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3-12-29 17:00
갑진년, 늪은 일어서고 아라연은 눈을 뜬다
이달균(시인)
강물은 흘러 가야에 닿는다
가야는 흘러 또 한 세기, 갑진년(甲辰年)에 이른다
바다를 달려온 젊은 청룡은
낙남정맥(落南正脈) 능선을 치달리다
여항산 상봉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그 푸른 맥박은 강물을 굽이치게 하고
북으로 내달려 시간을 역류한다
자욱한 물비늘은 들을 이루고
들판엔 노동으로 부르는 노랫소리
그 가락에 날개짓하며 날아오르는 왜가리들
부르지 못한 이름을 불러보리라
성문을 열고 내일로 달려가리라
늪이 일어선다
대평늪 질날늪이 일어서고
아라연은 자맥질하며 감은 눈을 뜬다
사람아, 우리 사랑하는 사람아
처마 밑엔 도란도란 그리움 가득하고
들판엔 붉은 수액의 수박향 가득하다
그렇게 별은 빛나리니
북두성 아래서 함안은 더욱 편안하리니
시작 메모 : 이 시는 갑진년 함안이 더 편안하고 발전하는 지역이 되기를 염원하는 작품이다. 법수면에서 달려온 남강은 북으로 치올라 와 대산에서 남으로 내려오는 낙동강을 만나 합강이 된다. 미래로 향해가는 그런 기운은 옛적 아라가야의 역사를 담고 흐른다. 여항산은 낙남정맥의 한 허리에 해당된다. 그 능선 아래 펼쳐진 함안 들엔 농부들의 들노래가 들려오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대평늪과 질날늪에선 아라연의 혼이 자맥질 한다. 그런 그리움은 가득한 수박 향기와 함께 향리를 떠난 사람들의 가슴으로 스며든다. 북두성 아래 가장 편안한 고장, 함안의 찬란한 갑진년이 열리기를 기원해 본다.
시인 이달균
1957년 경남 함안에서 출생하여, 1987년 시집 『남해행』과 무크 《지평》으로 문단활동 시작했으며 (사)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과 경남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2003·2018년 사라예보윈터페스티벌에 한국예술인 대표로 참가하여 주제음악을 작사하였고, 국가기념일행사(현충일, 광주5.18기념일 등), 윤이상 칸타타 <오마주 윤이상>, 합포만을 주제로 하는 <칸타타, 그 신화의 바다>, 2018 MF쳄버콰이어<창원방문의해 기념 합창제>에 창원9경 등을 작사하여 공연했다.
중앙일보 시조대상과 신인상, 이호우·이영도 시조문학상, 조운문학상, 경상남도문화상, 경남문학상, 마산시문화상, 경남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늙은 사자』 외 8권의 시집이 있으며 시조선집 『퇴화론자의 고백』, 시조평론집 『시조, 원심력과 구심력의 경계』, 영화감상문집 『영화, 포장마차에서의 즐거운 수다』가 있다. 2022년부터 시집 말뚝이 가라사대를 오페라 대본화하여 진주, 부산, 양산, 합천, 강남구 등 지자체 초청공연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더함안신문 (theham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