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인 후작의 명령에 따라 기사단은 각기 단원들을 이끌고 셋으로 나뉘어 도크란 영주의 성으로 향했다. 물론 그런 과정이 쉬울 리는 없었다.
플루탄스는 세 개의 기사단을 모두 상대하지 않았다. 오직 한 기사단을 상대로 끝없는 전투를 벌였다. 그들의 방식은 같았다.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것은 당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플루탄스에게 당하는 이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면 얘기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죽음보다는 중상을 당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그런 이들을 버리고 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버리게 되면 다른 단원들의 원성이 자자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도 부상자를 버리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상황이 달랐다.
버려지면 죽음뿐인 것이다.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후송할 수 있는 곳도 없었다. 그러니 데리고 가는 방법밖에는 없던 것이다.
버리게 될 경우에 남은 단원들은 자신들도 부상을 당하게 되면 버려질 것이라 여길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플루탄스에게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다른 두 기사단은 그 순간에도 계속 영주의 성을 노리고 진군을 할 테니까 말이다.
결국 베르디스는 결단을 내렸다. 전체 병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0여명의 기사들을 타클마탄과 함께 미리 성으로 보낸 것이다.
그곳에서 공성전을 벌이고 뒤에서는 베르디스가 이끄는 나머지 단원들이 전투를 벌인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단장님 저 기사단은 이제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습니다. 더 이상의 진군은 무리라 예상됩니다.”
타클마탄 대신에 부관역을 하고 있는 것은 하이센이었다. 베르디스는 그의 보고를 듣고 잠시 상대 진영을 살펴보았다.
“내 생각에도 저들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른 두 기사단의 행로는 알아 뒀겠지?”
“네. 유타인 후작이 직접 끌고 있는 중앙 기사단과 처음 우리들의 공격을 당했던 기사단 두 곳이 남았습니다.”
선택하라는 의미였다.
“유타인 후작은 아직 살려두도록 하지. 그에게는 더욱 절망을 안겨주고 싶으니까 말이야. 감히 남의 땅에 와서 그것을 자신들의 것이라 우기는 녀석들은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를 이번 기회에 톡톡히 보여줘야겠지.”
“후훗, 알겠습니다. 그럼 처음 공격을 했던 기사단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러지.”
베르디스는 자신들의 앞에 더 이상 진군할 여력을 갖추지 못한 기사단들을 한 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단원들의 뒤를 따랐다.
유타인 후작은 이미 한 기사단이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의 연락망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지금으로서는 한시라도 빨리 영주의 성에 도착하는 것만이 전멸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
“얼마나 남았는가?”
“오늘 밤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도크란이란 섬은 그렇게 큰 섬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체되는 이유는 최대한 추격을 피하기 위해서 애를 쓰며 움직이기 때문이다.
“도착하는 즉시 공격을 감행한다고 일러라.”
“즉시... 입니까?”
부관은 무모하지 않냐는 듯이 유타인 후작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유타인 후작은 확고부동하게 대답했다.
“즉시다. 그리고 성을 점령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말에서 부관은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성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닌 그 무엇인가를 말이다.
타클마탄은 단원들을 이끌고 서둘러 움직인 탓에 오래지 않아 영주의 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성 앞에 도착한 그는 성의 수문장을 향해 외쳤다.
“플루탄스의 부단장 타클마탄이다. 어서 성문을 내려라.”
성의 문은 여타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도개교 형식이었기에 성에서 문을 열지 않으면 쉽게 성에 들어갈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성문 자체를 지키는 병력은 전시가 아니면 그리 많지 않기 마련이다.
수문장은 타클마탄의 말에 그를 한 번 살펴보고 그의 뒤에 기사가 들고 있는 깃발을 확인한 후에 문을 내리기 시작했다.
드르르르륵!
거대한 소리와 함께 성문이 내려오자 타클마탄과 단원들은 서둘러 성에 들어섰다. 성에 들어서자마자 성문은 굳게 닫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타클마탄은 수문장에게 말했다.
“영주에게 안내하라. 성이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타클마탄의 말에 수문장은 빙그레 미소를 짓더니 부하들에게 말했다.
“모셔라.”
그의 말이 떨어지자 몸을 숨기고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타클마탄과 일행을 감싸고 창을 겨누었다.
“무슨 짓이냐?”
타클마탄은 노한 목소리로 수문장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기분나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나 플루탄스 전원이 돌아오면 어쩌나 했는데 오히려 다행입니다요. 후후. 그러기에 왜 영주님의 심사를 건드리셔가지고 쯧쯧. 뭣들 하느냐? 어서 저분들을 감옥에 모시지 않고!”
얼핏들으면 정중한 듯한 목소리였으나 그것은 노골적으로 비꼬는 음성이었다. 타클마탄은 일이 잘못되었다 생각했다. 그리고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았다.
병사들의 수는 대략 백여 명을 웃도는 수준이었고, 자신들의 병력은 삼십이었다. 보통 그 정도의 수라면 저들은 플루탄스를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무방비 상태에서 이미 저들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있으며, 말을 탄 상태라 하여도 도약할 수 있는 거리가 보장되지 않은 이상 말은 오히려 거추장 스러울 뿐이었다.
거기에 병사들이 가지고 있는 창은 대 기병용 창들이다. 어느 것 하나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단원들은 검집에 손을 얹고 타클마탄의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명령 한 마디면 싸울 각오가 되어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타클마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잠시 쉬도록 하자. 단장이 우리를 구하러 올 것이다.”
그의 말에 단원들은 모두 검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벨, 상황이 좋지 않다...’
베르디스는 뭔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알 수 없는 불길한 기분이 그를 누르고 있던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든 것은 두 번째 공격을 당하는 기사단을 만난 후부터였다. 두 번째 상대하는 기사단들은 반격을 꾀하지 않았다.
그저 최소한의 피해를 볼 생각인 건지 방어에만 치중을 하고 있었다. 또한 이상한 점은 진격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시간을 끌어서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는 이들 같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베르디스는 불안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유타인 후작이 이끄는 중앙 기사단이 성을 공격한다고 해도 그들의 병력만으로는 성을 함락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저들은 그들과 합류하려은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다.”
베르디스의 말에 하이센 역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듯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하이센의 말에 베르디스는 순간 머리를 헤머로 맞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만약... 내 생각이 맞는다면 타클마탄과 단원들이 위험하다.”
그의 말에 하이센은 어떤 상황일지 유추할 수 있었다.
영주의 변심.
그들의 눈에 비친 레비탄 영주는 그리 충직한 이가 아니었다. 애당초 도크란에 있다는 것 자체가 그의 가치를 말해주는 것인지도 몰랐다.
도크란이 지금에와서야 중요한 섬이라 인식되고 있지만, 레비탄이 영주로 부임해올 당시도 그랬던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막말로 레비탄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황제가 아라미탄의 황제가 되건 제피안의 황제가 되건 별 의미가 없는 일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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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이트(The Knight)
더 나이트(The Knight) 쳅터 ③ 배덕-1
담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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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16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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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 많으십니다~^^ 잘 읽고 가요~!!!
우앗 - _- 베르디스 얼른가세요 ! 완전 긴장의 연속 ㅎ 멋집니다 ! ㅎ 건필하세용 ㅎ
얼른가서 영주를 벌하자고요~~
긴장의 연속. 베르디스, 타클마칸 다들 파이팅, 플루탄스 파이팅! 저 영주가 배신해버렸네요.... 도대체 적으로 되어서 어떻게 하려는 건지.....
저 영주 확 없애 버려야 겠네요.
건필염.. 덥네염 쉬면서 하세여
나쁜 영주.......건필하세요~
영주 친일파~ ㅋㅋㅋ 건필 ^^
영주가~드디어~이노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