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목회자가 되기 위해 훈련 중인 대학원생들의 초청으로 종강수련회 특강을 하고 왔습니다.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의 소통체계이론과 한국교회의 소통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목회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소통의 문제입니다. 루만에 의하면 현대사회는 ‘복잡성’과 ‘우연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너무 많기에 하나의 체계를 만들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조국교회는 너무 많은 상처들로 얼룩져 있습니다.
목회자와 성도, 성도와 성도 안에 성령의 교통하심 즉, 소통이 끊어진지 오래입니다. 명령에 의해서 획일적으로 통제하려고 하지만 건강한 의식이 있는 사람일수록 자기의 의견을 피력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교회 안에도 ‘소통위원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청강하러 오셨던 어느 전도사님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지난 밤, 교회에 대한 아픔 때문에 더 이상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형제가 찾아왔습니다. 문제는 소통이 안 되는 기독교에 마음의 문을 닫았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신앙이면 다 된다는 조건으로는 그들의 마음 문을 열 수 없으니 어찌해야 합니까? 그는 교회를 향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고, 공동체에 대한 바람이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여전히 그 안에는 하나님을 향한 그리움이 있었습니다.
주님은 한 사람이 기도하는 곳에 함께 하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굳이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 함께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주님은 한 몸을 이루는 공동체를 향한 간절한 바람이 있으셨습니다.
오늘날 교회가 우선 회복해야 하는 것은 화려한 꽃이 되기보다 건강한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 교회 안에 소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모든 성도가 동역자가 되어, 함께 써 가는 신앙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 건강한 열매를 위해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이 세워지기까지 기대하며 박수를 보낼 수 있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깨달아 온전한 제자가 되어 또 다른 생명을 낳기까지 변함없는 관심을 보내야 합니다. 너무 빠른 열매를 요구하기보다 천천히 온전한 열매를 맺도록 기다려주는 성숙함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주일축제예배를 통해 큰 감동을 나누었습니다.
공동체교회에 대한 소망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분당에서 이사온 집사님이 계십니다. 사랑스런 두 딸은 벌써 중학생입니다. 이 아이들이 넉 달 동안 기타를 배웠는데, 드디어 특주를 하였습니다. '정결한 마음 주시옵소서'라는 찬양을 드릴 때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감동 속에 빠졌습니다. “싫다는 말보다 해보겠다고” 도전한 우리 아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이 한곡을 연주하기까지 넉 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이들을 지켜보며 격려해준 전도사님도 대단하고, 매일같이 연습을 한 우리 아이들도 대단합니다.
기다림이 없이는 열매가 될 수 없습니다.
기다림이 없이는 소통할 수 없습니다. 화려한 꽃이 되어 세상에 자랑거리가 되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리고 건강한 열매가 되기까지 기다려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하늘땅교회가 너무 천천히 걸어가서 답답할텐데, 부족한 종의 마음을 다 이해하시고 손을 얹고 함께 걸어가시는 여든이 다 되신 교우분들께도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교회 안에 소통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젊은 교우들에게 감사하고 중간에서 공동체의 다리가 되어준 청년, 청소년에게도 감사합니다.
주님이 오시는 그날까지 한 알의 열매만 맺을지라도 후회하지 않고, 그것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열매되는 하늘땅교회가 되겠습니다.
이재학 목사 오산 하늘땅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