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에서는 세상을 놀라게 하는 발견이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라는 학술적인 종명을 가지고 있는 우리 현생인류와 같은 호모속에 속하는 난쟁이 인류가 발견된 것이다. J.R.R. 톨킨의 소설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져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반지의 제왕"에서 주인공인 프로도가 속한 종족인 "호빗"이 이 난쟁이 인류의 별명으로 정해졌다. 이들의 학술적 종명은 플로레스에서 온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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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레시엔시스와 사피엔스 두개골의 비교
호빗의 발견은 인간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환경의 영향에 따라 진화는 미처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악어의 경우만 봐도 화석기록만 보면 이족보행을 하거나 다리 대신 지느러미가 달린 종 등 다양한 형태를 갖췄던 것으로 드러난다.
6,500만년 전, 중생대가 끝난 후 신생대를 "포유류의 시대"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종수로만 친다면 조류나 양서류에게 밀리기는 하지만 최소한 인간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제일 익숙하고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동물은 포유류이다. 그중 박쥐는 포유류 중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데 이들은 포유류의 전체종수 중 20%를 차지하고 다들 알다시피 유일하게 하늘을 날 수 있다. 박쥐는 박쥐목에 속한 포유류의 총칭인데 하위분류로는 큰박쥐아목(Megachiroptera)과 작은박쥐아목(Microchiroptera)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초음파를 쓰는 박쥐는 바로 작은박쥐아목이다.
박쥐의 가장 큰 특징은 유일하게 비행능력을 갖춘 포유류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멸종한 날지 못하는 박쥐가 있었는데 이가 바로 오늘 설명하려고 하는 프레다토르(Predator)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박쥐목에 속하지 않으니 박쥐라고는 할 수 없지만 최소 현생박쥐들과 가장 가까운 관계이며 특히 작은박쥐아목의 자매군이다. 비록 날지는 못해도 완전히 퇴화한 눈 대신 초음파를 이용해 사물을 식별한다는 점만 본다면 영락없는 박쥐이다. 영국 드라마 프라이미벌(Primeval)에 나와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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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미벌에 나왔던 프레다토르
프레다토르 커터리(Predator cutteri)는 2007년 2월 10일, 센트럴 메트로폴리탄 대학의 고생물학자 더글러스 헨셜에 의해 발견되어 명명되었다. 커터리라는 종명은 헨셜의 아내인 헬렌의 처녀적 성인 "커터(Cutter)"에서 따온 것이다. 그외 리키(Reeki), 벨모렌시스(Belmorensis) 등의 다른 종들이 더 발견되었지만 아직까지 발견된 다른 속이나 과는 없는 상태이다.
처음 발견되었을 때에는 작은박쥐아목으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협의 끝에 지금은 옛박쥐목(Archaeochiroptera)으로 새로 분류되었다. 과명인 프레다토리드(Predatoriid)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사실상 1과 1속이기 때문에 그냥 속명인 프레다토르라고 더 많이 불리운다.
프레다토르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그 크기와 식생 때문인데 현생박쥐의 경우, 제일 큰 박쥐도 겨우 고양이만하며 육식을 해도 고작 곤충 정도만 잡아먹는데 반해 프레다토르는 제일 작은 종인 벨모렌시스만 해도 2m가 넘고 치아와 턱뼈의 형태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직접 다른 동물들을 사냥해서 잡아먹는 맹수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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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감을 물어뜯기에 좋은 날카로운 이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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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다토르의 두개골을 다른 식육목 동물들과 비교한 사진, A.커터리, B.벨모렌시스
프레다토르는 전체적인 골격의 형태로 볼때 신생대 팔레오세기 때 박쥐와의 공통조상에서 분화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시기의 화석이 부족해 정확히 언제 어떤 형태로 왜 분화되었는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현재 가장 오래된 박쥐화석인 오니코닉테리스(Onychonycteris)가 에오세 초기의 생물이라는 사실을 볼때 어쩌면 프레다토르와 박쥐의 분화시점은 중생대 백악기까지 거슬러 올라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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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코닉테리스 피니(Onychonycteris finneyi)
프레다토르는 사족보행을 했지만 오늘날의 고릴라처럼 앉아있을 때는 양손을 사용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늘고 긴 사지는 치타처럼 단거리를 빠른 속도로 뛸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점프력이 상당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발과 뒷발의 형태로 볼때 영장류와 같은 교목성일 가능성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지상에서 생활했을 것이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400cc에 이르는 뇌용적인데 이는 침팬지와 비슷한 크기로 비록 지금의 우리들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주 교활하고 영악한 악마같은 포식자의 이미지가 저절로 떠오른다.
이들은 페름기 말에 제일 번성했는데 같은 시기 육식 포유류형 파충류들은 가장 큰 경쟁상대였을 것이다. 특히 그 시대를 주름잡던 고르고놉시드(Gorgonopsid)의 가장 큰 라이벌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물론 고르고놉스(Gorgonops)나 리카이놉스(Lycaenops)같은 대형 고르고놉시드의 상대는 못되었을테지만 아르크토그나투스(Arctognathus)나 아르크톱스(Arctops)같은 비교적 소형 고르고놉시드는 프레다토르의 사냥감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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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름기 말을 지배했던 육식파충류 고르고놉시드
비록 이들의 영악함을 말해주는 큰 뇌용적과 빠르게 달릴 수 있고 나무도 자유자재로 탈 수 있는 사지, 강력한 턱과 날카로운 이빨 등 이들은 당시의 환경에 최적으로 적응했지만 당시 지구상 모든 생물의 95%를 전멸시킨 "대멸종의 어머니" 페름기 대멸종의 마수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했다. 프레다토르의 화석은 경쟁상대였던 고르고놉시드와 함께 페름기 위의 지층에서는 더이상 나오지 않으며 이는 아무리 강력하고 똑똑하다고 하더라도 결국 자연의 무서운 힘 앞에서는 이들도 어쩔 수 없는 연약한 동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고르고놉시드에 묻혀 프레다토르는 별로 잘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것은 바로 위에서도 언급했던 영국드라마 프라이미벌로 시즌 1에 나오는 프레다토르와 고르고놉시드의 대결은 이 드라마 최고의 명장면으로 뽑히고 있다.
Dinosaur Fights Advanced Predator From The Future - PRIMEVAL - The funniest bloopers are right here
첫댓글 이잉? 저 프레다토르라는 생물 레알로 존재했던 동물인가요? 무슨 디아블로에서 몬스터로 나올만한 모습을 가지고 있군요..
므헐머헣멓허핳헣헝..... 저런데다 아내 이름 붙이지마!!!
ㅡ.ㅡ;
흠....근데 왠 페름기이신지? 페름기는 고생대로 아는데.....포유류가?
페름기엔 포유류형 파충류들이 있었슴. 잘 모르겠삼 제가 쓴 38번 글을 읽어보삼.
잘못 기재하신게 아니면.. 만우절 낚시이신듯;; "신생대 팔레오세기 때 박쥐와의 공통조상에서 분화"... "이들은 페름기 말에 제일 번성했는데 같은 시기 육식 포유류형 파충류들은 가장 큰 경쟁상대"... 시간을 달리는 프레다토르?? 그나저나 박쥐라는 동물이 상당히 오래전에 분화된 생물이었군요
신생대 박쥐들과 조상이 같을거다... 오니코닉테릭스와 비교할때 진화를 하다 중생대에서 박쥐에서 갈라졌을거다... 그럼 중생대에 살았다는 얘긴가...? 만우절 치고 너무 고난도인듯...;;;
신생대 파레오세기에서 박쥐와의 공통조상에서 분화했다면, 이후로도 프레다토르의 최종형태(?)로 가는데 시간이 소요됐다는 건데, 거기서 이들이 번성한 시기가 고생대 페름기라니..;; 산업시대에 태어나서 원시시대에 밭일구는 격이죠ㅋㅋ;;
뭐, 그렇게 간단하게 풀이할수 있다만...... ㅋㅋㅋㅋㅋㅋ
미안.. 사실 저 짐승들을 안보고 여캐 슴가만 보고 있었...
아... 만우절...
응? 레알 낚으신거임? 이번껀 좀 지대로 당한건가?
지금 고래의 조상이 육상에서 살았던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하네요,낚시라면 참 아쉬운 일이고요.
초음파 능력은 야행성 포식자로 꽤 유용한 장점일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