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라마를 소재로 한 드라마 및 관련 쇼 프로그램. [이미지=박승찬 제공] |
라마족은 홍콩 및 캐나다 등 지역에서 분유를 집단으로 사재기했던 소비군으로 유명하다. 당시 사재기로 인해 정작 현지 거주 젊은 엄마들은 영유아 자녀를 위한 분유 등 유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해서 화제가 됐다. 라마족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매우 핫한 유행어로 드라마 및 쇼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질 정도였다.
중국 라마족의 소비파워를 알 수 있는 국내 유제품의 중국 수출사례를 들어보자. 중국의 대형 온라인 식품 오픈마켓 중 하나인 ‘이하오뎬(1号店, Yihaodian)’이 가지고 있는 세계 기네스 기록이다. 본래 중국본토기업인 이하오뎬은 2015년 월마트에 의해 인수되었다가, 다시 2016년 6월 징둥(JD.com)에 의해 인수된 식음료(H&B) 수입 전문온라인 오픈마켓이다.
이하오뎬은 2014년 3월 8일 중국 부녀자의 날을 기념하여 30개 컨테이너에 담긴 60만 개의 수입 신선 우유 판촉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정확히 52분 25초 만에 60만 개의 신선 우유를 완판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신선 우유를 판 기록으로 기네스 기록에 올라갔다. 자신감을 얻은 이하오뎬은 또 60만 개의 신선 우유를 수입했고, 대대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한 결과 4분 48초 만에 60만 개를 모두 팔아치웠다. 새로운 기네스 기록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하오뎬의 수입 신선 우유 판매를 위한 프로모션 행사 홍보물. [이미지=박승찬 제공] |
여기서 2가지 궁금점이 생긴다. 첫째, 60만 개의 신선 우유가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수입되었는지다. 놀랍게도 서울우유, 매일우유, 연세우유, 남양우유 등 대부분 한국산 신선 우유였다. 중국에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 우유를 수출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밖에 없다고 할 정도다.
새벽에 국내공장에서 출하되어 인천 및 평택항만을 통해 산둥성 칭다오를 통해 수출된 한국산 신선 우유는 바로 중국 전역의 오프라인 유통매장으로 배달된다. 양국 간 지리적 근접성이라는 장점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 등 외국계 신선 우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둘째, 도대체 누가 세계 기네스 기록을 세울 정도로 수입된 신선 우유를 구매하는가? 그 주인공이 바로 젊은 신세대 엄마인 ‘라마족’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과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라마족들이 자기 자녀에게는 수입 신선 우유를 마시게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원래 7-14일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 우유보다 3개월 이상 보관해도 마실 수 있는 멸균우유가 발달한 시장이었지만, 몇 년 전부터 웰빙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신선 우유를 마시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붐을 타고 매일‧서울‧남양‧연세 등 많은 국내 유제품 기업들이 신선 우유를 지속해서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유제품 기업들의 성공사례에서 보았듯이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경쟁력이 기술이든 거리의 근접성이든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이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핵심을 정확히 타게팅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우리 제품을 누구에게 팔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학습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자, 이제 두 번째 아줌마 부대인 ‘따마족’에 대해 알아보자. ‘크다’라는 뜻의 따(大)와 ‘엄마’를 뜻하는 마(妈)가 합쳐진 용어다. 중국의 큰손 아줌마라 불리는 소비계층으로 40-50대의 중년여성들을 말한다. 이른바, ‘따마 경제’는 78년 개혁개방 이후 축적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부동산, 황금, 주얼리 및 핸드백 등과 같은 사치품을 사들이는 중국 중년 아줌마들의 소비 파워를 의미한다.
이러한 따마 경제는 글로벌 소비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중국 소비시장에서 ‘따마를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는 비즈니스 격언이 있을 정도다. 2010년 영국 타임지는 미국의 스미스 부인, 유럽의 소피아 부인,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 한국의 강남 아줌마가 있다면, 중국에는 따마가 있고 따마에 의해 글로벌 소비시장이 변화하리라고 전망한 바 있다.
따마족은 집단적인 사고와 소비패턴을 가지고 있고, 합리적이면서 체면 문화에 익숙한 소비계층이다. 따마족은 과거 제주도 부동산 투자의 주요 구매자 및 가상화폐 비트코인 주요 투자자로 빠른 재테크 정보력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서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현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