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6) 「진남교반」 주차장 끝부분이다. 오른쪽으로 휠체어 가는 길을 새로 만들었다.
사진 (2/6) 토끼길 일부 구간은 낙엽이 많이 쌓여 폭신폭신하다.
사진 (3/6) 「병풍바위 표지판」이 보이고, 왼쪽으로 「안부」가 보인다.
사진 (4/6) 왼쪽 계단은 「태극정」, 「오정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나무 사이를 헤치고 중간 지점으로 죽 가면 「개여울』이 나온다.
사진 (5/6)「병풍바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영강」, 「진남교반」, 저 멀리 「고모산성」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진 (6/6) 「영강」가에 차박하는 사람들이 겨울을 즐기고 있다.
+6 「개여울」까지
코로나에 오미크론에 뒤죽박죽 난리다. 희망적인 뭔가가 없다. 그렇다고 재미있는 뭔가도 없다. 없다고 주눅 들어 죽치고 있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어쨌든 답답하다. 긴장이 용수철이 되어 반동으로 튄다. 맑은 공기라도 쐴 겸 창문을 여니 흰 눈이 소복하다. 어제 서울에 내렸던 눈이 밤새 여기까지 온 모양이다. 덕분에 미세먼지가 씻겼는지 하늘이 맑다. 하늘을 보면 가슴이 넓어진다. 무료한 방콕에 한없이 게을러지는 가슴에 바람이 인다.
어제부터 토끼 생각을 했기 때문에 아침 먹고 곧바로 가려했다. 엇박자로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어중간해서 점심 한 술 떠먹고 가기로 했다. 작은 배낭에 사과 한 개, 작은 병에 커피 반 병, 남은 찰떡 쪼매, 맹물 반 병 이렇게 넣어 가지고 출발했다. 도로는 거의 다 녹았지만, 응달진 곳에는 눈이 남아 있었다.
참 오랜만에 가보는 토끼였다. 이번에는 「진남교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샛길로 올라갔다. 여름철 주말이면 이곳이 비좁을 텐데, 오늘은 헐빈하다. 경사진 샛길을 걸음이 알아서 잘도 올라간다. 난 그저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진작 올 걸 그랬다. 길은 그 길인데, 낙엽 구간엔 무릎까지 차오른다. 산위를 쳐다보니 간벌 자국이 더러 있었고, 잎이 없는 산기슭은 훤하게 다 보였다.
산위에서 굴러내려 온 돌들이 길 중간 중간을 가로 막고 있었다. 죽은 가지들도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다. 치워가면서 길을 가는 데도 기분은 상쾌했다. 마스크는 귀에 걸고 아예 쓰지 않았다. 적당히 부는 바람 속에 나무 향이 스쳐 지나갔다. 산길은 문명의 해독제이고, 산은 사계절 말 없이 베푼다.
오늘 같은 날에도 부부 팀 몇 쌍 지나갔다. 남양 홍씨 아지매 묘소 옆 「표지판」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세울 때 일조했다고 내 딴엔 반가웠다. 이젠 주춤거리지도 않고 막 바로 「전망대」를 오를 수 있으니 참 편리하게 됐다. 안부 너머 「개여울」 가는 길을 바라보며, 늘 가던 「병풍바위 전망대」에 올랐다. 그리 높지도 않은 곳이지만 바람이 셌다. 왼쪽 아래 영강 강가에는 차박 하는 차가 넉 대가 있었다. 겨울 캠핑을 즐기는 것도 멋지지 싶다. 내려가는 길엔 안부에서 「개여울」 방향을 물끄러미 바라다 볼 뿐 어쩌지 못했다. 가지 못한 까닭에 빚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석현산성을 타고 「진남문」 쪽으로 갔다. 좁은 산성 길에 우거져 길을 막던 잡초들은 시들어 있고, 잎 진 산기슭은 엉성해 보였다. 「진남문」을 지나 「성황당」 앞까지 가봤다. 응달진 골짜기에 골바람이 셌다. 낙엽이 이리저리 날리는 「돌 고개」가 황량해 보였다. 역시 사람이 있어야 온기가 도는가 보다.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내기로 했다. 시간을 보니 2시간 정도 싸돌아다닌 셈이다. 끝. 2021.12.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