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페달
페달은 크게 세 지점에서 다른 부재와 연결되어 힘을 받습니다. Pivot point라 불리는 가장 아래 8파이 원은 8파이 볼트로 페달을 고정(동심원 구속) 합니다. 가운데 다소 큰 원은 밸런스바의 Pivot Sleeve와 용접되어 운전자가 페달 판 부분에 가하는 힘이 밸런스바로 전달되는 부분입니다. 원의 크기는 Pivot Sleeve 외경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페달 가장 네모난 판 부분은 운전자의 밟는 힘이 가장 큰 앞꿈치가 닿는 지점입니다. 동수와 혁규의 의견을 반영해 판의 가로 길이를 100mm로 정하였습니다.
빨간색으로 표시한 길이 X와 파란색으로 표시한 길이 Y가 있습니다. 두 길이의 비 Y/X가 페달비입니다.
이때 Pivot Point 원과 밸런스바 Pivot Sleeve 원 사이 길이인 X는 페달 감각에 큰 영향을 줍니다. X 길이가 짧으면 운전자가 페달을 밟는 ‘동작’과 차량이 ‘제동’하는 순간 차이가 짧아 반응성이 좋으나, 지나치게 짧으면 브레이크 감각이 너무 민감해져 각각의 레이싱 코너에 맞는 정확한 제동 지점(=압력) 찾기가 어려워집니다. 또 길이가 짧을수록, 페달 전체가 작고 아담(compact) 해지므로, 무게 대비 강성이 좋아집니다.
보통 20-30mm 정도면 짧은 편, 30-50mm 정도면 평균적인 편, 50-70mm 정도면 긴 편 입니다. 드라이버의 성향에 맞춰 값을 정하거나, 전년도 피드백 결과(경험적 데이터)에 비추어 길이를 줄이거나 늘리면 됩니다.
저는 최초 설계 시에 값을 27mm로 정했습니다. 중간에 신홍이 형이 조금 짧은 것 같다고 피드백 해주셔서 정배(?) 느낌인 Wilwood 정품 페달의 피봇-밸런스바 사이 길이 37.7mm로 수정했습니다.
페달비가 6이므로, 페달 Pivot Point에서 (운전자가 가장 큰 힘을 줄 수 있는) 앞꿈치 지점까지의 거리를 37.7*6=226.2mm 정도로 하였고, 페달 총 길이는 37.7*7=263.9mm 정도로 설계했습니다.
페달은 레이저커팅된 판을 조립한 후 용접할 수 있도록 총 5개의 판으로 나누어 설계했습니다. 판에는 ㄷ자 모양 홈을 만들어 쉽게 조립하여 용접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피봇 지점은 내경8, 길이 14mm 알루미늄 부싱을 사이에 끼웠습니다. 하중을 가장 많이 받는 측면 2개 판은 3T를 사용했고, 해석을 돌리며 살파기를 최대한 진행했습니다. 나머지 판은 2T로 제작했습니다. 드라이버 앞꿈치가 닿는 판 후면에는 삼각형 모양 지지 구조물 4개를 추가하여 강성을 보완했습니다.
23년부터 CAE 해석을 도입하면서 설계 전반에서 경량화가 아주 잘되었습니다! 전자저울로 페달 무게 478g 정도 나왔습니다. 후반에 지지판 4개 추가한 것까지 생각하면 500g 정도 되겠네요. 해석 없이 제작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약 1.3kg 가벼워졌습니다. (사실 작년은 해석을 못해서 무거웠다기보다는 다른 작업이 너무 급해서 무게를 신경쓰지 않고 강성을 최대한 높게 설계했다고 합니다.)
23 대회 때 고인물 검차관 분들이 우르르 오셔서 행복한 쿼카 전체적으로 피드백 해주셨을 때 기억하시나요? 제동 파트 설계 깔끔하게 잘했다고 칭찬해주셨지만, 페달 크기는 수정하는게 좋겠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사진처럼 브레이크 페달과 엑셀 페달 길이 차이가 꽤 납니다.
[페달 관련 도전해 볼 점들]
카본 페달
23년 설계부터 태현이의 노력 덕에 구조해석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살파기와 경량화는 아주 잘 이루어졌지만, 간단한 살파기를 넘어선 더 난이도 높은 단계의 해석은 여전히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23년에는 카본으로 페달을 출력하려 했지만, 해석이 걸림돌이었습니다.
엑게에는 카본 혼합물을 출력할 수 있는 Markforged 사 3D 프린터가 있습니다. 해당 프린터가 뽑아내는 카본 혼합물은 카본 20%, 나일론80%으로 구성됩니다. 해석 과정에서 어려움을 겼었던 이유는 프린터의 출력 재료가 단일 재료가 아닌 혼합재료라는 점이었습니다. 제동 장치는 안전에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설계와 해석의 근거가 명확해야하지만, 카본 복합재료의 물성치를 어떻게 적용해야할지,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할지 명확하지 않았고, KU-3DS 담당자님께서도 자신 또한 처음 접하는 부분이라 더 공부해 봐야 할 거 같다고 답해주셔서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해석 역량을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길러야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24년 어울수레에서 프레임 해석도 진행하는 등 CAE 부분 공부를 더 심도있게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충분한 CAE 해석 실력이 갖추어진다면, 페달을 카본으로 제작하여 무게를 더 줄여본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작년 5월에 전화와 메일로 관련 문의했었는데 멕스에는 없고, 엑게에 장비 있습니다. 추가 교육 없이 엑게에서 매 달마다 진행하는 일반 3D프린터 교육만 받아도 사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22년까지는 1시간 6,000원 이었는데 23년부터는 무료라고 합니다.
드라이버 편의성
설계 과정에서는 크게 4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각각 강성(안전성), 비용, 무게, 드라이버 편의성(인체공학; Ergonomics)입니다. 어울수레는 4가지 요소 중 드라이버 편의성 관련 역량이 특히 부족합니다. 카페에 축적된 자료도 많이 없습니다.
가장 급한 것은 페달 발 받침대입니다. 23년 행복한 쿼카 초기 설계에서는 페달이 아담해서 별도의 발 받침대가 필요 없었고, 위치 조절용 각파이프에 뒤꿈치를 올릴 수 있도록 길이를 설계하였습니다. 그러나 설계 중간에 급하게 페달 구조물을 수정하면서 피봇-밸런스바 사이 길이도 함께 늘렸고, (페달비는 같으므로) 페달 크기가 크게 늘어나 드라이버 발이 복근 운동 마냥 공중에 떠 있어야했습니다.. 동수와 혁규는 발 받침대 없어도 괜찮다고 계속 말했지만,, 내심 불편해했을 둘에게 참 미안합니다.. 설계할 때는 드라이버의 앞꿈치 부분이 페달 발판의 정중앙에 오도록 발 받침대 위치를 잡으면 될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드라이버 편의성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참 많습니다. 엑셀 페달 크기와 브레이크 페달 크기가 다른 문제(검차 때 검차관님들께서 가장 많이 신기해했고, 수정하길 바랐던 부분), 시트 포지션과 운전자 선호에 따른 페달 초기 각도(혁규는 페달 밟지 않았을 때 각도가 지면에 딱 수직인 걸 선호했었음. 근데 이건 시트 포지션에 따라 느낌 많이 달라짐), 마지막으로 발이 닿는 부분의 페달 곡률 등등에서 개선이 필요합니다.
Cf. 제동 파트를 벗어나더라도 드라이버 편의성 관점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 정말 많습니다. 각각 스티어링 휠 디자인, 운전자 시야, 시트 형태 및 포지션, 운전석 대시보드 강성과 디자인 등등입니다. 민석이가 Catia 휴먼빌더 기능을 만져보는 것 같던데 24제동 설계부터는 Ergonomics까지 깊이 있게 연구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용 추가 글]
페달비 조절 가능. 뒤쪽 구멍을 통해 밸런스바를 페달에 고정하는 위치에 따라 페달비 조절 가능. 한 번 설계하면 더이상 페달비를 수정할 수 없는 기존 방식에 비해 대회 현장에서 세팅 값을 변경할 때 시도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점에서 매력적.
가격도 너무 비싸고, 윌우드 마스터 실린더와 호환되지도 않음. 구매하라는게 아니라 아이디어 얻는 용도로만 참고!
제동파트를 설계 때 고려하면 좋은 요소들입니다. 모든 요소에서 뛰어난 설계는 할 수 없습니다. 무게와 강성에 집중하면, 비용은 포기해야합니다. 반대로 적절한 비용을 선택한다면, 뛰어난 강성이나 가벼운 무게는 포기해야하죠. 작업 초반까지는 설계란 머릿속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뚝딱 만들어내는 과정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작업을 할수록 설계란, 비용, 강성, 무게, 그리고 설계자의 욕심 등 수많은 설계 요소의 갈등 사이에서, 절충과 타협을 겸한 균형 지점을 찾는 과정처럼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설계 고려 요소 중 드라이버 편의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동 설계를 단순히 차량 제원을 제동 수식에 대입하는 계산으로만 치부하면 쉽고 간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동 설계는 생각만큼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모든 설계가 ‘드라이버’에게 맞추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동 설계는 단순히 수식에서 도출된 값으로만 모델링하면 안됩니다.
드라이버 입장에서 [1]. 구조적으로 편안하고 [2]. 기능적으로 일관되고 (언제나 일정한 제동 감각을 제공해야 하고) [3]. 드라이버 요구사항에 따라 현장에서 알맞게 조율(세팅값 변경) 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이런 요소들은 수학적으로 값이 명쾌하게 딱 맞아 떨어지지 않고 경험에 의존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강성, 비용, 경량화 등의 설계 요소보다 고려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려운 만큼, 위의 3가지 요소를 잘하는 팀이 진정으로 경쟁력 갖춘 팀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