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목요일,
주부편지 발송작업 날이다. 밤부턴 내린 비, 오후에는 개인다는 일기예보.
수지에서 파주까지 두 시간 남짓,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합류한 친구와 동행하니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파주 헤이리 끝, 얼음실로에 있는 문리버파크에 도착했을 때도,
봉투의 띠지를 떼어내고 붙이는 작업을 할 때도 계속 내리던 비가
봉헌예배를 드릴 때부터 눈으로 바뀌었다.
진눈깨비.
김진홍 목사님 교회에서 19년 장로로 계셨다는 애니메이션 작가,
지금은 개척교회 '빛과 희망 교회' 목사님이 된 분이 애니메이션을 곁들인 설교를 하시는 동안
내내 내린 눈이
3면이 유리창인 별관 2층, 전면 유리창을 눈 내리는 풍경을 담은 액자로 만들었다.
사시사철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맑은 창이 2월 중순이 지나고 있는 오늘 눈내리는 풍경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우리 앉은 자리에서는 작은 둔덕처럼 보이는데, 창 가까이 가서 담아보니 둥근 봉분이다.
왼쪽으로는 문리버파크의 본관 2층 끝자락과 그 너머 동산이 보인다.
흰 페인트 칠이 벗겨진 담벼락.
본관 끝 방, 움직이는 침대에 앉거나 누워서 길고 높은 창으로 이 눈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 캡틴과 동역자 장로님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잠시 멈춰 섰다.
오른 쪽 풍경이 몇 년 새 바뀌었다. 들판과 그 너머 산이 보이던 풍경 안으로 CJ 스튜디오 건물 몇 동이 들어섰다.
눈은 계속 내리고, 우리가 방금 나온 방이 오두마니 저만치 있다. 2014년 가을이었나, 우리가 어린 신부같이 맑고 예쁜 저 방을 처음 들어간 것이.
식당과 저 방 사이, 흙을 깔고 꽃밭을 만들었던 공간.하지만 꽃들이 잘 자라지 않아 늘 안쓰러웠던 풀밭이 시멘트 바닥으로 바뀌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은 본관.
봄이면 등나무 넝쿨 푸른 잎이 우거지는 지붕은 비어있다. 목조 계단을 두 번 꺾어 내려오는 동안 미끌어진 사람이 둘.
오늘, 송파, 수지, 분당, 대치동에서 모여든 사람은 다섯뿐. 우리는 소수정예라고 웃는다.
점심은 소머리국밥. 주문을 맡은 친구가 유머로 장전한 칭찬을 해서였을까. 유난히 건더기가 푸짐하고 맛있다.
아무도 눈치 못 채게 점심값을 선불하신, 임이록 설교 목사님.
이런 일은 처음이다.
구리에서 파주까지 그 먼 길을, 그것도 감기 끝이어서 조금 불편한 몸으로 오셨는데,
이 일이 기쁜 이유를 이야기하셨다.
만화가 박기당 선생님의 만화를 보고 자라며 만화가의 꿈을 가졌기에
이 기독문화 선교의 장 문리버 파크의 주인인 박기당 만화가의 따님 박강월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놀라운 것은 더 있다.
소머리국밥집을 나오는 순간, 맑고 쨍한 겨울 날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와, 어떻게 이런 일이!
조금 전까지 눈이 왔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네.
누가 말했다.
날씨는 하나님의 영역이라고.
어디 그뿐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