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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는 울산구치소 출근이다
벌판을 달릴 수 있는 기회로 치면 따악 한시간 거리다
가을이 여물어가는 길목을 주일에 한번씩 나설 수 있는 특권이 내게 주어진거다.
앞뒤사방으로 콘크리트 벽에갇혀 있는 시간의 탈출이다
부산 울산간 국도를 따라가자면 낮은 산자락 구비도는 물줄기
아직은 산 능선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가을빛 하늘
눈이 시리게 열리는 머언 쪽빛
농부가 창고에 들이기전 결실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낮은 언덕배기에 조요이 자리잡은 건물
피천득선생님께서 호사롭게 서울 위생병원에 입원하셨던 기억을
글에서 본적있는 오래전 그병원과 많이 닮았다.
나도 많이 아프지 말고 좀 쉰다는 느낌으로
감기몸살이라도 앓아 입원하게되면 좋겠다는
그래서 창밖에 펼쳐진 낮은 언덕배기를 굽어보는
느긋하고 한적한 시간을 한 사흘쯤만 누리고 싶은 병원자리다 싶다.
철문을 몇개나 지나는 동안 검열과 확인,
감시의 눈이 겹겹이 나를 향하는 것만같은 복도를 지나고 또 지나고
제복들만 존재한는 틈새로 교실에 이르게된다.
교실문을 열어주기전 조금떨린다.
사람이 겁나는게 아니라
말이 생각이 나눔이 자기판밖에 모르는 도반이 또 몇 분이나 계실까?
그런사람들하고 얘기나누다보면 시간땜하고 나오기는 딱이지만
사람이 그건 아니지않는가
중간에 태클도 걸어본다
'샘께서 맘문닫고 그리 말씀하시면 세상도 샘한테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어쩔까하는 생각이 듭니더'
했더니 함께 웃었다.
이런투의 도반이 여럿되면 힘이 좀 든다
그런 생각이 설핏들다가 교실에 들어섰다
아니 푸른제복들의 소년
따악 또래들만 모였다
복지과장님 왈 '종교적 군입대문제로 일년남짓 머무는 아조 모범생'이라했다.
편하게 대학국어 수업하능거 맴키로 진행하기로 했다.
바깥에 자유롭게 나갈 수 없는 기숙생도들과 한학기를 만나게 된거다.
그래서 길섶에 핀 들풀이야기
함께 볼 수 있는 하늘이야기
내가 가지고 간 영화보기 이야기
시읽고 이야기
'내마음을 만지다' 읽은 이야기
추석이야기
시가 노래가 된이야기
싸이 이야기 듣듣...
그러니 울산을 오가는 이 가을이 더 맑고 편한 마음이다
그 이야기들 속에
자기표현과 생각들로 보석들을 꿰고 있는 그들을 만나러 간다.
첫댓글 샘.. 머 칼가는 거, 문 따는 거 그런거 누가 갈켜주믄... 배워오세요.
셋 만 있어도 하나는 스승이라는디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스승이 얼매나 마나여, 고 안에...
근디 부산교도소는 기술자가 많은거 같았는디 여그는 실력이 좀 딸리는거 아니가시퍼여~~ㅎ
나지금 연속그 쓰고 있어영~~
쌤 ! 정말 바쁘시네요.
선생님의 기술아닌 기술로 젊은 이들의 닫힌 문을 따셔요^^
기술아닌 기술~~햐
칼끝 아닌 칼끝으로 틈새아닌 틈새의 살점을 도려내는
날랜 백정의 기술이 퍼떡 생각낫시오~
내가 원하는~그치만 그게 원체 내맘대로는 ~~그래도 해보는??~ㅎ
호박마녀~~~ 가슴이 덜컹, 아니 뭉클.... (정말 호박마녀라고 되뇌이며...짠한 마음에 저의 작은 기도를 더 보태 드리리이다.)
근디 님께서는 제가 지나쳐 온 길들을 따라 한 발씩 들여 놓으시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아니 아무 의미도 아니겠지만 말여요.
작년 겨울 쯤인가? 학교밖의 아이들 (제가 특히 좋아하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부산교도소 법무부 학생들 만나는거 하며,
글구 제가 걸어 다녔던 산골마을의 그 길까지 발길 닿도록 애쓰시는 거예염???
저는 그곳을 드나들면서 가장 아름다운 집이 뭔줄 아냐면서 <시집> 이야기를 마니 나눈거 같아요. 그대는 마법을 풀어주는 마녀... 호박마녀가 틀림없을꺼예요.*^^*
요새 마녀 병났슴다
몸살된통났슴다
마니아팠슴다
진짜루 병원입원하고 싶었슴다
혼자울었슴다
그냥 울었슴다
겁이 낫슴다
마니겁났슴다
서서히 회복하고 있슴다
잼나는 책 아껴가며 읽었는디
이제 일을 아끼면서 해야겠슴다~~ㅎㅎ
그럴려구 일찍잤슴다
근디 새벽에 잠깼슴다
아깝슴다 마니못잔거
또잘려고 누웠슴다
잠들지 않아 일어났슴다~ㅎㅎㅎㅎㅎ
마녀는 잠을 아니자능거맞아여??
그러 음 ~~~마녀 안할래여~ㅋ
많이 편찮으셨군요? 한 사나흘 시체같이 누워있었는네 선생님께서 다녀가셨지요. 그래서 그랬나 봅니다.
세상과 많이 동화되지 못하고 저 혼자 길을 가고 있다고 믿는 그들에게 쌤의 따뜻한 기운이 자물통을 풀 수 있을거라 믿어요. 햇살 좋은날 바람맞으러 가요. 마음의 먼지 훌훌 털고 ^*^...
네~~그케하입시더~~
삼랑진가고시퍼예~~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