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미를 표현하는 것에 대하여
향미를 글로 표현하려는 이들에게, 알맞은 비교 대상을 고르고 적절한 수식어를 붙이는 작업은 피할 수 없는 과업이다. 추상적인 표현은 애매모호함을 키우고 구체적인 표현은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상징적인 표현은 편파적일 수 있고 은유적인 표현은 너무 감정적이어서 향미 표현 이외의 목적에 쓰일 수 있다. 과거 TV 프로그램에 등장한 한 소믈리에가 방사능 조사를 통해 숙성시킨 와인에 대해 언급했던 '이베리아 반도에서 탱고를 추는 여인' 이란 문구는 화제성만큼이나 큰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고, 와인에 대한 관심도를 감별과 향미 표현 쪽으로 이동시켜 버리기도 했다. 커피 쪽에서는 아직까지 그 정도로 도전적인 표현이 공중파에 등장한 일은 없고, 다만 최근 '김치맛' 표현 정도가 그 1/100 정도의 관심을 끌었다고 하겠다.
기호 상품의 비즈니스가 서비스 및 시장 규모의 확대를 목표로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향미의 표현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에게 생소한 시기에는 얼마 동안은 각인될 정도의 상징적인 문구가 사용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차별적인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차별성이 나타날 수 있도록 세분화된 단어를 쓰는 것이 좋다.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서 향미는 높은 품질 가치를 나타내는 것이고 상당한 차별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어떤 입장에서 접근하는가 또는 향미의 표현을 어떻게 이동시킬 것인가는 중요한 숙제라 할 것이다.
맛과 향은 분자 전달 물질의 속성 및 그것이 인지되는 경로 면에서 구분되며, 감각세포가 향미 물질에 대해 화학적으로 수용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Lingle (2003)은 맛은 수용액 상태에서 지각되는 반면 향은 기체 상태에서 지각된다고 언급하였다. 맛을 느끼는 미뢰는 혀에 대부분 분포하고 이외 인두, 후두, 연구개, 목젖에 소수 분포한다. (Lalonde 팀 (1961)) 미뢰가 느끼는 맛은 통상 신맛, 짠맛, 단맛, 쓴맛의 네 가지이며, 맛 정보는 미뢰의 위치에 따라서 다른 신경을 타고 머리 가운데에 위치한 연수와 1차 미각 피질을 거쳐 안와 전두 피질로 이동한다. 냄새를 느끼는 후각 세포는 코 안의 후각 상피에 있고, 느끼는 향 정보는 수천에서 수만 가지에 달한다. 향 정보는 연수를 통함이 없이 눈 위쪽의 안와 전두 피질로 바로 이동한다. 이 안와 전두 피질은 감각이 모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Araujo 팀 (2003)은 실험을 통해 맛과 향을 모두 인지하는 뇌 부위가 안와전두피질의 꼬리부분, 편도체, 섬 피질과 인접부위, 전방대상피질 등이며, 안와전두피질 중 옆 부분은 어느 한쪽 자극만으로는 거의 또는 전혀 활동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맛과 향의 이러한 다르면서 같은 점은 향미 표현에 대한 두 가지 접근법을 보여 준다. 입에서는 맛, 코에서는 향이라는 식으로 인지 경로를 나누는 이원적인 방법과, 향미(flavor)라는 관점에서 맛과 향을 한번에 나타내는 일원적인 방법이 그것이다. 전자는 '약간 시다', '매우 짜다' 또는 '딸기', '쑥', '양파' 등 표현이 직설적이고 단순하다는 점이 장점이고 후자는 향미의 공감각적 표현 및 상호 작용이 있다는 과학적 실험 결과에 의해 지지받는다. 예를 들어, Claire Murphy 팀은 1977년에 향과 맛의 상호 작용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오렌지, 파인애플 느낌을 내는 인공향료인 에틸 부틸에이트(Ethyl butyrate) 와 단맛을 내는 첨가물인 사카린(sodium saccharin)을 사용한 관능 평가 실험에서, 향료와 맛 첨가물을 섞었을 때의 향 속성과 맛 속성은 이들을 섞지 않았을 때 느껴지는 각각의 향 속성과 맛 속성에 비해 아주 약간 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카린만을 넣은 경우는 패널 대부분이 향을 느끼지 못한 반면 에틸 부틸에이트만을 넣은 경우는는 패널 상당수가 맛도 느꼈다고 응답했으며, 냄새를 맡지 않도록 하여 재차 실험했을 때는 그 맛의 대부분(80%)이 사라졌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하였다. 연구진은 이어 1980년에는 레몬 느낌을 주는 인공향료인 시트랄(citral)과 맛 첨가물로서 소금과 설탕을 사용한 관능 평가 실험을 통해, 시트랄과 설탕을 섞으면 조화로운 느낌이 나는 반면 시트랄과 소금을 섞으면 거슬리는 느낌이 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Schifferstein 팀 (1996)은 향에 의한 맛의 상승이 향과 맛의 유사성(설탕-딸기, 설탕-레몬)이 있을 때만 나타나며 유사성이 높을수록 예상보다 높은 만족감을 주며 유사성이 낮을 경우(설탕-햄)에는 만족감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하였다.
커피의 향미 표현은 과거 이원적인 방법(Lingle (2003)) 이었다가 최근에는 일원적인 방법(WCR, World Coffee Research Sensory Lexicon) 이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는 과학적인 근거 외에 네슬레의 David Labbe, Andreas Rytz, Nathalie Martin 의 연구 내용도 참조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연구진은 일반인과 전문 패널 사이에서 커피 향미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연구하였다. 40명의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65도로 제공된 인스턴트 커피 8종을 냄새만으로 최소 두 묶음 이상으로 분류하도록 하고 적절한 단어를 써서 서술하도록 하고는, 얻은 자료를 통해 묶음 구조를 분석하고 커피제품별로 단어를 재배열하여 다차원척도법(MDS)으로 도해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단일 차원에 해당하는 네 가지 향 속성(overall intensity, roasty, earthy, fruity) 에 대해 기억하고 커피에서 이를 탐지하고 속성별로 수치와 순위를 매기도록 훈련한 10인의 패널에 대해 실험을 진행하고 결과를 MDS 맵에 나타내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커피를 산지와 향미 처리 기술(강도 및 균형)에 따라 분류하였다. 사용한 단어는 light, burnt, roasted, flat, mild, chemical, intense, bitter 등이었는데, 향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이었는데도 맛 속성(sweet, acrid, bitter)을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훈련 패널은 네 가지 향 속성 중심으로 표현하였는데, 이 방식으로는 보다 다양한 인지가 가능했고 특히 소비자들에게서는 고려되지 않은 fruity 속성이 언급되었다. 그러나 이들 훈련 패널은 커피 산지 및 향미 처리 기술에 따른 분류는 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과거의 연구에 바탕하여 이러한 소비자의 분류법이 취향 인자에 따른 것이라 보았다. 소비자의 커피 향미 인지는 인지 선호적 기제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지가 타당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소비자가 사용하는 단어가 여러 군을 아우르는 포괄적 표현이서 세부적인 표현으로 이동하도록 하는 데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거나 또는 투입되는 에너지 낭비가 너무 많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인용 문헌 :
Labbe, D., A. Rytz, and N. Martin. "Coffee aroma is perceived differently by consumers and by trained panelists." 21st International Conference on Coffee Science, Montpellier, France, 11-15 September, 2006.. Association Scientifique Internationale du Café (ASIC), 2007.
Lingle, Ted R. The basics of cupping coffee. Speciali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2003.
Lalonde, Ernest R., and John A. Eglitis. "Number and distribution of taste buds on the epiglottis, pharynx, larynx, soft palate and uvula in a human newborn." The Anatomical record 140.2 (1961): 91-95.
De Araujo, Ivan ET, et al. "Taste‐olfactory convergence, and the representation of the pleasantness of flavour, in the human brain." European Journal of Neuroscience 18.7 (2003): 2059-2068.
Murphy, Claire, William S. Cain, and Linda M. Bartoshuk. "Mutual action of taste and olfaction." Sensory processes (1977).
Murphy, Claire, and William S. Cain. "Taste and olfaction: independence vs interaction." Physiology & Behavior 24.3 (1980): 601-605.
Schifferstein, Hendrik NJ, and Peeter WJ Verlegh. "The role of congruency and pleasantness in odor-induced taste enhancement." Acta psychologica 94.1 (1996): 87-105.
출처 : 커피 리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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