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선 매년 3월 17일이 최고의 명절인 패트릭의 날이라고 한다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처음 전파한 선교사인 성 패트릭의 사망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웨일스의 성직자 집안에서 태어난 패트릭이 아일랜드 해적들에 끌려가 6년 동안 노예로 살았는데
풀려나서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가 수도원을 개설했다고 한다
그리고 성직자로 봉사하며 살았다고 하니
평범한 나의 사고방식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성스러운 정신세계다
그를 기리기 위한 기념성당이 바로 이곳 성 패트릭 성당이다
고딕양식의 지붕과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름답다
거의 모든 성당이 그러하듯
이곳 역시 유명인들의 유해가 묻혀있다
걸리버 여행기로 유명한 조나단 스위프트도 이곳에 안치되어 있다
스위프트는 이곳에서 사제로 일했다고 한다
성당 내부의 바닥 타일이 무척 화려했는데
미사 볼 때 앉는 의자에 방석들을 달아놨다
각기 다른 문양으로 만들어져 있는 걸 보니
아마도 봉사하는 의미로 여러 사람들이 만들었나 보다
바닥이 화려하니 방석의 화려함이 잘 보이질 않지만 방석들이 아주 귀엽다
성당을 둘러보는 일은 이젠 술렁술렁 ~~~~
성스러운 장소에서 갑자기 술도가를 방문한다
바로 아일랜드 대표 맥주인 기네스 맥주의 산실 <기네스 팩토리>로 향한다
기네스 맥주 공장이지만 한 건물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기네스의 역사나 제작과정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장소다
맥주 공장의 규모도 어마어마 하지만 이 도시 전체가 기네스 맥주와 연관이 있는 듯 보였다
비도 살짝 뿌리는데 마치를 타라고 호객행위를 한다
비를 맞으며 달려야 하는 말들이 좀 안쓰럽다
내부에 들어서니 내 표현으론 정신없고, 젊은이들 표현을 빌리자면 아주 핫하다
층층이 오르면서 기네스 홍보물을 보는데
쾅쾅 울려대는 음악이 마치 클럽에라도 와 있는 듯하다
또 사람은 어찌나 많은지
맥주 박물관 구경을 온 것인지 사람구경을 온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우리 발아래에 있는 원 안에는 문서가 들어있는데 이 문서는 기네스가 버려진 양조장을 임대한 계약서이다
이 낡은 양조장을 저렴한 가격에 임대계약을 했는데 계약기간이 무려 9천 년이라고 한다
물론 그 안에 돈을 벌어 이 양조장을 다 사버렸지만.
어떻게 9천 년 임대계약을 할 수 있었을까
임대기간이 9000년이 된 이유는 계약서를 라틴어로 작성한 시청공무원이
기네스에게 두고두고 임대료를 받으려고 임대기간을 90년에서 9000년으로 슬쩍 바꿔 놓았다고 한다
당시 라틴어를 잘 몰랐던 기네스는 이 사실조차 모르고 서명을 했다고 한다
9천 년 동안 연 45 파운드면 처음엔 적절한 가격이었겠지만 갈수록 싼 가격이니 기네스에게 유리할 밖에
가이드가 아일랜드의 산악지대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계약도 엄청 오랜 기간 해놨다고 했었는데
그 기간을 잘 기억하지 못하겠다
1층부터 7층까지 계단과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를 번갈아 오르며
기네스 맥주 생산과정이나 발전 역사를 잘 보여준다
효모를 관리하는 방법부터 영상으로 친절히 안내해 준다
오르면서 공장에서 사용하던 맥주보관 오크통이나 수로처럼 굵은 맥주를 나르던 관,
그리고 화제가 되었던 CF 동영상을 틀어 이해를 돕는다
그 당시 무척 센세이셔널한 광고여서 유명하다고 한다
기네스가 아일랜드에서 사랑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성 패트릭 성당의 복원작업에도 많은 돈을 기부하고
특히 이 회사 직원에게 베푸는 복지는 매우 풍부해서 꿈의 직장으로 여겨질 정도다
입장권에 맥주 1잔 시음권이 포함되어 있어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맥주를 마실 수 있다
360도 탁 트인 공간에서 여유 있게 더블린 시내를 내려다보며 맥주를 한잔 마실 수 있다는 말에
기대를 하고 올라갔는데 시장도 그런 도떼기 시장이 없다
맥주도 공장처럼 샥샥 따라준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테이블을 차지할 수도 없고 서 있을 장소도 마땅치 않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더블린의 전경도 사람 때문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 일행은 맥주를 따라주는 원형테이블에 간신히 서서 쿠폰을 내밀고 맥주 한잔씩을 받았다
낭만파 선배님은 맥주 안주까지 챙겨 오셨다
맥주는 체코에서 마신 흑맥주 같은 느낌이다
맛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애주가가 아니기에 맥주맛은 그냥 같은 맥주맛.
컬러상 흑맥주 ㅋㅋ
안주만 먹고 서 있는 나
자유시간에 돌아다니다가 기념품숍에서 오크통 마그넷 하나 골랐다
젊은이들이 이곳을 방문했다면 핫플레이스라며 춤을 추면서 이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겠다
입장권에 붙어있는 시음권으로 한잔씩 마시고 추가 요금을 내고 하루종일 맥주를 마시며 이 핫한 분위기를 즐길 것 같다
기네스 팩토리를 끝으로 아일랜드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그토록 가보고 싶어했던 아일랜드도 아쉬움을 많이 남기고 떠난다
자유여행으로 와서 더블린 시내 곳곳을 천천히 둘러본다면 좋겠다
버스킹이 열리는 곳곳을 찾아 걷다가 지치면 펍에 들어가 맥주나 음료 마시며 거리를 바라보고 싶다
유유자적 거리를 쏘다니면서
아이리시 커피(위스키가 들어간 커피) 한잔 맛보고 이국적인 풍광에 젖어들고 싶다
아일랜드에서 아이리시 커피를 마시거나 펍에 들어가 맥주 마시려고
집에 남은 유로화를 다 챙겨 왔건만 기념품 한두 개 사는 걸로 끝나 그 무거운(?) 유로화를 다시 들고 왔네
안녕!
우린 이제 내일 아일랜드로 처음 올 때 탔던 스테나 라인을 타고 다시 본섬인 잉글랜드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