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4일은 광주교향악단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작년엔 사정이 있어 교향악 축제를 한 번도 못갔습니다. 이번엔 비교적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나는 토요일 공연 중 광주교향악단의 연주를 선택했습니다. 그것은 전에 울산 시향에 있던 마에스트로 김홍재 지휘자가 이번엔 광주시향을 지휘하기 때문에 응원 겸 궁금하기도 해서지요. 아시다시피 마에스트로 김홍재는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재일교포 출신이고 남북한의 교향악단을 모두 지휘한 경력을 갖고 있다는 거지요. 그의 음악적 재능은 유명한 만화작가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OST를 그가 연주한 걸로 봐도 일본에서도 인정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그가 귀국하지 않고 일본에서 계속 활동했다면 더 유명한 지위를 누릴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이날 공연은 올 교향악 축제 중 유일하게 성악을 도입한 공연입니다. 다른 공연들이 모두 기악 중심인 것과 차별이 되지요. 첫 공연프로그램은 차이콥스키의 "로미오아 줄리엣" 환상서곡입니다. 하프가 추가되었는데 광주시향의 현악부가 상당히 연습을 많이 한 듯 합니다. 앙상블이 꽤 뛰어나서 합주 부분의 소리가 매우 좋았습니다. 지방 교향악단에서 이 정도 소리를 내기 어려울텐데 기대이상의 소리를 들려주더군요. 차이콥스키은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좋아했는지 그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음악이 7곡이나 됩니다. 그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사랑받는 곡이 바로 이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발라키에프의 권유에 따라 이 곡을 1869년에 작곡을 끝낸 후 이듬해 1870년 3월에 그의 절친인 니콜라이루빈스타인의 지휘로 초연했습니다. 이 곡은 시종일관 엄숙하고도 서정적인 표현과 거칠고 격앙된 주제가 교차되다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그리는 듯한 목곤부의 아름다운 선율이 연주됩니다. 그러다가 파국적인 비극을 암시하는 듯한 강렬한 색채를 뿜으면서 종지부로 치닫는데 중간중간 나오는 하프의 분산화음이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곡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잘 연주하다가 트럼펫이 살짝 삑사리를 내는 대목이 있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론 이 곡이 가진 뉴앙스를 상당히 잘 살린 연주라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목관부가 중요한 부분에서 선전해서 그런지 감정 대비가 중요한 이 곡의 특징을 잘 표현했습니다. 이어진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중에서 "내 이름은 미미"를 소프라노 홍주영이 노래했습니다. 이 곡에 대해선 너무 잘 알려진 곡이라 부연설명은 생략하지요. 홍지영이란 이름은 낯선 이름인데 풍부한 성량을 바탕으로 감정표현을 상당히 잘 하더군요. 음색도 아름답다고 할까요. 귀에 거슬리지 않는 음색을 가졌습니다. 프로필을 보니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을 정도이고 몇년전 정명훈이 지휘한 국립오페라단의 "라보엠"에서도 미미로 출연했고 2015년 오페라의 본고향인 이탈리아 제노바 카를로 펠리체 극장에서도 "라보엠"의 미미를 노래할 정도의 실력파이더군요. 부분적으로 곤현악과 약가의 엇박자가 느껴졌는데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두번째로는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에프게니 오네긴(영어권에선 유진 오네긴이라고도 하네요)" 중 일명 "편지의 노래"인 "이걸로 끝이라 해도, 황홀한 희망을 품고"에서 뛰어난 열창을 하였습니다. 몇년 전 서울시향의 콘서트 오페라에서 들었던 편지의 노래 이 오페라엔 사연이 있는데 아시다시피 차이콥스키는 동성애자적 성향인 성적 정체성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는데 당시 그의 여제자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받자 푸쉬킨의 원작에 나오는 남자주인공 같은 비정한 남자가 되기 싫어서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편지의 노래는 당시 여제자로부터 받은 편지랑 많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지요. 그 결혼은 결국 얼마 안 가 파경이 되었고 두고두고 그의 인생에 그림자를 지워주었습니다. 2014년 서울 시향의 콘서트오페라 형식으로 연주할 때 이윤아가 바로 이 노래를 불렀는데 홍주중영의 노래도 그에 못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적인 박수를 보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엔 R.슈트라우스의 가곡 "세실리아"를 앙코르로 불러주더군요. 이 곡은 검색해 보니 홍주영의 장기인지 2016년 내한공연에서도 불러서 호명받은 곡입니다. 홍주영은 리릭코이면서도 드라마틱한 면모가 갖춘 뛰어난 성악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녀의 향후 일정을 보니 "라보엠"의 미미 역이 상당히 많네요. 아마 현역 소프라노 중 가장 뛰어난 미미인 거 같습니다. 중간휴식 후 이어진 곡은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입니다. 이 곡은 발레음악으로 작곡된 곡인데 1935년에서 1936년까지 2년간 작곡되었다고 합니다. 이 시기는 볼세비키 혁명을 피해 미국으로 망했다가 소련으로 다시 귀국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오랫만에 귀국해서 작곡한 첩 번째 대작인 만큼 여느 작품에 비해 온 힘을 기울여 작곡했을 것은 자명한 일이지요. 그런데도 이 작품은 소련에서 작곡했음에도 불구하고 1938년 체코슬로바ㅌ키아의 부르노 극장에서 초연됩니다. 아마 여러 사정이 있었던 거 같은데 거기에 대해선 제가 아는 바가 없습니다.(검색해도 잘 안나오더라고요.) 소련에서의 초연은 1940년에 가서야 레닌그라드(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곡은 전 7곡으로 구성된 1936년 제1모음곡과 바로 이어 7곡으로 구성된 제2모음곡, 그리고 1944년에 전 6곡으로 구성된 제 3모음곡까지 상당히 긴 기간에 걸쳐 완성되었습니다. 작곡가는 이 곡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관현악이 아닌 피아노 독주곡으로도 편곡했습니다. 이 곡 중 가장 자주 연주되는 건 처음 곡이지요. 이 제1모음곡만을 독립해서 연주하는 걸 여러번 들었습니다. 광주 시향은 이 곡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잘 살려 연주했습니다. 특히 타악기 파트의 연주가 아주 좋아서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저역의 타격음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김홍제의 연주는 전체적인 조화감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거 같은데 섬세하면서도 연주곡의 전체 조형감을 잘 살리는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상당히 기대되는 광주시향의 연주였습니다. 다음은 예술의 전당 홈피에서 퍼온 광주시향, 지휘자 김홍제, 소프라노 홍주영의 프로필입니다. 광주시립교향악단 Gwangju Symphony Orchestra 지휘 | 김홍재 Hon-je Kim, Conductor 소프라노 | 홍주영 Michelle JuYoung Hong, Soprano 2014년 대구오페라하우스 기획 <코지 판 투테>, 국립오페라단의 <돈조반니>에 출연하였으며 2015년에는 독일 칼스루에 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주역으로 활약하였다. 이어 국립오페라단과 대구 오페라축제의 <진주조개잡이> 한국 초연에서도 주연 레일라 역을 노래하였으며, 2017년 다시 한번 국립오페라단의 <라보엠>에서 미미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
출처: 사랑 그리고 예술 원문보기 글쓴이: 김봉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