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선술집 '문타로' 우스야마 사장
각종 포털사이트 유명 맛집 블로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居酒屋)이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문타로(文太郞)'다. 지하1층과 1층을 합쳐 50평 정도 되는 가게에 매일 저녁 주당(酒黨)들로 만석(滿席)을 이룬다.닭고기나 닭 모래주머니를 대파·토마토·아스파라거스 등과 함께 대나무 꼬치에 꽂아 숯불에 구운 야키도리(��鳥)하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굴 튀김, 뽀얀 국물이 묵직하면서도 시원한 나가사키 짬뽕이 주 메뉴다.
2005년 생긴 이 집이 '대박'을 친 것은 2년 전 회색 콧수염이 난 일본인 우스야마 스미오(臼山純雄·55)가 들어오면서부터다. 그렇다면 그는 비장의 요리법을 터득한 음식의 고수였을까?
문타로에 오기 전까지 우스야마는 부엌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의 전직은 놀랍게도 규슈(九州) 가고시마현(鹿兒島縣)에서 가장 큰 유통회사였던 주오류쓰(中央流通)의 회장이었다.
- ▲ 6일 저녁 이태원 문타로에서 우스야마가 꼬치를 굽고 있었다. 제일 자신 있는 요리는 숯불에 살짝 구운 주먹밥이다. 그는 “2년 동안 최악의 상황에서 다시 최고를 향해 돌아선 기분”이라고 했다. /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우스야마는 규슈 이부스키(指宿)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했다. 산 속 허름한 집에서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우스야마의 꿈은 맛있는 음식을 배가 터지도록 먹으며 사는 것이었다.
방학 때마다 짐 싣는 일을 해 50만엔을 모았다. 우스야마는 고교를 마치자마자 4t트럭 한 대를 샀다. 짐칸에 산골에서 나는 감자·양배추·당근·소라마메(蠶豆·누에콩)를 싣고 후쿠오카의 이모 가게에 가져다 팔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물류회사에서 주스·음식·옷 등을 운송해주는 대신 돈을 받았다. 3년간 자는 시간도 줄이고 일한 그는 21세 때 작은 운송회사를 차렸다. 15t트럭 한 대가 두 대, 세 대로 늘었다.
겁 없이 시작한 사업은 3년 만에 겁 없이 망했다. 그는 이 때 진 빚을 서른이 넘어서도 갚아야 했다. 우스야마는 1989년 주오류쓰를 차린다. 당시 일주일간 일본여행을 하러 온 한국인 전은현(51)에게 반해 1990년 결혼했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빚도 정리되기 시작했다. 전성기인 1995년에는 15t트럭 200대와 한 대에 1억엔짜리 냉동차 50대를 거느렸다. 2층 저택에 살았고 벤츠 2대와 폴크스바겐을 굴렸다.
일감이 넘치는 날에는 직접 화물차를 몰기도 했지만, 양복을 빳빳하게 다려입고 책상 앞에 앉아 펜으로 서명하는 일이 더 많았다. 그랬던 주오류쓰가 2006년 12월 파산하고 말았다.
주변 운송회사 보증을 서줬다가 6억8000만엔을 막지 못했던 것이다. 빚이 계속 불자 당시 가고시마 지역 언론은 "주오류쓰가 빚 50억엔을 지고 파산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우스야마는 냉동차·트럭에서 집 안에 있던 장롱·식탁·TV까지 모두 팔았다. 2008년 기업파산신청이 받아들여지자 부부는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들에겐 짐 가방 하나가 남아있었다.
전은현은 "나도 당신을 위해 20년 가까이 타국에서 살며 힘들었다. 그 20년을 갚아준다고 생각하고 살아달라"고 했다. 이태원에서 문타로를 하고 있던 전은현의 조카 문근천(33)이 손길을 내밀었다.
"꼬치구이집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해보라"는 것이다. 부부는 이후 문타로에서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일하고 있다. 우스야마는 처조카에게 불 앞에서 꼬치 굽는 법을 배웠고 전은현은 음식을 날랐다.
초반에는 하루종일 서서 매캐한 연기를 맡아 병원에 다녀야 했다. 전은현은 "멋쟁이였던 남편이 주방 구석에서 엉거주춤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면 미치도록 힘들었다. 4개월간 나도 같이 설거지를 거들었다"고 했다.
우스야마는 "게랑찡(계란찜)·오뎅땅(오뎅탕)처럼 말도 어렵고 한국 음식도 입에 맞지 않다. 손님들이 말을 걸어도 외계인이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손님들은 오히려 아무 말 없는 우스야마를 좋아했다.
"분위기가 남 다르다"며 CF 모델 제안도 4번 들어왔다. 아내는 남편을 북돋았다. "우리 우스야마는 오뚝이 같아서 꼭 일어날 거야. 예순이 넘으면 성공해서 꼭 일본으로 가자." 작년 11월 우스야마 부부는 문타로의 주인이 됐다.
처조카가 작년 3월 청담동에 꼬치구이 집을 차려 나가며 넘겨준 것이다. 처조카는 "어릴 적 일본으로 간 친형에게 부모님과도 다름없이 도움을 준 분들"이라며 "일본에서 뵌 매형은 늘 열심히 일하던 모습이었다"고 했다.
부부는 그동안 서울 상도동의 처조카 집에 얹혀 살다가 성산동에 23평짜리 전세 아파트도 얻었다. 2년 동안 옷 한벌 안 사입고 땀 흘려 일한 대가다. 정식 주인이 되고나서 3개월 동안은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우스야마는 "나락으로 떨어진 순간에 한국에서 다시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 부부는 2개월에 한번씩 가고시마에서 말고기, 닭 간 등 신선한 꼬치구이 재료를 들여온다. 화요일인 6일 오후 7시 문타로 입구는 장사진을 이뤘다.
우스야마가 불 앞에서 꼬치를 굽다 입을 열었다. "내게 인생은 인내(忍耐)인 것 같다. 지금 이렇게 참고 견디면서 꼬치를 굽다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남극에 가서 소주를 마시고 싶다."
접시 하나로 떠나는 세계 여행
식도락 기행 ①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맛집
이태원에는 세계의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외국에서 먹는 듯한 ‘현지의 맛’은 물론 가격의 품도 없어 이태원 맛집은 언제나 사랑받는다. 사평역을 나와 좁은 지하차도를 건너면 이어지는 경리단길과 해방촌, 이태원 메인 거리 일대는 초미니 세계 음식점들의 집합소이다.
- ▲ 썬더버거의 야심찬 메뉴인 커플버거. © 허한나
소스 없는 담백한 버거를 만드는데, 패티 역시 기름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주문과 동시에 패티를 굽기 시작한다. 오픈 키친에서 솟아오르는 불 사이로 패티를 굽는 모습은 마치 버거 CF의 한 장면 같다. 가로수길에도 썬더버거의 지점이 생겼지만 다소 촌스러운 듯한 인테리어와 로고, 천둥버거라는 국적 불명의 이름은 ‘이태원’에 더 잘 어울린다. 앉아서 먹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최근에는 테이크아웃 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위치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로 나와 육군중앙경리단 앞 지하차도를 건너면 경리단길. 남선약국 지나 우측 피자리움 옆. 가격 버거 5,000~1만 1,000원, 커플세트 1만 9,000원(음료 리필 가능) 영업시간 11:00~22:00 문의 02-796-7005
- ▲ 베리베리와플에 풍성한 생크림과 베리는 보기에도 흐뭇하다. © 허한나
‘와플 불모지’였던 이태원 경리단길에 나타난 소박한 와플 가게로 오랜 친구 두명이 주방과 홀을 사이 좋게 나눠 맡고 있다.
외국 친구에게 배운 비밀 레시피를 응용해 와플을 굽는다. 토핑 또한 실하게 얹어진 도톰한 사이즈의 와플은 다른 곳보다 저렴하다. 인기 메뉴인 브랑누 썬더와플은 미국식 와플 위에 벨지언 와플을 얹은 두 겹 와플로, 시나몬에 조린 애플컴포트를 토핑한 후 캐러멜 소스를 뿌려 달콤함의 정수를 선보인다. 베리베리와플은 두 겹의 벨기에식 와플 위에 카시스 크림치즈와 생크림을 두르고 블랙베리와 라즈베리를 얹어 상큼함이 살아 있다.
위치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로 나와 육군중앙경리단 앞 지하차도를 건너면 경
리단길. 초입 남선약국을 지나 도보 5분. 가격 와플·팬케이크 7,000~9,000원, 와
플 브런치 1만 1,000~1만 2,000원 영업시간 11:00~22:00 문의 02-790-0447
글을 쓴 허한나(다나루이)는? 스스로를 트래블홀릭이라 여기는 허한나는 어릴 적부터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성장했다. 마케터란 직업을 집어던지고 무작정 홍콩으로 떠나 4년간 살았고 한국에 돌아온 후, 서울을 여행하듯 살고 있다. <홍콩에 취하다>, <휘리릭 아이밥상> 등을 썼고, 블로그(www.danalouis.com)에서 글과 사진을 볼 수 있다.
접시 하나로 떠나는 세계 여행
식도락 기행 ①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맛집
이태원에는 세계의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외국에서 먹는 듯한 ‘현지의 맛’은 물론 가격의 거품도 없어 이태원 맛집은 언제나 사랑받는다. 녹사평역을 나와 좁은 지하차도를 건너면 이어지는 경리단길과 해방촌, 이태원 메인 거리 일대는 초미니 세계 음식점들의 집합소이다.
- ▲ 치즈버거와 칠리를 얹은 프렌치프라이가 먹음직스럽게 담겨져 나온다. © 허한나
유쾌한 맛과 서비스, 칠리 킹
영화 <알피>에서 주드 로는 여자 친구 줄 리가 심각한 이야기를 꺼내려 하자 식탁 위에 놓인 커다란 볼에 가득 담긴 칠리를 손가락으로 듬뿍 찍어 먹으며 눈 마주치는 것을 피한다. 레스토랑을 차려도 되겠다며 법석을 피우는 그에게 줄리는 “It’s just Chili”라고 대답한다. 칠리는 우리 음식으로 치자면 냄비에 조린 콩자반 혹은 밥비벼 먹기 좋은 강된장쯤 될 것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저 칠리일 뿐이라며 밑반찬 취급당하는 그 단순한 칠리 한 사발이 먹고 싶어진다.
- ▲ (좌) 색감과 식감이 좋은 당근케이크. (우) 친절한 주인 캐빈의 요리하는 모습에 흥겨움이 묻어난다 © 허한나
주드 로가 감미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먹던 칠리 맛을 보려면 이태원 칠리 킹이 제격이다. 이태원의 꼬불꼬불한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칠리 킹은 친절한 캐나다인 캐빈이 주인장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하얀색 벽에 낙엽이 들어 있는 예쁜 모양의 캐나다 국기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주문을 하면 매콤한 칠리 향 가득한 주방에서 주인이 직접 요리를 한다.
칠리 요리 중에서 단연 인기 메뉴는 육즙 촉촉한 패티 위에 칠리를 듬뿍 얹은 칠리버거! 빵 사이로 칠리만 가득 넣은 미국인의 국민 간식, ‘슬리피 조’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플로리다에 있는 전설적인 바, 슬리피조에서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에 슬리피 조란 이름이 붙었는데, 헤밍웨이도 자주 들렀던 가게로 유명하다.
- ▲ 칠리 킹 외관. © 허한나
칠리한 사발에 체다 치즈가 뿌려져 나오는 칠리볼은 바게트와 함께 제공된다. 커다란 볼에 가득 담겨 나오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주방 한켠엔 세계 각국에서 들여온 중독성 강한 핫소스들이 즐비하다. 베트남 핫소스는 달짝지근하면서도 매콤해 계속 손이 간다. 칠리하고 어울리지 않을것 같지만 맛 좋은 당근 케이크도 준비되어 있다.
위치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직진 후 첫 번째 신호등 보이는 골목에서 우회전한 후 직진. 부영주차장 조금 못미쳐 왼편. 가격 칠리버거·슬리피 조 9,900원대, 칠리볼 7,900원대, 칠리 추가 1,000원 영업시간 일~목요일 11:00~22:00, 금~토요일 11:00~23:00 문의 02-795-1303 www.chilikingkorea.com
접시 하나로 떠나는 세계 여행
식도락 기행 ①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맛집
이태원에는 세계의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외국에서 먹는 듯한 ‘현지의 맛’은 물론 가격의
거품도 없어 이태원 맛집은 언제나 사랑받는다. 녹사평역을 나와 좁은 지하차도를 건너면 이어지는 경리단길과 해방촌, 이태원 메인 거리 일대는 초미니 세계 음식점들의 집합소이다.
- ▲ 대식가를 위한 양을 자랑하는 피시 앤 칩스와 자코비스버거. © 허한나
1960년대 서울의 모습에 영어 간판을 달고 있는 세련된 식당들이 즐비한 곳이 ‘해방촌’이다. 8·15 해방 후 월남 동포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동네라 이런 별명을 얻게 되었다. 오늘날 해방촌은 홍대와 함께 외국인 영어 강사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가 되었다. 때문에 해방촌길 양 옆으로는 그들의 고향 음식을 가벼운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카페나 식당들이 즐비하다.
해방촌길 한가운데 위치한 자코비스버거는 엄청난 양은 물론 ‘착한 값’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그렇다고 재료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패티는 100% 호주 청정우 안심살만을 사용해 만들고 올리브오일만을 사용해 그릴에 굽는다. 산지 직송 유기농 채소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로 맛을 내고, 빵은 주문 제작하며 스물네가지 양념이 들어가는 특제 자코비 소스, 타르타르 소스, 피클은 모두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번은 호밀빵으로, 치즈는 모차렐라, 패티는 미디엄으로 구워주세요. 양파는 생으로, 계란은 바싹 익혀서. 그리고 베이컨과 뮌스터 치즈 한 장 추가할게요.”
자코비스에서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맥라이언처럼 자신에 맞는 최적화된 버거를 주문할 수 있다. 주문 후 20여 분이 지나면 거짓말처럼 ‘맞춤형 버거’가 눈앞에 등장한다. 총 열네 가지나 되는 버거의 모든 패티는 200g 이상으로 두툼해 어니언링, 해시 브라운 포테이토 같은 사이드 메뉴를 주문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패티는 로즈메리와 갈릭 중 고를 수 있는데, 고민된다면 두 가지 맛이 다 들어간 ‘갓버스터버거’가 제격. 두세 명은 거뜬히 먹을 수 있는 사이즈다.
자코비스의 또 다른 인기 메뉴는 피시 앤 칩스. 버거 패티만큼 두툼한 생선살은 기본이고 생선에 뿌려 먹는 레몬마저도 두껍다. 사이드로 샐러드에 감자까지 듬뿍 올려준다. 올 데이 브런치 메뉴 역시 오믈렛, 소시지, 베이컨, 빵, 샐러드 등이 큰 접시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꽉 차게 담겨 나온다.
위치 이태원 경리단길 초입에서 옹이 파는 가게 골목으로 직진해서 도보로 5분. 가격 자
코비스버거 8,000원, 피시 앤 칩스 1만 3,000원, 음료 3,000원대 영업시간 화~금요일
16:00~02:00, 토·일요일 12:00~02:00 문의 02-3785-0433
- ▲ 매장의 그래피티는 외국의 어느 레스토랑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허한나
“번은 호밀빵으로, 치즈는 모차렐라, 패티는 미디엄으로 구워주세요. 양파는 생으로, 계란은 바싹 익혀서. 그리고 베이컨과 뮌스터 치즈 한 장 추가할게요.”
자코비스에서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맥라이언처럼 자신에 맞는 최적화된 버거를 주문할 수 있다. 주문 후 20여 분이 지나면 거짓말처럼 ‘맞춤형 버거’가 눈앞에 등장한다. 총 열네 가지나 되는 버거의 모든 패티는 200g 이상으로 두툼해 어니언링, 해시 브라운 포테이토 같은 사이드 메뉴를 주문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패티는 로즈메리와 갈릭 중 고를 수 있는데, 고민된다면 두 가지 맛이 다 들어간 ‘갓버스터버거’가 제격. 두세 명은 거뜬히 먹을 수 있는 사이즈다.
- ▲ 자유분방한 기운이 서린 외관. © 허한나
위치 이태원 경리단길 초입에서 옹이 파는 가게 골목으로 직진해서 도보로 5분. 가격 자코비스버거 8,000원, 피시 앤 칩스 1만 3,000원, 음료 3,000원대 영업시간 화~금요일 16:00~02:00, 토·일요일 12:00~02:00 문의 02-3785-0433
접시 하나로 떠나는 세계 여행
식도락 기행 ①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맛집
이태원에는 세계의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외국에서 먹는 듯한 ‘현지의 맛’은 물론 가격의
거품도 없어 이태원 맛집은 언제나 사랑받는다. 녹사평역을 나와 좁은 지하차도를 건너면 이어지는 경리단길과 해방촌, 이태원 메인 거리 일대는 초미니 세계 음식점들의 집합소이다.
- ▲ 송송 썰린 버섯이 가득 올린 버섯피자와 잘 어울리는 맥주 한 잔 © 허한나
보통 오븐에 굽는 두꺼운 피자는 미국식, 화덕에 굽는 얇은 피자는 이탈리아식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로마에 가면 네모나게 잘라 파는 두툼한 피자를 흔히 볼 수 있다. 로마를 여행할 때 마치 호떡처럼 들고 다니면서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쭉쭉 늘어지는 모차렐라 치즈 대신 고릿한 치즈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훈제 이탈리아 치즈, ‘프로볼로네’를 토핑한 피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이탈리아어를 전공한 후 백화점 바이어로 일하다 사표를 던지고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로마로 날아간 박찬호 씨는 피자 학교 ‘A Tavola Con Lo Chech’에서 공부한 뒤 자신이 일했던 로마의 피자리움과 동일한 이름의 피자 가게를 열었다.
- ▲ 붉은색 외관의 피자리움 외관 © 허한나
얇게 슬라이스한 가지와 펜네를 나란히 눕혀놓고 페퍼론치 고추로 맛을 돋운 후 프로볼로네 치즈를 넉넉하게 뿌려 구운 가지피자는 개인적인 추천 메뉴. 달콤한 발사믹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출출한 간식 타임에 피자 한 조각도 좋고, 저녁 시간 식사겸 맥주 한 잔 하러 가기에도 좋은 숨은 맛집이다.
위치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로 나와 육군중앙경리단 앞 지하차도를 건너면 경리단길. 초입 남선약국 지나 우측. 가격 조각 피자 4,500~5만 5,000원, 맥주 3,500원대 영업시간 화~일요일 11:00~22:00 문의 02-312-7580
제대로 구운 스테이크·오스트리아 요리사가 직접 만든 햄…그 맛이 진짜 '명품'
'이태리'라 불릴 만큼 분위기가 싹 바뀐 이태원. 어둡고 침침하던 골목 곳곳에 새로 들어선 세련된 식당들도 이태원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크게 한 몫 했다.
해밀턴호텔 뒷골목 케이트(Kate)는 강남 레스토랑 뺨치는 고급스런 분위기다. 하얗게 칠한 벽에는 독일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 연극 포스터가 걸렸다. 영어는 초등생도 웬만큼 하는 시대, 읽을 수 없는 언어의 포스터가 왠지 '있어' 보인다. 청담동 본점 '케이트 키친(Kate's Kitchen)'처럼 동·서양 맛이 섞인 퓨전 스타일이다. '홍합요리'를 먹고 1만원 추가하면 남은 국물에 파스타를 만들어준다. 시원한 '벨기에 스타일' 1만2000원, 짭짤하고 고소한 '블루치즈 크림 소스' 1만5000원. '케이트 버거(1만7000원)'엔 감자튀김이 곁들여지는데, 케첩도 나오지만 간장이 딸려 나와 재미있다. (02)794-9936, 월요일 휴무. 10% 부가세가 별도 추가된다.
미트패커(Meatpacker)는 '정육업자'라는 이름답게 스테이크를 맛있게 굽는다. 옷가게가 몰린 해찬길에 있다. '립아이 스테이크(3만8000원·250g)'나 야채 리조토를 곁들인 '양고기 스테이크(3만8000원)'가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게 나온다. 오후 4시까지 파는 브런치 메뉴가 실하다. 크기를 약간 줄인 '립아이 스테이크 & 버섯 리조토(1만9000원)', 바삭한 치아바타 빵에 두툼하게 저민 쇠고기가 들어간 '비프 샌드위치(1만5000원)'가 맛있다. '패커 버거(1만2000원)'는 들척지근하다. 서비스가 문제다. 평일 점심임에도 주문 받을 때까지 10여 분, 다시 음식이 나올 때까지 20여 분 걸렸다. (02)797-7758, www.meatpacker.co.kr, 10% 부가세 별도.
미트패커 옆 옛날국시는 세련된 차림새의 여성들로 북적댄다. '잔치국수(4000원)' '비빔국수(4500원)' '얼큰김치수제비(4500원)'는 일부러 찾아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쇼핑이란 육체노동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적당하다. 나이 지긋한 부인이 음식을 만들고 남편이 서빙한다. 한참 기다릴 때가 많다. (02)798-7997
타르틴(Tartine)은 해밀턴호텔 뒷골목에 있는 예쁘장한 제과점이다. 초콜릿 맛이 진하고 촉촉한 '브라우니(2000원)'가 특히 훌륭하다. 달콤하고 고소한 '버터 타르트(5000원)' '땅콩버터 쿠키(1500원)' 등도 괜찮지만 약간 진 듯한 느낌이다. 제과점이지만 간단한 식사류도 괜찮다. 쇠고기와 양파, 토마토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칠리 콘 카르네(5500원)'는 쇼핑에 끌려온 남자들도 좋아할 듯하다. 칠리를 얹은 '칠리도그(5500원)'도 맛있다. '키시(quiche·6000원)'는 별로. (02)3785-3400
- ▲ 타르틴 '버터 타르트 알라모드'
이태원 시장골목 쟈니 덤플링(Jonny Dumpling)은 중국식 만두점. 물만두는 만두피가 두툼하다. 새우와 부추, 돼지고기를 넣은 '새우물만두'와 달걀, 부추, 목이버섯 등을 넣은 '계란물만두'가 있다. 10개 4000원, 13개 5000원. 돼지고기와 부추, 표고버섯, 목이버섯 등이 들어간 왕만두는 1개 1500원. 대표 메뉴는 역시 군만두다. 만두피가 얇고 교자 모양인 '반달(8개 4000원, 10개 5000원)'과 조금 작게 빚은 왕만두를 지진 '태양(6개 5000원)'은 부드러우면서도 바삭한 모순적인 질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02)790-8830
셰프 마일리스(Chef Meili's)는 오스트리아 요리사 크리스찬 마일링거가 직접 만드는 햄과 소시지로 푸짐하고 든든한 음식을 낸다. 지난해 열었던 같은 이름의 델리캇센(delicatessen·소시지나 햄, 치즈, 샐러드 등을 파는 가게)을 레스토랑 겸 델리로 확장했다. 바게트처럼 생긴 빵 사이에 짭짤한 소시지 2줄과 다진 양파, 커리를 넣은 '보스나 샌드위치(6500원)'는 스낵으로 좋지만 웬만한 여성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쇠고기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굴라시(1만7500원)', 굵은 소시지 다섯 개를 굽거나 삶아 내는 '소시지 플레이트(1만9500원)'가 인기. (02)797-3820. 부가세 10%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