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체 도로제도의 개요
일본은 1989년경 이후 '입체도로제도', '도로점용제도'개정, 2009년부터 법제도 개정 등을 통해 간선도로 등 정비촉진과 토지의 고도이용에 관한 대처의 하나로 도로의 구역을 입체적으로 정하고 그 이외의 공간이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도로의 상하공간에 건축을 가능하게 하고 도로와 건축물 등과의 일체적 정비를 실현하는 제도를 추진하였다.
구체적으로 도로법, 도시계획법, 건축기준법 등 3가지 법률을 일체적으로 운용하는 제도이며,
지금까지 하늘 끝 땅끝까지로 구역이 설정되어있던 도로의 구역 설정을 도로법에 따라 상하방향으로 한정하여 입체적으로 정하고(도로의 입체적 구역) 도시계획법의 지구계획에 건물의 부지로 함께 이용해야 하는 구역(중복이용구역)과 건물의 건축이 가능한 상하범위(건축한계)를 정하여 건축기준법에 의한 도로 내 건축제한을 완화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도로 또는 철로 고가의 하부 활용이 가능해졌다.
■미활용 교통인프라 공간의 이용
하지만 고가도로 또는 철로 아래 공간은 '어둡고, 시끄러우며, 위험하고 좁다'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아무래도 이 시설이 만들어진 목적과 주체가 명확하기에 어쩌다 만들어져 활용이 어려운 이런 공간들은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데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물리적 한계를 넘어 일본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이런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여져왔다.
여기에서는 몇가지 활용사례를 바탕으로 유휴공간의 적정 활용방법에 대해 벤치마크를 해보려한다.
■일본의 고가 밑 공간 활용 사례
'16년 11월에 오픈한 도쿄·도요코선 나카메구로-유텐지 사이에 오픈한 '나카메구로 고가시타(中目黒高架下)'에는, 츠타야 등 유명 서점에서, 스패닛슈발, 소라아게 식당, 패션브랜드인 MHL까지 28 점포가 입주하여, 타 지역 방문자와 함께 지역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의 경기침체와 함께 소비여력의 저하로 물건이 안 팔린다는 말을 들은 지 오래다.
당시 도쿄에서는 긴자 등 도심의 상업중심지를 바탕으로, 도큐 플라자나 긴자 식스 등 새로운 상업 시설이 속속 오픈하였으며 이들은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럭셔리한 전용 상업공간이며, 입점 테넌트 역시 국내외 유명 브랜드로 갖추어져 있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인 고급 상업시설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고가 밑 유휴공간이다.
■사람과 거리를 잇는 허브공간으로의 활용
일본에서의 고가 밑 공간이용은 1910년에 신바시-우에노 간 개통 철도의 고가교 아래에서 시작되었는데, 기존과는 달리 최근 오픈하고 있는 사례는 단순한 공간으로서 활용에서 벗어나,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이나 살고 있는 사람을 연결하고 거리를 활성화시키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카메구로 고가시타'도 사람과의 관계 및 지역의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을 중시하며 만들어졌다.
실제로 입점해 있는 점포의 절반가량은 나카메구로에서 창업한 테넌트로 채우는 등 지역과의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또한 지역 상점회를 통해 진행한 공모를 거쳐 출점한 점포도 다수 함께하였다.
점포 선정에 있어서는 사람(테넌트) 역시 중요시했다고 한다.
나카메구로 지역 밖에서 오는 사람도 타겟으로 설정 하여, 메인 타겟은 나카메구로에서 근무하거나 거주하는 사람으로 설정하였으나, 원거리에서도 한 번 찾아오게 되면 반복해서 재방문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맛은 물론, 서비스, 고객과의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점주 및 스탭이 함께하여, 그 사람을 통해 재방문 의사가 만들어지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도큐 전철 도시 창조 본부·스기모토 리나")
뿐만아니라 고가 밑 공간을 보면 물리적으로 테넌트 하나하나의 구조가 각자 달라 개성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상업시설은 시설로서의 통일감을 중요 시한다.
외장(공용부)은 사업자측에서 통일하여 구축하고, 내장 인테리어는 개별 점포에 맡기는 식의 방법이 대부분이지만, 나카메구로에서는 외장 역시 모두 개별점에서 결정하게 하였다.
이는 나카메구로가 원래 노면점 문화의 거리라는 인식 때문이다.
스놉한 카페도 있고, 서민적인 선술집도 있어, 세련됨과 음담함이 뒤섞이는 잡다함이 나카메구로의 매력이었다.
이를 지역의 identity로 여기고 시설을 만든다면, 우선해야 할 것이 시설의 통일감이 아니라, 다양한 노면 점포가 거리에 녹아 있는 나카메구로다운 풍경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한다.
건물 상부에 공통되는 검은 차양 등, 디자인면에서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 이외는 각각의 개성을 살려 기존에 고가 밑에 있던, 암시장에서 유래된 선술집 분위기를 능숙하게 재현한 점포에 사람이 모여 들어 거리다움을 존중한 공간 만들기는 성공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나카메구로 고가는 시설이 너무 오래되고 내진 보강 등을 반복하면서 공간도 좁아졌으며 철도 시설로 인해 사용할 수 없는 곳이 많다.
이를 반대로 의식하면 만들어진 사람들끼리 더욱 친밀해질 수 있는 공간.
사람을 만나러 가는 나만의 가게라는 발상에 기존과 다른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 고가 밑 공간의 사용법이 바뀐 이유
이러한 '허브형' 고가 밑 공간만들기의 선구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2010년 JR동일본 도시 개발이 아키하바라와 오카치마치 사이의 고가 아래를 이용한 2k540 AKI-OKA ARTISAN(니케고욘마루 아키·오카 아티잔)이다.
이 고가 밑 공간이 기존 사례와 크게 다른 점은 세 가지가 있다.
1) 물건을 만드는 영세, 중소기업이 많이 입주해 있고 많은 상업시설에서 볼 만한 체인점이 거의 없다는 점.
일반적으로 대규모 상업시설은 실패를 두려워해서인지 어느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대형점을 넣고 싶어 하지만 그 시시한 느낌이 없다.
2) 점포, 부지 내를 이용하여 워크숍, 이벤트 등이 열리고 있어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건을 사기 위해 들르는 것과 사람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은 공유하는 시간의 길이가 크게 다르고 거기서 생기는 인간관계에도 차이가 생긴다.
3) 아키하바라, 오카치마치라는 2개의, 기존 왕래하는 사람이 적었던 곳의 중간점이라는 의도가 있다는 것.
즉, 아키하바라와 오카치마치라는 2개 거리의 허브가 되는 것을 의식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함께 하고 있는 곳이, 2014년에 11월 완성된 '커뮤니티 스테이션 히가시코가네이' 이다.
츄오센에서는 2010년 미타카-다치카와 간 약 13.1㎞에 있던 18개소의 건널목을 제거하기 위해 실시된 고가화에 의해 9㎞에 걸친 7만㎡의 토지가 생겨났다.
이만한 땅이 역 근처에 새로 생겨나는 것은 다른 노선을 포함해 생각해도 그다지 있는 일이 아니다.
주역은 지역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이 고가 밑 공간활용 프로젝트에 종사하는 리라이트의 모미야마 마사토씨가 이때 세운 전략은, '호스트와 게스트의 관계를 바꾼다'라는 것이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점포의 매출이 줄어들는 반면, 통신판매가 그 정도 증가하는 양상을 보면서, 시장 규모의 합계가 최근 20여년간 변하지 않았다.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기보다 사는 방법이 달라졌다.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물건은 편리한 장소나 방식대로 사고, 꼭 갖고 싶은 물건은 일부러 사러 간다. 그렇다면 일부러 사러 갈 필요를 만들어 주면 된다."
이렇게 해서, 2012년 12월부터 매월 지역 매거진 '노노와(ののわ)'를 발행하고 이를 통해 지역을 끌어들이려고 생각했다.
'노노와'는, 어디에 이런 가게가 있다는 등의 지역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 아니라 지역을 연결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을 책자로 소개하고 토크 이벤트를 열어 그곳에 온 사람들이 활동의 편이 되어 줄 것을 노렸다.
지역 사람들에게 현지의 소재를 취재받는 지역 라이터라는 구조를 만들어, 새로운 인간 관계도 생겨났다고 한다.
■입주자를 상정하여 수지계획 작성
일반적으로 상업시설을 개발할 때는 수지계획을 먼저 세우지만, 여기에서는 우선 사람과의 연결을 만들어 거기에 입주하는 사람을 상정하고, 입주자에게 매력적인 임대료를 수지에서 역산하여, 거기서 건축 가능한 시설 볼륨을 검토했다고 한다.
'커뮤니티 스테이션 히가시코가네이'는 신주쿠-다치카와 간 츄오센 연선에서는 니시코쿠분지 역 다음으로 승하차객 수가 적은 히가시코가네이 역에서 도보 3분에 위치.
약 100m의 길쭉한 부지 약 절반 정도에 철골조 컨테이너가 놓여 있고, 그곳이 점포로 되어 있다.
나머지 부지 중 건물 앞 통로에는 테이블 등이 놓여 안과 밖이 애매한 공간으로 되어 있다.
부지 전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월세를 올리지 않기 위해서인 동시에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는 의미도 있다.
이곳 입주자는 이 지역에서 매월 초 열리는 아침시장에 입점했던 팀 중 5곳으로, 가죽소품 작가, 애완동물 잡화 편집숍, 지역 채소를 이용한 요리를 내놓는 음식점 등 점포 겸 공방으로 꾸며진 가게도 있다.
모두 이 곳에만 있는 가게이며, 당연히 지역에 각각 인맥을 가진 사람들이기도 하고 점포 운영에는 그것이 활용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반년에 한 번 열리는 가족문화제다.
입주해 있는 테넌트가 중심이 되어 여는 이 행사에는, 현지를 중심으로 30 점포 정도가 출점하며 음악행사 등도 열린다.
개업한 지 2년만에 문화제 방문객 수는 당초 1,000명에서 5,000명 정도로까지 늘었다.
시설측이 비용이나 인원을 내어 시설을 꾸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테넌트가 주체가되어 집객하고 판매한다.
즉 그만큼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고 개성 있는 테넌트가 있다는 것이 이 시설의 큰 강점일 것이다.
■ 쓸쓸했던 지역이 조금씩 활성화
거리의 개성을 앞세워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고가 밑 공간은 간사이에도 있다.
한큐선 가스가미치 역과 오지 공원 역 사이에 위치한 고가 밑 공간은, 기존 상권인 산노미야역과 가까워 기존 입주한 테넌트들도 있었으나 조금만 멀어지면 미사용 공간이 많아 거리가 황폐해져 있었다.
2013년부터 이런 유휴공간들을 활용하기위해 소유주인 한큐 전철에 외장 개선비용을 부탁하였지만 결국 외장, 내장 모두 테넌트 측에 맡기로 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결정으로 초기에 입주한 DIY(휴일 목수)가 만들어지면서 사람이 많이 찾아오게 되었고, 이들을 통해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정비가 진행되면서 각각이 개성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소유주가 일괄 정비하였다면 초기 투자에 비용이 들고, 싸게 빌려줄 수 없게 되면서, 지금까지도 활성화가 안되었을 것이다. 갱지(빈 공간) 상태로 빌려주었기에 임대료도 저렴하고, 7.5m 이상되는 층고의 공간도 있어 소음에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조건으로 당초 30채 정도의 빈 공간이 절반정도 채워지게 되었다." (니시무라씨).
현재 나머지 절반은 현재 내진 개보수 등으로 입점이 중단된 상태지만 끝난 뒤 비어 있는 고가 밑이 채워지면 거리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인적이 드물던 어두운 고가 밑으로 사람의 흐름이 생겨나면서, 1년에 두 번 정도 진행되는 행사 때에는 100명 이상의 인파가 한번에 몰려 만원사례가 되는 공방도 있다고 한다.
또한 전창 유리로 매장 안이 보이는 공방도 많아 만들어진 물건을 살 뿐만 아니라 장인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원하는 물건을 주문할 수도 있는 새로운 공방도 생겨나고 있다.
이 밖에도 한시적인 이벤트파크와 어린이집, 공공시설, 채소재배 등 고가 밑 이용은 다양한 방안이 만들어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제약이 많은 장소를 어떻게 사용할지 각자 지혜를 짜내고 있지만 그 이상 중요한 것은 지역에 어떤 의미를 갖는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다.
고가 밑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새로운 '허브'가 연선의 가치 유지와 향상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참조>
'고가도로 노면 아래 및 도로 예정 구역의 유효 활용 추진에 대하여'
(2009년 1월 26일자 국도 이 제17호 국토교통성 도로국장 통달)
고가도로의 노면 아래 및 도로 예정 구역은 직접 통행용으로 제공하지 않는 도로 공간으로, 마을 조성이나 붐비는 창출 등의 관점에서 잠정 이용을 포함한 한층 더 효과적인 활용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도로 공간에 대해서는 아래에 정한 바에 따라 계획적으로 유효 활용이 도모되도록 배려해 달라는 통지가 있었다.
고가 밑등의 점용 허가에 있어서는 공공적 내지 공익적인 이용을 우선하기로 하고, 도시계획, 주변 토지이용상황 등과의 조화를 유지하면서 도시조성 등의 관점에서 적정하고 합리적인 토지 이용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고가 밑 등에 대해 도로관리자는 필요에 따라 고가 밑 등과 관련된 장래적인 이용계획(이하 '고가하 등 이용계획'이라 한다.)을 책정하는 것, 고가 밑 등 이용계획을 책정한 경우에는 이에 따라 점용허가를 취급하게 되어 있다.
대상은 이하에 열거하는 도로구역 내의 토지(이하 '고가 밑 등'이라 한다.)로서, 그 유효 활용이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장소와 관련된 도로 점용에 대해서는 도로법 및 도로법 시행령의 관계 규정 외에 해당 통달에 따른 것으로 되어 있다.
https://www.hido.or.jp>pdf
이에 따라 2009년 1월 국토교통성으로부터 고가도로 노면 아래 등 직접 통행에 제공. 하지 않는 도로 공간에 대해서는 마을 조성 및 활기 창출의 관점 등에서 그 잠정 이용도 포함되었다
https://toyokeizai.net/articles/-/171431?page=4
https://touyoko-nakamegurokoukashita.jp/
https://d.re-write.co.jp/works/201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