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야화 🌸
■ 바가지 해웃값
강릉의 천석꾼 부자
최 참사는 친구에게
술 한잔 사는 법 없고
거지에게 좁쌀 한됫박
주는 법 없는
천하의 왕노랭이지만..
딱 한군데 아끼지 않고
돈 쓰는 곳은
기생 치마 밑이다.
단골집 명월관에 반반한 기생만 왔다 하면
최 참사가 머리를 얹어준다.
어느 초겨울 저녁나절,
명월관 마당쇠가 최 참사를 찾아왔다.
“참사 어른, 양귀비 뺨치는
동기(어린 기생)가 왔습니다요.”
최 참사는 200냥을 주머니에 넣어 차고
마당쇠를 따라 명월관으로 갔다.
술상이 들어오고 뒤따라
새로 들어온 동기,
홍련이 들어왔다.
과연 듣던 대로다.
백옥같은 얼굴에
이목구비가 또렷한데다,
귓불엔 솜털도 가시지 않은 어린 것이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든다.
최 참사는 그만 얼이 빠져버렸다.
뜨뜻한 기방에서 개미허리를 껴안고
치마 밑으로 손이 들락날락하다가
후끈 달아오른 최 참사는 술상을 물렸다.
주모가 방문을 열고 뱅긋이 웃으며 하는말이..
“참사 어른 뒷방에 금침을 깔아 놓았습니다.”
그때 홍련이가 발딱 일어서더니 고개 숙여
“참사 어른 편히 주무십시오”
하고는 방을 나갔다.
뒷방에서 곰방대를 세번이나 피우며
헛기침을 날려도 홍련이 들어오지 않는다.
주모가 울상이 되어 들어와서는
“고것이 자꾸 뺍니다요.”
최 참사는 “속아만 살았나,
아침에 어련히 알아서 줄려구 쯧쯧” 하며
200냥이 든 주머니를 주모에게 건넸다.
홍련이는 제방에서 누워 있다 주모가 들어와 200냥 주머니를 건네주자
“이걸로 손자 엿이나 사주라 하세요”라고 했다.
주모가 주머니를 들고
최 참사 방으로 갔다.
“허허 고 맹랑한 것~!
내 오늘밤 가진 것이
그것밖에 없으니 돈표를 써주리다.”
현금 200냥과
돈표 100냥,
합이 300냥을 가지고
주모가 홍련이 방에 갔지만
또 다시 콧방귀만 맞았다.
주모가 최 참사 방과
홍련이 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해웃값은 자꾸 올라가 1,000냥이 되었다.
“좋아요.”
그제야 홍련은 배시시 웃으며 최 참사 방으로 들어갔다.
얼떨결에 방사를 치르고
기력이 달려 잠을 자고 일어나니 홍련이는 없고 동창은 밝았다.
요를 보니 처녀도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 곰곰 생각하니
울화통이 치미는 차에
명월관 마당쇠가 100냥짜리,
200냥짜리 두장, 300냥짜리
돈표를 들고 합 800냥을 수금하러 왔다.
최 참사는 재떨이를 던지며
고래고함을 질러 쫓아버렸다.
결국 최 참사와 홍련이는
사또 앞에 서게 되었다.
홍련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방을 빌려줬는데
방세를 다 받지 못했습니다.”
최 참사 왈,
“그 방이 새 방이 아니라는 걸 사전에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사또는 무슨 뜻인지 알고
빙긋이 웃으며 홍련을 내려다봤다.
홍련은 계속 말했다.
“여관에 손님이 들어오면
여관 주인은 사전에 손님이 이 방에 자는 첫 손님이라고 말해주지 않습니다.”
최 참사 왈,
“방이 썰렁하니 너무 컸습니다.”
홍련은 지지 않았다.
“손님 덩치가 너무 왜소해
방이 커 보였을 따름입니다.”
사또가 껄껄 웃자
육방관속이 뒤집어졌다.
최 참사 왈,
“방이 너무 추웠습니다.”
홍련이 받아넘기기를
“손님이 방에 군불을
지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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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또는 말했다.
“밀린 방값을 지체없이 지불하렸다~!”
그렇게 송사는 끝났다.
첫댓글 애초에 얼굴보고 들이댄것 아니였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