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욱
인. 연(因. 緣)
2023.09.01 - 2023.11.29
최영욱작가는 서울출생(1964년~)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대학원을 마친 후, 1992년 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국내외 40여회 이상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다수의 그룹전/아트페어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빌게이츠재단, 필라델피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등에 소장되어 있고, 대중적으로는 2011년 빌게이츠재단이 건물 준공과 함께 작가의 <카르마 KARMA>시리즈 3점을 구입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미술학교 졸업 후, 생업을 위해 10여년동안 미술학원을 운영한 작가는 작가로서의 성장을 위해 과감히 학원운영을 접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작품활동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이 시기에 우연히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한국관에 전시된 달항아리를 보게 됩니다. 한 해 방문객이 300만명을 넘는 미국의 가장 큰 미술관이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곳에 위치한 전시관에 덩그러니 놓인 달항아리 한 점의 발견은 작가로서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영감이 됩니다. “우유 빛깔에 크랙과 얼룩이 많은 달항아리가 혼자서 외로운 듯 했다. 먼 이국땅에 있는 내 처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그 달항아리가 나를 그려달라고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고 회상합니다.
화면 가득 달항아리를 그리기 위해 작가는 캔버스에 가볍고 연하게 달항아리 형상을 드로잉 한 후, 젯소와 백색가루를 혼합한 안료로 칠합니다. 한번에 두텁게 칠하는게 아니고, 수십 번 최대 백 번까지 칠하고 마른 후 사포로 갈아내고 다시 칠하기를 반복해서 달항아리 형상을 유추할 수 있는 일정한 두께를 완성합니다. 달항아리 형태를 완성한 후, 작품의 표면에, 실제 항아리 표면에 있을 법한 흔적들을 자연스럽고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봉우리를 담고 있는 옅은 산수화 형상을 발견할 수 있으며, 도자기 태토에 흙이 섞여 작은 티처럼 생긴 색점들과 함께 표면 전체의 빙열(氷裂·도자기 표면의 균열)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달항아리 표면의 빙열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단서입니다. 수많은 선들이 이어지고 갈라지며 또 이어지고 갈라진 형상은 도자기를 구우면 생기는 표면의 작은 선을 표현한 것으로, 작가에 의하면 이는 “우리의 인생길”입니다. 가늘고 작은 선을 직접 그려,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 형상이 마치, 만났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우리의 삶처럼 느껴져 작가는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품제목은 <카르마 KARMA>로 불교용어 ‘업(業)’을 의미합니다. 이는 인과의 연쇄관계를 의미하는 용어로, 현재의 행위는 그 이전의 행위의 결과로 생기는 것이며, 이와 동시에 미래의 행위에 대한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작가는 수많은 균열을 담은 달항아리 형상의 <카르마 KARMA>시리즈를 통해 우리 삶의 수많은 인연의 지속/단절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ㅡ 신세계
최영욱
인연과 카르마
달항아리 작업에 관하여.
사람들은 나를 달항아리 그리는 작가로 안다.
하지만 나는 달항아리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달항아리처럼 살고 싶은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달항아리는 우리 인생사와 많이 닮았다.
도자기의 선은 갈라지면서 이어지고,
비슷한 듯하며 다르고, 다른 듯 하나로 어우러진다.
여러 선과 흔적은 시공을 초월한 암호이고
우리는 기억을 더듬어 그 암호를 풀어나간다.
나의 그림을 보며
그 안에서
삶의 이야기를 찾는 여정을 시작해보기 바란다.
ㅡ 최영욱, 작가노트 중에서...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있는 듯 없는 듯한 예감에 넘치는 형태 속으로 빨려든다.
부분적으로 선명하게 떠오르다가
공간 속으로 끝없이 잠기는 차원은 확실히 몽환적이다.
ㅡ 오광수 미술평론가
🎨
2023. 10. 27
신세계백화점 본관 본점에서...