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향원(陵鄕圓)>
포제단과 신당의 환상적 만남이다. 제주의 신앙은 이원화되어 남성은 포제단에서 포제를 지내고 여성은 신당에서 당굿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남녀의 거리와 사회적 거리를 이렇게 넘어선 것이다. 훌륭한 선택과 슬기에 경의를 표한다.
1. 얼개
명칭 : 능향원(陵鄕圓)
위치 :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방문일 : 2022.5.21.
2. 둘러보기
전통사회에서 대부분의 남성은 서당에서 한문을 배웠지만, 여성들은 대부분 무학으로 해녀를 했던 것도 이에 대응된다. 농사일은 같이 했다. 여성들은 농사와 물질을 겸업했다. 1900년대까지는 대강 그랬다.
포제는 어느 정도 관의 지원을 받았으나, 당굿은 민간의 영역으로만 남아 있었다. 특히 당굿은 당 500 절 500을 없앴다는 이형상 목사의 탄압을 비롯하여 역사적으로 몇 차례나 장기간에 걸쳐 전폭적인 억압으로 계속 위축되어왔다. 그러다가 획기적인 변곡점이 마련되었다. 2009년 제주도 칠머리당 영등굿이, 2016년에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보다 더 먼저 민간신앙에 대한 대내외적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 왔다. 외부적인 탄압이 박정희 정권을 마지막으로 사라지고,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내재하던 신앙이 80년대 이후 자연스럽게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것이 소중한 제주의 모습임을 외지인도, 제주인도 같이 공감하기 시작했다. 관광객을 포함한 외지인이 기대하는 제주는 그 태반이 탐라국 건국신화, 괴내깃당본풀이를 만들어낸 민간공동체로부터 비롯함을 알게 된 것이다.
그 뚜렷한 증표가 1986년에 이루어진 이 능향원이라고 말하고 싶다. 잿동산의 능향원은 포제단과 함께 흩어져 있던 축일할망본향당과 술일본향당(소왕물술일하르방)을 한곳에 모았다. 포제와 본향당굿이 만나는 승화된 민간신앙은 전통문화의 현재형이 되어 의의가 더 커졌다.
술일본향당은 원래 소왕물에 있어서 소왕물술일본향당이라고도 한다. 장씨 할망하고 부부간인데 돼지고기에 술을 먹어 부정해서 따로 좌정했다 한다. 이웃 널개본향당도 똑같은 얘기가 나온다. 하르방은 돼지고기를 받고, 할망은 받지 않아 따로 좌정하는 것은 송당본풀이의 소천국와 백주또 본풀이의 오랜 맥락을 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능향원 입구.
불교식 금강역사가 새겨져 있다. 유교식 포제와 불교식 수호신과 무속의 본향당이 함께 있어 종교 통합을 이룬 곳이라 할 수 있을 거 같다.
비문
우리마을 옛어른신네들은 평화와 사랑을 바라는 신앙을 가지고 살으셨다. ... 본향당에 손을 무두면 손자의 병이 나았고 소황당(小湟堂)에 불을 밝히면 고깃배가 푸짐했다. 겸허와 근면으로 엮으신 세월, 모진 세파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온 마을 옛어르신네들의 의지의 표상. ...온 마을이 여기 모여 마을 위해 애쓰신 옛이들의 명복을 빌고 고운 마음의 귀풍(貴風)을 되새기자는 합동제의 시발이 되매, 마을의 화합과 번영을 다지는 새 출발의 뜻으로 이 능향원을 마련한다. 살기 좋은 마을 아름다운 금능에 우리 영원한 고향의 꿈을 심고 싶은저….'
: 합동제단을 만든 뜻 '마을의 화합과 번영' 염원의 뜻을 적었다.
포제단
정월 대보름에 본격적인 포제를 드린다. 포제단 제사 전에 할망당, 하르방당, 멀방 순으로 제를 올리고 마지막으로 포제단에 와서 제를 드린다. 다만 할망 하르방당에는 간단한 제물을 올리고 남성 3인 제관이 재배를 드리고, 멀방은 조금 더 규모를 갖춘 제물에 1인 제관이 4배를 드린다. 마지막에 포제단으로 와서는 정식 유교식 포제를 올린다. 절은 물론 4배이고 10여명의 모든 제관이 다 참여한다.
영감신위. 술일하르방본향당이다. 영감당, 작은당이라고도 한다. 풍어를 기원하는 곳이고, 평소에는 오히려 정식으로 당굿을 하는 할망당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비념을 하는 곳이다. 바다의 신이어서 해녀 어부들이 많이 찾는다. 정월 대보름에는 포제가 끝난 새벽 5시에 해녀들이 이곳을 찾아 제를 올린다.
도깨비 신위
제를 지낸 후에 음식을 올리는 궤이다. 신주 옆에 있다.
영감당
포제단과 멀방. 멀방은 하인들이 말을 끌고 와서 대기하던 곳, 말방이라는 말이다. 멀방 아래로 영감당이 있다.
본향신위. 축일할망본향당이다. 포제단 왼쪽으로 조금 내려온다. 금악에서 내려온 황세왓 축일 기축 설립하던 정씨선생 따님아기이시다. 본향당의 중심이다.
제물 드린 후에 음식을 드리는 궤이다.
*돌아나오는 길에 입구를 다시 본다. 정낭과 돌하르방이 서 있다. 마을의 안녕을 빈다.
#능향원 #포제와당제 #유교불교민간신앙 #축일본향당 #술일본향당 #제주가볼만한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