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중국집 '차이홍'의 후지강(57) 대표는 "짬뽕은 하나의 예술"이라고 했다. 재료의 맛이 철저하게 우러나오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재료들은 타기 직전에 가장 원숙한 맛을 낸다. 그것은 쇠고기가 부패하기 직전에 가장 좋은 맛을 내는 이치와 흡사하다. 그 순간은 찰나다. 그 찰나를 어김없이 포착해야 한다. 그 찰나들에 약간의 육수를 더하면서 몇 번을 졸여 이런저런 재료의 맛이 농익도록 하는 것이다. 그 농익은 그윽한 맛을 미식가들은 '불의 향기'라고 말한다. 짬뽕은 생생한 '불의 향기'를 먹는 것이다. 그것이 짬뽕 맛의 비밀이다. '황신혜밴드'의 '짬뽕'이란 노래가 있었다. '그대여 그대여 비가 내려 외로운 날에 그대여 짬뽕을 먹자. (중략) 바람 불어 외로운 날에 우리 함께 짬뽕을 먹자. (중략) 얼큰한 국물은 우하하하 우하하하….' 비가 오는 날, 바람 부는 날과 얼큰한 짬뽕이 어떻게 잘 어울리는 것일까? 싱숭생숭한 이러저런 감정선을 얼큰한 국물이 일거에 정리해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거기에 짬뽕의 묘한 비밀이 있다.
부산 동구 초량동 상해거리의 '중남해'의 짬뽕에도 생선이 들어간다. 이 집에서는 '복'이 짬뽕국물 맛의 시원함을 가일층시키고 있다. 이 집의 의건주(53) 사장은 부산롯데호텔 도림의 주방장 출신. 짬뽕에 생선이 들어가는 것은 그렇게 통한다. 이 집 짬뽕에서는 각종 버섯과 오징어 새우 모든 재료들이 '불의 향기'를 그윽하고 진득하게 품은 채 제대로 살아 있다. 브라운 색에 가까운 삼선짬뽕의 맛은 입에서 목구멍으로 넘어갈수록 맛이 더 깊어진다. 사천짬뽕의 맛도 얼큰하니 그저 그만이다. 짬뽕 6천원.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 오후 5시30분~9시30분. 051-469-9333.
역시 상해거리 '원향재'의 짬뽕에도 복어 고기가 들어가 있었다. 아주 시원했다. 파프리카 청경채 브로콜리 죽순 해삼 새우 오징어 버섯 호박 등의 갖가지 재료가 총천연색처럼 어울려 맛을 빚어내고 있었다. 짬뽕 한 그릇 4천500원. 면발은 다른 집에 견주어 가늘었다. 여주인 이미선(54)씨는 "이전에 동구청 밑에서 '개원'이란 이름으로 14년간 중국집을 했고 다시 여기서 9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성여휘(54) 사장이 직접 요리해 내는 짬뽕은 알아준다는 게 이 집 단골들의 말이다. 오향족발(2만~3만원)이 유명하고, 간자장 삼선자장 삼선짬뽕도 많이 찾는다. 오전 11시~오후 9시30분 영업. 051-467-4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