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동대문에선 무슨 일이? 요즘 동대문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IMF 경제위기를 무색케 합니다. 최근 고층상가들이 앞다퉈 들어서면서 손님을 끌기 위한 경쟁도 치열합니다. 때아닌 호황에 일자리를 얻고 신바람이 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 안전요원 : - 항상 안내는 스마일... 알았어? - 예 - 웃으면서 부드럽게 하란 말이야 알았어? - 예. 겹겹이 쌓인 쟁반을 이고 야식을 나르는 아주머니들 짐 나르는 아저씨들의 발길도 바쁩니다. 동대문시장이 이렇게 겉모습만 달라진건 아닙니다. 재래시장을 지켜오던 터줏대감들에 맞서 패기와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하는 젊은 사장들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실용성을 최고로 꼽는 이들 개미군단들 사이에 그들만의 패션도 등장했습니다. 볼펜을 꽂은 헤어스타일과 어깨에 맨 돈가방 그러나 하루 매상만은 극비라고 합니다. - 하루 매상이 얼마쯤 되는데요? ⊙ 장순희 (25)/가방가게 ㄷ상가 : 그건 비밀이에요 진짜 비밀이예요. 안돼요. - 왜 비밀이예요? 혹시 세금 문제 때문에? 그런거 때문에 그런게 아니라 자존심이잖아요. 못 팔 수도 있고 제가 많이 팔 수도 있고 자존심이기 때문에 이들 가운데는 신화적인 인물들도 있습니다. 동대문 시장에 뿌리를 내린지 16년 유종환 사장은 대형 고층상가 2개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성공이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닙니다. 남들 잘 때 자지 않고 끼니를 걸러가며 일한 결과였습니다. 부족한 잠 때늦은 식사 동대문시장 상인들은 이렇게 일상의 행복을 접어둔 채 오늘도 몇평 남짓한 가게 안에서 부자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 이용석 프로듀서 : 안녕하십니까? PD수첩의 이용석입니다. ⊙ 권문혁 프로듀서 : 권문혁입니다. ⊙ 이용석 프로듀서 : 서민들이 애용하는 재래시장으로 남대문시장과 함께 양축을 형성해 왔던 동대문시장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몇 년전까지만해도 낡고 비좁은 상가들이 빼곡하던 동대문운동장 일대에 대형 고층상가들이 들어서면서 낮과 밤을 잊은 채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 권문혁 프로듀서 : 이제 동대문시장은 국내 뿐 아니라 대만 일본 상인들도 즐겨찾는 아시아 의류시장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동대문을 움직이는 이런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PD수첩이 7박8일동안 그 뜨거운 삶의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쉬는 시간 이때부터 동대문시장 일대는 물건을 사러나온 사람들로 활기를 띄기 시작합니다. 최근 대기업의 고층상가가 문을 열면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상가끼리의 판촉경쟁도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대형상가로는 가장 먼저 문을 열었던 프레야타운 그리고 밀리오레 후발주자인 두산타워가 3파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 대형상가들은 모두 도소매업을 겸하고 있는데다 주고객층이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의 젊은층이다 보니 경쟁이 가열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마다 경품 경쟁도 치열한데요 후발주자인 한 상가는 경차까지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달라진 것은 비단 우뚝 솟은 현대식 건물만은 아닙니다. 이제 재래시장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경쾌한 음악과 산뜻한 도우미들 그리고 눈길을 끄는 갖가지 행사도 열려 그냥 구경삼아 나온 시민들도 적지 않습니다.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현대식 설비를 갖춘 이 상가에는 모두 2천여개의 점포가 들어와 있습니다. 각층마다 품목별로 상품도 많고 진열도 깔끔하게 되어 있어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 방문 고객 : - 싸고 좋은 물건이 많으니까 - 다른 백화점들은요 물건이 한정돼 있잖아요 여기는 다양해요. 그런거 보고서 사니까 비교하면서 살 수 있으니까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동대문시장의 매력은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있습니다. 몇만원만 들고 나오면 위 아래로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 방문 고객 : 청바지 잠바... - 종류별로 다 사셨네? 예. - 총 얼마 드셨어요? 7만5천원 - 가격은 어땠어요? 가격은 생각보다는 디자인에 비해서는 저렴했습니다. 또 재래시장과 달리 젊은층의 기호에 맞게 휴식공간 등 고객을 위한 편의시설들도 갖춰놓고 있습니다. 변화중 하나는 이들 젊은층의 감각을 따라잡을 수 있는 젊은 상인들이 대거 등장한 사실입니다. ⊙ 김익수 위원장 (48)/ㄷ상가 운영위원회 : 옛날에는 대학 패션 공부했다고 그러면 자기의 어떠한 그거에 걸맞게 어떤 브랜드쪽에 진출하고 이러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꾸로 막바로 시장에 들어와서 자기가 제품을 하고 자기가 생산할 수 있는 그런거에 대한 더 긍지를 느끼고 보람을 느끼는 상인이 많이 들어온거 같애요. 20대의 앳된 여성들 이들은 종업원이 아니라 대부분 디자인을 전공한 어엿한 사장들입니다. - 직접 운영하세요? - 예. - 직원이 아니고 사장님이시네요? - 예. - 물건들은 누가 만들어요? - 제가 이렇게 디자인 해가지고 공장에 맡기는 것도 있구요 일본 잡지책도 많이 보구요 아니면 그래요 그냥, 책 같은거 많이 보고 사람들 머리에 뭐했나 이렇게 보구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25살의 장순희씨 동대문에서 가방장사를 오래했던 아버지의 도움으로 얼마전 자신의 가게를 열었습니다. - 디자인 하나에 물건 몇 개쯤 만들어요? ⊙ 장순희 (25)/가방가게, ㄷ상가 : 종류별로 칼라별로 있잖아요 한 디자인에 칼라가 세 칼라가 나오면 거기에 맞춰가지고 개수는 분위기 봐가지고 잘 나가는거는 2백개 3백개 좀 안 나간다면 50개 80개 그 정도 얼마전엔 호피무늬 손가방이 일본 상인들에게 인기를 끌어 톡톡히 재미를 봤는데요 요즘엔 일에 매달려 피곤한 줄도 모른다고 합니다. - 여기 몇시에 나와서 몇시까지 일해요? - 저는 거의 하루종일 있어요. 아침 10시부터 그 다음 새벽 5시까지니까요 저는 한 2시 3시부터 나와가지고 그 다음날 아침 새벽 5시까지 있어요. - 그러면 잠은 몇시간 자요? - 잠은 지금 요즘에는 별로 못 자요. 잠을 못 자요 지금은 - 젊은 사람들 잠이 많은데? - 저는 요즘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이제 시작이라는 장순희씨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갖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이들중엔 하루 2백만원의 매상을 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요 매상은 절대 밝히지 않았습니다. - 하루 매상이 얼마쯤 되는지? - 그건 비밀이예요. 진짜 비밀이예요. - 왜 비밀이에요? - 안돼요 그건 - 혹시 세금 문제 때문에? - 그런거 때문에 그런게 아니라 자존심이잖아요, 못 팔 수도 있고 제가 많이 팔 수도 있는데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또 동대문시장은 심각한 실업난 속에서 고용창출 효과도 내고 있습니다. 안내를 하는 도우미들 뿐 아니라 이 상가만해도 60여명의 안전요원들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상가까지 합하면 안전요원의 수만 3백명 선을 넘는다고 합니다. 하루 12시간씩 2교대를 하고 온종일 서서 일해야 하는 격무지만 새로운 상가가 들어설 때마다 자리를 구하려는 젊은이들의 전화가 쇄도한다고 합니다. ⊙ 이강수 (27)/ㄷ상가 안전요원 : 저희 사무실에다가 문의가 옵니다. 와 가지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냐고 문의가 오는데 저희는 지금 팀이 다 차가지고 아직 인원을 못 받았습니다. -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예 많습니다. - 수입은 얼마나 돼요? 수입은 월수 백만원 받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많은 인파와 차량이 몰려드는 동대문 일대는 그래서 새로운 돈벌이와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모이고 돈이 움직이는 곳은 역시 기회의 땅입니다. 교통정리 주차관리에서부터 짐을 날라주고 하루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까지 동대문시장은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리고 있는 셈입니다. 또 하나 동대문시장 일대로 밤낮없이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노점상들과 심야 포장마차들이 쏠쏠한 재미를 본다고 합니다. 출출한 사람이 한번씩을 들러가는 곳 그래서 항간엔 큰 돈을 번다는 소문도 무성합니다. - 포장마차가 돈을 엄청나게 잘 번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 포장마차 운영 : 그렇지 않습니다. 그거 다 뜬소문이예요. 그런거 아니에요. - 뭐 그랜저 타고 다닌다고 그러고... 아니요 헛소리죠. 웃자고 하는 말이지, 진짜 힘들어요 사는게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거 아니에요 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대문시장 우리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흥망성쇠를 함께 해 왔습니다. 1905년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광장 주식회사를 모태로 들어선 근대식 시장이었지만 6.25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맙니다. 그후 상인들의 근성 하나로 다시 일으켜세운 동대문시장은 6~70년대를 거치면서 전성기를 구가합니다. 낡고 비좁은 상가들 80년대 들어 대형백화점과 쇼핑센터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지만 그래도 동대문시장은 남대문시장과 함께 재래시장의 양대 축으로 변함없이 서민들과 그 애환을 같이 해 왔습니다. 그런데 90년대들어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이 주춤해지자 동대문시장 또한 변화의 바람을 맞았습니다. 최근엔 현대식 상가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상권경쟁 또한 치열합니다. 평화시장 등 기존의 재래상가에 이어 운동장 동쪽편으로 도매 위주의 새로운 상가들이 들어섰고 최근에는 서쪽에 도소매를 겸하는 대형 고층상가들이 가세했습니다. 상가들이 밀집하자 이들간에는 사활을 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상가에 맞서는 재래상가들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 김휘식 경비과장 (53)/평화시장 : 이걸 평화시장이라고 하는데 이걸 지금 현재 저쪽 신... 상가들 생기고 구평화시장이라고 합니다. - 이제 구평화시장 그래요? 예, 예. 그렇지만 이게 원래 시장으로서는 동대문 쪽이 원조죠. - 최고 원조 시장이다 이거죠? 예, 예. 동대문 상권의 원조임을 강조하는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그러나 자신들이 내수 보다 외국상인을 주로 상대해 왔기 때문에 타격은 별로 없다는 반응입니다. - 대형상가들이 많이 생겼죠, 무슨 영향을 받지는 않습니까? ⊙ 평화시장 상인 : 별로 저희는 상관 없어요. 내수를 안하고 수출만 했기 때문에 특별히 관계는 없는거 같애요. 교통만 많이 복잡해진 것 같애요. 상권보호 때문인지 기존상가가 가격경쟁에 있어서 우위에 있는만큼 걱정할게 없다며 애써 태연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흥인시장 상인 : 대기업들 그런데 와서 하는거 두려워할 것 하나도 없어요. 기업들 하는건 두려워 할 것 없는데 나눠먹는 것 그게 문제지 다른건 없어요. - 가격 경쟁력은 어때요? 가격 경쟁이야 걔들하고 우리는 게임이 안되지 우리가 훨씬 낫지 실제로 최근 문을 연 대형상가들은 기존 상가와는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소매에 더욱 치중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가격보다는 디자인을 우선시하는 젊은층을 주공략 대상으로 도매상가가 문을 닫는 낮 시간대에도 문을 열어 직접 소비자를 공략하는 판매전략을 씁니다. 서쪽 상가들과는 달리 도매상가들이 몰려있는 이곳 동쪽 상권이 활기를 띄는 것은 밤 9시경 부터입니다. 이때부터 전국 각지에서 지방상인들이 속속 도착합니다. 이들은 지역별로 버스를 타고 올라와 많은 물건을 구입하고 새벽 서너시쯤 내려간다고 합니다. ⊙ 소매상인 /울산 : (매주)월요일마다 옵니다. 차가 (오후)4시에 출발하거든요. 그러면 (오후)9시15분쯤 도착하면 그때부터 물건 정신없이 해요. 새벽 4시30분까지, 차가 (새벽)4시40분에 가니까 - 물건 사실 때 어떻게 따져보고 삽니까? 아무래도 옷이 예뻐도 너무 고가면 메이커하고 맞먹으니까 팔기 힘들잖아요. 그러니까 가격이 좀 저렴하면서 예쁜 것... 도매상가들에겐 이들 지방 상인들이 가장 큰 고객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온갖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식사를 무료로 대접하는 등 유치 전략도 다양합니다. ⊙ 서영 대표 (40)/ㄷ상가 : 저희들이 지방 고객들 한테 최대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올라오면 예를들어서 지방 고객들 한테 음료수도 대접하고 나름대로 여러 가지 특혜를 조금씩 줘요. 예를 들어서 지방에 무슨 자기들 나름대로 뭐가 있다고 그러면 거기에 내려가서 같이 참석도 해주고 보통 사람들이 곤히 잠든 시간 상가 내부는 지방 상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그런데 소매로 팔때와 달리 이들에겐 수량에 따라 20~30%정도 물건값을 깎아주기도 했습니다. - 이건 얼마씩인데요? - 이건 스커트 짧은건 만 팔천원, 긴건 이만원 하거든... 만원씩만 주세요. 부산에서 옷가게를 한다는 자매는 단골로 이 상가에 오는데 무엇보다 가격과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합니다. - 오늘 얼마나 사셨어요? ⊙ 정숙현 (31)/소매상인, 부산 : 오늘은 3백정도 - 전체 동대문에서 구입한 액수가? 예 다 동대문에서만 사거든요. - 아 동대문에서만 3백정도? 예. - 무엇이 좋아서 이 동대문을 고집하십니까? 일단 옷이 옷 디지인을 특이하고요 깔금하면서 특이하고 그리고 가격도 또 맞고 싼 편이죠. - 부산의 고객들이 좋아하십니까 이 옷을? ⊙ 정은숙 (27)/소매상인, 부산 : 그렇죠. 유행을 한달이나 앞질러요. 여기서 물건을 떼가 부산에서 가져가면 한달이나 앞질러서 팔기 때문에 아무래도 우리가 여기서 물건 하는게 유리하죠. 상가옆 물품보관소엔 지방 상인들이 구입한 보따리가 가득합니다. 동대문시장의 경기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상권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잡음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A라는 상가에 가게가 있는 상인이 B상가에 이중으로 점포를 낼 경우 A상가에서 퇴출당하는 경우가 특히 그렇습니다. 실제로 공장을 운영하며 동대문의 한 대형상가에 점포를 갖고 있는 박씨는 몰래 다른 상가에 점포를 냈다가 퇴출 명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 ㄷ상가 상인 :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그러니까 이 제품 업계에서 제가 20여년을 종사했지만 내가 예를 들어서 이쪽 상가에서 장사를 해서 괜찮으면 저쪽 상가에 또 할 수도 있는거고 내 능력껏 하는 건데 그걸 가지고 못하게 했다. 그래서 퇴출이다, 이런 경우는... 그러나 상가측의 입장은 자신들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상인들 스스로 만든 규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처리했다는 입장입니다. ⊙ 유종환 대표 (45)/㈜성창F&D : A라는 상가에도 있는 물건이 B라는 상가에도 걸려 있으면 A 상가 B상가가 다 자기 상가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고 또 하나 가격경쟁을 하다 보면 A상가 B상가가 다 망가지는 그런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결국은 저희 상인들이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결론을 낸 것이 또다른 상가에도 이중 점포가 적발되면 무기한 영업정지에 처한다는 공고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제 이런 조치는 이미 관행이 된 듯 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동대문시장을 움직이는 저력은 무엇보다 성공을 향한 상인들의 승부근성입니다. 모두가 낮고 밤을 가리지 않고 장사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야식을 파는 매점이 바빠지는 시간도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새벽 1, 2시가 지나서입니다. 초저녁부터 가게문을 열고 정신없이 손님을 맞다보면 끼니를 거르기 일쑤고 이때서야 허기를 느끼게 됩니다. 그나마도 밤잠을 설치면서 손에 쥔 돈이라 쉽게 쓰기는 어렵습니다. 주로 밤에 장사를 하다 보니 특히 잠을 충분히 잘 수가 없습니다. - 거의 못 자죠, 하루에 한 서너시간 많이 자면... - 거의 못 자죠 잘 그냥 하루 쉴 때 몰아서 자고요. 뭐 한 4시간 5시간 손님들의 발길이 뜸한 새벽 6시경 이쯤에야 상인들은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가게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부족한 잠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아침 7시 이들의 곤한 잠을 깨우는 것은 입금액을 챙기러 나온 은행 직원들입니다. ⊙ 박충근 (28)/ㅅ은행 동대문지점 : 새벽에 일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아침에는 대부분 자고 있습니다. 저희가 직접 아침에 모닝콜 같이 깨워줍니다. 깨울 때는 상당히 얼굴을 찡그리죠 본인도 그렇지만 저희 깨우는 입장은 더 좀 그렇죠. ⊙ 이순호 위원장 (39)/ㄷ상가 운영위원회 : 남들 잘 때 안 자고 일하고 그리고 열심히만 하면 까먹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남들 원단 한번 갈 때 우리는 두 번씩 세 번씩 이렇게 가고 그리고 샘플 한번 두 번 보러 나갈 때 이 사람들은 더 많이 나가고 그래서 동대문시장 상인들 가운데는 입지전적인 인물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한 대형상가에서 아동복 매장을 운영하는 임현재씨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던 그는 70년대 노동조건의 개선을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씨와 함께 활동했던 사람입니다. 하청공장의 미싱사로 시작한 그가 동대문시장에 어엿한 내 가게를 갖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고생한 사람들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 임현재 (46)/아동복가게, ㄷ상가 : 그중에는 잠뱅이 사장처럼 대성공을 해서 저렇게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저처럼 그냥 어렵지만 열심히 장사해서 먹고 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아직도 지금까지도 노동자 생활 재단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동대문에 대형상가 2개를 가지고 있는 40대 중반의 유종환 사장도 이곳에선 신화적인 인물로 통합니다. 그 역시 한눈 팔지 않고 달려온 덕에 자신의 잔뼈가 굵은 이곳에 대형건물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 유종환 대표 (45)/㈜성창F&D : 제가 서울 올라와서 저희 집사람하고 결혼한지가 지금 16년 됐는데 제가 휴가를 두 번인가 아마 세 번 가봤을 겁니다. 그리고 재래시장에서 성공을 할려면 일단 자기가 쉬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잠자는 시간 줄이고 그리고 잠자기 전까지 일 열심히 해야 되고 또 눈뜨면 바로 생업과 연결된 일을 해야 되고 그것이 시장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동대문시장엔 오늘도 밤잠을 쫓으며 꿈을 일궈가는 젊은부부들이 많습니다. 한 도매상가에서 숙녀복 가게를 하는 김응석씨 부부도 그들중의 하나입니다. ⊙ 김응석 (30)/숙녀복가게, ㄷ상가 : 각오는 남들보다 더 멋있는 디자인을 뽑고 그리고 남들보다 더 가격을 싸게 내는 것이 이 시장에서는 최고로 빨리 성공할 수 있는 기회죠. 저희같은 집에는 종업원도 없고 저희 둘이서 부부가 우리 둘이서 열심히 하는 두발로 그냥 열심히 뛰는거죠. 전날 밤 8시에 출근 밤새 장사를 하고 다음날 아침 8시에야 가게문을 닫습니다.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올 법도 하지만 이들에겐 잠시도 쉴틈이 없습니다. 당장 다음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은 근처에 있는 원단 시장 여기저기 많이 둘러봐야 남보다 빨리 유행을 읽을 수 있고 한푼이라도 싸게 원단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주문한 제품들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공장에 들릅니다. 기한을 넘기지 않도록 독려를 하는 일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종종 걸음을 치다 오후 1시가 돼서야 어린이집에 들러 딸아이를 데리고 나올 수 있습니다. 서너시간 눈을 붙이고 나면 다시 가게에 나가야 하는 고단한 생활 그러나 김씨 부부는 힘든줄을 모릅니다. 딸 다은이가 자라는 것처럼 그들의 꿈도 함께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 권문혁 프로듀서 :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동대문시장 그속에는 치열한 상권경쟁과 상인들의 뜨거운 상혼이 있었습니다. 또한 밤낮을 잊고 생업에 몰두하는 동대문의 젊은 상인들을 보면서 우리 경제의 밝은 미래를 예측해 보기도 했습니다. ⊙ 이용석 프로듀서 : 또 하나 반가운 것은 동대문시장이 침체된 국내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물론이고 IMF 경제위기 속에서 아시아 의류시장의 메카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외국 상인들의 발길을 끄는 동대문시장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밤새도록 서울 하늘을 환하게 밝히며 삶에의 열기를 뿜어내는 곳 세계에서 보기 드문 밤이 없는 동대문시장은 이제 국내 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의 보따리 상인들에게 싸고 좋은 물건이 많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어느 상가를 가나 물건을 흥정하는 외국인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가 않습니다. - 동대문까지 오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 대만 도매상인 : 옷이 대만보다 싸고, 팔기가 좋기 때문입니다. - 제품의 가격과 품질은 어떻습니까? 나쁘지 않아요, 아주 좋습니다. - 여기 주문해서 물건 받는게 굉장히 빠르다고 그러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맞아요, 속도가 빨라요. - 대만에서보다 빠릅니까? 비교적 빨라요. - 지금 내수하고 수출하는게 매출 비율로 볼 때 반반 됩니까? ⊙ 신립분 (44)/신데렐라, O상가 : 어떻게 보시면 되냐면 한 10대3... - 10이 뭡니까? 내수입니까? 수출이요. - 수출이 훨씬 많습니까? 예, 수출이 없으면 아예 안돼요. - 언제부터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진거 같애요? IMF 이후로요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최근엔 또 패션 선진국인 일본 상인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 동대문까지 오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 마쯔요시 부부 /일본 소매상인 : 싸고 일본에는 없는 물건이 풍부해요. - 여기는 어떻게 아셨어요? 같은 업자들이 모두 동대문으로 오고 있어요. 물건이 좋고 싸요. 이들중에는 일본에서 디자인을 해와 많은 양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아이즈까 (20)/일본 도매상인 : 일본에서 거래하는 것보다 이곳에서 사는 것이 이익이고, 원하는 상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 - 보통 한번 오시면 얼마치나 주문을 해서 가세요? 그것은 비밀이에요. 그것은 말할 수 없어요. - 요번에는 얼마나 구매해 가실 생각이세요? 어느정도 될까... 대강 천만원 정도요. 이렇게 매출이 많다 보니 상가내에는 아예 일본인들만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점포도 늘고 있습니다. ⊙ 오카자와 (26)/일본 소매상인 : 빠르기도 하고, 봉제가 굉장히 깨끗하고 서비스도 좋아요. 일본인들은 모두 독특한 디자인과 품질에 비해서 싸고 빠른 주문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대문을 찾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쟁력은 실제로 부지런한 상인들 한테서 나온 것입니다. 일본인들을 상대로 캐쥬얼복 장사를 하는 최유복씨 부부는 밤샘 장사후 아침 8시에 문을 닫고 나면 피곤함도 잊은 채 바로 원단시장으로 향합니다. - 일본으로 갈거 봄 상품이예요? - 예.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드는 거죠. - 그렇게 확확 바뀌나요? - 그럼요. - 그 유행이 지금 우리 국내하고는 완전히 달라요? - 틀리죠. - 달라요? - 네, 칼라부터 틀리는데요, 일본이 아무래도 빠르죠 저희보다 - 일본이라고 반드시 또 뭐 화려하고 밝고 이런 계통의 옷을 입는건 아니고? - 예. - 그때그때 바뀌네요, 그런데 굉장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보가 빨라야 겠네요? - 예. 이렇게 원단이며 단추 등 필요한 자재를 직접 돌아보고 골라야지 시시각각 변하는 일본인들의 감각에 맞출 수 있고 또 한푼이라도 싸게 원자재를 구입해야만 가격면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을 대여섯시간 돌아서 원부자재의 구입이 끝나면 바로 생산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공장으로 향합니다. 밤에는 주문을 받고 아침에는 자재구입 오후 생산으로 이어지다 보니 납품까지는 길어야 2, 3일 바로 이 신속성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동대문시장만의 경쟁력이기도 합니다. ⊙ 김익수 위원장 (48)/ㄷ상가 운영위원회 : 일본 같은데서도 도매를 많이 물어봤더니 일본서는 도저히 죽었다 깨도 이렇게 못한답니다. 오늘 물건을 이렇게 가르쳐 줘가지고 내일 생산을 못한데요 그 사람들이, 그런 순발력을 하여튼 한국에 오늘 주문하면 내일 당장 물건이 나오니까 그런 부분에서 이 사람들이 깜짝 깜짝 놀라더라고요. 밤과 낮이 바뀐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밤이고 낮이고 잠잘 틈이 없다 보니 김종선씨는 이제 아무데서나 염치불구하고 잠깐씩 쓰러져 잠이 들곤 합니다. 공장에서의 작업지시를 마치고 난 최씨 부부는 다시 동대문 원단시장으로 향합니다. 남들보다 한번이라도 더 돌아보고 유행의 흐름을 앞서가야 디자인 하나로 승부하는 이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가게문은 아침 8시에 닫지만 이렇게 원단시장에서 공장으로 다시 원단시장으로 이리뛰고 저리뛰다 보면 정작 이들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대여섯시 집 근처에 와서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은 외할머니에게 맡겨놓은 3살박이 딸아이 때문인데 그나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라야 하루 1~20분입니다. - 시장을 하루에 몇시간 정도나 그렇게 다니세요? ⊙ 최유복 (33),김종선 (29)부부/오즈의 마법사, ㄷ상가 : 한 7~8시간 - 그럼 걷는거 굉장히 만만치 않겠네요? 몇바퀴나 돌아요 시장을? 수십바퀴 돌 때도 있더라고요. - 시장이 꽤 큰데, 하루에 한 10~20㎞ 걷는다고 봐야 겠네요? 예 - 다리 안 아파요? 일에 집중하면 다리 아픈 것도 몰라요. 집에 돌아오면 약간 피곤한건 느끼죠. - 집에 돌아오면 피곤 하시고, 하루에 평균 몇시간 정도 자는거 같애요? 평균 한 3~4시간 자는거 같애요. 오늘은 그나마 잘 수 있는 시간이 고작 한시간 남짓 오후 7시가 넘어서야 이들은 입었던 옷 그대로 가게에 나가기 전까지 잠깐 눈을 붙입니다. 대학을 가는 대신 이 일을 평생의 직업으로 선택한 이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지만 남편 최유복씨는 미래를 위해서 일본에 한 전문 디자인학원까지 수학했습니다. ⊙ 최유복 (33),김종선 (29)부부/오즈의 마법사, ㄷ상가 : 시장에 나갔던 계기가 대학보다는 일단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대학은 우리나라 사회가 학벌이 위주인 사회잖아요, 그런데 그런거 보다는 제가 이 일은 제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이고 나중에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직업 선택을 할 때 대학을 갈 것이냐 엄마가 대학을 갈 것이냐 아니면 니가 선택을 하라고 그랬어요. 근데 나는 일을 선택했거든요. 그거는 차후를 생각한 거예요. 나중에 저녁 8시20분 한시간 정도 눈을 붙인 이들은 9시 개점을 위해서 시장에 나갈 채비를 서두릅니다. 한창 재롱을 떠는 딸아이와의 소중한 시간 등 일상의 행복을 유보해둔 채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이들은 우리 경제를 이끌고 가는 소중한 역군이었습니다. 직접 보따리를 들고 고정적으로 찾아오는 일본인 소매상인들도 많습니다. - 언제부터 동대문을 찾아오시게 됐어요? ⊙ 하라다 (43)/일본 소매상인 : 4년 전부터 왔습니다. - 일본에서 직접 장사를 하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 여기 한번 오시면 대충 얼마나 사 가시게 됩니까? 때에 따라 다르지만 적을 경우에는 700만원 정도고, 많을 경우에는 1500만원 정도... 항공료 숙식비 등을 제하고도 두배 이상의 마진이 남는다는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동대문을 찾는다고 합니다. 매일 아침 김포공항 출국장에는 일본으로 나가는 옷상자들이 속속 들어옵니다. 이렇게 스스로 보따리를 챙겨서 나가는 보따리 상인들도 있지만 운반대행사나 무역중개상 등을 통한 경우에는 훨씬 규모가 크게 됩니다. 그러한 모습들은 여기저기서 눈에 띕니다. - 부탁 받으신 거예요? - 그렇죠 우리 거래처에 나가는거죠. - 거래처가 일본 분이예요? - 예 - 옷입니까? - 예, 옷이요. - 동대문에서 사신 거예요? - 시장에서도 사고 그렇게해서 나가는 거죠. 한 상자당 대략 백에서 2백만원 정도의 옷이 담기게 되는데 이렇게 공항을 통해서 나가는 양은 하루평균 7백상자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거래가 활발해 지면서 일본까지 짐만 날라주는 일명 하코비들도 성업중입니다. - 한번에 몇박스나 가져나가게 됩니까? - 12박스 - 그러면 얼마나 수고비를 받으세요? - 수고비는 비밀이예요. - 한번 얘기해 줘 보세요 궁금하잖습니까? - 그거 안돼요. - 비행기 삯도 저쪽에서 제공하고? - 예 - 그리고 - 수고비도 주고 - 얼마나 받는지 뭐 실례가 안된다면 - 한 6~7만원 - 한번에, 그런 일을 한달에 많이 할 때는 몇번까지 해 보셨어요? - 한달에 20번 이상 이들중에는 매일같이 일본을 오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래서 항공사에서는 VIP대접을 받는다고도 합니다. - 지금 마일리지가 얼마나 됐어요? - 작년에 나는 3백번 탔어요. - 작년에 비행기 3백번? 올해는요? 이제 두달 조금 지났는데... - 잘 모르겠어요. 작년에는 호주에 갔다왔어요. 일등석 타고... - 마일리즈 쌓인 것으로만? - 예. - 항공사에선 아주 VIP대접을 받겠네요? - 예. - 스튜어디스들하고도 굉장히 친해졌겠네요? - 예. - 본인 별명이 혹시 있어요? - 파일럿이요, 파일럿 - 왜 그런 별명이 생겼어요? - 자주 비행기 타니까요. 매일 공항으로 출근하는 아주머니들도 있습니다. - 아줌마도 짐 가지고 일본 들어가세요? - 예 - 가시면 언제 오세요? - 오늘 가면 오늘 오고, 내일도 오고 그래요. - 한달에 몇번이나 일본 왔다갔다 하세요? - 자주 다녀요. - 비행기 타는 것도 지겨우시겠어요 인제? - 아 돈 버는 일을 그게 문제예요 돈벌을라면 이것은 운반대행을 하는 한 여행사의 하코비들 명단인데 항공편 별로 그 이름이 빼곡합니다. 월수 5백만원을 넘기도 하는 이들 하코비들 가운데는 몇 년 경력의 베테랑들도 있습니다. - 아저씨는 이 일 하신지 몇 년이나 되셨는데요? - 나는 한 7년 됐어요. - 1년에 비행기 몇회나 타세요? - 한달에 27일 타요. 월요일날만 안 가고 - 그럼 작년같은 경우에는 한 5~6백번 돼요? - 1년이 365일이니까 그렇게 되겠죠. 지난 2월25일에 새로 발급된 그의 여권에는 2주가 채 안돼서 실제로 10여차례나 일본을 오간 출입국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동대문시장의 옷들이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 직접 일본으로 가 봤습니다. 서울을 떠난 여객기가 동경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자 수하물 컨베이어에는 여기저기 옷박스들이 실려 나왔습니다. 또 예전에 김포공항 출국장에서 만났던 하꼬비들도 쉽게 눈에 띄였습니다. - 이제 이거 일본 사람한테 넘기세요? - 예. 이거 주문이 다 돼가지고 와서 배달만 시키면 돼요. - 그럼 이제 오늘 들어가세요 다시 한국으로? - 예 일단 하코비들이 이렇게 일본 공항까지 운반한 옷상자들은 직접 받아가거나 택배로 보내집니다. 짐을 넘겨주고 난 이들은 바로 또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출국장으로 모여듭니다. 이들은 기본 수고비 외에도 소주나 옷가지 등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따로 부수입을 올리기도 합니다. - 우리 여기와 하나도 안 사먹어요, 돈 10원도 안 써요. 이거 갖고와 가 먹고 가고 그래요. - 아주머니 하루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 우리요? 그냥 아침에 오는거(기내식) 먹고 - 비행기에서요? - 가는거(기내식) 먹고 - 점심도 비행기에서 때우시고? - 예, 그러고 살죠. - 저녁만 집에서 해 드세요? - 아니 이제 가면 그냥 말죠. - 안드셔요? 왜요? - 늙은이가 밥을 얼마나 먹겠어요? - 하루 식사 전부 비행기 안에서 하시는 거네요? - 예 주로 동경과 오사카 후꾸오카 등지로 나가는 동대문시장의 옷들은 일본내 중저가 패션시장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동경 시부야역 근처의 한 대형 의류백화점입니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젊은여성들이 주요 고객인 이 대형 패션매장에서는 동대문시장 등에서 만들어진 한국산 의류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일본 젊은 여성들의 취향에 맞게 잘 디자인된 파스텔 색상의 이 옷들에는 어김없이 한국제라는 라벨이 붙어 있습니다. 동대문의 옷들은 이제 패션 선진국인 일본의 중심가에 그 자리를 확실히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동대문시장의 의류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동경시내에 있는 도매시장입니다. 이곳에는 부인복과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동대문의 의류들이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대만 등지에서 만들어진 옷에 비해서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디자인이 좋아서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 대만 중국의 제품과 한국의 제품의 판매 비율은 어떻습니까? ⊙ 우스이 /㈜세도리 나신코 : 대만이 20% 정도 한국이 70% 정도 그리고 나머지는 다른 나라... 지금 우리 가게에는 한국 물건이 대부분이에요. - 하루에 평균 몇벌 정도 팔립니까? 많이 팔리면 만벌 이상 팔 때도 있어요. 삼천벌 정될 때도 있고 이천 벌일 때도 있어요. 보통은 삼천벌에서 오천벌 정도 팔려요. 한 옷가게의 점원은 자신이 입고 있는 옷도 모두 한국제라며 반가워했습니다. - 옷이 어떻습니까? ⊙ 상점 점원 (35) : 일본에서 사면 비싼 물건을 (한국에서는)절반 가격 정도로 살 수 있어요. - 어떤 점이 마음에 드셨습니까? 무엇보다 싸다는 점, 그리고 그다지 일본 제품과 다를게 없고 또 일본에는 없는 디자인이 있어요. 그러나 일본 상인들은 동대문시장의 옷이 보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특히 끝마무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대로 실밥이 남아있는 옷들도 있고 봉제가 잘못된 옷이 들어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 카코 /㈜타랜토 :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의 제품에 비해 봉제 수준이 미숙합니다. 일본 제품의 봉제가 10이라면 한국 제품의 봉제는 6정도... 신속성이 동대문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기도 하지만 빨리 만들다 보니 끝마무리가 소홀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 한국에서는 이것을 자연적으로 생긴 얼룩으로 보고 유통되지만 일본에서는 조금이라도 얼룩이 있으면 절대 유통될 수 없습니다. 소매상인 손님들은 이렇게 프린트가 잘못된 제품은 거래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동대문시장에서 수출전문 점포를 하는 김종선씨가 그들에게 신용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철저한 검품 덕이었습니다. ⊙ 김종선 (29)/오즈의 마법사, ㄷ상가 : 하자가 생기는 경우에는 다른 집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저희집은 안 보내요. 일단 하자가 있으면, 저희 가게 이미지도 안 좋아지고 일단은 신용을 쌓는게 우선 목적이기 때문에 비록 비교적 낮은 부가가치 산업이기는 하지만 대량실업시대에 많은 고용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동대문 의류시장 그들은 우리 경제에 있어 어느 수출공단 못지 않은 큰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젊음과 근면성 아이디어 하나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동대문시장의 개미군단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잠을 쫓고 끼니를 걸러가면서 열심히 일하는 것에 비해서 당국의 정책적인 지원은 전혀 없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일례로 이들은 은행대출마저 여의치 않아서 급히 돈이 필요할 경우 대부분 비싼 사채를 쓰는 바람에 이자를 갚기에도 바쁘다는 것입니다. - 장사하시다 급전이 필요하면 어떻게 해결하세요? ⊙ ㄷ상가 상인 : 급전요? 그냥 필요할 때는 그냥 옆에서 간단히 빌려써요 사채 같은거 - 왜 은행에 안 가시고요 금리가 더 낮은데? 은행요? 은행가기 힘들잖아요, 은행 가면 대출하기 쉬워요 그렇게? 쉽지 않잖아요. 주거래 은행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젊은 상인들이라 담보력이 없다보니 아직도 대출은 쉽지 않다고 합니다. ⊙ 문경배 지점장 /신한은행 동대문지점 : 신용대출은 과거 실적하고 그 다음에 그 사람의 매출 실적이라는게 우리라 거래 실적을 보면 나타나기 때문에 그걸 최대한도로 반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은행에는 제도가 CSS라는 제도가 있어 가지고 개인별로 신용 상태 파악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게 데이터가 지금 축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좀더 더 원활해지지 않겠느냐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유종환 대표 (45)/㈜성창F&D : 저희 재래시장의 금융지원을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들이 고리의 사채이자를 쓰다 보니까 기반을 잡는데도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 저희 회사에 자구 대출보증을 서달라고 그러는데 저희 회사도 또 회사 구조상 어려움이 있고 그러니까 그것을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시행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는 우리 실정에 이색 관광명소로 쇼핑천국으로 외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는 동대문시장 그런데도 외국인들을 위한 통역센터나 환전소 하나 없는 동대문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현대사의 부침 속에서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 해온 동대문시장 그곳 사람들은 IMF 한파와 변화의 바람 속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오늘도 밤을 밝히며 우리 경제에 조그만 희망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 이용석 프로듀서 : 상인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동대문시장이 이제는 심각한 실업난 속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의 한 축으로 또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역군으로 우리 경제의 큰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울러서 수출을 많이 하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그만큼 많은 외국 소비자들이 그 옷을 통해서 한국을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대문시장 상인들의 책임 또한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권문혁 프로듀서 : 하루 서너시간의 잠을 자면서 생업에 매달리고 있는 동대문시장 상인들 열심히 뛰만큼 결과가 돌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믿고 실천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너나없이 어려운 요즘 진정 용기와 노력만이 우리의 희망임을 새삼 깨닫기도 했습니다. ⊙ 이용석 프로듀서 : 지금까지 시청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 PD수첩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
첫댓글 언제방송 했는데 난 못봤지? 여튼 좋은글 입니다. 우리회원님들은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