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형 쌍용 렉스턴, 카이런, 액티언

[연료와윤활]

2010년형 쌍용 렉스턴, 카이런, 액티언

쌍용자동차가 새해를 맞아 품질을 강화한 5종의 이어모델을 발표하고 시승행사를 열었다. 파워트레인의 큰 변화는 없지만 디자인과 편의장비, 마무리가 좋아진 2010년형 쌍용 SUV들의 매력을 1박 2일 동안 설원을 누비며 확인했다.

국산 소형 SUV로는 유일하게 후륜구동이 기본인 카이런의 설원 드리프트

2010년 슈퍼 렉스턴의 실내

XDI 270 XVT엔진은 실용영역에서 41kg·m의 토크를 뿜어 스트레스 없이 치고나간다

2010년 카이런 브라운 에디션의 실내

카이런은 2.0L(148마력)과 2.7L(172마력)이 얹힌다

레이디 팩 사양 액티언의 실내

레이디 팩 사양 액티언의 실내

2010년형 출시 기념으로 무주·하이원 리조트에서 1월 15~29일사이 이벤트가 열린다

2010년형으로 바뀐 쌍용 렉스턴과 카이런, 액티언을 번갈아 운전하며 전북 무주리조트에 도착했다. 무주의 가슴 트이는 전경 속에 넓은 눈밭을 달리는 쌍용 SUV들이 마치 물 만난 고기 같다. 쌍용차가 새해를 맞아 이어모델로 출시한 차는 렉스턴, 카이런, 액티언과 액티언 스포츠, 체어맨 H. 제조사가 거의 전차종의 이어모델을 한번에 발표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판매확대를 꾀하는 쌍용의 의지를 볼 수 있다. 

업그레이드된 구성과 새로운 트림
쌍용차 이미지의 중심은 여전히 SUV에 있다. 넓게 보면 한국적 프레스티지로 자리잡은 체어맨 시리즈도 한몫 톡톡히 하고 있지만 탄탄하게 다듬어진 SUV 전문 브랜드의 이미지는 한번에 뒤집어지지 않는다. 경쟁자들이 늘어나는 국내 SUV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확실한 개성이나 좋은 품질이 필요할 터.
앞서 말한 두 가지 요소 중 그동안 쌍용자동차가 주력해온 방향이 브랜드 고유의 개성이었다면 이번에 감행한 전 SUV 라인업  체인지는 품질과 상품성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다.

2010년형 쌍용 SUV의 특징은 크게 외부 디자인의 변화와 편의장비 증대,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스페셜 그레이드의 추가이다. 벤츠 ML 스타일로 꾸며진 프론트 그릴과 18인치 하이퍼실버 휠, 트윈테일 파이프로 포인트를 준 렉스턴은 한눈에도 외관의 완성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인테리어도 내장재질과 색깔을 적절히 조율했고 크롬과 우드로 포인트를 줘 고급스러워졌다. 센터페시아의 심플한 인터페이스와 눈에 보이는 고급성만 따진다면 저가의 수입 자동차보다도 훨씬 낫다. 거기다 이전 모델에서 옵션으로 선택해야 했던 크루즈컨트롤 시스템과 룰미러 하이패스 시스템을 기본형 바로 위인 RX6 2WD부터 기본으로 제공한다. 

시승차는 브라운 에디션(Brown edition) 사양으로 C필러 뒤에 브라운 에디션 엠블럼이 달려 있다. 브라운 에디션은 2010년형 모델에 추가된 스페셜 트림으로 시트와 도어·콘솔 암레스트 우드 그레인 기어커버 등 브라운 색깔로 마무리한 것이 특징.

RX5와 RX6에 얹히는 2.7 XDi(172마력) 엔진과 RX7과 노블레스의 2.7 XVT(186마력) 엔진, 그밖에 5단자동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에는 큰 변화가 없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크게 스트레스 없이 시속 160km까지 달려 나가고 이때 엔진 사운드나 로드노이즈의 정숙성도 좋은 편이다. 단 정지상태에서 페달을 밟았을 때 응답이 한 템포 느리고, 액셀 조작에 대한 반응이 직접적이지 않다. 또한 고속에서 귀에 거슬리는 풍절음도 개선이 필요하다. 무주의 눈 덮인 설원을 거침없이 달려가는 렉스턴의 파워 AWD 시스템은 듬직하지만 다른 모델들과 달리 4WD에서 2WD로 전환 가능한 전자식 AWD 시스템을 선택할 수 없이 2WD와 AWD 두 가지만 있어 아쉽다.  

렉스턴과 마찬가지로 2010년형 카이런도 새로운 라디에이터 그릴과 18인치 휠로 분위기를 바꿨다. 거기다 아이들과 여성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사이드 스텝을 기본 장비로 분류해 외적으로도 한결 ‘있어’ 보인다. 개성이 넘치는 실내는 데뷔 때보다는 정리가 잘된 느낌. 스티어링, 기어레버, 센터페시아 등도 재질, 마무리, 컬러의 선택까지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 HDC를 비롯해 각종 버튼을 한 곳에 모아 정리한 서클 스위치 링은 손에 잘 닿는 곳에 위치해 조작이 쉽다. 원으로 구성돼 모여 있는 각종 버튼들은 카이런과 액티언의 실내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 포인트. 렉스턴과 마찬가지로 카이런도 브라운 에디션이 추가되어 브라운 컬러의 시트와 도어트림을 선택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없지만 카이런을 포함한 쌍용의 모든 2010년형 모델들은 배기가스 분진필터(CDPF)를 달고 있어 5년간 환경개선부담금이 면제되고, 엔진 및 구동부품 계통의 보증기간이 5년, 10만km로 확대된다.

함께 무주까지 이동한 5대의 시승차 중 붉은 보디컬러에 톡톡 튀는 개성을 뽐낸 액티언 또한 새로운 디자인의 그릴과 휠, 사이드스텝 등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데뷔 때 낯설었던 크로스오버 디자인은 비슷한 컨셉트의 수입차들이 등장하면서 지금은 제법 눈에 익은 상태. 안정감 있는 몸매와 볼륨감은 적당하지만 개성이 지나친 얼굴이 아쉽다. 쌍용 SUV 중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하기에 가장 적합한 액티언에는 브라운 에디션 대신 레이디 팩(Lady pack)이 추가됐다. 레이디 팩에는 시트와 도어트림 등에 ACTYON 알파벳 무늬를 화려하게 넣었고 대형 화장거울, UV필터 윈도, 2열 유아용 시트 고정 장치 등을 달아 여성오너의 편의성을 높였다.

시승차는 전자식 4WD 시스템이 들어 있지 않은 뒷바퀴굴림으로 넓은 눈밭에 들어서자 구동방식의 이점을 살려 경쾌한 드리프트를 연출할 수 있었다. 이런 운전의 재미는 국산 ‘소형’ SUV 중에는 유일하게 뒷바퀴굴림 방식을 쓰는 액티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개성과 상품성의 균형을 잡아가는 쌍용 SUV
어느 순간부터 국내 SUV시장은 치열한 영역싸움의 무대가 됐다. 쌍용차를 제외한 소·중·대형 SUV만 해도 8종이 넘고 여기에 저가형 수입 SUV까지 끼어들면서 남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2010년형으로 업그레이드된 쌍용 SUV들을 시승하면서, 아직도 꺼지지 않은 쌍용자동차의 미래와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시승 모델 모두 이전에 부족했던 상품성을 보강하고, 브랜드의 개성보다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잘 만든 차는 고객의 외면을 받지 않는다. 2010년 쌍용차의 힘찬 선전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