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금요일 2학년 학생들과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에 있는 한성기업을 다녀왔다.
서울광진학교 1회 졸업생 철원이가 한성기업에서 7년째 근무를 하고 있다.
난 철원이 고3(1999년) 때 담임교사였다. 고3은 한 반이었다.
철원이가 만나고 싶다고 몇번인가 전화를 했는데 가보질 못했다.
벼르고 벼르던 것을 어제야 다녀왔다. 우리반 반장도 하고 참 야무진 학생이었다.
그 당시 우리반 학생들이 15명 정도였는데 다운증후군 학생이 7명이었다.
다운증후군 학생을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담임하기가 어렵다는 동료교사들 얘기가 있었는데 철원이는 그 중에서도 가장 민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철원이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철원이의 성실함의 비결을 어머니에게 질문한 적이 있었는데 철원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양육방식에 감탄을 하곤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철원이는 약속을 잘 지키는 학생이었다. 철원이에게 일을 맡기면 이해가 어려워서 못하는 경우를 빼고는 역할을 다 해냈다. 그리고 농구를 좋아했다. 체육관이 교실 근처에 있었는데 쉬는 시간이면 근영이와 농구를 하곤했다. 철원이는 1남 1녀 장남인데 철원이 어머니는 철원이를 감싸서 키우지 않았고 약속과 예절에 대해서도 엄하게 키우셨다.
그 때 광진학교에는 다니엘학교에 다니다 광진구에 공립학교가 생기면서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학교를 옮기게 된 학생들이 많았다. 우리반 학생들도 그랬다. 본의아니게 학교를 옮기게 된 것에 대해 내가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첫 졸업생이기 때문에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의뢰해 학교에서 단체로 직업적성검사를 받았었는데 첫번째로 직업실습의뢰를 받았던 학생이 철원이와 근영이였다. 물론 다른 학생들도 있었는데 부모님들이 학생들의 직업실습을 거절하였다. 험한 일 시키고 싶지 않으시다고..... 직업실습에 부모동의가 있었던 철원이와 근영이만 지하철 역사 청소대행업체 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한 사람은 약수역, 한 사람은 옥수역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들을 2번 정도 찾아갔었는데 같이 청소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 학생들이 일은 잘 하는데 해야 할 일을 일일이 얘기해주는 것이 번거롭다고 전해주었다. 철원이와 근영이는 지하철 청소대행업체 취업에 실패하고 그 후 철원이만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한성기업에 취업이 되었다.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며 1주는 6일, 1주는 5일 근무를 하고 1주일에 한번씩 집에 가는 생활을 7년째 하고 있는 철언이는 전날 야근(밤 8시 30분~ 아침 8시까지)을 하고 한참 자는 중이라고 했다. 한성기업에는 23명의 직원 중 18명이 장애인으로 1회용 치솔을 만들고 있었다. 한 라인에 5대의 기계가 있었는데 3명이 한조가 되어 한라인을 책임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경기가 좋지 않아 5대 중 4대씩을 돌린다고 했다. 주야간으로 24시간 기계를 돌리고 있었다. 공장 견학을 끝내고 철원이를 만나고 싶다고 전하자, 휴게실로 안내해주었다. 아이들과 얘기를 하다가 휴게실 밖에 누가 온 것 같아 나가보니 철원이가 "선생님!"하고 나를 불렀다. 곤한 잠을 자다 일어난 철원이의 부시시한 모습 뒤로 나를 반가워하는 그 눈빛과 음성을 듣고 난 내가 '선생님'이란 사실을 가슴으로 느꼈다. 아랫입술이 깊이 갈라져 있었다. 몸이 좋았던 친구였는데 조금은 야윈듯도 했다. 일이 좋으냐고 하니 좋다고 했다. 여기에 친구가 있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여자친구가 있냐고 했더니 없다고 했다. 그리곤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라고 했다.
12시간 꼬박 일하고 750,000~800,000원을 받는다고 철원이 어머니에게 들었다. 기숙사비 등을 공제하고 실수령은 600,000원 정도라고. 철원이의 어머니가 7년동안 철원이의 통장을 관리해주고 있다. 철원이를 본 내 마음이 이런데 철원이 어머니 마음은 어떠할까? 한달에 1~2번씩 어머니들이 회사 기숙사를 방문해 청소를 해준다고 했다. 회사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7년동안 급여가 오르지 않더라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철원이 어머니는 그렇게 아들을 지켜보며 지원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너희들도 저렇게 일할 수 있느냐고. 철언이를 빼고 나머지 친구들은 고개를 저었다. 철언이는 말했다. "집에 있으면 뭐하냐? 일을 해야지." 라고. 작년에 철언이를 만났을 때 난 철원이를 생각했다. 이름이 비슷하구나. 그런데 성실한 것도 비슷하다고. 그 철언이가 철원이의 모습에 동의를 해주었다.
7년전 내가 맡았던 학생들과 지금 맡고 있는 학생들은 다르다. 글도 더 잘 읽고, 장애도 가볍고. 철원이와 철언이를 비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난 아이들이 철원이의 성실함을 닮기를 바란다. 한성기업 김용민과장도 그런 얘기를 했다. 학교 교사들이 일을 잘 해낼거라고 소개한 친구들과 자기들이 지켜본 그 친구들의 결과는 많이 다르다고. 기계는 계속 돌아가고 4시간씩 3번에 걸쳐 12시간을 일하는 그곳 환경은 50분 수업하고 10분 쉬고, 좀더 자율적인 학교 환경과는 다르다고.
관악고에 와서 학교를 방문한 졸업생들을 몇 번 보았다. 올해도 졸업생이 있었고. 집에서 놀고 있다는 그 학생들을 보며 참 안타까웠다. 왜 취업을 못할까라고.
김용민 과장은 말했다. 복지관을 거쳐온 친구들은 4시간씩 연속작업에 대한 훈련이 어느 정도 되어 있어 현장적응이 보다 쉽다고. 하지만 꼭 복지관을 거쳐올 필요는 없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철원이도 그랬다. 철원이보다 능력이 더 좋으면서 넉넉한 가정형편과 교육의 연장으로 복지관을 선택한 몇몇 졸업생들은 7년이 지난 지금도 복지관에 있다. 물론 은희처럼 복지관 직업훈련을 거쳐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도 있고....
부산에서 처음 교편을 잡으며 고2때 가르쳤던 복주는 현재 33살로 13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복주는 일산직업학교에서 1년간 직업훈련을 받았었다. 서울에서 처음 가르쳤던 철원이는 7년째 직장생활. 난 복주와 철원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내 교사경력 16년째, 직장일이 힘든 줄 왜 모르겠는가.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는 그 친구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과 고용여건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기특하다. 또 '좋은 교사가 되어야겠구나'라는 생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