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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그 전에 나온 가상화폐와 질적으로 다릅니다. 그래서 싸이월드 도토리와 달리 비트코인이 전세계에서 주목 받죠. 지금부터 왜 비트코인이 다른 가상화폐와 다른지 설명하겠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을 건드리니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소제목만이라도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 이 부분만 제대로 이해하면 진짜 가상화폐와 다단계 회사를 구별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진짜 가상화폐의 조건 1. 투명성
가상화폐의 첫 번째 조건은 투명성입니다. 비트코인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발행됐는지, 누가 언제 얼마를 어디에 썼는지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모든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이라는 하나의 거래장부에 적어두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비트코인을 만드는 방법(소스코드)까지 인터넷에 공개돼 있습니다. 덕분에 누구나 비트코인을 응용해 자기만의 가상화폐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이 나온 뒤로 수백 종류가 넘는 가상화폐가 쏟아지는 겁니다.
가상화폐로 다단계를 하는 곳은 가상화폐에서 투명성을 걷어냅니다. 자기들의 영업 행태가 투명하게 드러나면 밑돌 빼서 윗돌 괸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때문이죠. 자기들이 만든 가상화폐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통용된다고 광고하지만, 정작 어디서 쓰이는지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홍보와 달리 널리 통용되지 않는 사실을 숨기려는 거죠.
해외에 본사가 있고 국내에 있는 곳은 지사라고 광고하는 곳도 많니니다. 투자자가 직접 확인하기 힘든 점을 노린 겁니다. <KBS> ‘추적60분’이 고발한 다단계 회사 엠페이스는 자사가 발행한 가상화폐 GRC(지금은 엠코인)가 말레이시아에서 통용된다고 광고했지만, 현지인들은 추적60분 취재진에게 되물었습니다. “GRC? 그게 뭐예요?”
지난 5월6일 대구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무등록으로 금융상품을 판매한 혐의로 엠페이스 지역 총책 4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전국 총책 A씨는 해외로 도망쳤죠. 그런데도 엠페이스 국내 조직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엠페이스를 검색하면 새 게시물이 쏟아집니다. 정보에 어두운 사람 아무나 걸려들길 바라는 거겠죠.
국내에서 발행하는 가상화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상화폐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여 수익을 보전해준다고 하지만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럴듯한 국내외 사례를 가져다 붙여 가상화폐의 가능성을 부풀리기 바쁘죠.
진짜 가상화폐의 조건2. 권한 나눔
비트코인이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화폐를 발행할 때 생기는 이득을 모든 참여자에게 나눠줬기 때문입니다. 돈을 만드는 사람은 돈을 만드는 것만으로 이익을 얻습니다. 이를 전문용어로 ‘세뇨리지’라고 부릅니다. 미국이 매년 경상수지 적자를 보면서도 세계 경제의 중심지라는 권위를 놓치지 않는 이유가 세뇨리지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지금 세계 기축통화는 미국 달러입니다. 다른 나라끼리 물건을 사고팔 때 달러로 거래한다는 뜻입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거래에서 손해를 보면, 다시 말해 빚을 지면 어떻게 할까요.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 빚을 갚습니다. 다른 나라는 땀 흘려 돈을 벌어야 하지만, 미국은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이유로 돈을 만들어내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불공평한 상황이죠. 그래서 미국 달러 대신 유럽연합(EU) 유로나 중국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하자는 논의도 나옵니다.
경제 얘기는 이쯤에서 매듭 짓고 가상화폐 얘기로 돌아갑시다. 아까 비트코인은 돈을 만들 때 생기는 이익을 모두에게 나눠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모든 사람이 화폐를 만들도록 하는 겁니다.
비트코인은 분산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합니다. 은행은 거래 장부를 중앙 서버에 보관하고 두터운 보안 체계로 둘러싸 보관합니다. 거래 장부가 훼손되면 은행 전체의 신뢰가 위협받기 때문이죠. 비트코인은 반대 길을 갔습니다. 거래 장부를 모든 사용자에게 복사해줬죠.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이 멋대로 장부를 고쳐 쓰면 어쩌냐고 걱정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걱정 마세요. 이를 막는 게 비트코인 기술의 핵심적인 장점이니까요.
비트코인 사용자는 모든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장부에 적어 넣는 책임을 맡습니다. 은행이 혼자 하던 역할을 조금씩 떼내 모두가 나눠가진 셈이죠.
모든 비트코인 사용자는 10분에 한 번씩 모여 그동안 기록한 내역을 비교합니다. 만약 몇몇이 장부에 이상한 숫자를 써넣었다면, 10분에 한 번씩 비교하는 과정에서 이를 오류로 보고 버립니다. 과반수가 넘는 사용자에게 진짜라고 인정 받은 거래 내역만 진짜로 인정하고 봉인해 다시 모든 사용자에게 나눠줍니다. 이런 과정을 10분마다 한 번씩 반복합니다. 모두가 거래 장부를 들고 있지만, 누구도 마음대로 거래 장부를 조작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단 한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 전체 비트코인 사용자 가운데 과반수가 똑같은 오류를 진짜라고 인정하는 겁니다. 이걸 51% 공격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식으로 비트코인 거래 장부를 조작하려면 전세계 슈퍼컴퓨터 1위에서 100위까지를 모두 모은 것보다 1천배 이상 큰 계산 능력을 동원해야 합니다.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죠.
비트코인 사용자는 거래 장부를 나눠 관리하는 책임을 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손으로 장부를 적는 건 아니고요. 이들의 컴퓨터가 대신 일합니다. 컴퓨터가 일한다고 공짜는 아니죠. 인터넷 요금도 내야 하고, 전기요금도 물어야 합니다. 이런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사용자가 비트코인 거래 장부를 기록하는 일에 컴퓨터를 빌려주는 이유는 이들에게 임의로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나눠주기 때문입니다. 10분에 한 번씩, 맨 처음 거래 장부를 기록해낸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을 뽑아 1개에 약 24만원인 비트코인을 25개 나눠줍니다. 비트코인 가치가 퍽 낮아진 지금도 600만원 정도에 해당하니 쏠쏠한 수익이죠. 이렇게 거래장부를 기록하고 비트코인을 받는 일을 ‘채굴'(mining)이라고 빗대 말하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이 비트코인을 만든다는 말이 이겁니다. 모든 사용자가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만들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죠.
한번 비트코인을 받은 사람은 그 가치가 계속 오르길 기대할 겁니다. 그러면 계속 비트코인 거래 장부를 관리하는 데 힘을 쏟겠죠. 비트코인은 이렇게 사용자가 각자 이익을 좇으면서도 전체 시스템을 유지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사용자에게 책임과 권한을 나누는 속성은 비트코인 이후에 나온 가상화폐도 같습니다.
가짜 가상화폐는 다릅니다. 관리가 불투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에게 권한을 나눠주지 않습니다. 비트코인 소스코드를 고스란히 빌려 자기만의 가상화폐를 만들었다손 치더라도 사용자가 자유롭게 가상화폐를 만들고 가져갈 수 있는 길은 열어두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사기꾼들이 이익을 독차지할 수 없으니까요.
진짜 가상화폐의 조건 3. 사용자가 인정한 가치
앞서 비트코인 1개가 24만원 정도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왜 24만원일까요. 비트코인을 만드는 데는 원자재가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전기요금 정도죠. 그러니 원가를 기준으로 하면 비트코인 가치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누가 비트코인 1개가 24만원이라고 가격표를 써 붙였을까요. 답은 비트코인 사용자 자신입니다. 비트코인 가치는 전적으로 사용자에 의해 결정됩니다. 경제학원론 교과서에 나오는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서 사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값이 오르고, 팔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내려가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나옵니다. 누가 24만원을 주고 비트코인을 살까요? 바로 비트코인이 24만원어치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용자입니다. 한두 사람이 심심풀이로 사고 판다면 가치가 있다고 하기 힘들 겁니다. 수천, 수만명이 쓴다고 해도 동네에서 쓰는 상품권 정도에 그치겠죠. 비트코인은 전세계에서 수백만명이 쓴다고 알려졌습니다. 코인베이스라는 비트코인 서비스에 등록된 지갑 개수만 지난 1월말 기준으로 200만개가 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델, 오버스톡 등 걸출한 기업이 비트코인을 거래수단으로 채택했습니다.
가짜 가상화폐도 사용자가 가치를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사용자층이 퍽 좁죠. 기껏해야 가짜 가상화폐를 만든 다단계 회사와 거기 가입한 회원만 쓸 뿐입니다. 그래서 다단계 회사는 직접 e쇼핑몰을 꾸리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사람이 수백만명에 이른다면 사용자수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가상화폐를 빌미로 다단계 사업을 벌이는 회사는 사용자수를 뻥튀기 하고 ‘앞으로 몇 달만 있으면 몇 만명이 이 가상화폐를 사서 가치가 몇십배로 뛴다’고 선전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사야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죠.
쉬운 부업거리? 언론 보도 됐대도 의심해봐야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지금 사서 몇 달만 있으면 몇십배로 가치가 뛰는 사실이 확실한 뭔가가 있다면, 그걸 왜 나누려고 들까요? 그 가상화폐를 모조리 독점해서 가치가 오르길 기다렸다가 팔아치우는 쪽이 이익이 많이 남을텐데 말이죠. 이건 결국 그 가상화폐가 아무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다단계 조직도 안다는 얘기입니다. 가상화폐는 돈 놓고 돈 먹기 구조를 덮기 위한 허울인 거죠.
자기들이 만든 가상화폐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며 언론 보도를 들먹이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보통 2가지 경우인데요. 먼저 진짜 가상화폐에 관한 보도를 마치 자기 얘기인양 포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트코인 얘기를 하며 그게 자기가 만든 가상화폐와 연결된다고 뭉뚱그리죠. 앞서 설명드렸듯이 이들이 만든 가상화폐는 비트코인과 질적으로 다릅니다.
두 번째로 돈 내고 뿌린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 적은 걸 기사랍시고 보여주는 경우입니다. 이런 걸 알아보시려면 딱 2가지만 기억하세요. 먼저 매체 자체가 믿을 만한 곳인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언론사 많습니다. 이 중에서 믿을 만한 곳에 기사가 나갔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언론사의 신뢰도는 그동안 보도된 내용이나 업력 등을 살펴보시면 됩니다. 외국 언론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가디언> 정도라면 믿을 만하죠.
두번째로는 기사에 기자 이름이 확실히 적혀 있는지 확인하세요. 제가 쓴 기사를 네이버에서 보면 끄트머리에 ‘안상욱 기자’라고 들어갑니다. 이걸 바이라인(byline)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쓴 기사이니 내용에 관해서 제가 책임지겠다는 뜻으로 실명을 밝혀 적는 겁니다.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와 비슷하달까요. 기자 실명이 아니라 ‘온라인 이슈팀’ 같은 애매모호한 바이라인이 달려 있다면 그 기사는 기자가 이름 내걸고 쓴 기사는 아닙니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올리거나 출처가 불명확한 가십거리를 받아적은 기사가 대부분 이런 바이라인이 붙어 있죠. 이런 글도 기사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진짜 가상화폐와 가짜 가상화폐를 구분하는 법을 알아봤습니다. 첫째, 발급과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고 누구나 검증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둘째, 발급 권한을 한 곳이 독점하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용자가 가치를 인정하는지 알아봅니다. 이 3가지 조건에 맞는지만 확인하셔도 가짜 가상화폐 대다수를 가려낼 수 있을 겁니다. 큰 돈 투자하려는 마당에 이 정도 확인하는 수고가 번거롭다고 하실 분은 없겠죠?
이제부터는 실제로 가상화폐를 소재로 다단계 사업을 벌이는 곳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시간 관계상 모든 곳을 다 짚고 넘어갈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가상화폐 다단계 유형 1. 진짜 가상화폐를 아이템으로 다단계 사업을 벌인다
첫 번째 유형은 진짜 가상화폐를 아이템으로한 다단계입니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을 내세워 금융 다단계 사업을 벌이는 조직이 많습니다. 뚜렷한 수익원 없이 신규 회원 돈으로 기존 회원 수당 챙겨주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입니다. 겉으로는 가상화폐를 내세우지면 사업 모델을 보면 사실 가상화폐와 전혀 상관 없는 곳이죠. 이런 곳은 사고가 날 확률이 높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비트코인을 좀 더 연구하고 비트코인 채굴기에 투자하라며 투자자를 속인 지능적인 다단계 회사도 있습니다. 글 머리에 사례로 든 마이코인입니다. 이들은 외국에 크립토마인이라는 채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수백만원어치 비트코인을 투자하면 비트코인을 계속 만드는 채굴기를 사서 반영구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투자자를 꼬드겼습니다. 마이코인이라는 가짜 비트코인 거래소를 차려놓고 크립토마인에서 채굴한 비트코인을 진짜로 거래할 수 있는 척 행세했죠. 하지만 실상은 다단계 회사였습니다. 이곳은 지난해 말부터 홍콩 경찰이 수사 중입니다.
비트코인 말고 리플이라는 가상화폐도 다단계 사기 조직에게 이용당한 적 있습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자체가 다단계 사기는 아닙니다. 다단계 사기를 벌이는 조직은 자꾸 소재를 바꿔가며 귀 얇은 투자자를 유횩합니다. 알뜰폰(MVNO) 시장이 열리자 통신사와 제휴를 맺었다며 우후죽순 다단계 조직이 생기기도 했죠. 이들 눈에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가 들어갔을 뿐입니다. 아이템이 무엇이든지, 아래로 몇명을 추천하면 쉽게 돈 벌 수 있다고 하는 사업은 의심해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가상화폐 다단계 유형 2. 가짜 가상화폐를 만들어 신산업으로 포장한다
두 번째 유형은 다단계 조직이 직접 가짜 가상화폐를 만드는 겁니다.
지난주 보도한 다단계 회사 (주)핀테크는 ‘아몬’이라는 가상화폐를 만들었습니다. 이걸 통해 사업을 벌이면 기술을 잘 모르는 투자자를 유혹하기 쉽기 때문이겠죠. 아몬이라는 가상화폐는 앞서 제가 말씀드린 3가지 조건에 들어맞지 않습니다. 생산이나 유통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도 않고, 사용자가 직접 발행 과정에 참여할 수도 없으며, 사용자 폭이 충분히 넓지도 않죠. 아몬을 써서 생기는 이득은 모두 (주)핀테크가 가져갑니다.
(주)핀테크가 만든 가상화폐 아몬코인 거래소. 가상화폐 전문가는 아몬코인이 오픈소스로 공개된 코드를 가져다 만든 초보적인 수준이라 실제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핀테크 웹사이트 갈무리)
○○코인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코인은 가상화폐 ‘○○코인’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코인이 비트코인의 단점을 보완한 뛰어난 가상화폐라고 선전하고 가맹점을 모읍니다. ○○코인은 이 가맹점을 통해서만 판매됩니다. 현금 8천원을 주면○○코인 1만개를 줍니다.○○코인 1개를 1원처럼 쓸 수 있으니 8천원이 1만원이 되는 겁니다. 그럼 차액 2천원은 어디서 나올까요?○○코인은 다른 사업에서 나온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다른 사업이라는 건 크라우드펀딩입니다. SNS나 인터넷을 통해 다수 소액 투자자에게 십시일반 돈을 모아 큰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는 투자 방식을 크라우드펀딩이라 부릅니다. ○○코인은 자기가 발행한 가상화폐 ○○코인을 담보로 투자자에게 돈을 빌려 중소상공인에게 빌려준다고 합니다. 게다가 투자 원금을 100% 보장하는 안전한 투자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코인이 담보로서 가치가 있나요? ○○코인은 그렇다고 주장합니다만 ○○코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곳은 ○○코인뿐입니다. ○○코인이라는 회사가 망하면 투자자가 가상화폐 ○○코인을 은행에 들고 가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가상화폐라는 허울을 걷어내고 보면 ○○코인은 상품권과 같습니다. ○○코인 모회사인 S사도 상품권 발행업체로 사업자 등록을 냈죠. 누군가 자기가 만든 상품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주시겠습니까? 저라면 안 빌려줄 겁니다. ○○코인이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 이런 구조입니다. 고용기 한국크라우드펀딩협의회장은 “○○코인처럼 가상화폐를 담보로 투자금을 모집하는 크라우드펀딩 업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을 받는 입장에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코인과 투자건을 진행했던 한 업체 대표는 ○○코인 측이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하는 대가로 투자금의 3%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계약금으로 먼저 내라고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돈이 없어 크라우드펀딩에 나선 마당에 수백만원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내라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벌이는 업체 중에 선불 수수료를 요구하는 곳은 없습니다.
제도적으로 봐도 ○○코인이 벌이는 사업은 위험합니다. 원금을 보장하고 수익을 내주겠다고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금을 모으는 일은 금융회사만 할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로 등록하지 않고 이런 사업을 벌이면 유사수신행위로 법에 저촉됩니다.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코인 본사인 S사가 유사수신행위를 했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습니다.
☐☐코인이라는 또다른 가상화폐도 위험해 보입니다. 비트코인을 빌려다 만든 가상화폐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설명이 하나도 없습니다. 웹사이트에는 e메일 주소도 없고, 모든 프로그램이 오픈소스라고 하는데 소스코드를 공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코인을 소재로 한 다단계 사업은 활개를 치죠. 다단계 사기를 위한 가짜 가상화폐로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가상화폐는 다단계가 아니다
가상화폐는 다단계 모델이 아닙니다. 진짜 가상화폐를 소재로 회원을 모집해오면 돈을 번다는 얘기도 결국 다단계일뿐입니다. 속지 마세요. 당장은 돈이 되는 것처럼 보여도 나중에는 원금도 돌여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법으로 문제삼으려고 해도 힘든 싸움이 될 겁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피해자가 나와야 합니다. 누군가 소중한 돈을 잃고 난 뒤에야 수사기관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본사가 외국에 있다면 국내 수사기관이 손댈 수 없으니 더더욱 보상받기 힘듭니다.
지금 누군가 곁에서 가상화폐 부업을 권유한다면 과감히 거절하시기 바랍니다. 이미 다단계 조직에 발을 들인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조직 안에 들어간 사람은 자기가 들인 돈을 돌려받으려면 다른 사람을 조직 아래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나만 피해자가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사람과는 엮이지 않는 편이 이롭습니다.
세상에 쉬운 돈은 없습니다. 다단계 조직이 광고하는 대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면 왜 굴지의 대기업이, 정보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은 가만히 있을까요. 다단계 조직이 말하는 것처럼 그 사람들이 어리석어서일까요. 아니면 다단계 조직이 하는 얘기가 허무맹랑한 일이기 때문일까요. 판단은 여러분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