자기 분만대로 착착 변형이 되고 샘이 들어오셨다. 남편도 나가더니 가운입고 들어온다.
다시 또 힘주기....팔걸이를 붙잡는데 땀 때문에 미끌미끌하다.
정말 수술시켜 달라고 울부짖는 산모들의 마음이 이런것이구나....실감났다.
힘을 미친듯이 주는데 갑자기 뭐가 쑥 나가는 느낌이 난다.
내가 드디어 애기를 낳은 것이다.
새벽 1시 55분이었다. 울애기 으앙으앙 울어댄다.
내 배에서 쑥 나온 애기가 내 배위로 올려진다.
'아...하나님 감사합니다.'
첫댓글 감동입니다.정말 낳고 나면 아픔이 금방 잊어지나봐용 부럽기만 합니다. 저는 6월인데 빨리 낳고 싶어 죽겠어요.
축하드려영..왜케 내가 떨리지..전 분만기 읽을때마다 걱정이예영 제왕절개할까봐서..의지력이 원낙 약해서리..몸조리 잘하시고영 마음속 깊게 새겨읽고 갑니다..' '저도 6월달에 낳아영^^:;
정말정말 축하드려요^^ ㅋㅋ 근데 님 남편분 말씀 죽이네요~~올인!!! 정말 직업은 못속이나 봅니다^^
저도 동원산부인과인데... 이제 한달도 안남았네여... 빨리 아가보고 싶어 죽겠네여~ 순산 축하드려여~
넘넘 재밌게 읽었어요. 글 읽는 내내 울다가 웃다가... 6월 분만 예정인데 걱정입니다.
재밌어요...혼자웃다가챙피당했어요...너무리얼하고...그렇지만그신비로운고통을 어서빨리느껴도보고싶네여...이쁜아기잘키우세요...
님글 보면서 한참동안 웃었어요.. 순산 축하드리구요, 저도 4월말에 동원에서 낳을 예정입니다.. 간호사언니들이 잘해줘야 할터인데 ^^
순산 축하드려요 ^^ 저두 동원산부인과궁,, 원장샘진료랍니다 ㅋㅋ 흐미 ~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는데 잘 할수 있겠져^^
축하드립니다.. 넘 감동적이구 잼있네여^^ 저두 힘내야겠어요..아아..전 아직 멀었찌만 ㅎㅎ
저도 동원 다니는데요. 분만기 읽으니 힘이나네요. 이제 2주 남았네요. 힘내야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