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과 우리말 / 경북 문경의 새재
새재의 ‘새’는 ‘사이’의 뜻
‘새재라는 이름은 전국에 엄청 많아
영남 선비들의 한양 길목 문경새재, 우리 마음 속의 고개인 문경새재. 우리가 많이 일컫는 ‘아리랑고개’가 바로 문경새재가 아닐까 모르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소
문경아 새자야 물박달낭구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가네
홍두깨 방망이는 팔자가 좋아
큰애기 손질로 놀아나네
문경아 새자는 웬 고개인가
구비야 굽이굽이가 눈물이 나네
※ 새자=새재 <문경새재아리랑>
문경새재냐 괴산새재냐?
보통 ‘문경새재’라고 한다. 귀에 깊숙이 박힌 이름이니까.
백두대간의 조령산과 주흘산에 걸쳐 있는 이 고개는 옛날 경상도 선비들이 과거를 보려 한양으로 가던 중요한 통로였다. 그런데 임진왜란 때는 왜군이 무방비로 이 고개를 넘어 충주까지 쳐들어와 성벽과 3개의 관문을 설치하게 됐다.
왜란 발발 이듬해인 1593년 6월, 여기에 조곡관(鳥谷關)이라는 관문을 설치했다. 1708년에 조령산성을 고쳐 쌓고, 이 문을 중성(中城)으로 삼았고. 그 후 폐허가 되어 복원하고 이 관문 남쪽에 주흘관(主屹關)을, 북쪽에 조령관(鳥嶺關)을 축조했다. 그래서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나란히 자리잡아 각각 제1, 제2, 제3관문이 된다. 고개 정상의 제3관문인 조령관은 충청도와 경상도의 경계가 된다. 정확히는 충북 괴산군 연풍면 원풍리와 문경시 문경읍 상초리의 경계이다.
보통은 문경새재라 하지만 일부는 괴산 지역이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조령원(鳥嶺院)은 공무로 출장하는 관리들에게 숙식 편의를 제공하던 공익시설이었다.
정부가 1관문~3관문 일대(전체 370만㎡)를 국가지정 문화재 ‘문경새재’로 지정하면서 외지인들은 3관문 주변까지 문경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괴산군은 주민들이 전부터 고개 일부를 ‘연풍새재’나 ‘괴산새재’로 불러 왔으니 ‘문경새재’란 이름을 재고해 달라고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새재’란 이름은 그 위치 중심으로 해석해야
경기 안성, 충남 논산, 충북 옥천, 전남 광양 등 많은 곳에 ‘새재’가 있는데, 한자로는 신현(新峴), 조령(鳥嶺), 간령(間嶺), 철령(鐵嶺) 등으로 표기된다.
이처럼 ‘새재’라는 이름이 많은데, ‘새재’의 ‘새’가 바로 날아다니는 새(鳥)를 일컫는 걸까? 사람들은 고개가 너무 높아서 날짐승도 쉬어가는 고개하 해서 새재라고 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남지방과 중부지방을 잇는 큰 고개인 문경새재는 ‘사잇고개’의 뜻임에 틀림없다.
‘사이의 고개’가 ‘새재’이듯이 ‘사이의 마을’이나 ‘사이의 골짜기’는 ‘새골(샛골)’이 된다. ‘쇠골’, ‘쇳골’이 되어 한자로 금곡(金谷)이 되기도 한다. ‘쇠’ 관련 땅이름으로 풀이하기도 하지만 ‘쇠’는 대개 ‘새’의 전음이고 원뜻은 ‘사이’이다.
우리의 토박이 땅이름들 중엔 서로 같은 것이 많다. 이것은 땅이름들이 위치나 지형을 따라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많고 또 같은 언어, 같은 조어 형식에 의해 거의 비슷한 생성 여건에서 나오게 된 때문이다. 우리 땅이름들 중 마을이름을 흔한 유형의 것을 골라 그 생성 원인별로 모아 보면 다음과 같이 대략 너댓 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위치에 따라
샛말(간촌.間村), 웃말-아랫말(상촌-하촌.上村-下村, 가재울(변촌.邊村), 안골(내곡.內谷), 벌말(평촌.坪村), 다릿골(교촌.橋村)
-지형에 따라
너르실(황곡.黃谷), 느르목(판곡-판항.板谷․獐項). 용머리(용두.龍頭), 가느실(세곡.細谷), 구릉
-크기나 모양에 따라
한골(대곡-대촌.大谷-大村), 솔골(소촌-小村), 긴골(장곡.長谷), 능골(가촌.加村)
-생긴 때에 따라
구텃골(구기.舊基), 새터(신기-신대.新基-新垈)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향교말(향교-), 비선거리(비석-), 바윗골(바위-), 독골․돌말(돌-), 벼랑골․벼루말(벼랑-), 떡전거리(떡가게-), 갈말․갈골(갈풀-), 역말(역-)
우리의 토박이 땅이름들 중 가장 많은 것은 ‘새터(새텃말)’와 ‘새말’이다.
1989년 1월부터 8개월 동안 전국 행정동․리명(1988년 현재 37,544개)의 토박이 땅이름을 조사-정리한 바 있다. 이 조사 결과에 의하면 ‘새터’에 바탕을 둔 땅이름이 가장 많았고(2백여 개), 그 다음이 ‘새말’(약 2백 개), 그 다음으로는 ‘윗말-아랫말’, ‘안골’, ‘벌말’의 순이었다.
한자식 행정동․동리명(洞里名) 이름 수
용산(龍山) 50개
신흥(新興) 48개
신촌(新村) 43개
금곡(金谷) 42개
남산(南山) 40개
덕산(德山) 40개
대곡(大谷) 39개
중리(中里-中洞) 38개
상리(上里-上洞) 38개
신기(新基) 35개
송정(松亭) 35개
읍내(邑內) 35개
이 중에서 신흥, 신촌, 금곡, 신기는 모두 ‘새’ 또는 ‘새터’를 바탕으로 하는 한자식 땅이름이다. 이것을 보면 이 땅에 ‘새(신-간.新-間)’ 관련 땅이름이 얼마나 많은가를 알 수가 있다.
‘땅이름에서의 새’는 주로 ‘사이’의 뜻
마을이름 조사에서, 전국에서 ‘새터’라는 이름을 가장 많이 가진 시․군은 청주시인 것으로 밝혀졌다.
- 경기도 안성시(23개)
- 경기도 파주군(25개)
- 강원도 홍천군(8개)
- 충북 청주시 청원구(52개)
- 충북 괴산군(22개)
- 충남 공주시(12개)
- 전북 남원시(21개)
- 전남 장흥군(22개)
- 경북 영천시(20개)
- 경남 산청군(28개)
제주도는 방언 특성상 ‘새터’란 이름을 가진 곳이 없었다. 대신 이와 비슷한 뜻인 ‘새가름’, ‘시카리’ 같은 땅이름이 많았다.
‘새터’라는 마을이름이 이처럼 많은 것은 이것이 우선 그 이름 그대로 ‘새로 된 마을’의 뜻을 가졌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사이(間)의 땅’이란 의미도 지니고 있어 더욱 흔한 이름이 되었다. 새로 이룩된 마을, 들 사이의 마을, 산 사이의 마을, 골짜기 사이의 마을, ... 이런 마을들에 ‘새터’라는 마을 이름이 자연스럽게 붙여졌고, 그것은 결국 지명으로 정착된 것이다.
옛 문헌에도 보이는 새터
‘새터’가 ‘사이의 터’임을 나타내자면 한자로 ‘간기(間基)’나 ‘간대(間垈)’, ‘간지(間地)’ 같은 지명이 되어야 하지만, 전국의 행정지명 중에는 간기, 간대, 간지 등이 하나도 없고, 자연부락 이름에서나 조금 보일 뿐이다.
‘새터’는 금대(金垈), 금기(金基)라는 한자 지명으로도 옮겨갔다. 이것은 ‘새’를 ‘쇠’로 발음한 데서 나온 현상으로 보인다.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의 금대리,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의 금기(金基)마을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 마을들은 각각 ‘쇠터’, ‘쇠터울’이 원이름이지만 여기서의 ‘쇠’는 ‘새(사이)’이다.
‘새터’아는 이름은 오랜 옛날에도 썼음을 볼 수 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사량부(沙梁部)의 ‘사(沙)’는 지금의 ‘새’에 해당하는 말의 표기로 보이고, ‘량(梁)’은 ‘돌’이지만 ‘도(터)’의 당시 한자식 표기로 보인다. 그렇다면 ‘사량’은 지금의 ‘새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닫 > 달 > 다 > 더 > 터
- 닫 > 달 > 다 > 따 > 땅
삼국시대의 땅이름을 보년 ‘새’를 ‘사(沙)’나 사(史)로 많이 표기했음을 본다.
- 사평(沙平) = 새벌(지금의 충남 홍성군 일부)
- 사시랑(沙尸良) = 삿골, 샛골(〃)
- 사비근을(沙非斤乙) = 새을, 새비골(지금의 강원도 회양군)
- 사복홀(沙伏忽) = 새골, 새받골(지금의 경기도 안성시 양성읍)
- 사벌국(沙伐國) = 새벌나라(지금의 경북 상주시)
- 사물(史勿) = 새물(지금의 경남 사천시)
- 사홀(史忽) = 새골 (※ 압록수 이북 지역)
‘새’는 ‘샅’이 그 말뿌리
‘새(新)’는 그 원뿌리가 ‘삳’ 또는 ‘살’일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우리말과 친척 관계에 있는 일본말에 ‘사라(更․新)’라는 말이 있음을 봐서도 알 수가 있다. ‘사이’의 뜻으로서의 ‘새’도 원래 그 뿌리가 ‘삳’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용비어천가>에는 지금의 ‘사이’라는 말이 ‘’로 나오고 있다.
- ‘잣 間不容尺’<용비어천가(31)>
- ‘수픐 이예 봉鳳 터리를 노라林間踏鳳毛’(수풀 사이에 봉이 털을 밟노라) <두시언해(초)(十五, 47)>
- ‘요이예 近間’(요사이에 ) (二十三, 10)
- ‘옷이예 잇 빈대 좀을’(옷 사이에 있는 빈대 좀을) <구급간 이방(一, 19)>
- ‘ 뿜만 디날 이도 앗길 거시니’(해 한 뼘만 지날 사이도 아낄 것이니)<번역소학(十, 9)>
이로 미루어 보면 ‘새’는 ‘사이’가 줄어 된 말이고, 그 전에는 ‘이’이며, 또 그 전에는 ‘’인 것을 알 수 있는데, ‘’는 ‘’이 뿌리이므로 이 말의 어원을 ‘삿(삳․샅)’으로까지 거슬러 올릴 수가 있는 것이다.
- 삳 > 삿() > 사 > 사이 > 새
‘삳’은 ‘샅’으로 씌어 많은 친척말을 이루어 놓았다.
‘사타귀’(샅+아귀), ‘샅바’(샅+바), ‘샅폭’(샅+폭: 바지 따위의 샅에 대는 좁은 폭), ‘샅갖’(샅+갖: ‘기저귀’의 옛말), ‘아롱사태’(아롱+사태: 소의 다리 사이에 붙은 고깃덩이)
‘삳(삿)’은 그 뒤에 다른 명사와 합쳐질 경우 ㅂ이 첨가되어 ‘삽’으로도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멥쌀’(메+쌀), ‘좁쌀’(조+쌀), ‘볍씨’(벼+씨) 등의 조어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지는데, 땅이름에서도 이런 현상으로 ‘삽재’(삿+재: 사이의 재), ‘삽들’(삿+들: 사이의 들), ‘삽다리’(삿+달: 사이의 땅, 사이의 들) 같은 이름들이 나왔다. (이 내용은 ‘삽다리’ 부분에서도 다룬 바 있다.)
삼국 시대 지명 중에 ‘삽’의 한자가 들어간 것이 있는데, 이것도 ‘새(사이)’의 뜻으로 취해진 것으로 보인다.
- 삽량주 = 삽골, 샛골(지금의 경남 산청군)
- 삽평군 = 삽벌, 샛벌(지금의 전남 순천시)
제각기 다른 ‘새터’의 풀이
전국 장수군에도 여러 ‘새터’마을이 있는데, 그 중 신기(新基)라는 한자식 이름으로 옮겨진 두 마을의 이름 유래가 특이해 여기 옮겨 본다.
“천천면 연평면의 신기(新基) : 옛날부터 이 곳 신기마을은 유랑하는 사람들의 정착촌이다. 전쟁 때 피난터로도 유명한 이 곳은 6․25동란 때도, 가장 피해가 적은 곳이며, 하동 8경, 하동 8루의 중심지역이면서 동향, 상전, 전안, 천천을 통한 산골 길손들이 쉬어 붐볐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약 80여 년 전, 만물을 통달한다는 고창 출신 송선생이란 분이 축지법을 이용, 전국을 돌아다니다 이 곳(신기)을 보고는 모든 여건이 서울 못지않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후에 반드시 이 곳이 서울이 된다는 생각에 많은 제자들을 이 곳에 정착시키게 되었으며, 새로 터를 잡아 부락이 형성되었다고 하여 부락 이름을 ‘새터’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6․25 당시에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고관 대작들이 이 곳 신기 부락에서 피난하였으며, 인촌 김성수씨와 함께 독립운동가이며 교육자이신 지산 춘곡의 김영주 선생도 이 곳 신기에서 피난을 하였다고 한다.“
“계북면 매계리의 신기(新基) : 이 마을을 ‘삵다리’라 부른다. 한자로는 이교(狸橋)라 쓰는데, 옛날 이곳을 지나던 도사가 주변의 산세를 보고 마을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 온다. 이 마을의 서북쪽에 위치한 산은 장수팔경의 하나인 매산송대(梅山松臺)인데, 산모양이 닭벼슬같이 생겼다고 해서 ‘닭벼슬날’이라고도 한다. 한편, 이 마을의 동남방에서 서북쪽으로 뻗은 날이 있는데, 지네같이 생겼다고 해서 ‘지네날’이라 한다. 닭과 지네는 상극이지만 이 양 형국 사이에 동네가 자리잡고 있으며, 동네 바로 앞에 높은 봉이 있는데, 이 봉을 ‘삵봉(狸峯)’이라 부른다. 삵봉에서 봉우리진 날이 동네로 뻗어 왔는데, 흡사 삵괭이가 닭과 지네의 싸움을 말리느라 다리(발)를 쭉 뻗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연유로 마을이름을 ‘삵괭이다리狸月却’라 했는데, 여기서의 다리가 건너는 다리(橋)로 와전되어 이교였던 옛이름이 우리말 ‘삵다리’로만 전해 오고 있으며, 한자로는 신기(新基)라 부른다.” <삼절(三節)의 고장> (장수군지.1982)
그런데, 계북면의 ‘삵다리’를 두고 다른 문헌에서는 전혀 다른 풀이를 달고 있다.
“삭다리(新基).(色橋)(싹다리) : 매계에 있는 마을. 옛 관로로서 다리 옆에 술집이 있었는데, 여자들이 술을 팔았으므로 ‘색다리’ 또는 색교(色橋)라 하다가 변하여 ‘싹다리’, ‘삭다리’라 함.” <한국지명총람(전북下)>(한글학회.1981)
여기서 우리는 신기(新基)라는 한 마을이 여러 가지의 토박이 땅이름으로 표기되고 있음을 본다. 거기다가 그 이름풀이 또한 제각기 달라 어느 것을 바로 믿어야 할지 판단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이 땅이름들을 함께 놓고 분석해 보면 모두 ‘삿달’이라는 원래의 말에 귀결되고 이것은 결국 ‘샛들’, 즉 사이의 들(間坪)의 뜻임을 짐작하게 한다. 땅이름에서의 ‘달’은 대개 ‘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삿(사이)+달(들) = 삿달 ※ 가이의 들
새가 ‘쇠’가 되고 ‘소’도 되고
‘새’는 지방에 따라 ‘세’, ‘시’, ‘쇠’, ‘소’ 등으로 불리기도 해서 ‘새말’, ‘새골’, ‘새골’, ‘새내’ 등이 ‘쇠말’, ‘쇳골’, ‘소내’ 등으로 불리다가 금곡(金谷), 우천(牛川) 등의 한자식 땅이름으로도 옮겨갔다.
전국에 많은 금곡리, 금곡동 등의 땅이름은 대개가 ‘사이의 골’ 또는 ‘새 고을’의 뜻인 ‘쇠골(쇳골)’, ‘쇠실(쇠일)’ 등의 토박이 지명이 옮겨진 것이다. 이들 지명에 관한 풀이를 쇠와 관련지어 놓은 것이 많으나, ‘새’와 ‘쇠’의 발음상 넘나듦을 이해하면 이것은 단순히 현재 지명으로 나타난 글자에만 얽매인 데서 나온 잘못임을 느낄 수 있다.
경남 밀양군 산외면, 충북 음성군 금왕면 금석리 등의 ‘쇠일’,충남 당진군 송옥면의 ‘쇠울’, 경북 경산군 남천면의 ‘쇠골’ 마을 등이 모두 금곡金谷이란 한자 지명을 달고 있는데, ‘옛날에 쇠가 많이 났다’든가 ‘전에 금을 캤었다’든가 하는 지명풀이를 달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 가 보면 금이나 쇠를 캤다는 흔적이 전혀 없고 또 금이 날 만한 지질도 아니었다. 전에 금이 많이 났다고 해서 이름붙었다는 ‘쇠결(金城)’(충남 아산군 인주면), 고려 때 금을 많이 캤다는 ‘쇠푸니金堀’(충북 보은군 보은읍) 같은 곳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금곡金谷은 경기도에만도 행정지명이 10개나 된다. 따라서, ‘경기도의 금곡’이라고 해도 경기도 안의 어느 금곡인지를 다시 알지 않고는 그 위치가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인천시의 동구, 성남시의 중원구, 미금시, 김포군 검단면, 파주군 법원읍, 화성군 동탄면, 같은 군의 매송면, 여주군 가남면, 남양주군 진접읍, 평택군 오성면, 양평군 용문면 등에 금곡동, 금곡리가 있는데, 주로 ‘쇠골(쇳골)’, ‘쇠일(소일)’ 등의 이름을 달고 있고, ‘쇠파니’, ‘쇠누리’ 같은 이름을 단 곳도 있다.
경기도 외에선 충북 단양군 대강면, 영동군 용산면, 중원군 이류면, 보은군 회남면, 충남 예산군 대흥면, 당진군 송악면, 전북 장수군 계내면, 순창군 풍산면, 경북의 안동시, 경산군 남천면, 청도군 매전면, 청송군 청송읍, 예천군 하리면, 상주군 함창읍, 경남 밀양군 산외면, 울산군 삼남면 등에서 금곡동․리란 행정지명이 있는데, 역시 ‘쇠골(쇳골)’, ‘쇠실’, ‘쇠울’ 등이 대개 그 원래의 땅이름이다.
‘새’는 ‘소’로도 음이 옮겨가 한자의 ‘우牛’자 땅이름을 이루게 했다. ‘소’자로 옮겨간 땅이름은 전라도에 많은데, 이것은 전라도에 특히 ‘오’ 발음의 사투리와 연관지어 생각해 볼 만하다.
“퐅죽에 포리가 포뜩포뜩한디야? 폴에도 앉았그마.”
(팥죽에 파리가 퍼뜩퍼뜩한대? 팔에도 앉았구나.)
전라도에선 이처럼 팥죽을 ‘퐅죽’이라 하고 파리를 ‘포리’라 한다. 또 팔은 ‘폴’이라 한다. 이 외에도 전라도에는 ‘콩퐅(콩팥=신장)’, ‘포래(파래)’, ‘놈(他人)(남)’, ‘새복(새벽)’, ‘몰(馬)(말)’ 등과 같이 ‘오’ 발음의 사투리가 많다. 마찬가지로 땅이름에서도 ‘아’로 돼야 할 것이 ‘오’로 된 것이 많다. ‘새몰(새말)’, ‘산모루(산마루)’, ‘몰랭이(말랭이)’, ‘소터(새터)’, ‘솟골(샛골)’ 등이 그 예이다.
땅이름에 많이 붙는 ‘새’나 ‘사’가 이 지방에선 ‘소’로 많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소’ 자가 들어간 토박이 땅이름이 무척 많고 덩달아 한자 지명에도 우(牛) 자가 많이 취해져 있다.
이들 땅이름에서의 ‘소’는 지방 발음(사투리) 습관으로 볼 때 주로 ‘새’나 ‘사(개)’에 해당하고, 더러는 ‘솔’의 ㄹ 탈락에 의한 것이 있으리라고 보아야 한다. ‘소’가 ‘새’에 해당한다고 하면 ‘소목’, ‘소재’, ‘소내’, ‘소들’ 등은 각각 ‘새목’. ‘새재’, ‘새내’, ‘새들’ 등에 해당할 수 있다.
;새‘가 ’소‘가 된 땅이름
- 전남 해남군 황산면 소목(우항.牛項)
- 전북 정읍군 신태인읍 소목이(우항치.牛項峙)
- 승주군 송광면 소뫼(우상.牛山)
- 광주시 광산구 소메(우산.牛山)
- 전남 화순군 도암면 소재(우치.牛峙)
- 장성군 삼서면 소재(우치.牛峙)
- 전북 고창군 고수면 소들(우평.牛坪)
- 전북 완주군 화산면 소두러니(우월.牛月)
※ 이와 같이 주로 전라도쪽에서 ’소‘로 된 것이 많디.
- 소목 : 새목․새모기. 한자로 조항(鳥項) 신항(新項)으로 표기되지만 ‘사이의 목’
- 소재 : 새재. 한자로 조령(鳥嶺) 신현(新峴)으로 표기되지만 ‘사이의 고개’
- 소내 : 새내. 한자로 신천新川’으로 많이 표기되지만 ‘사이의 내’
- 소들 : 새들. 사이의 들’인데 한자로 신월(新月) 신교(新橋)로 표기
- 소골 : 새골. 한자로 신곡(新谷) 조곡(鳥谷)으로 표기
앞에서도 말했듯이 땅이름에서의 ‘새’는 ‘새롭다’의 뜻보다 ‘사이’의 뜻으로 붙은 것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나 ‘새’자가 들어간 토박이 땅이름은 주로 신(新)자나 조(鳥)자로 많이 취해졌다.
샛말․새말이 간곡리(間谷里)가 된 경우
간리(間里)(샛골) :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간곡리間谷里(새잇말) :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간평리間坪里(새잇드루):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샛말․새말이 간촌(間村)이 된 경우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경기도 용인군 기흥읍 영덕리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검사리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상군두리
홍천읍 삼마치리
‘샛말’은 자음동화로 ‘샘말’이 되어 또 다른 한자 지명인 천리(泉里), 천촌(泉村) 등의 ‘천(泉)’자 지명을 이루게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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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척말
-샛길 새참 틈새 샅바 샅아구니(사타구니) 샅샅이
* 친척 땅이름
샅골 【마을】 경기도 안성시 사곡동
샆미 [산미] 【마을】 경북 예천군 용궁면 금남리
샛가지 【들】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점원리
샛골 【마을】 강원도 평창군 평창면 조동리
샛들(간평) 【마을】 경북 안동시 일직면 국곡리
샛골 【마을】 강원도 평창군 평창면 조동리
샛말 【마을】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사잇말(간촌) 【마을】 전북 익산시 삼기면 간촌리
샛고개 【고개】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축현리
배우리의 땅이름 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