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문을 열며 떠나는 사람의 길목은 차갑다. 아직 꽃샘추위가 이어지는 3월, 조금은 두툼한 옷을 입고 떠나는 곳은 제비 왔다가 돌아간다는 중국의 남녘 강남땅이다.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언제나 쓸쓸하다. 돌아서 걸어가는 오후 4시의 그림자가 그랬고 언제나 꼭 새벽이면 사라지는 이슬처럼 옷 몇 잎과 구두를 저며 신고 문을 나서는 사람의 옷에서는 벌써 체념하듯 먼지 냄새가 났다. 어디로 떠나야 한다는 건 이별을 의미한다.
한편에는 아픔이거나 아쉬움, 그리움을 남기므로…
오랜만에 다시 와 보는 국제공항이었다. 여기에서 근무하는 사람과 배웅하는 사람 외에는 둘러봐도 모두 떠나는 자, 그를 위한 의자에 앉았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마카오다. 마카오 여행에 앞서 마카오 트레블 마트 행사 취재를 통해 조금은 미리 알 수 있었지만 그 조그만 도시의 모습이 기다려지는 공항의 시간이 출발시간인 오전 8시에 다가섰다.
이번 투어를 함께할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이드를 맡아주실 박 이사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문 분야의 기자들로 모두 9명으로 5명의 여 기자와 4명의 남 기자가 마카오행 비행기에 올랐다.
마카오를 한 번쯤 다녀온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보고 온 느낌 그 자체로 이번 여행을 또 다른 시선으로 소개한다.
사실 이번 여행의 초청은 마카오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최대 규모의 호텔 리조트로 알려진 베네시안에 의해 이뤄졌다. 베네시안은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모델로 설계됐는데 호텔의 외벽이나 실내가 그 도시의 모습을 닮았으며 호텔의 내부에 수로가 흐르고 배가 떠다닌다.
명성이 있는 세 가지 대표 브랜드의 호텔이 뭉쳐 이뤄진 베네시안은 규모도 엄청나다. 객실이 3,000개이고 일하는 직원이 모두 12,000명이다. 이번에 나는 23층에 묵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후, 엘리베이터에서 내 방을 찾아가는 데만 정확히 10분을 걸어야 했다.
넓은 룸에서 혼자 자는 밤이어서 더욱 화려하게 느껴졌을까, 실내는 디럭스로 더블 침대 두 개와 아래의 거실을 포함해 매우 크고 럭셔리했다. 우선 간단하게 여장을 풀고 일행과 점심을 먹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Noodles 식당에서 먹은 짬뽕, 남방의 향이 코로 확 들어왔다. 우리의 짬뽕 맛을 상상하고 젓가락을 들었다가는 자칫, 낭패… 남방에서는 남방의 맛만을 상상하라.
마카오가 카지노만의 천국이라는 개념은 잠시 잊자~
포르투갈령이었던 마카오는 동서양이 혼합된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지금은 모두가 중국인들 속에 가끔 서양 사람들을 볼 수 있고 유적으로만 남아있다. 마카오에 있는 거의 모든 호텔에는 카지노가 있지만 대규모로 허가를 받은 호텔은 정해져 있다.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 선수를 빼앗겨 땅을 쳤다는 마카오 카지노의 규모는 실로 엄청났다.
베네시안을 소유하고 있는 샌즈 차이나 그룹은 이외에도 마카오 카지노를 소유하고 있고 지금 개장을 앞둔 샌즈 코타이 센트럴까지 합하면 무려 9,000객실에 카지노 면적만 약 9만평으로 덕수궁의 절반 정도 규모를 경영하게 되니 실로 엄청나다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부러워 할 것만은 아닌 것이 우리나라에는 현실적으로 이 정도의 카지노가 들어올 수도 없을뿐더러 들어온다면 아수라장이 될게 뻔하기 때문에 없어서 천만 다행이다.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건 물론 대부분의 카지노 고객이 현지인들과 중국관광객들이지만 이들이 대하는 카지노 문화는 끝까지 본전 생각하는 우리의 개념과는 좀 다른 듯하다.(현장에서 미친 짓하는 사람을 못 본 탓일까) 즐길 만큼 즐기고 가는 그들의 얼굴에서 광기란 찾을 수 없으니 말이다.
여행기가 전문적으로 흐르는 듯, 하지만 꼭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객실과 카지노의 규모만큼 엄청난 크기의 회의실과 컨벤션이 가히 위협적이다. ‘MICE시대’의 열풍과 더불어 이런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건 세계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충분한 자산이다.
여행기의 순수함이 잠시 카지노에 묻혔다. 오후에는 베네시안의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물의 나라 베네치아를 닮은 물길에는 곤돌라가 떠 있고 우리 일행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다.
다음날 오전 마카오 시내 투어를 앞두고 베네시안 주변을 돌아봤다. 해외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국적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마카오는 사실 섬으로 알고 있지만 구 도심지가 있는 지역은 반도다. 베네시안 등 대규모의 호텔이 있는 지역은 일종의 신도시라 볼 수 있는데 실은 오랫동안 형성된 모래톱이 육지의 땅처럼 올라와 흙으로 다져놓은 매립지다. 중심지와는 긴 세 개의 다리로 연결된다.
마카오를 크게 세 가지의 부류로 나눈다면 유적지가 많은 문화유산지역, 반도 중심가, 신 호텔&리조트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곳은 본토에서 다리 건너 섬(島), 주변에는 남방 문화 스타일의 건물과 호텔들이 서있다. 오기 전에 들어봤던 ‘시티 오브 드림’ 호텔도 보였다.
시티 오브 드림에 들어가 봤다. 물의 환타지쇼를 주요 공연으로 홍보하고 있는 이 호텔은 로비에 물이 흐르는 원형의 공이 눈길을 끌었고 미녀 안내원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띠었다. 물의 쇼는 시간 관계상 보지 않았다.
해양성 날씨 특유의 바람이 불었지만 춥게 느껴지지는 않은 완연한 봄 날씨를 느끼며 천천히 걸어 베네시안 외곽을 따라 돌았다. 멀지 않은 거리에 갤럭시 호텔이 위용을 뽐내며 서있다. 거리에는 정신 나간 여자의 머리칼 같은 나무가 늘어서 있었는데 나무의 이름은 묻지 못했다.
천천히 걸어서인지 외곽을 도는 데만 40분, 저녁은 뷔페식당에서 먹었는데 약간의 향이 섞인 국수만 빼면 서양식 수준이라 맛있고 괜찮게 먹었다. 여행의 기쁨 중 하나가 먹을거리 아닌가, 금강산도 식 후경이라는 말은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주도 없이 맥주 한 잔으로 여행객의 밤을 달래기에는 좀 허전했지만 말이다.
그 허전함은 그날 밤 동료 남자 기자들과 양주로 풀며 1박 3일 일정 중, 바로 그 1박을 마쳤다.
아침을 로비 옆 데코식당에서 가볍게 먹고 본토와 이어진 구 시가지, 마카오 반도를 향해 일행은 버스에 올랐다. 긴 다리를 건너는 시간이 꽤 오래인 듯 느껴졌다.
첫 코스는 아마사원, 가톨릭 신자가 90%를 차지하는 도시에서 이곳은 유교, 도교, 불교가 공존하며 주민들이 자유롭게 와 기도하는 공간이다. 사진 찍을 피사체가 좀 있어 보여 카메라를 챙겼다.
주민들은 우리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염원을 위해 향에 불을 붙였다. 다양한 형태의 향이 눈에 들어왔는데 둥근 나선형은 처음 보는 모양의 향이었다. 같이 온 각국의 기자들도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내려오는데 차가 눈에 띄었다. 빵집 홍보용으로 보이는 차가 이색적으로 보여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어느 기자가 계속 앞에서 어른거린다. 짜증나 슬쩍 째려봤더니 식~ 웃으며 쏘리..,한다. 일본인이었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은 후, 세 명의 일본 기자와의 대화는 오후 신설 호텔 투어로, 갈라 디너쇼까지 이어지는 친구가 됐다.
몬테 요새에서 내려와 잃어버린 버스
정문과 계단만 남은 성 바울 성당 유적이 두 번째 코스, 성당이자 대학이었던 이곳은 화재로 타버려 현재의 모습만 남았다. 그 위로 몬테 요새가 위치해 있는데 강화도 성곽에 있는 것과 비슷한 대포들이 아직도 성 밖의 허공을 향해 있다.
아이들을 비롯해 방문객이 꽤 많았다. 꼭대기 요새까지 갔다가 내려오니 휑한 성당의 단면처럼 일행들이 보이지 않았다. 버스에도 내렸던 자리에 버스도 사라지고…, 인근을 돌아보면 어딘가 있겠지만 난 서슴없이 길을 향해 걸었다. 어차피 버스도 나도 베네시안으로 돌아갈 테니까.
혼자서 걷는 여행은 또 다른 낭만이 있다. 남들이 나를 볼 때는 물론 그렇게 보진 않겠지만 착각이라도 Solitary Man 같이 보이지 않을까하는 자아도취의 발상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객도 때때로 검은 버버리 자락을 휘날리고 싶은가보다.
마카오의 구 도심지는 많이 낡아있었지만 골목골목 사람들이 다져놓은 끈끈한 관계와 역사의 시간이 느껴졌다. 어디론가 열심히 가는 사람들, 상점 안에서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의 생김이 동양적이지만 이 지역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는 듯했다. 남자들은 필리핀인과 비슷하고 여자들은 대게 키가 155~158㎝ 정도로 아담하다.
많이 알려진 세나도 광장은 가지 못했지만 또 다른 광장에서 마카오 공기를 마셨고 내 시선을 통해 평생 가져갈 영상의 기억 한 토막을 남기게 된 것이다.
다시 베네시안으로 돌아와 이번 투어의 목적인 ‘샌즈 코타이 센트럴’의 4월 첫 단계 개업을 위한 마무리 과정을 참가자 모두가
둘러봤다. 저녁에는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칵테일 바, 시음과 갈라 디너쇼는 아쉽게도 사진을 남기진 못했지만 독특하고 화려하게 진행됐다. 바로 그날 밤, 2시 40분 비행기로 와야 했지만 와인에 취하고 마카오에 취해서 잠시 나는 길을 잃었다.
그곳에서 전해오는 얘기에 의하면 카지노에서 돈을 다 잃은 사람은 마지막으로 히말라야로 간다고 한다. 모든 걸 잃어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이 히말라야에 가서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첫댓글 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그러나 양옆 글짜가 맞지 않아 화살표로 옮겨 가면서 읽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다음에는 좀더 세심한 배려로 올려주셨으면 .....
죄송합니다... 게시판의 용량에 한계가 있고 자동 편집이 안되는 듯 합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이번에는 하단의 이동 화살표를 활용해 주시고, 다음에는 여기에 맞는 에디트로 올리겠습니다....
마카오 가보고싶던곳 여행기 잘보았습니다.
혹시 과천에 계신분 아니신가요 과천에 계시면 함께 할 수 있는지요?
너무 늦게 들어왔네요. 좋은글 많이 참고가 되어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