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고미 마을을 방문한 도시 초등학생들이 온실에서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쑥갓을 뜯으며 농촌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화천=임현동 기자] |
"토고미 마을은 친정 같습니다. 이따금 방문할 때마다 딸에게 깨 한 움큼이라도 더 집어주려는 친정어머니의 넉넉한 마음을 느끼고 돌아옵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양복자(55.여.경기도 의왕시 오전동)씨는 "명절 때 고향에 간 이웃들이 쌀과 고추 등 각종 농산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돌아오는 것이 부러웠다"며 "이제는 내게도 그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고향이 생겨 즐겁다"고 말했다.
가족이 된 첫해 가을에 유기농 쌀(8㎏)을 택배로 받은 양씨는 2002년 6월 오리축제 때 처음 마을을 방문해 오리를 논에 방사했다. 이 같은 행사를 통해 마을 주민들에 대한 신뢰가 더욱 깊어졌다고 했다.
마을을 찾을 때마다 이장 한상열씨 집에서 머물렀던 양씨는 음식을 해주는 것은 물론 감자를 구워주고 각종 야채도 챙겨주는 등 자신들을 식구처럼 대해주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가족들의 환대에 감복했다. 이 때문에 쌀은 물론 메주.콩.고추 등 가능하면 토고미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가을에는 이 마을에서 생산해 소금에 절인 배추를 사들여 김장을 담글 정도다.
양씨는 출가한 딸도 '농사 가족'으로 인도했다.
매달 한 차례 마을에서 보내주는 영농일지를 통해 "지금은 마을이 어떻겠구나"라며 마을의 풍경을 떠올린다는 양씨는 "토고미 마을은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운 곳"이라며 "이 마을을 통해 육체의 건강은 물론 마음의 건강까지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마을 주역 한상열.최수명씨
이장 한상열(46.사진(左))씨와 화천군 농협기술센터 공무원 최수명(40.(右))씨가 바로 주인공이다.
韓씨는 농협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아이디어와 친화력으로 마을 주민들을 이끌었다. 최씨는 마을이 필요로 하는 예산.행정적 지원은 물론 외부 전문가 소개 등 마을과 외부를 연결하는 창구 역할을 맡았다.
두 사람은 같은 상서면 신대리 출신에, 초등학교 6년 선후배 사이다. 이들은 20여년 전 부농의 꿈을 안고 젖소를 기르다 1984년 젖소 값 폭락으로 빚만 진 채 포기해야 했던 아픈 경험을 함께 갖고 있다.
99년 당시 군청 산업과에서 농촌 관련 기획 및 관광농원 분야를 맡고 있던 崔씨와 무농약 친환경 농업을 시작한 韓씨는 의기투합했다. 젖소 사육 실패 후 15년 만이다.
이들은 품질 좋은 유기 농산물을 생산해 주민소득을 끌어올리기로 다짐한다.
崔씨는 환경농업의 핵심 요소인 목초액과 숯을 韓씨에게 지원했다. 목초액은 비료 대신 벼를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숯은 화학비료로 산성화된 땅을 중화시킨다. 韓씨는 마을 주민들을 모아 환경농업 작목반을 만들어 유기농법을 연구했다.
문제는 안정적 판로 확보였다. 소비자의 신뢰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두 사람은 '나눔의 농사 가족'이란 독특한 회원제 시스템을 생각해 내게 된다. 또 이들 회원을 주대상으로 농촌체험 관광 프로그램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한편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마을발전 자문단도 마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신겸 박사, 농촌경제연구원 송미령.박시현 박사, ㈜이장 대표 임경수 박사 등이다.
*** 전문가가 본 성공 포인트
▶ 강신겸 박사(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
어떻게 발상을 바꿨다는 것인가.
우리는 흔히 농업을 농사 짓는 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토고미 주민들에게 농업은 농사 짓는 것만이 아니다. 농사에 서비스를 덧붙여 부가가치를 높였다. 친환경 농업에 농촌관광을 접목해 농업경영의 다각화를 이룬 것이다. 보잘것없던 시골 마을에 한해 1만명에 가까운 도시민이 몰려와 농촌체험을 하고, 농산물을 사간다. 생산된 농산물이 전량 직거래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토고미 마을은 농촌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도시민과 마음을 나누는 교류'라는 점을 주민 모두 공감하고 있다. '나눔의 농사 가족'이라는 독특한 회원제 시스템을 통해 도시민들과 1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했다.
거창한 개발이 아니라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그 속에서 생활을 즐기는 사람과 마을, 문화가 만들어지면 관광객은 저절로 오게 된다는 것을 주민들이 깨닫게 된 점은 무엇보다 큰 소득이다.
셋째, 연중 도시민을 불러들이는 체험 프로그램과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 토고미 마을에서는 농산물만 파는 게 아니다. 바로 농촌체험을 통한 '추억과 감동'을 판다. 도시 학교와 기업, 단체를 대상으로 다양한 마을 마케팅을 펼쳐왔다. 농촌관광이라고 해서 단순히 도시민의 니즈(needs)를 좇아 시설 중심의 볼거리 넘치는 관광지를 개발한 것이 아니었다.
다음으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빛나는 사람의 숨은 노력이다. 마을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이장을 비롯한 마을 지도자들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공무원,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따라주는 마을 주민이 있었다. 부족한 핵심 역량을 보완해주는 외부 전문가의 힘도 큰 보탬이 됐다.
강신겸 박사(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https://logins.daum.net/accounts/auth.gif)
첫댓글 지금 이 나이에도 가슴 설레는 상상.. 전원 생활의 꿈.. 남 다 지은 농작물 그냥 가져가래서 밭에 엎디어보니 그것도 너무나 힘들더구만..이런 고향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일거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