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날개
총페이지: 124
작가소개: 이상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김해경이다. 조선총독부에서 간행하던 잡지 [조선]에 한글 소설 [12월 12일]을 ‘이상(李箱)’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1934년 ‘구인회(九人會)’에 가입하며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했다.
주요 작품으로 단편소설 [날개] [봉별기], 연작시 [오감도] 등이 있다.
1936년 9월 동경행을 택하지만, 1937년 폐결핵으로 사망한다.
책 소개 :
이상의 단편소설. 1936년에 발표되었으며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매춘부의 기둥서방으로 사는 남자의 자폐적인 일상과 무기력한 주인공의 모습이 음울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상의 사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심리소설로 분석되는 경향이 보편적이다.
흔히 작가 이상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날개]는 현대인의 비극적 실존에 대한 치밀한 임상보고서이다.
[날개]는 현대인의 주체화(subjectivisation) 과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날개]의 주제를 앞질러 말하자면 이렇다. ‘길을 찾는 자는 길을 잃고 길을 찾지 않을 자유는 아무에게도 없다’고.
전통에서 근대화로 급변하는 시대와 제국주의자들의 사상과 전횡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그 안에서 이념의 혼돈과 대립을 겪으면서도 삶다운 삶을 살고자 했던 한국인들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내용 요약:
Have you ever seen a stuffed genius?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 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 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파라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 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 이오.
나는 또 여인과 생활을 설계하오.
연애기법에 마저 서먹서먹 해진 지성의 극치를 흘깃 좀 들여다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 분일자 말이오.
이런 여인의 반 그것은 온갖 것의 반 이오.그 만 을 영수하는 생활을 설계한다는 말이오.
그런 생활 속에 한 발만 들여놓고 흡사 두 개의 태양처럼 마주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이오.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의 제 행이 싱거워서 견딜 수가 없게 끔 되고 그만둔 모양 이오. 굿 바이"
"아내가 외출만 하면 나는 얼른 아랫방으로 와서 그 동쪽으로 난 들창을 열어 놓고 열어 놓으면 들이 비치는 햇살이 아내의 화장대를 비쳐 가지각색 병들이 아롱이 지면서 찬란하게 빛나고, 이렇게 빛나는 것을 보는 것은 다시없는 내 오락이다.
나는 조그만 돋보기를 꺼내가지고 아내 만이 사용하는 지리가미를 꺼내 가지고 그을려 가면서 불장난을 하고 논다.
평행광선을 굴절시켜서 한 촛점에 모아가지고 그 촛점이 따근따근 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종이를 그을리기 시작하고, 가느다란 연기를 내면서 드디어 구멍을 뚫어 놓는 데까지 이르는,고 얼마 안되는 동안의 초조한 맛이 죽고 싶을 만 큼 내게는 재미있었다.
이 장난이 싫증이 나면 나는 또 아내의 손잡이 거울을 가지고 여러가지로 논다.
거울이란 제 얼 굴을 비칠 때만 실용품이다.그 외의 경우에는 도무지 장난감인 것이다.
이 장난도 곧 싫증이 난다.
나의 유희심은 육체적인 데서 정신적인 데로 비약한다.
나는 거울을 내던지고 아내의 화장대 앞으로 가까이 가서 나란히 늘어 놓인 그 가지각색의 화장품 병들을 들여다본다.
고것들은 세상의 무엇보다도 매력적이다.
나는 그 중의 하나만을 골라서 가만히 마개를 빼고 병구멍을 내 코에 가져다 대 고 숨 죽이듯이 가벼운 호흡을 하여 본다.
이국적인 센슈얼한 향기가 폐로 스며들면 나는 저절로 스르르 감기는 내 눈을 느낀다. 확실히 아내의 체취의 파편이다.
나는 도로 병마개를 막고 생각해 본다.
아내의 어느 부분에서 요 냄새가 났던가를…… 그러나 그 것은 분명하지 않다. 왜? 아내의 체취는 여기 늘어섰는 가지각색 향기의 합계일 것이니까.
아내의 방은 늘 화려하였다.
내 방이 벽에 못 한 개 꽂히지 않은 소박한 것인 반대로, 아내 방에 는 천장 밑으로 쫙 돌려 못이 박히고, 못마다 화려한 아내의 치마와 저고리가 걸렸다.
여러가지 무늬가 보기 좋다.
미쓰꼬시 옥상
"나는 어디로 어디로 들입다 쏘다녔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몇시간 후에 내가 미쓰꼬시 옥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
나는 거기 아무 데나 주저앉아서 내 자라 온 스물 여섯 해를 회고하여 보았다.
몽롱한 기억 속에서는 이렇다는 아무 제목도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나는 또 내 자신에게 물어 보았다.
너는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 도 그런 대답은 하기가 싫었다.
나는 거의 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
나는 또 오탁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서는 피곤한 생활이 똑 금붕어 지느러미처럼 흐늑흐늑 허우적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에 엉켜서 헤어나지들을 못한다.
나는 피로와 공복 때문에 무너져 들어가는 몸뚱이를 끌고 그 오탁의 거리 속으로 섞여 가지 않는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여 보았다.
이 발길이 지금 어디로 향하여 가는 것인가를……
그때 내 눈앞에는 아내의 모가지가 벼락처럼 내려 떨어졌다. 아스피린과 아달린. "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아내에게로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가야하 나? 그럼 어디로 가나?
이때 뚜우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Suddenly my armpits were itchy. Ah, yes, that’s where my artificial wings once sprouted. They weren’t there today. Erased pages of hope and desire flashed through my head?like flipping through the dictionary. I stopped. I wanted to cry out: Wings, sprout again!
Let me fly, fly, fly; one more time let me fly.
One more time, let me try to fly!
첫댓글 날개가 이런 내용이었군요. 꾸준히 독서하시는 모습에 저도 많이 자극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