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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학소대 방향으로 내려선다. 화강암봉에 뿌리를 내린 노송들의 자태에 좀처럼 걸음을 떼지 못한다. 가파른 철제계단과 나무계단을 내려선 삼거리에 공림사와 학소대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공림사로 내려가고픈 유혹을 떨치고 예정대로 학소대 방향으로 접어든다. 거대한 바위들이 앞을 가로막는가 싶더니 이내 사방 바위벽에 갇히고 만다. 수직으로 버티고 선 30m 암벽에 삼체미륵불(충북유형문화재 제140호)이 선각되어 있다. 미륵불이 새겨진 암벽 아래 석간수가 솟는다. 물이 유난히 차고 달다. 주변 낙영사터는 무속인들이 촛불을 켜고 기도를 올리던 곳이었으나 이제 그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한껏 뒤로 꺾어 삼체미륵불을 눈에 담고 바위 틈을 빠져나가면 오른편으로 희미해진 낙영사 터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학소대 하산길에서도 탄성은 멈추지 않는다. 건너편 낙영산 유격훈련장의 흰 암반을 배경으로 기차바위와 코끼리바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기차바위는 우주로 향하는 은하철도 같은데 메텔과 철이는 보이지 않는다. 노송이 숲을 이룬 암벽허리에 설치된 철제난간을 지나면 이번엔 하늘을 찌를 듯한 참나무 숲이 펼쳐진다. 학소대로 향하는 완만한 경사의 숲길이 얼마든지 길어도 좋겠는데 계류를 가로지른 학소대교가 성큼 달려들며 오늘 산행의 종료를 알린다.
- ▲ 정상지대에서 자라고 있는 난장이바위솔.
- ▲ 정상부 직전의 바위굴. 마치 하늘로 통하는 문 같다.
- ▲ 능선의 바위 전망대 뒤로 길쭉한 기차바위가 보인다. 마치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은하철도 999 같다.
- ▲ 송시열의 숨결이 살아 있는 암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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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 화양3교~첨성대~정상~마애삼체불~학소대~주차장 <원점회귀 3시간 소요>
○ 학소대~삼체미륵불~정상~삼거리~공림사 <4~5시간 소요>
주차장에서 화양구곡을 거슬러 올라 화양3교 직전에 오른쪽 데크를 들머리로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이내 이정표가 나타난다. 첨성대를 거치는 코스와 도명산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갈림길이다. 이 두 길은 정상을 1km 앞둔 마지막 안부에서 합류한다.
정상을 거쳐서 삼체미륵불과 낙영사터, 장군바위를 지나 학소대로 하산해 화양구곡을 따라 내려가면 화양분소 주차장이다. 정상에서 공림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코스도 그리 험하지 않고 아름답다(산행시간 4시간). 천년 느티나무가 아름다운 공림사 아래 사담마을에서는 택시나 버스 이용이 수월하다.
산행을 하지 않아도 화양동 주차장에서 화양구곡을 옆으로 끼고 자연학습원까지 걷는 왕복 10km 역시 아름다운 산책로다. 암서재 앞 계류에 가로놓인 간이 철다리를 국립공원관리소에서 철거해 버려 현재는 암서재를 볼 수 없다. 송시열의 숨결이 느껴지는 암서재를 보려면 채운사를 통해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 ▲ 정상부 암릉의 허리를 휘돌아 설치된 철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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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 대중교통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화양동까지 하루 3회 운행.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 청주 가경터미널에서 하루 8차례 운행하는 화양동 행 시외버스는 1시간 20분 소요.
○ 승용차
중부고속도로→증평IC→청천면→화양동(증평에서 40분 소요). 혹은 경부고속도로 청원IC를 나와 32번 지방도로 이용 가덕→미원→37번 국도 이용. 영동고속도로 여주 방면에서는 충주를 거쳐 괴산IC로 진출한다. 화양동주차장 주차료 5,000원.
- 숙식 (지역번호 043)
인근 숙소는 화양민박(832-4392), 화양유스호스텔(832-8801), 보람원(833-1711) 등이 있다. 맛집으로 화양식당(832-4392)이 있다. 민물고기매운탕과 직접 채취해 조리한 손 도토리묵 요리가 일품이다. 그밖에도 도원리 한방오리백숙과 올갱이국을 하는 신토불이식당(832-5376), 송어, 향어회, 멧돼지, 오리주물럭을 하는 금평삼거리 우정가든(832-4080)이 있다.
/ 글·사진 차은량 수필가. 산문집 <꽃멀미>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