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누리는 복 가운데 가장 으뜸인 것은 뭐니뭐니 해도 식복(食福)이다. 언제나 배불리 잘 먹고 잘 사는 게 모든 사람의 소망이다. 이러한 소박한 꿈은 지난날 전쟁을 치르며 못 먹고 가난하게 살았던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업이 발달하고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식복에 대한 지나친 욕심은 오히려 화를 불러왔다. 질 좋고 맛있는 음식을 과잉 섭취하면서 비만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당뇨병과 고혈압 등 성인병을 비롯해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식복이 아니라 식화(食禍)가 된 셈이다. 이러한 부작용들은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느냐’라는 식습관이 올바로 자리잡지 못해서 일어난 문제이다.
“천지 사이에 사람의 성명(性命)을 기르는 것은 오직 오곡(五穀)뿐이며, 몸을 편히 하는 근본은 반드시 음식의 힘을 입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식사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식사를 하는 데도 반드시 지켜야 할 법도가 있다. 이 법도에 어긋나는 식습관을 매일매일 반복한다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병을 얻어 고생할 수밖에 없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먹는 하루 세 끼의 평범한 식사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기도, 혹은 해치기도 하는 아주 중요한 열쇠가 되는 셈이다.
그럼 올바른 식습관이란 어떤 것일까? 간단하고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잘 지켜지지 않는 올바른 식생활법에 대해 알아보자.
과연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먹을까’의 문제로 너무 고심하는 것 같다. 육류는 몸에 좋지 않으니 야채류를 많이 먹으라든지, 흰쌀보다는 현미가 몸에 좋으니 그것만 먹으라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이런 얘기가 모두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는 이론도 많다.
그러나 음식은 편식만 하지 않는다면 입맛 당기는 대로 먹으면 된다. 고기든 야채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골고루 먹고, 자기 입맛에 맞춰 먹는 게 가장 좋다. 어떤 음식이 유독 맛있게 느껴진다는 건 자신의 몸이 그 음식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아기를 가진 임부들이 평소엔 입에도 대지 않던 음식을 자꾸 찾는 현상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새 생명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평소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려는 본능적인 욕구인 셈이다.
지금까지 무엇을 먹을까에 대해 살펴보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먹을까’이다. 대부분 음식으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들은 잘못된 식습관에 그 원인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먹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걸까?
첫째, 아침은 황제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라
한마디로 조반석죽(朝飯夕粥)의 원칙을 지키라는 얘기다. 조반석죽이란 아침엔 밥을 제대로 잘 차려 먹고, 저녁엔 죽을 먹듯 가볍게 식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활동하기 시작하고 밤에는 잠을 자는 존재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음식을 소화시키는 일은 위가 하는 게 아니다. 위는 음식물을 받아들이는 저장 탱크일 뿐이다. 소화는 사지(팔다리)와 명문의 화(命門之火, 비위를 덥게 하여 음식의 소화 작용을 도와주는 것)에 의해 이루어진다. 특히 사지는 성체(成體)의 근본이기 때문에 사지가 움직일 때 음식을 먹어야 비로소 피와 살이 되고 진액이 되어 몸의 기능이 순조로워진다. 따라서 아침에는 그날 하룻동안 할 일을 생각한 후에 식사를 해야 하며, 팔다리를 움직이지 않는 저녁에는 식사를 적게 해야 한다. 더욱이 밤에는 위기(胃氣)가 닫히므로 이때 음식을 먹고 억지로 움직이려면 그만큼 무리가 따른다.
만약 이를 어기고 저녁을 많이 먹거나 야참을 즐기면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릴 수 있다. 내상발반(內傷發班)이라 해서 팔다리에 악성 피부병이 생기기도 하고, 천식에 걸리기도 하는데 이때의 천식은 식적천식이라 하여 새벽이면 기침이 아주 심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또 얼굴에 여드름이 심하게 나기도 하며 식적복통, 식적설사, 식적요통 등 많은 질병에 시달린다. 그리고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계속해서 저녁식사를 많이 할 경우엔 중풍이나 좌골신경통, 디스크, 식궐증이 온다.
이 중에서 식궐증이란 간질과 비슷하게 별안간 혼수 상태에 빠지는 병인데 검사상으론 아무런 이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들이 자꾸 아침식사를 거르면 키가 잘 자라지 않고 두뇌 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음식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간혹 어떤 이들은 아침식사를 거르고 하루에 두 끼만 먹어도 된다고 말하지만, 굉장히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대개 마른 체질의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데, 마른 사람은 뚱뚱한 사람에 비해 비위 기능이 좋기 때문에 아침을 걸러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반면에 뚱뚱한 사람은 원래 위장이 약하므로 자꾸 아침을 거르면 거의 틀림없이 병에 걸린다. 다시 말해서 내가 경험을 해보니 아침은 안 먹는 게 좋더라, 하는 식의 주장은 체질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조반석죽의 원칙은 체질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며, 또 누구든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 규칙이다. 『동의보감』의 『내경』편에서도 “저녁에 너무 배불리 먹지 말 것이며” “밤참을 먹는 것은 새벽밥을 먹는 것만 못하다”고 하여 조반석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비만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조반석죽의 원칙만 잘 지켜도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 식사는 되도록 천천히 먹고 음악을 들으면서 하라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어야 소화도 잘 되고 정신도 안정된다. 그리고 식사를 할 때는 음악을 들으면서 하는 것이 좋다. 비장은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음악을 들으면서 식사할 경우 비장이 음식을 갈아서 소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음악은 굳이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즐겨 듣고 좋아하는 것이면 된다.
셋째, 식후에 곧바로 드러눕거나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식후에 바로 드러눕는 것은 좋지 않다. 포식 후에 누우면 처음엔 잘 모르지만 자꾸 반복될 경우 배에 덩어리가 생긴다. 한방에선 이것을 적취라고 하는데, 큰 병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식사 후에는 손으로 얼굴을 마찰하고, 배도 수백 번 비벼준 다음 200보 내지 300보 정도 걸어야 한다. 그래야 소화도 잘 되고 모든 병이 없어진다.
식후에 금방 일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식사 직후에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 비장이 상하기 쉽다. 그렇게 되면 소화장애가 올 뿐만 아니라 전신의 건강 상태까지 나빠진다.
넷째, 과식해서는 안 되며 너무 배고픈 상태에서 일하지 마라
과식은 비위를 손상시키므로 비위와 관련된 여러 가지 병의 원인이 된다. 비위는 팔다리를 주관하므로 피로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비위가 나빠지면 식후혼곤증이 생기기도 한다. 또 너무 배고픈 상태에서 일을 하면 기(氣)를 손상시키므로 건강에 좋지 않다.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 알아보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실생활에서 직접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특히 다른 건 몰라도 조반석죽의 원칙만큼은 꼭 지켰으면 한다. 건강 장수를 약속하는 행운의 열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