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에 따라 '허고개 → 국수봉 → 은을암 → 서낭재 → 콩두루미재 → 갈미봉 → 치술령 → 망부석 → 법왕사 → 박제상 유적지'의 12.5km 구간을 5시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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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봉(菊秀峰)
높이: 603m
위치: 울산시 울주 범서읍, 두동면
국수봉은 울주군 범서읍과 두동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두동면의 치술령과 맥을 같이 한다. 본래의 이름은 國讐峰(국수봉)이라고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國秀峰(국수봉)으로 부르다가 지금의 菊秀峰(국수봉)이라 부르게 되었다. 신라(新羅)의 경주(慶州)를 중심으로 다른 산들은 모두 그 산세가 왕도(王都)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는 자세인데 유독 이 산만 나라에 반역하는 것처럼 등을 돌리고 앉았다 하여 나라 국(國)자와 원수수자를) 자를 써서 국수봉(國讐峰)이라 했다고 전한다. 이 산 7부 능선에는 치술신모인 신라 충신 박제상 부인의 혼조(魂鳥)가 숨은 곳이라는 설화가 전해지는 은을암(隱乙庵)이 있다.
해발 603m인 국수봉은 범서 옛길 탐방 과정에서 "국수봉을 범서의 주산(主山)으로 제대로 대접하자는 제안이 있은 후 이를 다양한 방법들이 논의되었다. 그중 하나로 정상에 설치된 표지석이 국수봉을 상징하는 것으로 너무 왜소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보다 단정한 표지석 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이 추진되어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범서 주민들의 뜻을 모아 지금의 표지석이 설치되었다.
범서를 바라보며 설치된 표지석 바닥에는 범서읍 25개 자연마을과 아파트에서 채취한 흙과 선바위 물을 함께 희석하여 바닥에 깔아 표지석을 설치함으로써 범서의 대동단결과 번영을 기원하는 염원을 담아 두었다.
2010년 1월 1일 울주군수와 많은 범서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표지석 제막식과 범서의 영원한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기원제를 가졌으며, 범서의 해맞이 명소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 정상 국수봉(菊秀峰) 안내
치술령
높이: 795m
위치: 경북 경주시
경북 경주시와 울산광역시의 경계선상에 터 잡은 치술령은 망부석(望夫石) 설화의 현장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치술령은 조망도 특별하다. 남북으로 뻗은 능선의 좌우로 아름다운 산하가 펼쳐지는 데다 정상 주변에서는 삼태봉 너머로 손에 잡힐 듯 들어오는 잿빛 동해의 싱그러움이 닫힌 마음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치술령에는 신라 충신 박제상과 그의 부인에 관한 애절한 전설이 있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전해 내려오고 있다.
박제상은 눌지왕 즉위 후 고구려와 일본에 볼모로 잡혀 있던 두 왕제를 구출코자, 먼저 고구려에 가 있는 복호를 구출해 귀국시킨 후, 일본으로 건너가 미사흔을 구출해 내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일본에 잡혀 심한 고문 끝에 소사 당했다.
이때 박제상의 김씨 부인은 두 딸을 데리고 치술령에 올라 일본에 간 남편을 기다리다 죽으니 그 몸은 돌로 변하여 망부석이 되고, 그 영혼은 날아가 숨었는데 그곳을 은을암이라 한다.
그 후 왕은 박제상의 딸을 미해공의 부인으로 삼고 박제상에게 대아찬으로 관위를 높여주고, 김씨 부인은 국대부인에 추봉하였으며,, 사당을 짓고 그 뜻을 기리는 제를 봉행토록 한 곳을 치산서원이라 한다.
이 치산서원에서 1㎞쯤 가면 하천을 끼고 갈림길이 나온다. 바로 가면 망부석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은을암(국수봉(580m)에 자리 잡은 절)으로 가게 된다.
망부석 쪽으로 가면 충효사라는 절이 나오고, 절 위에 망부석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조그만 팻말이 있다. 이 길을 따라 차로 법왕사까지 갈 수 있다.
법왕사에서 40분 정도는 정상을 향해 거의 일직선으로 오르면 정상 부근에 이르면 멀리 동해가 펼쳐진다. 정상 근처에서 왼쪽으로 돌아 30m를 걸어가면 망부석이 임을 기다리는 자세처럼 서 있다. - 한국의 산하
2024년 갑진년 4월 첫 목요일에는 안내산악회 오지팀이 계획한 망부석 전설이 서려 있는 울주의 치술령을 다녀오기로 했다. 1월 21일 대기업 안내산악회 산행 일정 게시판에서 처음, 이 산행 계획을 보자마자, 하다하다 이제는 고개를 목표로 하는 산행을 해야 할 정도로 갈만한 산이 고갈됐나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분위기로 봐서는 꽃 피는 봄을 맞이하여, 오지 탐험이라기보다는 탐화에 가까운 산행으로 보였다. 시절을 막론하고 산에 오르다 야생화를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에 유심히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나, 그렇다고 꽃을 찾아 산을 헤매는 인간은 아니라, 썩 내키지 않은 산행이다. 그래도 무언가 있으므로 계획을 올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한국의 산하에서 '치술령'으로 검색해 봤다. 그런데, 의외로 따로 페이지가 있다.
그 소개 글을 통해, 해발 796m로 생각보다 높고, 어린 시절 읽은 신라 박제상 부인의 망부석 전설이 남아 있는 고개라는 걸 알았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당시나 지금이나 권력자를 위해 소시민이 희생당하는 건 변함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곱씹으며, 한국의 산하 치술령 소개 글에도 있듯이, 다른 건 몰라도 조망은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고개에 올라 남편의 배가 돌아오는지 동해를 바라보다가 망부석이 됐으니, 동해는 잘 보일 거다. 다만, 산림청과 산림조합의 상부상조로 웬만한 고개는 임도를 뚫어, 치술령 또한 그런지 확인하기 위해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구글링했다. 다행히 아직 산림조합에서 손들 대지는 않은 거 같아, 치술령 산행을 신청했다. 하지만, GoStop으로 고민하는 사이 버스의 좋은 좌석은 다른 산꾼이 다 차지해 가능하면 피하는 뒤의 단독 자리를 간신히 신청했다.
지난주 목요일 창원 인성산행을 그 지역 폭우를 동반한 강한 바람 덕에, 대안으로 고성의 운봉산을 다녀왔다[산행기]. 당시도 끼리끼리 했던 얘기지만, 목요 오지팀에 마가 끼었는데, 거의 매주 목요일 비라, 살풀이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마침 운봉산행을 마치고 송지호해수욕장의 서낭바위 구경을 갔을 때 그곳에 세 명의 무녀가 있었는데, 그중 한 명에게 부탁해 살풀이해야 했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이번 주 목요일도 오전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서, 단기예보를 넘어온 수요일 치술령에서 가까운 토함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비 소식은 좌로 시프트해 수요일로 옮기고, 당일인 목요일은 오전 내 흐리다가 오후부터 개고, 기온은 9~10℃, 바람은 5~6m/s로 강하다는 예보다. 고로 산행 중에는 조망은 기대할 만하나, 바람이 다소 강해 추울 예정이라, 이에 대비해 준비한다.
계획에 따르면 들머리인 '허고개'에 11시 20분 도착인데, 바로 점심시간이라, 체력 유지를 위해 연서시장표 김밥을 준비한다. 물론 목요 오지팀 특징 중 하나인 산행 후 한 시간의 식사 시간에 하산주를 곁들여 늦었지만, 제대로 된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그런데, 다른 산행지라면 공지된 계획에 있는 식당에 관한 언급이 없어, 지도로 날머리인 '박제상 유적지'를 찾아봤다. 멀리 갈 거 없이, 그 유적지 주변에 서너 개 식당이 있는 걸 확인했다. 오지 산행 특성상 산악회 버스로 시내의 식당으로 이동했으나, 이번 산행은 하산 후 각자 알아서 식당으로 가면 된다. 해서 인솔 대장이 식당을 명기하지 않아, 지도 앱을 이용해 메뉴를 확인한 두 식당 중 하나에 들어갈 예정이다. 물론 평일 목요일 관광객이 거의 없는 유원지 식당이 영업 중이라는 전제하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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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 국립외교원 앞에서 7시 10분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라, 4시 50분경 일어나, 볼일을 보며, 밤새 변화가 있는지 확인했다. 산행은 변함이 없고, 날씨 또한 변함이 없어, 흐린 날이라 조망을 기대할 수 없는 와중에 초미세먼지마저 '나쁨'이라 설상가상이다. 날씨까지 확인 후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5시 45분경 집을 나서, 김밥을 사기 위해 연신내 연서시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김밥이 500원 올라, 3,500원이 됐다. 누구 말 대로 안 오르는 건 내 월급밖에 없는 세상이다. 그럼, 굳이 연서시장 김밥을 살 이유가 없어, 다시 사당 탑승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쨌든 김밥을 사 주머니에 넣고, 열차를 타기 위해 연신내역으로 들어가자 너무 일찍 도착해 6시 12분 차가 아니라, 6시 5분 차를 탈 수 있으나, 5분 차가 대화발이라, 연신내에 도착했을 때는 빈자리가 없어, 예정대로 구파발발 12분 차를 타고 양재로 향했다.
6시 58분 개찰구를 나와 서초구청 화장실에 들른 후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 같이 가는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같이 산악회 버스를 기다렸다. 그리고 7시 7분경 내포문화숲길 버스를 선두로 산악회 전세 버스가 속속 도착해, 우리가 타야 할 치술령행 차는 네 번째로 도착해, 배낭을 짐칸에 넣고, 버스에서 사용할 물건이 든 보조 가방은 들고 차에 탔다. 이후 익숙한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아 잠을 청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잠이 오지 않아, 패드로 읽던 책을 이어서 읽다가 실내등이 들어와 읽는 걸 중지하고, 급한 볼일이 있는 건 아니나, 가야 할 길이 멀어 내릴 준비를 했다. 9시 30분경 휴식을 위해 버스가 들어간 휴게소는 낙동강 의성으로 3월 10일 포항 운제산에 갈 때 왔었다. 당시에는 볼일만 보고 말았으나, 여기도 무언가 있을 듯해 건물 양 끝에 뭐가 있나 찾아봤다. 왼쪽 끝에 무언가 보여 가봤다.
'사랑과 우정의, 언약의 장소'라, 뭐가 있나 올라가 봤으나, 그냥 쉼터로 몇 그루 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버스로 돌아갔다. 20분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늘 그렇듯이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위험한 구간이 없어 특별한 주의 사항은 없고, 코스 설명에서 반복해서 임도가 나온다. 그럼 그렇지, 산림청과 산림조합 그냥 놔뒀을 리가 없다. 그런데, 왜, 앞선 산꾼의 산행기에는 임도에 관한 언급이 없었을까? 애초 시간 계획은 11시 20분 들머리 도착, 16시 20분 산행 마감, 1시간 식사 후 17시 20분 서울로 출발이었으나, 경주 김유신 묘 주변 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에 따라, 20분을 줄여 벚꽃 구경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선두 조야 1시간 또는 1시간 반 정도는 일찍 하산하니, 20분 줄인다고 해도 하산주 시간에는 큰 변함이 없다.
설명이 끝나고 버스의 실내등이 꺼진 후 잠을 청했으나, 역시 잠이 안 와, 이어서 책을 보다가, 경주를 지난 후 책을 덮었다. 그리고 슬리퍼를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미니 스패츠를 착용했다. 이어 기동에 시간이 걸리는 등산 앱을 기동했다. 그리고 조금 지난, 11시 14분경 들머리인 허고개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메고 주변을 둘러봤다. 이후 등산 앱의 트랙 기록을 시작하고, 서둘러 출발하는 일행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앱으로 고도를 확인했다. 198m, 생각보다 높다. 이번 산행 최고 높이 봉우리인 치술령이 765m니, 고도차는 567m로 한국 산 평균보다 높아, 쉽지 않은 산행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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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의 고도를 확인하고, 앞서가는 일행을 따라 후미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다른 산과 달리, 시작은 아주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 수준이라, 거의 속도가 5km/h 정도가 나왔다. 그러다 보니, 비록 후미에서 시작했으나, 한두 명씩 일행을 추월하기 시작해, 율림 갈림길을 통과할 때는 거의 중간 정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던 등산로는 11시 34분경 정체를 알 수 없는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 다른 산과 같이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하더니, 계속 깔딱이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위로 올라, 11시 53분 공부암 갈림길을 지났다. 갈림길 이정표에 의하면 첫 번째 봉우리인 국수봉까지 0.5km 남았다. 말인즉 다 왔다. 해서 앱의 지도를 확인했는데, 지도상으로는 2/3밖에 안 온 거로 나온다. 그럼, 들머리인 허고개에서 국수봉까지 1.5km?
정상을 향해 오르며 보니, 등산로에서 벗어난 곳곳에 바위 전망대가 보이나, 날이 흐려 시야가 좋지 않고, 딱히 볼만한 경치도 없어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 무시하고 계속 올라갔다. 그렇게 앞만 보고 오르자, 12시 5분경 등산 앱이 국수봉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줘 거기서부터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랐다. 국수봉 정상은 옥녀봉 갈림길에서 옥녀봉 방향으로 가야 해 우회전해 조금 가자 거대한 정상석이 반겨준다. 그리고 막 인증을 끝낸 선두가 돌아 나오며, 빨리 오라고 재촉이라, 막판에 따라잡을 테니, 걱정 말라고 한마디 했다. 이후 조금 전에 정상에 도착한 일행과 서로의 인증을 찍어주고, 전망대로 가 비록 날은 흐리나 보이는 걸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국수봉 안내'와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보는 '치술령·국수봉 등산로 안내'도 기록으로 남겼다.
정상에서 할 일을 마치고 다시 갈림길로 돌아가며 보니, 선두가 평상 같은 곳에 앉아 있는 게 보이고, 그 옆에는 정상석이라 생각되는 비석이 있어,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갔다. 도착해 보니, 여기가 정상으로 작은 정상석이 두 개나 있다. 국수봉 안내문을 보면, 전망대가 있는 곳에 거대한 정상석을 세운 이유가 나온다. 어쨌든 진정한 정상석을 배경으로 다시 좀 전에 같이 인증을 남겨줬던 일행과 다시 서로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해, 10여 미터를 가니, 은을암 갈림길이다. 인솔 대장이 암자로 내려가는 길이 급하니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었던, 그리고 시간이 촉박하면 지나치라고 했던 그 갈림길이다. 현재 시각 12시 13분 치술령까지 4.4km, 그럼 늦어도 2시까지는 치술령에 도착할 수 있어, 과감히 은을암 방향으로 우회전했다.
은을암으로 내려가며 보니, 인솔 대장이 언급한 것과 같이 급경사 돌길이라, 약간 위험한데, 중력 덕분에 거의 뛰다시피 내려갔다. 와중에 저 앞으로 오늘 산행의 목표인 치술령으로 생각되는 봉우리가 보여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가, 12시 23분경 개가 요란히 짖는 은을암에 도착했다. 분위기로 봐서는 은을암에는 내가 처음으로, 선두는 은을암을 지나쳤다. 먼저, 만개한 꽃을 기록으로 남기고, 머리 위로 보이는 삼성각으로 올라가 삼성에게 신고했다. 이후 대웅전으로 가 본존불에게도 역시 신고했다. 그리고 은을암이 박제상 부부와 관련 있다는 걸 앞선 산꾼의 산행기에서 본 기억이 있어, 그 흔적을 찾아봤다. 그런데, 은을암에 있는 안내문에 의하면, 새가 된 박제상 부인의 영혼이 앞에 보이는 바위 뒤에 숨어 새가 숨은 바위라는 뜻의 은을암이라 불렀다는 거다. 고로 은을암의 암은 암자(庵)가 아니라, 바위(岩)다. 고로 이 암자는 당시에는 없었다.
끝으로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동해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은을암에서 임도로 내려갔다. 은을암에 등산로가 있을 거라는 예상이 틀렸다. 할 수 없이 임도로 앞에 보이는 나지막한 고개로 올라가는데, 앞에서 요란한 물소리가 들린다. 혹시 폭포가 아닌지 기대하며 고개를 돌자, 예상대로 폭포다. 은을암 바위틈에서 흐르던 물이 폭포가 되어 떨어지고 있다. 그 폭포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점심시간이고 배도 고파, 연서시장표 김밥을 꺼내 먹으며, 고개에 올라서자, 은을암을 거치지 않고 내려온 등산로와 합류한다. 말인즉 갈림길이다. 사실 은을암으로 내려오면서, 다시 올라갈 걱정을 했는데, 은을암에 들르지 않고 바로 가는 등산로 또한 고개로 내려와, 거리나 높이나 큰 차이가 없다. 고로, 은을암(隱乙岩)에 들른다고 해도, 암자 구경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특별히 시간이 더 걸리는 것도 아니다.
정확히는 삼거리가 아니라, 사거리로, 등산로는 왼쪽 국수봉 능선에서 내려와, 임도를 건너 다시 능선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임도는 은을암 방향에서 올라와, 콩두루미재까지 이어진다. 해서, 인솔 대장이 시간을 단축하려면, 임도를 따라 콩두루미재까지는 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당연히 선두는 능선으로 올라갔고, 가면서 소위 '깔지'라고 부르는 방향 지시 표지를 능선 방향으로 깔아 놨다. 그 누구보다 임도를 싫어하는 인간이고, 시간도 충분해 당연히, 나무 계단으로 능선에 올라섰다. 그러자 완만한 경사의 능선 위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거의 산책로 수준의 등산로로 치술령으로 향해, 12시 49분 치술령 3.2km 이정표를 통과하자, 다시 임도다. 그리고 그 임도에 정자가 있다. 정자에는 일행 두 명이 점심을 먹고 있고, 그 정자 옆에는 '치술령 등산로 안내'도가 있어, 일단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임도를 따라 20m가량 가니, 등산로는 다시 능선으로 올라가는데, 선두가 그 등산로를 보지 못했는지, 깔지가 없다. 그렇다고 나도 임도로 갈 이유는 없어, 능선으로 올라섰다. 그런데, 그 능선 위의 등산로로 50m가량 가자 다시 임도와 만나,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다시 임도로 150m 정도 가자, 다시 등산로는 능선으로 올라가고, 그 앞에는 이정표도 있다. 치술령까지 남은 거리는 3.8km! 물론 그 입구에는 선두가 깔아놓은 방향 지시가 능선을 향해 놓여있다. 그런데, 산행 후 목요 오지팀이 계획한 코스나, 곳곳에 설치된 등산로 안내를 보면 분여 '서낭재'를 지난 걸로 나오는데, 산행 중에는 서낭재 표지를 보지 못했다. 고로 서낭재가 어딘지 모르나, 등산로 안내로 봤을 때, 이 이정표가 있는 곳이 아닐까? 어쨌든 능선으로 올라서자, 등산로는 다시 급경사로 바뀐다. 그 급경사 등산로로 따라가며, 치술령까지 남은 거리가 궁금해 1시 3분경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국수봉 기준 남은 거리가 온 거리보다 길다.
작은 봉우리에 오른 후 다시 고개로 내려가며 보니, 왼쪽으로 낭떠러지고, 그 끝은 전망대로 손색이 없어, 그리고 가자, 일행 중 한 명이 쉬면서 간식을 먹고 있다. 그에게 눈인사를 보내고 바위 전망대에서 보이는 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전망대에서 등산로로 다시 들아와 조금 가자 등산로는 갑판으로 바뀐다. 문제는 관리를 얼마나 안 했으나, 갑판이 부서져 위험하다는 거다. 위치로 봐서는 굳이 갑판 등산로가 필요 없어 보이는데, 굳이 설치했으면, 관리를 제대로 해야지! 그런데, 그 갑판 등산로도 곧 끝나고, 다시 흙길로 200여 미터를 가니, 또 임도와 만난다. 산이 완전히 임도로 망가졌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임도로 50m 정도 가니, 다시 능선으로 올라가는 갈림길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능선 방향으로는 어떠한 표지도 없다. 선두의 방향 지시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산악회 리본도 안 보여, 앱의 지도를 등산로가 맞는지 확인했다. 지도에 의하면 능선 방향이 아니라, 임도를 따라가야 한다.
임도로 따라가며 오른쪽의 능선을 주시하며 가니, 그 능선도 바로 다시 임도로 내려온다. 그리고 그 끝에는 '은굴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가 나무에 박혀 있다. 지나온 방향으로 30분 거리에 은굴? 처음 보는 명칭이다. 혹시 여기도 흑석산처럼 과거 은광이 있었나[산행기]? 혹시 능선으로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은굴 가는 갈림길이 있는 거 아닐까? 해서 치술령 등산로 안내를 다시 확인했지만, 어디에도 은굴이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10여 미터를 가니, 다시 능선 갈림길이라 생각되는 장소가 나온다. 역시 능선 방향으로는 어떠한 표지도 없어, 계속 임도로 2분가량 가자, 다시 능선 갈림길이다. 이번에는 바닥에 선두가 놓은 방향 지시가 능선을 가리키고 있고, 그 입구에는 이정표도 있다. 그 이정표 기둥에는 '콩두루미재'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여기서 치술령까지는 임도 만날 일이 없다. 그리고 치술령까지 남은 거리는 1.5km, 현재 시각 1시 16분, 목표대로 2시까지는 도착할 수 있다.
치술령을 향해 올라가는 등산로를 지금까지 보지 못한 급경사로, 2시까지 치술령 도착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다. 10m 가고 숨 한번 돌리기를 반복하면 급경사를 올라, 1시 33분경 언덕에 오르자, 완만한 경사로 바뀐다. 그런데, 울창한 숲 사이로 앞에 작은 봉우리가 보여, 그러려니 하고 가는데, 갑자기 등산 앱이 반응한다. 응? 치술령은 아직 멀었는데? 해서 핸드폰을 꺼내, 앱을 확인하니, '갈비봉'이란다. 갈비봉 이런 이름의 봉우리도 있었나, 궁금해하며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가니, 이정표 기둥에 누군가가 '갈비봉, 682m'라고 적어 놨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치술령까지 남은 거리는 1.2km, 현재 시각 1시 44분, 고로 목표인 2시까지 치술령에 도착하는 건 쉽지 않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깔딱을 무시한 결과다. 그런데, 진행 방향을 보면, 울창한 숲 사이로 봉우리가 보인다. 그럼, 갈비봉 정상은 여기가 아니라, 저 봉우리가 아닐지 생각하며 그 봉우리를 향해갔다.
완만한 경사의 능선 위 등산로로 정상에 도착하니, 헬기장이다. 응? 헬기장은 치술령과 가까운데, 갈비봉 이정표는 1.2km 거리라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헬기장 끝은 사거리로 직진은 정상, 좌회전은 법왕사, 우회전은 석계다. 정상인 치술령까지는 03km! 그럼, 헬기장 앞에 있는 저 봉우리가 치술령?! 해서 핸드폰을 꺼내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앞의 봉우리가 치술령이 맞다. 현재 시각 1시 51분 그럼 목표한 2시까지 치술령에 도착할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마지막 깔딱을 오르자, 1시 58분 등산 앱이 치술령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줘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정상까지는 갑판 계단이다. 동영상을 촬영하며 갑판 계단으로 정상에 도착하자, 현무암 비석이 반겨준다. 그런데, 정상석이 아니라 '신모사지(神母祠址)’라 음각되어 있어, 주변을 둘러보니, 오른쪽으로 작은 정상석도 보인다. 그리고 오른쪽 끝에는 치술령 망부석으로 내려가는 갑판 계단이 보인다. 대장이 얘기한 경주 쪽 망부석이다.
일단 정상에 도착했으니, 나보다 조금 앞서 도착한 일행과 서로의 인증을 찍어줬다. 그리고 망부석이 있다는 곳으로 내려가니, 치술령 망부석'이라는 소개문만 있고,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바위는 안 보인다. 대신 거대한 전망 바위가 있어, 거기 서서 주변을 조망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망부석에 관해 번뜩 생각이 떠올랐다. 望夫石이 돌이 된 사람이 아니라, 그곳에 서서 남편이 돌아오는지 왜국 쪽을 보는 전망대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그럼, 말이 된다. 어쨌든 경주 쪽에는 인간과 비슷한 바위가 없는 걸 확인하고, 울주 쪽 망부석을 확인하기 위해 법왕사 방향으로 400m 가자, 법왕사 갈림길이다. 그 갈림길에서 10m가량 직진하면 갑판 전망대다. 그리고 그 전망대 옆 바위를 가리켜 망부석이라고 소개하는 글이 있다. 이 또한 인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고, 누가 봐도 바위 전망대다!
망부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바위 전망대에서 보이는 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망부석이 인간을 닮은 바위가 아니라, 왜국 방향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칭하는 거라면, 울주 쪽보다는 경주 쪽이 망부석에 더 부합한다. 뭐 그런 생각을 하며 법왕사 갈림길로 돌아가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현재 시각 2시 12분 법왕사까지 남은 거리는 2km 내외,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에 3시까지 도착하는 걸 목표로 계곡 옆으로 난 급경사 등산로를 내려갔다. 그리고 2시 25분경 임도 지옥에 다시 합류해 아래를 보니, 법왕사가 보인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본존불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로 하고, 법왕사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반겨준 게, 황금빛으로 빛나는 천수관음이다. 사찰의 입구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거라, 사찰 기준 꼭대기에 있는 불상이다. 그 부처를 기록으로 남기고, 산신각을 찾아 절 입구로 내려가며, 왼쪽 아래를 보니, 젖을 먹이고 있는 모자상이 길 한쪽에 있다. 박제상 부인이 변한 신모?
신모 상을 사진으로 남기고, 계속 가자 예상대로, 절의 제일 위, 천수관음보다 높이 삼성각이 있어, 당연히 돌계단 위로 올라가, 삼성에게 무사 산행에 감사하는 인사를 했다. 삼성에게 신고했으니, 다음은 본존불이라, 대웅전을 찾아, 정확히는 가장 큰 전각을 찾아 내려가니, 예상대로 대웅전이다. 그런데, 옆문으로는 본존불을 제대로 볼 수 없어,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등산화를 벗고 대웅전으로 들어가 신고했다. 본존불에게 신고한 거로 법왕사에서 해야 할 일도 다 끝낸 후라, 절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다시 임도로 들어섰다. 그런데, 임도를 200여 미터를 내려가자, 왼쪽에서 다른 임도가 합류한다. 콩두루미재에서 헤어졌던 임도다. 고로 임도를 이용해 ‘박제상 유적지 → 임도 갈림길 → 콩두루미재 → 갈비봉 → 치술령 → 망부석 → 법왕사 갈림길 → 법왕사 → 임도 갈림길 → 박제상 유적지’의 치술령 환 종주도 가능하다. 애초 인솔 대장의 비공식 B 코스가 환 종주다.
계곡 옆으로 난 임도로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왼쪽에서 폭포에서나 들을 수 있는 요란한 물소리가 들려, 관목을 뚫고 들어가 보니, 예상대로 폭포라,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내려가니, 이번에는 공사장 차량 소음이 아래서 들려온다. 무슨 공사인지 궁금해하며, 내려가서 보니, 저수지 확장 공사다. 그런데, 그 저수지 위치에서 국수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 한눈에 들어와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물론 뒤로 돌아, 지나온 길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끝으로 등산로 입구의 '국수봉, 치술령 등산로 안내'를 기록으로 남긴 후 핸드폰 지도 앱으로 주차장까지 거리와 가는 길을 확인했다. 남은 거리는 600여 미터, 길은 여러 갈래다. 당연히 여기까지 왔으니, 박제상 유적지를 구경하는 게 예의라, 그 유적지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길을 잘못 들어 결과적으로 주차장으로 가는 지름길로 갔다.
주차장을 향해 가고 있는데, 산행 대장이자 주당 대장이 위치를 묻는 전화를 했다. 들머리로 향하는 버스에서 주당 넷이 두부전골을 주문한 상태라, 선두 조에 있던 셋만 먼저 먹기 미안해서 위치를 확인하는 거로, 주당 셋은 유적지를 구경 중이라고 했다. 그럼, 거리나 시간이나 그들과 나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 해서 그렇게 얘기하고 주변의 동백꽃이나, 저 멀리 능선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며 가다가, 2시 57분경 주차해 있는 버스를 발견했다. 다 왔다. 그리고 그 왼쪽 옆에 하산주를 마실 식당으로 점 찍었던 정육식당이 있다. 하산주에는 고기 안주가 좋으나, 김유신 묘 부근 벚꽃 구경을 위해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강박에 인솔 대장이 미리 주문이 가능한 두붓집을 선택했다. 덕분에 하산주 안주가 두부전골로 바뀌어 주당 모두가 아쉬워했으나,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버스가 주차해 있는 바로 길 건너가 두붓집으로 생각보다 가까워 다행이다.
3
버스에 타, 배낭을 정리한 후,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이후 양말을 벗어 비닐봉지에 넣고, 배낭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배낭을 짐칸에 넣은 후 수건을 들고 화장실로 가 세수와 세족으로 산행 중 흘린 땀을 씻고, 벚꽃이 만개한 식당으로 갔다. 사실 하산주 안주로 두부전골은 아니나, 이 식당으로 일괄 예약한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쨌든 식당에 들어서자, 예약한 덕분에 이미 두부전골과 밑반찬이 세팅되어 있다. 그리고 먼저 온 주당 선수가 대선, 좋은데이와 맥주도 깔아놨다. 해서 그 자리에 있는 셋만 두부조림이 끓을 동안, 먼저 가자미조림을 안주로 소맥을 마셨다. 이후 넷이 모여, 두부전골을 안주로, 소주 10병과 맥주 한 병을 비우고 4시 33분경 식당에서 나왔다.
후 버스에 타, 바로 잠이 들어 죽전에서 인솔 대장이 내리면 깨워서야 정신이 들었다. 고로 김유신 묘 부근의 만개한 벚꽃 실물은 구경은 하지 못하고, 그걸 아쉬워한 산행 대장이자 주당 대장이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줘 다음 날 감상할 수 있었다. 어쨌든 9시 26분 아침에 떠났던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서 내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낸 후 배낭을 다시 정리했다. 그리고 양재역으로 가, 열차로 집으로 향해, 10시 30분경 도착하는 거로, 망부석 전설의 진실을 파악한 멀고 먼 치술령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목요 오지팀 계획대로 '허고개 → 율림 갈림길 → 공부암 갈림길 → 국수봉 → 은을암 → 납골묘 → 서낭재 → 콩두루미재 → 갈비봉 → 치술령 → 망부석 → 법왕사 → 박제상 유적지'의 13.1km(트랭글) 코스를 3시간 46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3시간 14분, 휴식 32분! 실제 휴식은 3분이 채 안 되나, 앱이 GPS를 수신하지 못한 구간이 휴식으로 기록됐다.
박제상 부인이 매일 올라, 남편이 돌아오는지 동해를 바라봤을 정도로, 조망을 내세운 산이나, 날이 흐려 제대로 감상할 수 없어 아쉬운 산행이었다. 와중에 진달래도 이미 다 져, 진달래 구경도 못한 산행이다.
망부석이 돌이 된 부인이 아니라, 부인이 동해를 바라보던 전망대를 가리키는 거라는 걸 확인한 게 이번 산행 최대의 소득이다.
망부석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학구열이 아니라면 굳이 길바닥에 9시간과 많은 비용을 허비하면서까지 갈 산은 아니다. 이 사실을 확인했다는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