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만 시인>>
<<권기만 시인의 양력>>
*1959년 경북 봉화 출생.
*2012년 《시산맥》을 통해 등단.
*월명문학상, 최치원문학상 수상
*시집『발 달린 벌』.
<<권기만 시인의 대표 시>>
이민 / 권기만
여행자로 도로변 창에 비친 내가
3시 10분과 15분 사이를 지나간다
세대를 넘어 함께 살아왔다는 뜻
무수한 분신이 어른거린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며
연탄불을 마신 사내
하늘공원 터미널에서 배웅할 때
차표 같은 가오리연 잡고 달려간다
사랑하고 싶었으나 딴지만 걸다 망한
이젠 마음이 움직여야 행동이 되는 나라에서
실컷 살아보겠다며
처ㄴ사ㅇ으로 점프한 사내
그러나 나는 윤회의 고리를 끓고
이제 그만 해탈하라고
강심에 들어
천천히 뼛가루를 뿌린다
분분히 스러지고다시 잠잠해진 강심에 비친
4시 10분과 15분 사이 전생인지
후생인지 알 수 없는 내가
몇 겹으로 어른거린다
나나가 사랑한/권기만
기억하지 않아도 말이 되는 발과
늙은 와인 두 병이 잠들어 있다
안달루시아의 개를 따라간 낙타가
피아노 위에 쓰러져 있다 소리는 뼈에서
바람으로 진화하다 혹에서 멈춰 있다
분열로 우정을 만든 물감을 지나
무한 반사각에서 발견된 불멸의 시간에 도착해 있다
압생트가 통과된 귀와
사라진 오후가 피의자가 되었을 때
순회재판소 소장이 죽었다
모험가들이 돌아왔고 꺼졌던 벽지에 불꽃놀이가
점화됐다 보호종인 문화를 심어뒀다는 가슴은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문자가 타종되는 방을 지나
나나가 끝없는 설원을 걸어갔다
다른 세상에서 온 다리들의 집회를 지나
프랑스에서 태어나 아르헨티나에서 자란 흰색과
붉은색이 넘어진 채 돌기둥이 되어 있었다
외상으로 산 작은 입술과 선 굵은 칵테일 잔
피아노를 개조한 방에서 깼을 때
막심 고리키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오래된 침묵이 다음 주인공이냐고 물었지만
지나간 질문이 불간섭주의를 천명하며 돌아섰다
자유가 희망인 시대의 아침이었다
강동약국/권기만
강동엔 고래가 산다 강동약국 15평 바다에 사는 고래 한번 잠수하
면 3일간 심해로 잠수하는 불가사의한 고래 바닷속 언어로 그린 무
지개가 사철 약처럼 팔려 나간다는 강동약국 눈을 감았다 뜨는 곳에
수평선을 걸어놓고 오가는 사람 그 위를 걸어서 집에 가도록 배웅하
는 고래 미소 하나로 누구나 고래가 되게 하는
그가 머문 뒤로 강동에 오는 구름은 고래가 되어 먼 하늘로 헤엄쳐
갔다 그의 눈을 믿고 구름이 된 고래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 순도
깊은 바다가 있다 말 속에서 뭉글뭉글 구름인 어미고래 새끼고래 자
맥질하듯 뒤척이는 사소한 눈웃음으로 몸속 병마를 스러지게 하고
달래지 못한 가슴속 바다 눈빛 지느러미로 어루만져 순하게 하는
강동엔 고래가 산다
동거/권기만
얼굴이 간지럽다
다섯 마리 토끼가 풀을 뜯는 모양이다
아무도 본 적 없지만 내 얼굴에는
다섯 마리 토끼가 산다 내가 미소를 지으면
깡충 깡깡충 뛰어다닌다
내가 우울하면 쫄쫄쫄 굶는다
다섯 마리 토끼가 뛰어다니는 얼굴을 보는 건
즐겁다 토끼가 뛰어다니고 있다면 틀림없이
맛있는 대화 중이거나 사랑하고 있을 때다
소곤소곤은 토끼가 제일 좋아하는 풀이다
한겨울에는 토끼도 어쩔 수 없이
말 속에 굴을 파고 들어가 잠을 잔다 봄이 오고
사방에서 꽃이 터지면 기다렸다는 듯 소풍을 간다
꽃 한 송이마다 한아름의 미소가 사는 걸 알아보는 건
토끼다 입 다물고 있어도 봄이 지나고 나면
살금살금 미소가 살쪄 있다
소곤소곤 조곤조곤을 뜯다가 어른 토끼들은
구름 속으로 이사를 간다 큰소리는 토끼가
제일 싫어하는 풀이다 아이들 말은 토끼의 발
버짐 핀 듯 얼굴 왼쪽이 간지럽다
다섯 마리 새끼 토끼가 풀을 뜯는 모양이다
콩나물/권기만
곧추세운 코브라 대가리
이빨 잃고도 기죽지 않는
단단한 고요의 음계
정지 화면
멈칫, 하면 먹힌다
그게 그가 진화시킨 포획법
반쯤 먹힌 손으로
모가지째 뽑아 끓는 물에 넣는다
몸뚱이가 허물어져도 풀어지지 않는 독기
진간장 고춧가루로 절이고 버무려도
말짱 쌩쌩
조금도 공손치 않다
고요를 포획하고 어둠마저 포획했음인가
입에 넣는 때를 기다려
이빨 사이로 대가리 들이민다
몸은 버리고 머리로 살아남는 게
진화의 다음 단계라고
머리 전부로 눈 동그랗게 치뜬다
이런 독기 하나 있느냐고
디스코텍/권기만
박새 꽃기린 괭이눈 노루귀 제비동자
기생풀 홀아비바람꽃 애기똥풀 흰각시붓꽃
각시취 며느리밑씻개 미나리아재비 노인장대
악수를 하자는 것인지
한판 붙어보자는 것인지
춤판,
제각각 벌여놓고
들어와 살아보라고
맘껏 투정을 부려보라고
바람이 불 때마다
은근슬쩍 꼬집는다
은근슬쩍 입술을 내민다
귀신고래울음 한 접시/권기만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은 변광성 군락지다 빅뱅의 DNA가 보존되어
있다는 처녀자리 은하단 삼엽충 지대를 지나 국부은하군 우리 은하
오리온 팔 국부 성간구름을 지나자 은하외곽 태양계가 어둠을 닦고
있다 국부은하군 최고의 리조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101번 직바
구리 게이트로 나서자 귀신거래울음 한 접시 가게가 보인다
해파랑목울대를 목에 걸자 6천 개 지구언어가 소통에 진입한다
무인택시에 타면 입국절차는 자동 처리, 해운대 파라다이스 98층
스카이 룸에서 바라본 대마도는 두 개의 젖가슴 같다 미리 주문한
30만 광캐럿 정우성X-100 모델이 배달되어 있다 영혼 이동 한 시간
동안 적응 프로그램까지 마무리되자 움직이는데 별다른 불편이 없다
벗어놓은 쌍둥이 아미달라 행성의 잠든 몸이 무거워 보인다 팔을
2개로 줄여놓으니 가려운 등은 어찌해볼 수 없다 책 읽어주는
아가씨로 지구를 선택해 놓고 상상의 푸름에 올라본다 저녁은
빠르게 지나가고 지구의 아침은 거대한 해일처럼 밀려온다
온몸으로 받아 안기엔 너무도 벅차다 순도 높은 태양의 광전자로
에너지를 충전하자 암흑물질처럼 떠돌던 허기와 추위가 씻은 듯
사라진다 세포 하나하나가 눈부시게 반짝인다 스프와 샐러드,
갓구운 빵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발바닥이 노출된 신발을
신는다 은하의 별을 수집해놓은 백사장을 걸어보는 건 꼭
해봐야 한다 발밑을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유성의 감촉, 신의 입술은
이토록 감미롭다 듣지않고 다만 느끼려 여기에 왔다 살갗을 질주하
는 무한대의 파도가 귀를 적신다 젖어서 멍하니 꿈이다 신발을 벗고
발목까지 모래 속에 넣어본다 2천여 개의 별을 지나온 고달픔이
금빛모래처럼 환해진다 행성여행일지에 자동 기록된 국부거품의
동향을 지우고 모래, 불후의 음악이라 적는다 젊은 남녀의 키스하는
입술 위로 공간축약 스노보드를 타고 백록에 올랐다 같이 온 일행의
행동기록이 빠르게 지나간다 바퀴 없는 차들이 마젤란은하 대사 일행
을 태우고 오륙도 해저3만리선착장으로 소리 없이 미끄러지고 있다
물방울 나라/권기만
이슬이 굴러 무당벌레 머릴 친다 상상해봐
화난 듯 알록달록해지는 모습이라니
토란 잎에 붙은 이슬을 치어라고 생각해봐
누가 꼬리를 안으로 말고 있다 생각하겠어
햇살이 치어의 등을 간질이면 순식간에 숨어버리지
파란 하늘에 치어들이 와글거린다니
가장 맑은 눈으로 헤엄치는 치어를 상상해봐
몸통도 꼬리도 눈 하나로만 뜨고 있는 치어라니
등을 쓰다듬어주면 물 한 방울 뱉어놓고 달아나지
몇 놈은 수련 뒤로 숨어들기도 하지
그러나 찾아볼라치면 거짓말처럼 숨어버리지
거기 어디쯤 강이 있다고 상상해봐
치어들이 그 쪼그만 눈으로 굴려먹는 물소리라니
또르르 눈만 굴리다 사라지는 치어떼를 만나고 싶어?
가지마다 부레를 걸어놓고 있는 새벽 숲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봐
입질이 느껴져?
인간 이후 외 1편/권기만
시간을 늘여 스스로 죽음에 들지 않는 한
죽지 않는 인간족이 탄생했다
페가수스좌에서 반짝 눈을 뜬
농염한 미래의 기척
자숨에서 이주해 온 인간들이
아미달라 행성에 내리던 날
인간의 걸음걸이 거기 어디에도 나이는 없다
한번도 보지 못한 이방인을 보는 눈빛에
지구인이라는 고대문자는 보이지 않았다
우주인으로 거듭나는 동안 용맹무쌍한 인간은
그 오랜 죽음의 존엄을 슬프게도 잊었다
연약한 첫발이 가진 연민으로 반짝이는 지구
푸름을 영원성으로 만든 땀의 유전자만이
온전한 지구인을 살아가고 있다는데
사건의 지평선 위로 행성 이주족들이
거대한 비행체를 몰고 지나간다
나이를 지운 인간으로 아미달라 행성에 내리던 날
빛을 가린 무리에 행성의 하루가 종일 컴컴했다
행성기록자 1/권기만
작약이 화색을 꾸미다 놀라 미소를 봉긋으로 바꾼
우주, 물고기 자리, 고래자리 복합 초은하단,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처녀자리 초은하단, 국부은하군, 은하수 준은하군, 우리은하, 오리온 팔, 굴드 대, 국부 거품, 국부 성간구름, 태양계, 내행성계, 지구, 아시아 대륙, 동아시아, 대한민국, 울산, 북구, 약수*
100조개의 별이 살고 있는 우주, 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인간, 100조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는 미생물 연합군 연방정부에 불과한 나
초속 600km로 우주공간을 질주하는 지구에 소속된 몸의 총량에 137억 광년을 더하면 우주의 생물연대가 된다 빅뱅 이후가 오롯이 관통한 짧은 생각으로 영생을 깨우친 푸름 46억 2020년 숙성된 인간이 걸어간다 숙성에서 동격인 개와 닭을 지나 문지방 너머 할머니 열여덟을 지나간다 문틈으로 시간의 허리가 짧다 무료를 하품하다 눈 마주친 고양이 재빨리 달의 분화구 속으로 꼬리를 감춘
탑/권기만
돌은 몇 개만 쌓아도 탑이다
가지 위에 가지 올린 나무도 탑이다
한 발 위에 한 발 올려
산에 오르면 탑이 되는 사람들
몸 위에 몸 하나만 올려도
삼층탑이다
구름 위에 달을 올렸다 해를 올렸다
수금지화목토천해
누가 쌓은 탑일까
꽃잎 위에 꽃잎 올려
탑 쌓기 놀이에 분주한
애기똥풀 형제
나뭇잎 몇 장 띄워 탑 쌓고
골짝을 돌아 탑돌이 나선 냇물
서로를 무등 태운
몸 낮춘 샛강
일파만파가, 모두
기단석이다
발/권기만
발 달린 벌을 본 적 있는가
벌에게는 날개가 발이다
우리와 다른 길을 걸어
꽃에게 가고 있다
뱀은 몸이 날개고
식물은 씨앗이 발이다
같은 길을 다르게 걸을 뿐
지상을 여행하는 걸음걸이는 같다
걸어다니든 기어다니든
생의 몸짓은 질기다
먼저 갈 수도 뒤처질 수도 없는
한 걸음씩만 내딛는 길에서
발이 아니면 조금도 다가갈 수 없는
몸을 길이게 하는 발
새는 허공을 밟고
나는 땅을 밟는다는 것뿐
질기게 걸어야 하는 것도 같다
질기게 울어야 하는 꽃도
토성 엑스포/권기만
은하좌표 bⅡ7, lⅡ36
판, 다프니스, 아트라스, 프로메테우스, 판도라, 에피메테우스, 야누스,
시간의 닻을 올리고 스타시스템에 접속한다
에너지 숙성관에 진흙을 넣을 때
모항에서 광자 충전 표시가 뜬다
푸름 한 송이 생명을 입력하고
광선 11호에 승선한 지구인
광속 잠금장치를 풀고 꿈의 영역으로 속도를 올린다
엔셀라두스, 테티스, 텔레스토, 칼립소, 디오네, 헬레네, 레아,
꼬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춤꾼들
암모니아 얼음 알갱이 모자를 쓰고 미끄러진다
광속 불가침 영역에 천천히 중력 닻을 내린다
육각형구름방망이 폭풍이 고체 수소 중력 바리케이드를 친다
타이탄, 히페리온, 이아페투스, 이이라크, 포에버, 팔리아크, 스카디,
서로를 향한 임계 광파가 무한대로 발사된다
베비온, 스콜, 타르케크, 그레이프, 히로킨, 나르비, 하티,
용의 폭풍권 속으로 첫발을 내린 토성 관광 스타호
수소 기둥과 탄소 이산화가 뿜는 생명의 숨소리에 겨워
제멋대로 던져놓은 수천 가지 별의 씨앗
춤사위로 깨워 달아나고 있다 무리지어 무리지어
겁 없는 용을 부르고 있다
*토성의 위성은 약 160여개가 있다. 지금도 계속 발견 되고 있다.
초끈교실/권기만
신문지를 분자 크기로 접고 있다
배가 태양이라면 참깨는 지구
배와 깨의 거리는 8미터, 겨우 여덟 걸음이다
크기와 거리를 버리면 모든 사물이 이웃이 된다
태초엔 완두콩만 했던 우주
깨 속에 들어있는 137억光年이
입속으로 공간이동하면 갑자기 왁자해지는 지구
주머니 속에 완두콩 몇 개 넣고 주물럭거리면서
몇 개의 우주가 들어 있다고 상상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공간들이 출산의 고통을 겪었던가
너무도 빨리 크는 완두콩
초끈*을 목줄처럼 달고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8차원 옆 동네에서 개 짖는 소리
달이 완두콩처럼 컹컹 음정을 켜들고 있다
그렇거나 말거나 깨 한 숟가락 입에 털어 넣고
수백 개의 지구를 와자작 씹어본다
그 순간 내 입이 블랙홀로 둔갑한다
한 채의 우주가 되어 보는 고소한 입맛
압축시켜 저장한 내 몸 어딘가가
나선은하의 궤도로 꿀꺽, 접어든다
*초끈이론 : 자연계의 모든 입자와 기본 상호작용을 미소한 크기의 초대칭적 끈의 진동으로 설명하려는 시도
지구에 사는 우주인 6/권기만
간질간질한 바람에 속아 꽃이 되어본 적 있으신지
쑥부쟁이로 무당 사슴벌레로 바퀴 달린 벌과 붕붕 공기를 뿜다
박쥐의 저녁으로 날아다녀본 적 있으신지
바람의 언덕에서 반쯤 지워져본 적 있으신지
밤의 종점에서 나이를 먹지 않는 마젤란 여자들과 만년처럼
하룻밤 꼴딱 새워본 적 있으신지
발목에 흰털빛 두른 바슘처녀들과 꿈결 풀어
물병자리에 앉아본 적 있으신지
뭇별 한 동이 사서 돌아오는 새벽
백 년은 늙지 않는다는 그 물 한 그릇 단숨에 마셔본 적 있으신지
뱀자리 지나 도착한 은하의 휴양지
반짝임만 모아놓은 光年의 푸름에 취해본 적 있으신지
눈 감고 천천히 지나가는 구름의 문체
냇물이 발가락을 건드릴 때 발그레 얼굴이 둥글어지는
간질간질한 지구인을 살아본 적 있으신지
설국/권기만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열차는 수전증 걸린 노인 같다
툰드라의 혹한이 창틈으로 세상 끝까지 옷깃을 세웠다
모든 경계를 다 지워야 도착한다는 꿈에서의 열흘,
역사驛舍는 씩씩거림만 남은 주전자 바닥 같다
여행자로 살던 형은 왜 이 먼 곳에 와서 죽은 것일까
시체 보관소에 잠들어 있는 형은 너무도 편안했다
빙하의 바람을 뼈에 새기면 설국을 찾을 수 있다
갈겨쓴 글자가 설인의 흔적 같던 형의 엽서,
교수직을 던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간 형은
돈이 생기면 보드카만 마셨다
형의 수첩을 보고서야 설국으로 가는 길이 있단 걸 알았다
삶에 행로를 끼워 넣으면 어디에도 없는 나라가 만들어진다
수첩의 흰여우 언덕은 이제 찾을 수 없는 나라다
눈 덮인 북극 하늘을 조금씩 잊으면서 봄은 덧났다
한 송이 꽃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향해 뛰어 내렸다
살아보고 싶은 존재에 가장 가깝다는 나라,
한 번 내디딘 자리에서 지상에 없는 제국을 만나보라고
북극점 받아 안고 가만히 날개를 펴는 목련,
내 눈 속에도 설국의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우물/권기만
목마를 때 경주 박물관 간다
뜰 앞 우물에서
공손하게 물 한 바가지 떠먹는다
이 우물 앞에선 텅 빈 마음이 바가지다
조용히 눈감으면
물이 고여와 넘친다
넘쳐흘러 하늘에 가 고인다
하늘 한 바가지 떠먹기 위해
새들은 몸속을 텅 비운다
누가 맨 처음 허공에 우물을 파고
청동의 치마를 둘렀을까
거꾸로 매달려 있어도
낭산* 너머로 흘러가는 반월半月
우물 속에 잠겨 있다
때가 되면 텅 비어지는 몸을 들고
목울음까지 차오르는 에밀레
한 바가지 퍼서 월성月城이 젖도록
흐득흐득 마시다보면
우물도 달을 퍼서 마시고 있다
*낭산 : 선덕여왕릉과 사천왕사 터가 자리한 경주 보문에 있는 산.
시지리 사람들/권기만
펀질리아 6세의 저녁이다 밖으로 나오지 말 것을 명령하고 혼자만 누렸다는 저녁, 어둠에 지워진 유령처럼 지냈던 시지리 사람들, 박탈당한 그들의 저녁이 쫓기듯 마신 와인처럼 붉게 번진다 핏속에서 거칠게 솟구치던 분노가 센 강을 흐르게 한다 격렬했던 순간이 유람선을 흔든다 그 흔들림이 고대 시지리의 저녁을 통과한다 볼 수 없었던 저녁, 1년에 단 하루였지만 평등한 저녁을 되찾기 위해 펀질리아 6세를 폐위시킨 날도 오늘이다 저녁이라는 느리고 긴 다리, 그 다리를 건너 가족의 자리로 돌아오려고 일어선 날이다 남의 식탁에 오를 저녁을 적시며 와인 속으로 흘러가는 센 강, 핏속에 더 큰 강을 낳는다 이웃으로 돌아와 말없이 출렁이는 시지리 사람들, 천 년 전 사라진 저녁을 다져 구워낸 이야기 한 판, 빙 둘러앉아 파란 보름달 듣고 있다
7번국도/권기만
그는 수상스키를 타고 출근한다
눈을 멀리 두면 물보라를 일으키는 발밑
퇴근 땐 어김없이 북극을 향해 시동을 건다
기러기가 되어 날고 있는 7번국도,
부서지며 흘러가는 것들이
부딪치며 손 섞는 모습은 얼마나 눈부신가
잠에서 탄생할 때
그를 받아 안는 건 바람의 손이다
물방울로 짠 푸른 천을 펼쳐
한 마리 봉황처럼 날고 있는 동해
가끔 영화에서처럼 동해를 몰고 부릉부릉
광속 추월 페달을 밟고 북극으로 내달릴 때
시선을 관통하며 부서지는 까마득한 별빛
활처럼 원근법에 저장해두고
돌아갈 길을 돌아다보면
말없이 V자를 그려주는 기러기 1만 마리 눈빛
처음부터 오로라를 향해 시동을 걸어놓고 있다
물보라를 몰고 출근하는 7번국도,
눈을 멀리 두면
도로는 강으로 진화하고 있다
어머니가 사는 곳/권기만
옷이 엄니 손같이 느껴지는 날
나는 아이처럼 엄니가 벗겨주던 대로 옷을 벗는다
물끄러미 앞섶 바라보던 콧날 참 따뜻하다
내 안의 것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한 종지 미소 같은 단추를 끄른다
눈물 가득 고인 조그만 호수
주름진 엄니 손마디 물결처럼 일렁인다
얼룩진 윗도리 벗어 빨래통에 던진다
던지면서 돌아앉는 뒷모습에 얼른 다시 줍는다
엉거주춤 벌린 두 팔
어머니가 안아 달랬을 세월 안겨있다
단단히 여며주지 못해 힘들어하던 모습
후줄그레 어려 있다
벗어든 옷으로 엄니 잠시 나를 보듬는다
부시시 까슬하다
주름진 옷 속 조그만 엄니
빨래통에 넣으려다 말고
부둥켜안고 한참 참는다
이팝 1/권기만
입맛이 까칠했던 게지
저렇게 한꺼번에 침 뱉어 놓은 걸 보면
몸속에 게 한 마리 키운 게지
뒷걸음치다 주저앉을 수 없어
혀 깨물고 있었던 게지
바람이 일 때마다 허옇게 부서지는 젖살
정말 먹이고 싶었던 게지
보낼 수 없는 것을 보내
살이 아프다 안으로 곪아터지면
입안에 거품이 이는 걸
죽어도 몰랐던 게지
아버지 돌아오지 않는 탄광촌 언덕
쌀이 익어 이밥처럼 쌀이 익어
허옇게 흐드러진 게지
먹일 수 없어 입으로 끓어오른 햇살
퉤퉤 뒤집어쓰고 허허 곡 하는 게지
찬밥/권기만
언제 저렇게 많은 알을 슬어 놓았을까
식탁 위 고들고들한 밥
형광등 불빛 오밀조밀 들어앉아
금세라도 깨어날 듯이 꼬물거린다
말간 빛의 알갱이
한 숟갈 떠 입에 넣는다
생의 막장마저 물어뜯는 것일까
공복의 창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요동친다
찬밥 한 덩이로 버티기엔 너무 먼 하루
가다가다 어깨 처진 그믐 같은 슬픔,
한 번 더 불어터지고 있다
식탁 위, 섬처럼 떠 있는 밥그릇
살갗도 대지 않고 언제
저렇게 많은 허기를 고봉으로 낳았을까
삭발한 희망 한 덩이로 웅크린 반달
갱도를 비추는 흐린 램프 같다
어디든 막장이라고 자꾸 안전모를 눌러쓴다
몇 번의 굴절을 더 거쳐야
더운밥 둘러앉아 먹을 수 있을까
각삽 같은 숟가락으로 눈물을 캔다
한때 물컹했던 기억
갱차에 퍼 담는 반지하 거실
어깨 처진 슬픔, 한 번 더
불어터지고 있다
못점/권기만
점만 남기고 몸을 숨길 때 끝까지 잡아주는 힘이 된다 어머니가 그랬다 아버지도 점이었다 번듯한 이름자 하나 남기지 못하고 박씨로 죽은 듯 박힐때 가족을 잡아주는 힘이 됐다 그 흔한 영산잭으로 평생을 머리 한 번 내밀지 않았지만 6남매를 지켜냈다 머리는 한 지점만 지켜내는 표식이어야 한단 걸 언제 알았을까 점만 남는 마지막 족적에서 뿌리가 자란다 내가 누군지 모를 때 머리 내어주고 대책 없이 맞았다 안으로 삼킨 아픔이 못으로 박히는 걸 그때 알았다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던 아버지 순한 눈빛이 내 몸에 박혀 있다 빗방울 망치에 정수리 내어주고 마지막 모를 심고 어리 펴던 어머니 모진 인고의 사랑이 두 눈 깊이 박혀 있다 한쪽으로 기운 의자를 버리려다 말고 저는 다리중심에 대못을 박는다 못점에 든 의자가 점잖게 자리를 고쳐 앉는다
색채 여행/권기만
수묵은 강이다 나는 그걸 하늘이라 읽는다 내 눈에 번지는 것으로 강을 만드는 수묵, 그 침묵의 흘림은 영감이다 수묵으로 꼬리를 감춘 구름 흘러간다 그 왁자한 묵상에 귀가 번진다 바람도 제 살 풀어 흐름을 보탠다 흐르지만 불기도 하는 건 그 때문, 소리가 번지지 않으면 하늘을 얻은 게 아니다 수묵의 잎에 옮겨다놓은 굵직한 물살을 나는 굳이 잉어라 읽는다 커다란 물살을 덮어 눈을 감고 있는 건 그냥 흘러가라는 것, 번지며 밀려오는 잔물결 안으로 돌려놓고 분주한 입질이다 박쥐난처럼 날개의 내면을 다 덮은 구름 이파리들이 밖을 잠그고 벽 속으로 강을 풀어놓는다 잎으로 번진 영감의 꼬리가 흔들린다 지나가던 별똥별 무리가 성운인가 싶어 맨몸으로 뛰어든다 묵상의 귀가 한 번 더 번진다
주남저수지/권기만
누가 벗어놓은 신발일까
달도 신고 구름도 신는다
무당벌레 장수하늘소도
발성법 연습하듯 또박또박
신는다
가창오리 날개에 돋아있던
천둥과 번개의 잔뿌리
구름 운에 맞추어
신는다
발 디딜 틈 없는 고요
물방개로 수놓은 신발 코
개구리도 풍덩!
신어본다
갈대는 언제부터 신발 군락지가 되었나
풀로 자란 무성한 바람
우우 떼 지어 신어보고 있다
광고로 깨어나는 아침/권기만
사거리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분수대약국과 모텔 파라다이스가 있고 21세기헤어숍과 신세대약국이 있다. 약간 비켜서서 제우스PC방이 있고 뉴사랑노래연습장이 있고 먼 추억 같은 목성보리밥집이 그보다 더 먼 고구려의 후예 온달생맥주집을 마주보고 있다.
대성가든 주차장에서 바라본 아침은 분주한 이름들뿐이다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바쁘게 보도를 걸어가는 사람들, 동천입시학원을 지나 포토장을 지나면 삼오이발소가 있고 그 옆에 신세계농약사가 있다 신풍전업사 맞은편에 왕손짜장이 있고 주차장이 넓은 원조할매곰탕이 쪼리쪼리분식을 마주보고 있다 그 옆 비학산생 칼국수를 지날 배가 고픈 것 같은 느낌이 들고 한방왕아구찜을 지나 참새구이보다 고소한 유황오리숲숯불구이를 지마나면 점심때도 한참 지난 득 허기가 진다
내가 근무하는 공장 직판 가구마을까지는 아직도 한 구역을 더 가야 하는데 무심코 지나다니던 길이 갑자기 나를 알아보고 반기는 날이면, 이름 불러주지 않을 수 없다 여자 동창이 운영하는 퀸레스토랑을 지나면 유성꽃화원이 있고 금손안마시술소가 있고 그 맞은편에 미래컴퓨터학원이 있고 행복예식장이 있고 신혼미용실이 있다. 고도가 높아 슬픈 보람생명을 돌아서면 울릉도꽃게해물탕이 있고 로데오찜질방과 대보수산이 날마다 파도로 목욕을 하는 북부해수욕장이 있다.
바다를 가슴에 풀어놓고 돌아서면 또다시 반기는 이름들, 내 마음의 규장각 홍익정책마을 지나 고려세탁소 지나면 누렁이한우촌이 있고 대성흑염소와 아담슈퍼가 농부네청과식품과 어깨를 맞대고 있다. 그 맞은편에 흙사랑도예공방이 한마음인테리어와 나란히 서서 나를 맞아주는 그 오른쪽에 가구마을이 있다.
오늘도 나는 참 좋은 여행 신라관광을 타고 걸어서 출근했다. 밤낮없이 눈높이를 맞추려고 발돋움한 따뜻한 이웃들, 한 번씩 부르며 지나온 이름들이 그리움 간간한 등불을 걸어놓고 나를 반겨주고 있다.
황금가재/권기만
가재는 불을 좋아해 불을 삼키면 나타나는 황금 갑옷, 누구는 그것을 수의라 하지만 천만에, 그건 하늘을 지키러 갈 때 나타나는 현상이지 집게손을 창으로 만드는 동안은 겁쟁이처럼 떨어지는 낙엽도 무서워 바위 밑에 숨어 살지 구름재 넘다보면 황금갑옷의 후예가 사는 불영계곡이 있지 불의 그림자가 어린다는 깊은 계곡 사실은, 차가운 냉기가 뼈를 얼려 뼛속 예기銳氣가 은연중 번쩍거리는 것이지 심심한 아이들이 멋모르고 바위 뒤로 손을 넣으면 점잖게, 잡혀주기도 하고 불 먹여 주면 갑옷을 슬쩍 보여 주기도 하지 그건 황금창의 비밀을 지키려는 방패일 뿐, 별이 무진장 쏟아지는 가을밤 별똥별 구멍으로 하늘로 올라가지 차가운 한기로 몸속 뼈를 제련하는 불영수련장, 한 번 찌르면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없는 창을 만들기 위해 뒤로만 물러서는 가재, 가장 날카로운 결의는 청정한 깊이에 터를 잡을 때 한 점의 예기도 드러내지 않지 혹, 그런 가재를 잡았다면 잡혀준 그 정의를 모른 척 잠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정중히 놓아주시라 결코 그 창을 직접 볼 수는 없을 터이니
누가 책을 몸으로 듣는가/권기만
아이샤도우가고양이족을상징한다들었다
지위가높을수록눈꼬리가치켜진다들었다
눈살짝치켜뜨면제비족과여우족을구별할
수있다그러나상징은쉽게정체를드러내지
않는다그흔한징후에도늑대족의거점을찾
아냈단보고는없다동물의원적을언어에숨
겼다들었다발톱이모든혐의를인정했지만
규정된것은언어가아니라다듬어진손톱이
다손톱이발그레다듬어진동물을인간이라
정의한혐의로구금되어도서관에갇혀있는
서책에는정작요술램프를찾아가는지도가
없다용마의날개에기록된여자의허리는여
름이다이불후의계절을누가음악으로듣는
가누가음악으로듣는가한줄의글을쓰면한
줄의글이지워진다한줄의글은한줄의글을
지운흔적이다지우면나타나는불새의발톱
에사자와너구리승냥이와요술램프의거인
이인간으로귀화할때꼭꼭숨어있겠다고쓴
혈적血跡이있다들었다캄캄한밤중이었다
도서관 3/권기만
사막이 직립해 있는 곳엔 가지 마세요 수천만 페이지 모래바람 펄럭이는 구릉, 낙타처럼 걸어가는 독서는 젊음을 화르르 쏟아놓곤 해요 거기 어디선가 별들이 소곤대지만 제 귀는 사르르 스쳐가는 소리만 읽어요 사막을 횡단한 사람도 첫발을 디딘 사람도 똑같이 발을 헛디뎌요 무너지기 좋을 만큼 발밑으로 바람이 흘러요 길이 있다는 말 듣고 길 따라 흘러간 사람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아요 갈증이 깊어지면 모래가 물이 되는 사막엔 가지 마세요 은하수가 불모의 강이라고 읽기 싫어요 낙타가 되긴 싫어요 아버진 오래 전부터 모래였어요 바람뿐인 아버지를 낙타라고 읽긴 정말 싫어요
사막으로 출근하고 사막으로 퇴근하는 사람들이 발견한 아버지, 수천만 페이지의 사막을 다 건넌 사람은 없어요 사막을 횡단하다 사막이 되어버린 아버지, 아버질 펼치면 오아시스에서 별 헤고 있는 어머니, 스스스 미끄러지기만 하는 어머닌 언제부터 유사의 강이었나요
바람을 만나야 길을 얻는 모래에게 바람은 낙타란다 낙타의 등에 올라타렴 모래처럼 스스스 달려보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위안이니
타박타박 낙타처럼 걸어가는 활자들,
길 잃으러 사막 간다 길 버리러 사막 간다
발굴/권기만
햇살 알갱이로 밥 지어 파는 동네 슈퍼마켓, 똥개 한 마리 Y를 하품 속에 가두고 날짜 지난 수음을 핥는다 전철 타면 지구 끝까지 가라고 꼬리치는 바람, 얼룩무늬 창은 날마다 못 본 척 딴전이다 담뱃갑처럼 쪼그려 졸다 깬,
사내가 분광기로 색감을 살핀다 입맛에서 눈맛으로 변해가던 21세기 색깔의 혁명기, 발굴된 사내는 배가 아니라 눈이 고파 있다 막 주문한 블랙버드에 거리가 파노라마처럼 감겨 있다 물감이 색감을 변주하는 표변주의가 21세기에서 시작됐단 걸 확인하는 순간 사내의 눈에서 36가지 색채가 쏟아진다
물감에 기록된 사내의 녹취록을 옮겨 적다가 불빛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인형극이 공연되는 시간을 발견한다 도로는 무대가 된 지 오래 저 위에 서면 누구나 주인공이 되지 물감의 층을 내려가자 도로는 불빛 먹는 회충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위장이라 소화가 느려서 남은 기록이다 열두시와 한시 사이의 사람들이 춤에 감전된 듯 흐느적거린다
허기는 더 큰 허기를 보면 사라진다 사내는 사라진 자신의 허기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진화가 시작된 21세기 사내의 위장을 관찰한다 블랙버드가 보여주는 스펙트럼에서 사내의 의중을 읽는 건 발굴로는 알 수 없다고 적는다 발굴은 창조라고 다시 고쳐 쓴다
몇 천 년의 바람을 갉아먹은 생쥐처럼 허겁지겁 뜯어먹은 눈빛 식사에 포획된 격한 허기는 순금보다 귀한 소장 가치가 있다 국립박물관에 전시한다면, ‘열두시와 한시 사이에 박제된 인형극’과 막 발아한 눈의 위장에서 찾아낸 ‘내장의 도덕적 결벽증’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릴 것이다 퇴화가 결벽증 때문이라는 사실은 창조성이 아니고는 알아볼 수 없는 단서다
신인류 기원의 거리였을 자리에 블랙버드를 놓는다 퇴화를 시작한 위장이 사내의 눈에서 한껏 부릅떠진다 쫄쫄 굶어서 모처럼 눈이 파랗게 우러난다
노병의/권기만
물감은 소리를 머금고 감춘다
빛을 통과시키고 빛나듯
붓을 드는 순간 꽃은 떤다
물감에 배인 꽃의 입술
한사코 따라나서 보지만
따라갈 수 없는 너머를 가리고 있는 붓은
문이거나 장막이다
성城의 운명은 무너지는 것
감열지처럼 지나간 흔적만 흑백으로 남은
꽃이 제 몸으로 예언한
물감에 점령되는 날이 온다
성벽으로 감춘 그림
손수건처럼 잡아당기자
에펠탑을 이젤로 쓴
몽마르트르 언덕이 어깨를 드러낸다
빛이 굳어 이젤이 된
시크레 쾨르 상당이 마리아처럼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