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독일 역사에서 독일이 이렇게까지 성장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독일은 유럽에서 1700년대 중반까지도 후진국이었습니다.
독일은 그야말로 순수한 게르만 계통인 아리아 족의 국가입니다. 아리아 족은 농경문화를 가지고 있던 켈트족이나 라틴족에 비해서 야만족 취급을 받았습니다. 또, 북쪽의 노르만족은 그나마 어업 문화라도 가지고 있었지만 게르만족이 가진 것은 오로지 수렵 문화였습니다. 따라서 유럽 어디에서나 야만족 취급을 받았고, 날고기를 먹는 민족이라고 멸시했습니다.
게다가 독일이 위치한 게르마니아 지역은 일부 남부 뮌헨 지방을 빼면 완전히 황무지에 가깝습니다. 일 년 내내 비와 눈이 내리고 거의 밖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지형입니다. (그래서 사색자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칸트, 헤겔, 피히테, 쉘링, 마르크스 등.)
문화적으로도 로마제국의 영향에 있던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지방에 비해 훨씬 낙후되어 있었습니다. 독일에 문자가 완전히 보급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900년대 말의 일입니다. 또 독일어 자체도 멸시를 받아 왔습니다. 프랑스의 사상사 볼테르는
"스페인어로는 신과 대화하고, 이태리어로는 아버지와 대화하고, 프랑스어로는 어머니와 대화하고, 영어로는 사람과 대화하며, 독일어로는 말과 대화한다."고 할 정도로 독일어를 무시했습니다. 또, 마크 트웨인은 독일어가 어렵다면서 자신의 작품 뒤에 "독일어에 대한 고찰"이라고 하면서 독일어 특유의 합성 명사 등에 대해서 비꼬아 놓았습니다.
또, 개신교와 가톨릭이 전쟁을 벌인 30년 전쟁도(1600년대) 독일 전역에서 벌어져 결국 독일을 황무지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런 역사적 실정으로 독일은 2등 국가라는 열등감 속에서 세계의 뒷전으로 물러 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프로이센이라는 독일 지방국이 점차 힘이 세어지면서 결국 독일을 하나로 통일시킵니다. 이것이 1800년대 중반의 일입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입니다. 유약한 독일을 군사력으로 일으켜 세운 것입니다. 다만 군사력 뿐만 아니라 과학과 철학 등 학문 인재 등을 계속 양성해 학문도 크게 세우게 됩니다. 칸트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철학하면 많은 이들이 독일을 떠올릴 정도로 학문적 성과도 세웁니다.
특히 프랑스라는 초일류 강대국(당시)에게 1890년대에 전쟁을 통해 승리함으로써 독일 국민들은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1차 대전 이후에도 독일 국민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것은 독일의 동앵국과 연합군(영국, 프랑스 등)의 동맹국 간의 이해 관계가 얽힌 싸움 속에서 벌어진 전쟁이었기 때문에 당시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전쟁이었고 실질적으로 독일이 원했던 것은 식민지 증설이 아니라 동맹국의 권익 보호(체면)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1차 대전의 패배는 어쨌든 독일 국민들에게 상실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보다 무지막지한 것은 베르사유 조약을 통해서 영국과 프랑스가 어마어마한 액수의 부채를 독일에 안겨 주었고 그것이 결국 독일 국민들의 분노를 사게 된 것입니다.(미국은 그 액수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아직까지도 미국이 세계에서 주권을 잡던 시대가 아니었기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결국, 이 부채를 상환하지 못 한 독일에서는 부채를 갚기 위해 쓰잘데기 없이 화폐를 발행하게 되고 이것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면서 경제공황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발 한 번 하는데 거의 2억원 가까운 돈을 요금으로 내야 했다고 하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사회 혼란 속에 있던 정부가 바로 "바이마르 공화국"이었고 이 독일 정부는 거의 "허수아비 정부"다 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사회 안정을 꿈꾸던 독일인들에게 히틀러의 나치(NAZI:국가민주사회당 정도)의 집권은 독일 국민들에게 안정기로 비춰졌고 그것은 히틀러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2차대전은 잘 아시는 것처럼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독일 국민들이 죄책감을 느끼는 것 혹은 독일의 잘못이라고 느끼는 것은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600만 유대인 학살입니다. 당시 세계 유태인이 2000만명 정도가 안 되니까 1/3을 죽인 것입니다. 그것도 일부 군인들에 의한 우발적 학살이 아니라 히틀러 정부에 의한 조직적인 계획 학살이라는 데에서 많은 이들이 분노를 느끼는 것입니다. 즉, 독일 국민들조차도 광기에 휩쓸려 어떤 한 민족을 이 세상에서 씨를 말리려고 했다는 것에 대해서 자신들조차도 믿기 힘들어하는 것입니다. 세계사적으로 유래가 없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의 잘못도 엄청납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스페인, 포르투갈 등등. 하지만 일부는 승전국이기에 넘어간 것이 있다는 것을 부인 못 합니다. 일본은 왜 죄책감을 안 느끼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지만(-_-; 적어도 생체실험이나 난징대학살 같은 경우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야 하지 않나 싶음), 어쨌든 그것이 세계사의 냉엄한 현실입니다.
기본적으로 독일인들은 유태인 학살과 강제 수용소 같은 비인간적 처사(군인과 군인끼리 싸워서 죽은 것이 아니라, 군인이 일방적으로 민간인을 학살한) 등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참고로 독일인들은 한국과 비슷하게 문화 사대주의적 성향이 강합니다. 중세 독일에서는 궁중에서 일부러 불어를 사용했다고도 합니다.(영국도 마찬가지). 또 불어에서는 독일어 발음으로 읽는 단어가 없지만, 독일어에서는 불어 차용 단어를 불어 발음 식으로 읽는 경우가 있습니다.(까페, 레스토랑 등). 요즘에는 미국의 영향으로 denglish가 많아져 독일 어학자들의 걱정도 나타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