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동안 건강검진을 받고 난 엄마집에서 보냈다 엊저녁은 누워서 엄마한테 갑자기 백설기가 먹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두 말이 필요없다 곧장 주방으로 가시더니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난 엄마가 무얼 하시는지 보지 않아도 안다 분명 햅쌀을 불리고 계실거다
다음날 이른 5시 엄마는 새벽예배를 위해 어김없이 나가신다 잠결에 문득 이런생각이 든다 엄마가 오시기 30분 전에 인덕션을 틀면 엄마가 오시기 전에 백설기가 다 되어 있겠지? 그럼 엄마가 좋아하시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미 꿈에서 백설기에 김이 모락모락 나기도 했다고 엄마가 늦게 오시는 바람에 탄내가 나기도 했다가 하는 사이, 기도하시는 동안 엄마를 지키고 있던 찬바람을 이끌고 엄마가 방으로 들어오신다
난 잠꼬대처럼 말한다 "엄마가 오기전에 백설기를 찌려고 했는데 엄마 오는 시간 맞추지 못할까봐 그냥 뒀어...옹알옹알" 그러곤 다시 잠들려는데 엄마가 혼잣말처럼 뭐라 하신다 "아이구, 쌀을 찌면 배설기가 되는 줄 아니?" 잡자기 잠이 화들짝 날아간다 "아 맞다!"
아무것도 모르는 딸 방앗간에 가서 쌀도 빻고 밤이랑 콩이랑 이런저런 것도 넣고 그래야 떡이 되는거지 여태껏 뭐하나 신경쓰게 않고 엄마가 다 해주니까 그래도 이나마 집중해서 제 앞가림 하고 사는 것 누가 모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