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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1) 찌그러진 깡통 땅속 깊은데서 지상으로 나와 한때는 드넓은 바다를 호령하는 군함의 몸통이었다 전쟁의 상처로 분해되고 깡통으로 태어나 바닥만큼 남은 콜라와 여기 이렇게 살고 있다 통속에 수분이 완전히 떨어질때 쯤 나는 넝마의 발로 압축되고 도시의 변두리 고물상에 끌려갈 것이다 이제 다시 태어 난다면 하늘을 날고 싶다 그러다 그 생명도 다하여 누구도 날 필요하지 않게 되는 날 아득한 옛날 땅속으로 가서 자서전을 쓸 것이다 약력 *출생지 : 전남 영광 군남 동월 *사업지 : 서울 동작 사당(삼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아띠문학 아카데미 운영위원 당선작(2) 나에겐 지팡이가 있다 눈뜨자 챙겨입고 다람쥐 사는 밤나무골 산행간다 혼자는 외로워 손잡이 닳은 오랜친구 말벗삼아 연못있는 큰집 찾아 오르막길 오를 때는 뒤에서 밀어주고 응원해주어 두손벌려 기지개 편다 내 친구 밤송이 톡톡치면 살찐놈 하하 웃음준다
당선작(3) 무지개 소낙비 뿌린날 문득 본 하늘에서 환희를 만났다 선명하고 고운 일곱 색깔 어릴적 설매산 위에서 이별한 후 긴 시간 그리움 키웠다 담높은 울타리 안에서 볼 수 없어 눈물흘린 지난 시간 아쉬움이 가득 하였었다 저기 저거 보라고 흥분에 차 일깨워주고 나는 다시 보고 또 쳐다보고 웃음지다 눈물짓는다 반가워서,또 보고 싶어서 ※설매산:글쓴이의 고향앞산 <심사평>
<당선 소감> 꽤 긴 시간 공직생활을 하고 퇴직 후 한동안 세상과 단절하고 살았습니다. 친구, 선후배, 옛 동료 심지어 사랑하는 가족에게까지 몹쓸 짓을 했습니다. 지난날의 배신감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던 거 같습니다. 그러나 그 단절이 저를 더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혼자라는 게 두려움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알았기에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부딪히며 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사실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 냈지만 “두드려라 하면 열릴 것이다”하는 말만 믿고 무모하게 아띠문학아카데미 등단시인에 도전하게 된 계기도 이런 저의 입장이 조금은 작용되었습니다.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알고 있었기에 비선이 되어도 실망 하지 않았을 겁니다. 다시 도전했을 거니까요. 이런 제가 불쌍하고 안 돼 보였던지 아띠가 저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여러 아띠님들!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특히 미련한 저를 구석구석 지도하여주신 청야 유병권 회장님, 이준모 고문님, 김복수 시인님, 강연옥 시인님과 효민 유영종 시인님, 하늘님 그리고 온라인에서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으셨던 여러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아띠 가족님들이 아니었다면 오늘 시인등단이라는 영광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이끌어주시고 키워주신 아띠! 영원한 아띠맨으로 남아서 조금씩 조금씩 받은 은혜 갚아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여 부족한 저를 보충하여 명실공히 여러 선배님들과 대화 나눌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이 기쁨! 이 영광! 미치도록 좋은 이 끈을 영원히 놓지 않고 잡고 있겠습니다. 격려와 응원을 준 아내와 세진, 은진, 영진, 영광 네 아이들에게 그동안 미안했었고 고마웠다는 말 진심으로 해주고 싶습니다. .................................................................................................. 당선작(1) 기다리는 마음 새벽 하늘 눈 비비면 반짝이는 별빛 따라 함박눈 펑펑 내리고 창밖에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 까치는 까악 까악 울어 대는데 머언 산 너머 하얀 그리움 띄워 봅니다.
겨울 바람 창문 흔들리면 강물은 말없이 가슴 속을 흐릅니다. 보고픈 님 언제 오시려나 타는 맘 가둘곳 없어 오늘도 눈 내리는 창가에 하염 없이 눈물 뿌리옵니다. 약력 : 필명-소풍(逍風) *전남 고흥군 도양읍 봉암 태생 *현, 부산 서구 암남동 *현, (주) 모아온 커미니케이션 부산 지사장 *현, (주) 혜성 광고 대표 *2008년 민주당 부산 서구 선대위원장 *현, 민주당 대의원 *현, 민주당 노인복지 자문위원 *아띠문학 아카데미 최우수 회원
당선작(2) 아침을 여는 태양
일어나라 곤히 잠든 영혼을 불러 일어나라. 천근 눈꺼풀 헤집고 대문 밖을 나왔건만 해풍은 성난 살쾡이처럼 시퍼런 발톱을 세우고 어둠은 산모퉁이를 빙빙 도는구나. 지친 달 서산에 머뭇거리는데, 검푸른 바다는 태양을 끌어올려 아침을 등에 업는다.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 대지의 게으름과 좌절을 즈려 밟고, 비관과 패배주의 허무는 바다 깊숙이 수장시킨다. 꿈과 희망을 어깨에 둘러메고, 용기와 도전은 이마에 질끈 동여맨다. 한순간도 멈춤없는 아침을 여는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심장의 고동소리 고뇌의 바다를 헤치며, 후회없는 인생을 위하여 삶의 불꽃을 아낌없이 태우는거다. 마지막 남아있는 심장의 재가 한줌 남김없이 바람에 흩날릴때까지.
당선작(3) 민들레 홀씨 되어 길을 가다가 멈춘 자리에 그리움 하나 묻고 길을 가다가 앉은 자리에 사랑하나 이별을 한다.
길을 가다가 머언 산 바라보며 외로움 달래고
길을 가다가 누워 손 내밀며 별 하나 청해본다.
돌아오는 길에 민들레 홀씨 하나 품에 안고 앞뜰에 묻어두면 소쩍새 우는 봄날 하얀 날개 달고 훨훨 나리여 패인 아픈 자리에 예쁜 민들레 피어나겠지. <심사평>
<당선 소감>
봄이 오는 길목에서 개나리 진달래 목련꽃이 해맑은 미소로 우리 곁에 얼굴을 내미는 아름다운 계절에 꿈같은 행복이 저에게 당선이라는 선물로 다가왔습니다. 먼저 아띠문학의 터전을 만들어 오신 유병권 카페지기님을 비롯한 선임고문 이준모 시인님, 고문 김복수 시인님, 운영진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그리고 그동안 아띠문학에서 한식구로 지내면서 언제나 저를 포근하게 감싸주며, 배려와 격려로 배움과 희망을 심어 주셨던 지석 김군학 시인님, 해랑 김정복 시인님, 선림 김선규 시인님, 시우 시인 여성부장님, 오대장성 시인님, 청정 시인님, 자유 시인님, 겨울새 시인님, 하늘님, 풀무짱님, 강인숙님, 안장원님 그 외 여러 회원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저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와 무척 기뻐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아띠문학을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 저는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저 마음속의 생각을 글로 적어 놓은 것 외에 특별히 공부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초등학교 시절에 국어 선생님께서「여름관련」시제를 주어 ‘개구리’ 라는 시로 입선한 기억뿐. 그 후로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한자씩 어설프게 적어둔 게 지금까지 저의 시에 관한 동경의 전부입니다.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아띠문학에 몸을 담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열심히 배움하여 아띠문학에 누가 되지 않는 아띠인이 될 것을 이 자리를 빌려 다짐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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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회 수필부문 당선 강연옥
당신 누구세요? 지하철에서 핸드폰이 날 흔든다. 꺼내보니 아들이었다. 바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너 어디여?” “저 집으로 가는 중이에요.” 그러자 어머니는, “오자마자 우리 집으로 와. 알았지? 꼭이여. 끊어.” 일방적으로 끊으셨다. 무슨 일인가 싶어,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5층 계단을 단숨에 올랐다. 버튼을 누르고 현관문을 들어서자 어머니는 손을 입에 대며 뛰어 나오신다. 그리고는 내 귀에 입을 바짝 대고 작은 소리로 “얘, 저 사람이 네 아버지 맞니?” 나는 순간 기가 막히고 정신이 멍해졌다. 어머니는 봄에 돋는 민들레 파란 싹처럼 맑게 웃으셨지만, 그 모습이 너무 슬프게 비쳤다. 치매가 더 진행된 것이다. 처음엔 최근 기억만을 잊어버리셨던 어머니는 판단력이나 지적인 기능까지 상실 하였다. 감정 기복도 심하고 말씀도 조리 있게 하시지 못한다. 마침 화요일이라 아버지와 함께 등산을 다녀오신 뒤였다. 아버지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거실로 나오셨고, 어머니의 눈에는 속옷 바람의 아버지가 굉장히 낯설어 보였던 것이다. 순간적으로 기억을 놓친 어머니는 낯선 사람이 갑자기 무서워서 내가 살고 있는 2층으로 내려 오셨고, 마침 혼자 있는 손자한테 부탁해서 전화를 한 것이다. 딸도 손자도 다 기억 하시면서 남편을 잠깐 잊은 것이다. 나는 답답다 못해, “아버지잖아! 엄마 왜 그래?” 하며 짜증 반 걱정 반으로 쏘아 붙였다. 그러자 어머니는 민망한지 연신 웃으신다. 나는 답답증을 삭히려고 거실을 맴돌았다. 어머니는 아이처럼 팔랑 거리는 걸음으로 내 뒤를 쫓아다니면서, “너 비밀이야, 알았지? 비밀 꼭 지켜야 해.” 말씀을 하시고 또 하셨다. 아마도 아버지한테 미안한 생각이 드시는 모양이다. 정말이지 그럴 땐 너무나 완벽한 정상이었다. 어려서 머리가 총명하여 1학년에서 3학년, 6학년으로 건너뛰면서 상도 많이 탔다는 어머니. 이제 칠순 갓 넘으셨는데 왜 이리 되셨을까. 아버지의 부도로 인해 어린 우리 남매들을 어렵게 키우느라 힘이 다 빠진 걸까. 아니면 9년 전, 네 살 아들과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를 덜렁 남겨두고 먼저 떠난 며느리의 아픈 기억을 지우려다 다른 기억까지 쓸어내고 계신 건 아닐까. 어머니는 치매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한 치료제를 점점 센 것을 들고 계시지만, 기억력은 줄어들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대사 작용장애, 일부 악성 종양으로 나타나는 치매의 경우는, 원인이 되는 질병을 치료 하면, 원 상태까지는 아니라도 치매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어머니 경우는 뇌세포가 죽어 가고 있으니 진행 상태를 막을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겨울비같이 차가운 어머니의 치매여행. 간호학 교수였던 동생의 말로는 아직까지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 하단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버지가 어머니 손을 잡고 매주 한 번씩 등산을 하시니 말이다. 그 덕으로 다른 식구들은 알아보는 것 아닌가 싶다. 이만큼의 기억을 잡고 계신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한 일인가. 앞으로도 아버지의 약손이 오래 이어지고, 우리 자식들의 관심이 간짓대가 되어 간단한 삶의 퍼즐 정도는 맞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화장실 가기, 혼자 수저들이고 밥 먹기, 가족 알아보기, 석촌 호수에서 집으로 오는 길 꼭꼭 기억하기, 약 예쁘게 먹기, 핸드폰 가지고 다니기, 벨소리나면 여보세요 하고 받기, 이정도의 조각들만이라도 잘 맞춰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낯선 사람들과 만나서 낯익히며 살아가는 인생.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낯익은 사람이 낯설게 보일 때도 있을 것이다. 이는 곧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청색 신호등 아닐까. 그렇다면,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는 게 아니라, 아버지를 처음 만난 시점으로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적어도 어머니 얼굴에서 새색시의 웃음을 보았기에. 너무 억지를 부렸나.
*아띠문학 제 1기 시인 등단 *아띠문학 명예 수필작가 *아띠문학 여성부 회장 *아띠문학 아카데미 수석 운영자
<심사평> ‘당신 누구세요?’는 치매증세를 보이는 어머니에 대한 자식의 안타까운 마음을 그린 작품으로서 전개 과정이 일목요연하다. 어머니의 치매 증세에 관한 에피소드를 먼저 제시하였고, 그 원인을 나름대로 환경적, 심리적 측면에서 간단히 짚어봤다. 그 다음에는 실천 가능한 치매 예방 대책을 제시했다. 재치도 보인다. 특히 본문 전반에 걸쳐 치매라 규정해놓고 결론부에서는 슬그머니 어머니의 치매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효(?)의 모습이 돋보인다. 예컨대, “낯선 사람들과 만나서 낯익히며 살아가는 인생. -중략- 적어도 어머니 얼굴에서 새색시의 웃음을 보았기에. 너무 억지를 부렸나.”에서 보다시피 어머니의 치매 현상을 자신의 목소리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보기 좋다. 또한 어머니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등산’이라는 소재를 통해 간접적으로 묘사한 점을 볼 때 문학으로 가는 통로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흠은 있다. 평범한 대화문은 가급적 피했으면 한다. 소설처럼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어떤 상황 등을 암시 해 줄때 쓰면 좋겠다. 전반적으로 주제를 이끌어가기 위한 적절한 소재의 선정, 일목요연한 전개 능력, 재치 등 문학성이 돋보이는 본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당선 소감> 심사 해주신 발행인님, 이준모 고문님, 정의언 수필 고문님 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함으로 기억하고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띠에 이익을 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 9회 수필부문 당선 정수민 당선작 가난한 시절의 꿈 홀로 목적 없이 거리를 걷는다. 차도와 인도 그 사이에 난 가로수의 나뭇잎을 바라보며 난 참 많은 생각을 한다. 이 생각, 저 생각 머리가 복잡하고 아프다. 이렇게 생각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난 언제나 부족하고 분별력과 판단력이 흐리기 때문에 한 가지 사건에 몇 차례의 생각과 번민과 후회를 하곤 한다. 그 중에 날 참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오랫동안 나와 동고동락 해온 33년의 이 가난이다. 어린 시절부터 난 가난했다. 가난이 큰 죄는 아니지만 참 불편하고 또 내 삶과 인생에 많은 아픔을 주는 것 같다. 우리 가정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충청도와 경상도에서 사시다가 중매로 결혼, 서울로 올라와 1968년 변두리 중랑구 상봉동에 터를 잡아 살림을 시작하셨다. 큰언니와 작은 언니는 잠깐 기거했던 아현동에서 태어났고 나와 밑에 두 동생은 상봉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삼표 연탄 정비기술자셨고, 아버지의 수입만으로는 가게가 어려워 어머니는 날 뱃속에 넣으신 채 살림집 옆에 조그마한 가게를 내어 야채와 과일 생선 등을 파셨다. 내가 어린 시절, 중랑구 신내동 일대는 논과 배밭이 전부였고 아파트가 없었다. 그렇게 어려운 살림가운데서도 어머니는 1남 4녀를 낳으시고 키우셨다. 어머니는 손이 항상 까맣다. 시금치, 배추, 도라지 등을 새벽 4시까지 다듬다가 청량리 시장에 물건을 띠러 가고, 겨울에는 이윤이 많은 생선을 갖다 팔곤 하였다. 난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그런 가정이 너무 창피했다. 왜 그렇게 부끄럽고 창피한지 모르지만 학교에 가면 집에 들어가기가 싫을 정도였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살던 방의 보증금을 빼서 가게를 넓히느라 새로 이사한 가게에 살림방 대신 다락을 얹어 살기 시작했다. 다락은 내 키로 일어서도 고개를 숙여야만 걸을 수가 있고 난방이 안 돼 겨울에는 전기장판을 깔고 자야만 했다. 이불이 부족해 엄마가 장사할 때 입으시던 두꺼운 털 잠바를 덮고 자기도 했었다. 그리고 공부할 방이 없어서 온수기 통 위에서 방학숙제를 하곤 하였다. 그런 집에서 아는 친구가 지나가기라도 한다면 엄마 심부름을 하다가 혹시 나를 볼까 숨곤 하였다. 이런 어린 시절에 이다음에 좋은 직장에 들어가 잘 살고 싶어서 공부를 열심히 했고, 난 그렇게 어른이 되어갔다. 한참 진로를 고민하고 걱정하던 시기에 집에서는 취직이 잘 되는 컴퓨터관련학과로 원서를 넣어보길 원했지만 막무가내로 난 문학이 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에는 넓은 집에서 아주 당당하게 잘 사는 게 꿈이었는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사춘기의 나를 더 강렬히 붙잡곤 했다. 배고프고 가난한 것은 내가 정말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면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막상 20대가 지나고 30대가 되어서 아직도 변변한 직장하나 잡지 못하고 내 목구멍 하나 해결하지 못하니 언제나 가정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찬밥 신세이다. 쉽게 될 줄 알았던 신춘문예는 2번을 낙방을 하고, 배운 기술이 없어 돈벌이를 못하니 방구석에 앉아 글을 쓰고 있으면 형부와 언니는 쓴 소리를 많이 한다. 60정도 돼야지 네가 그 길로 빛을 볼 텐데 그때까지 뭐먹고 살겠냐는 것이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막상 다른 일을 배우다 보면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처음에는 의욕을 갖고 하지만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르고, 책을 보거나 무엇인가 생각을 정리해서 내가 쓰던 노트에 써 내려가고 싶은 욕구가 더 많이 생기고 그럴 때가 난 가장 행복하다. 글을 잘 못 써서 고민이지 잘 써지고 내용이 완성되면, 비록 돈이 안 되어도 가슴이 뿌듯하다. 어린 시절 무척 가난한 것이 싫었는데 인생을 살다보니 내가 밥 굶기 딱 좋은 문학을 하게 되었다. 부모님의 가난이 내게 물려 내려오지 않기를 하늘에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어려운 서울살이를 이겨 내시고 5남매를 키우셨다. 경제가 어려운 현실 가운데서도 자식들의 배를 굶지 않게 해 주신다. 나는 무언가? 내 능력과 힘으로는 삼시세끼도 제대로 찾아먹지 못하는 무능력한 사람이다. 그렇게 부모님을 창피하게 생각했는데 문학에 뜻을 두고 글을 쓰면서 어머니와 언니의 밥을 먹고 있다. 나이 30이 넘어서까지 내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참 죄스럽고 마음이 아파 눈물이 삐질 삐질 난다. 다른 일을 해 보려고 시도를 많이 했다. 컴퓨터를 배우거나 직장에 취직해 영업을 뛰어 보기도 했지만 돈을 벌지 못했다. 큰언니는 경리를 해서 집을 두 채나 샀다. 나는 언니가 하던 경리로 취직을 시도 했지만 그것조차 내 인생에 허락되지 않는다. 마음속에는 언제나 '글을 잘 써야지!'라는 생각만 골똘하게 하고 집에서는 문학책만 탐독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글 쓰는 일이 하늘이 내게 주신 천직이 아닐까 한다. 내 몸 하나 못 챙길 정도로 이렇게 가난하게 사니 좋은 이성을 만나도 쉽게 다가가지 못할 것 같고 어쩌면 결혼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매사에 소극적이 되고 자신이 없어진다. 그러나 나는 아주 잘 사는 것을 포기했다. 순수하게 내게 주어진 아주 작은 소망, 문학하면서 글을 잘 쓸 수만 있다면 그 한 가지 만으로 감사하고 싶다. 또 설령 그 일로 인하여 밥을 굶고 설욕을 당해도 모든 것을 이겨내고 참아 낼 수 있다는 마음이 가득하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마음을 정리해 본다. 난 비록 이렇게 무능력하고 가난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면 내가 이 땅에서 내 소망을 이루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반듯이 내게 열리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오늘 이 가난에 난 감사 하고 싶다.
*아띠문학 아카데미 최우수 회원
<심사평> 필자는 외부적 환경에 굴하지 않고 소외를 이겨내려 문학의 길을 택했다. 이러한 주제를 이끌어가는 소재들이 너무나 진솔하고 고백적이다. 몇 가지만 시정된다면 대성하리라 본다. 끝 문장의 길이가 80자를 넘는다. 또한 한 문장에 ‘난’, ‘내가’, ‘내 소망’, ‘내게’, ‘난’ 등 같은 말(동어)이 반복되고 있어 참신성이 깨지고 있다. 군더더기를 삭제하고 50자 내외로 간결하게 쓰는 연습이 요구된다. 이러한 흠이 보임에도, 어린 시절에 겪었던 삶의 애환과 30대에 이르러서도 의기소침한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어 호감이 간다. 이는 수필문학에서 추구하는 심적나상(心的裸像)인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벗길 줄 아는 본 작품을 기꺼이 선에 넣는다. <당선 소감> 아직도 제 글이 당선 됐다는 것이 잘 믿어지지 않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려고 나름대로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글 쓰는 일이 쉽지 않음을 정말 많이 느낍니다. 그냥 끼적끼적 시도 써보고, 수필도 써 봤지만 글은 쉽게 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아띠문학을 알게 되어 창작에 도움을 받으면서 글이 무엇인지 조금씩 눈뜨게 되었습니다. 신춘문예에 몇 번 응모했는데 항상 결과가 좋지 않아 이번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하여 고심하고 번민하는 밤을 더 많이 보내겠습니다. 최선을 다하여 글을 쓸 것을 약속하며 좋은 작가로 거듭나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당선작 계절을 잃어버린 은행나무 우리 집 현관 앞 화분에는 13년 된 은행나무가 심겨 있다. 베란다에 있던 화분에 은행 다섯 알을 화분에 던져놓고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파란 싹 다섯이 나와 있는 게 아닌가? 처음엔 풀인 줄 알고 뽑아 버리려다, 크고 나서 뽑아도 될 것 같아 놔두었더니 줄기에 파릇하게 솟아 나오는 잎 모양이 은행을 닮은 것이 아닌가. 그제야 아차! 하고 은행 다섯 알이 떠올랐다.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 다른 화분에 옮겨 심고 키우는데 어느 날 키우던 토끼가 집을 뛰쳐나와 세 개를 뽑아 먹고 나머지도 해치우려 하는 것을 못하게 하고 지금까지 키우고 있다. 화분이 아닌 곳에서 자랐다면 하늘을 가릴 만큼 커다란 나무가 되었을 텐데, 우리 집 은행나무는 아직도 채 1m가 안 되는 키로 힘겹게 가지를 뻗고 해마다 잎을 피운다. 우리 딸 말이, “엄마는 이쁘다고 하지만 난 은행나무가 불쌍해 보여. 그러니 마당에 심어주는 게 어때?” 하고 종종 얘기한다. 그런데 난 그게 안 된다. 모질다고 타박하는 딸의 지청구(꾸지람)을 귓등으로 흘려보내며 날 보듯 은행나무를 바라본다. 여름엔 밖에 내놓고 맘껏 해를 보게 하고 겨울엔 추워 얼어 죽을까 봐 거실로 들여놓기를 10년, 그러다 보니 은행나무가 제철에 옷을 갈아입는 게 아니라 사철나무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난 ‘은행나무가 참 이상하다. 가을이 되었는데도 왜 낙엽 질 생각을 안 하고 한겨울에도 잎이 노란 것도 아니고 푸르딩딩 할까?’ 하는 의문을 품었었다. 둔하기도 하지. 그저 밖에서 큰 나무로나 볼 수 있는 은행나무를 내가 씨앗을 심어 키웠다는 것 하나로 제 구실을 못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지금은 화분을 아예 밖에 내놓고 사계절을 품게 하니 그나마 생기가 돋는 것 같다. 그런데 딸 말대로 마당에 심을 생각은 아직은 나지 않으니 내 욕심이 은행나무를 너무 괴롭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마당 있는 내 집을 마련하면 딸 말대로 마당으로 거주지를 옮겨 줄 생각이다. 지금 은행나무를 마당으로 옮겨주면, 나중에 이사 갈 때 데려가지 못해 헤어지게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나와 10년 넘게 대화하며 지냈던 은행나무, 빨리 마당 있는 집으로 옮겨가 화분에서 해방 시켜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약력 *경기도 수원 출생 *아띠문학 작가협회 정회원 <심사평> 외부세계와 단절, 뒤바뀐 은행나무의 삶을 10여 년 지켜보며 자신의 반성과 대안을 제시한 본 작품은 그 주제가 참신하다. 제한된 공간에서 성장한 은행나무가 제 구실을 못하는 사철 푸른 나무로 변화된 현상은 환경의 중요성, 숙명, 분재의 문제점 등 많은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어항 속 잉어처럼, 화분에서 크고 있는 은행나무의 숙명을 개운(開運)시키려 고민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 역시 고아하다. “계절을 잃어버린 은행나무”는 겉모습으로 볼 때, 체험의 열거인 듯하나, 그 내면에는 자기 성찰적 물결이 일렁이고 있고 배려와 정이 담겨 있어 따뜻하다. 흠은 있다. 다음 문장을 보자.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 다른 화분에 옮겨 심고 키우는데 -중략- 지금까지 키우고 있다.” 이 문장에 투입된 글자는 무려 70자 이다. 200자 원고지 적당량 세 줄 대비, 본문에서는 다섯 줄 이나 된다. 물론 글자 수가 많다고 무조건 나쁜 문장은 아니다. 흥미가 있어 단숨에 읽혀진다면 큰 문제는 없다. 이럴 땐 쉼표(,)를 찍어 독자의 호흡을 배려했으면 좋겠다.
<당선 소감> 바싹 마른 낙엽의 커튼을 젖히면 수줍게 떨며 푸른 속살을 내어 주는 대지의 넉넉함에 마음도 푸근해집니다. 4년 전, 아띠와 인연을 맺으며 써 놓은 말은 ‘저는 글을 쓸 줄 모릅니다. 가끔 들러 마음의 위안이 되고 싶습니다.’였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 봄을 맞이하는 2009년은 저에겐 특별한 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아띠 가족의 배려와 따뜻한 마음으로 ‘원로’라는 제게는 어울릴 수 없는 애교 섞인 호칭으로 불러 주시며, 제대로 된 글 하나 올리지 못함에도 분에 넘치는 사랑도 주셨습니다. 그런 저에게 응모할 기회를 주시고 부끄러운 제 글의 부족함을 봄을 여는 대지의 넉넉한 마음으로 채워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글을 쓰진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좋은 글을 쓰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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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한분 뵙고 축하를 드려야 도리인줄 아오나 시간과 거리상으로 매체를 이용한 축하인사 양해부탁드립니다 강연옥님,정수민님,조필현님.김득수님.한혜숙님.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띠문학을 새로운 지평으로 이끌어 나가실 여러작가님 들 진심으로 거듭 축하를 드리는 바입니다 늘 여러분 앞에 다가서면서 한자한자 보석같은 글 배우고져 하오니 많은 지도와편달 부탁드립니다 . 그동안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선림 김선규 시인님 감사합니다..아띠인으로 열심히 살아 가겠습니다..
당선되신 분들 축하 드립니다!^^*
월야님 감사합니다...고운 밤 되세요..
수일간 비우다 보니 이 방을 이제야 봤습니다. 등단하신 모든님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탄력 받으시어 승승장구 하시길 바랍니다.
당선 축하 드립니다. 이 곳에 오늘 처음 들어 온 저는 많은 노력의 댓가라는 것을 봅니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 합니다.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건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