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형필의 승소열전
권형필 변호사
최근 들어 방화셔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길의 확산을 막지 못해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는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재 당시 방화셔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곧바로 관리단과 관리업체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오늘 소개할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다231870 판결).
대법원은 화재 당시 이 사건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어떤 하자나 관리상의 잘못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리단과 관리업체의 직원들이 방화셔터를 수동으로 하강시키지 않은 데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건물 특정 호실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방화셔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매연과 소화수 등이 근처 호실까지 유입돼 손해가 발생했고, 원고는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양수받아 화재발생원인제공자뿐만 아니라 관리단과 관리업체를 공동 피고로 삼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방화셔터가 정상적으로 관리됐다면 연기감지기와 열감지기의 동작을 통해서 자동으로 작동, 완전히 하강했어야 함에도 화재 발생 당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호로 매연 및 소화수 등이 유입돼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피고들은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방화셔터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유지·관리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봐 관리단과 관리업체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0. 16. 선고 2013가합535689 판결 참조).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 관리단 및 피고 관리업체의 직원들이 방화셔터를 수동으로 하강하지 않은 데에 어떤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해 피고 관리단 및 관리업체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5. 7. 16. 선고 2014나2043647 판결 참조).
대법원 또한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화재 당시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어떤 하자나 관리상의 잘못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작동에 필요한 정도의 연기와 열이 전달되지 않는 등 작동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일 뿐이며, 피고 B건물 관리단과 주식회사 C(관리업체)의 직원들이 방화셔터를 수동으로 하강시키지 않은 데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사실을 오인하거나 이유모순, 이유불비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해 관리단과 관리업체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했습니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다231870 판결 참조).
아울러 대법원은 화재경보기 미작동 부분에 대해서도 “설령 원고 주장과 같이 화재경보기가 소방관이 도착한 이후에야 작동했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화재에 대한 대응이 지연되고 그로 인해 설비가 훼손되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사실을 오인하거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해 화재경보기 미작동 부분에 대해서도 관리단과 관리업체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했으며, 스프링클러 미작동 부분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관리단과 관리업체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리단과 관리업체 직원들의 초동조치가 미흡하다고 인정하기도 부족하다고 판단함으로써 관리단과 관리업체의 모든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했습니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다231870 판결 참조).
다만 대상판결은 화재 당시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관리단과 관리업체에게 과실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관리단과 관리업체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했을 뿐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은 데 관리단과 관리업체의 과실이 인정된다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것이므로, 관리단과 관리업체는 방화셔터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유지·관리할 주의의무와 안전점검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권형필 변호사 kslee@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