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벗삼아 제주 올레길 3-A 코스를 걷다

[훈장(박훈종)]

어제는 오랜만에 제주도에 내려와서 모처럼 제주의 걷기 길벗들과 함께 올레길 3-A 코스를 걸었다.
3-A 코스는 온평포구에서 시작해 난산리와 삼달리를 지나 표선의 해비치 해변까지 약 21km의 거리.
참고로 온평리, 난산리는 제2제주공항이 들어설 예정지라 요즘 이에 대한 반대와 투쟁의 열기가 높은 곳이다.

이 코스의 특징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바다길로 가는 통상의 올레길과는 달리 2개의 오름을 포함해 제주의 중산간마을을 걸어가는 길이다. 

제주의 겨울답게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어두운 하늘에 바람까지 불어 오늘 걷기는 좀 고생스럽겠구나 하는 걱정.
하지만 제주시를 출발, 온평포구에 도착하니 날씨는 밝아져 해가 반짝나더라는.

제주 사는 즐거움이 많겠지만 그 중 하나는 이렇듯 호젓하고, 아기자기한 풍경이 이어지는 올레길을 자연을 벗삼아 여유롭게 걷는 즐거움이리라.

그런 만큼 사람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한적한 길을, 마치 우리가 온전히 전세내듯 제주의 풍광을 따라서 유유자적 즐긴 하루다.

그 길엔 붉은 동백꽃이 한창 피어나고, 노랗게 익은 감귤이 탐스럽고, 오름, 부속 섬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해안선의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김영갑갤러리 인근의 작은 식당에서 싱싱한 우럭구이와 함께 먹은 8,000원짜리 맛난 정식은 그야말로 꿀맛이고.ㅎㅎ

바다길로 가는 올레길 3코스와 중산간으로 가는 올레길 3-A코스의 출발점인 온평포구

오늘 걷기 코스의 개요도

오전 10시경, 11명의 길벗이 그 길을 출발한다.

온평리는 제주의 시조인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가 곡식의 씨앗과 가축을 가지고 바다로부터 온 세 여인을 맞아 결혼을 했다는 혼인지가 있는 곳.
그래서 전통 한복을 입고 혼례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이 있다.

바다길을 벗어나 중산간으로 접어드는 길목엔 이렇게 아담하고 정겨운 식당이 자리하고 있더라는.

난산리 중산간마을엔 올레꾼들 쉬어가라고 마을에서 운영하는 이런 무인 쉼터도 있다.

지금 제주는 애기동백이 한창이고

이렇게 토종 동백도 피어나기 시작한다.

시원한 맛의 콜라비도 알차게 영글어가고

그 길에서 만나는 두 개의 오름인 통오름과 독자봉

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 멀리 성산일출봉과 우도, 지미봉이 보인다.

오름에서의 길은 이렇듯 소나무 소로길로 이어지고

우리가 넘어온 독자봉과 초록의 무우밭이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제주는 따듯한 날씨 탓에 아직 억새가 한창이다.

더불어 철없는 진달래까지 피어있다.

누구의 무덤일까. 거대한 돌 담장이 둘러쳐 있다.

정말 사람 한 명 만나지 못한 호젓한 길

오후 1시 30분경, 김영갑갤러리 도착해 인근의 작은 식당에서 맛난 점심식사.
시장이 반찬이라설까 누룽지, 싱싱한 우럭구이, 찌게에 갖은 나물이 얼마나 맛나던지.ㅎㅎ

삼달리에서 점심식사 마치고 표선으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 노랗게 펼쳐진 이 게 무얼까 궁금해 가까이 가보니 글쎄, 귤 껍질을 말리고 있더라는. 그야말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중산간을 내려와 이젠 바다로 가는 길

바다와 초록의 잔디가 마치 한여름인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다 물결에 따라 백사장의 모래도 이렇게 아름다운 문양을 이룬다

오후 3시반경, 오늘의 걷기 종점인 표선의 해비치해변에 도착.

점심시간 포함해 5시간 15분간 소요.
고양시를 떠나 오랜만에 제주에 와서 바닷내음 맡고, 상쾌한 공기 쏘이며 걸은 하루.
그래, 이 것이 제주살이의 소소한 행복이렸다.

한 가지 아쉬움은 이 좋은 바람과 공기를 마스크 쓰고 누려야 한다는 것. 코로나가 언제 물러나 제대로 맘껏 누릴라나.

[명동지기(김덕수)]

덕분에
구경 한번 잘했음^^

[훈장(박훈종)]

구경 다음엔 직접 체험으로.ㅎㅎ

[포크락]

제주도는 주로 패키지 여행으로 많이 다녀왔는데 얼마 전에는 제주를 잘 아는 친구의 도움으로 님자들 4명이서 자유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중문 근처의 펜션에 묵으면서 렌트카로 제주도를 거의 다 돌았습니다. 신혼 여행 때 가봤던 유명한 곳들 정방폭포 및 외돌괴, 일출봉 등을 거쳐서 이번엔 주로 숲길을 많이 갔지요. 머체왓 숲길, 치유의 숲 등이 좋더군요. 비록 오름을 못 가봐서 좀 아쉽지만... 떠나오기 전날은 협재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에서 막걸리와 안주를 놓고 옛날 추억을 회상했지요. 기타가 없는 대신에 휴대폰의 유투브 음악과 함께 늙은 남자들이 합창 버스킹을 벌였습니다^^ 예전부터 품어왔던 제주 올레길을 전부 돌아보고싶은 계획은 접어두고 다음엔 유명한 오름길들을 오르고 싶습니다.

[훈장(박훈종)]

포크락님 잘 지내시죠?
제주엔 올레길 말고도 참 좋은 숲길, 오름이 많지요.
치유의숲과 머체왓숲길은 가보셨다니 담에 오실 땐 장생의숲길, 붉은오름자연휴양림, 삼다수숲길 걸어보세요.
협재해수욕장에서 막걸리와 함께 낭만을 즐기셨다니 아직 청춘이십니다.
그리고 한자어로는 외돌괴가 맞는데 고유명사로는 외돌개로 표기한다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